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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man on Top 김성령

EDITOR_FASHION 최은초롱 기자 EDITOR_FEATURE 정혜연 기자

입력 2021.05.25 10:30:02

아름다움이 최고의 무기인 여배우들의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 배우 김성령. 매순간 미모 전성기를 갱신하고 있는 그녀의 에너지에 관하여.


시폰 블라우스 레하. 이어 커프, 왼손 링 모두 르이에. 오른손 링 1064스튜디오.

시폰 블라우스 레하. 이어 커프, 왼손 링 모두 르이에. 오른손 링 1064스튜디오.

지금은 서바이벌이 일상이 됐지만 그 시절엔 미스코리아 대회만큼이나 화제가 되는 경연이 없었다. 170cm가 넘는 큰 키에 조막만 한 얼굴, 서구형 몸매에 똑 부러지는 말솜씨까지 갖춘 미인들이 TV에 나와 기량을 뽐낸 뒤 자웅을 가리는 순간은 올림픽 경기만큼이나 흥미진진했다. 1988년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학생이던 스물한 살 김성령(54)은 김혜리를 제치고 진에 호명돼 왕관을 머리에 썼다. 미용실 원장님의 권유로 별 기대 없이 출전한 한 여대생의 운명이 바뀐 순간이었다.

이후 김성령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그해 KBS ‘연예가중계’ MC로 발탁돼 연예계에 데뷔한 그녀는 1991년 강우석 감독의 영화 ‘누가 용의 발톱을 보았는가’로 대종상 신인여우상과 백상예술대상 신인상을 거머쥐며 연기자로도 두각을 드러냈다. 이후 드라마 ‘폭풍의 계절’ ‘왕과 비’ ‘명성황후’ ‘상속자들’ ‘여왕의 꽃’부터 영화 ‘방자전’ ‘역린’ ‘독전’ ‘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니트 원피스 레지나표. 
이어링 1064스튜디오. 벨트 로우클래식.

니트 원피스 레지나표. 이어링 1064스튜디오. 벨트 로우클래식.

변치 않는 미모를 자랑하는 배우 김성령이 여성동아 표지 모델로 카메라 앞에 섰다. 이른 아침부터 시작된 촬영을 위해 일찌감치 현장에 도착해 얼굴 마사지를 하며 부기를 빼고, 헤어·메이크업을 하는 모습에서 오랜 기간 활동해온 베테랑 여배우의 포스가 물씬 풍겼다. 워낙 동안 미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보니 스태프보다 한 뼘 큰 키에 군살 없는 몸매, 매끈한 피붓결이 더욱 두드러져 나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촬영 후 가진 인터뷰에서는 털털하면서도 겸손하게 대답을 이어가 친근한 동네 언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성찰, 끊임없는 열정까지 갖춘 배우 김성령의 롱런 비결을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interview

반팔 블라우스 3.1필립림. 랩스커트 비비안웨스트우드. 이어링 이에르로르. 네클리스 비올리나.

반팔 블라우스 3.1필립림. 랩스커트 비비안웨스트우드. 이어링 이에르로르. 네클리스 비올리나.

최근 웨이브 정치 시트콤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에서 문체부 장관 역할을 맡았어요. 장르적으로 새로운 도전이었을 것 같아요.

사전 제작이라 절반 정도 찍었어요. 시트콤이라고는 하지만 그렇게 딱 규정지을 수는 없고, 엄밀히 말하자면 ‘블랙코미디’에 가까워요. 정치 이야기를 무겁게 가져가지 않고 코미디로 가볍게 푼 드라마예요.



문체부 장관이라니. 지금껏 맡은 직책 중 가장 지위가 높은 캐릭터 아닌가요.

그러고 보니 사극에서 왕비도 해봤고, 현대극에서 CEO도 해봤지만 고위 공직자는 처음이네요(웃음). 주변 사람들이 “진짜 장관 같다”고 얘기해줘서 다행이에요. 국내 여성 정치인들의 자료를 많이 찾아 봤고, 의상과 헤어스타일도 맞춰서 준비했더니 그런 느낌이 났나 봐요. 윤성호 감독님께서 외국 드라마 속 여성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기존 여성 정치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탈피해 자유롭게 연기할 것을 주문하셔서 그에 맞춰서 촬영하고 있어요.

이번 작품은 TV가 아닌 OTT 플랫폼으로 방영돼요. 최근 1년 사이 업계 변화를 체감하나요.

지난해 박신혜, 전종서 배우와 출연한 영화 ‘콜’이 극장 개봉을 하지 못하고 결국 넷플릭스로 오픈했어요. 주변에서 “작품을 재미있게 봤다”고 얘기해줘서 좋았는데 그래도 극장 개봉을 못 한 건 정말 아쉽더라고요. 시사회를 하면서 출연 배우들, 감독님과 만나 무대인사도 하고 관객분들과 소통하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컸어요. 관객 스코어도 알 수 없으니 그게 달라진 모습이죠. 그렇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도 보고 싶은 사람은 계속 볼 수 있다는 건 장점이더라고요. 최근 “며칠 전 그 영화 잘 봤어요”라고 말해주신 분이 있어 새로웠어요.

지난해 말에는 ‘재난 상황에 맞서는 생존 수업’을 표방한 tvN 예능 ‘나는 살아있다’에서 강인한 면모를 보였어요. 극한의 상황에서 한계를 시험하는 성향인 것 같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그 힘든 걸 왜 해?”라고 묻더라고요. 전 힘들어도 재미있을 것 같아서 도전했어요. 예전에 ‘정글의 법칙’에 출연해 칠레에 갔을 때도 이유가 단순했어요. ‘칠레? 내가 언제 칠레를 가보겠어?’라는 생각으로 출연했죠. 이번에도 ‘재난 상황’을 경험하는 거라고 해서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재난이 나한테도 닥칠 수 있는 순간이니까 생존 방법을 배워보고 싶었죠. 여배우의 민낯이요? 전 개의치 않는데 남들이 괜찮겠냐고 묻더라고요. 전 그런 걸 너무 신경 안 쓰는 스타일인가 봐요(웃음).

그즈음 MBC 예능 ‘전지적 참견 시점’에 출연해 요가, 서핑 등을 즐기고 못 하는 요리에도 도전하는 모습이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평소 생활과도 비슷한가요.

너무 똑같죠. 요리를 정말 못 해요. 물론 배우면 할 수 있겠죠. 근데 요리는 이상하게 배우고 싶지 않더라고요. 이기적인 이유 때문인데 요리를 배우면 살이 찔 것 같거든요. 먹는 걸 진짜 좋아해서 ‘식욕이 눈에서 비롯되나?’ 생각했을 정도예요. 눈앞에 음식이 보이면 참지 못하니까요. 그러니 절제하기 얼마나 힘들겠어요. 남들보다 몇 배의 고통을 안고 살아가는 거예요.

니트 원피스 잉크. 재킷 더오픈프로덕트.니트 팬츠 오프화이트. 이어링 르이에.

니트 원피스 잉크. 재킷 더오픈프로덕트.니트 팬츠 오프화이트. 이어링 르이에.

그때 발사믹식초를 쉬지 않고 드셔서 화제가 됐어요.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일까요.

가끔 꽂히는 음식이 있는데 당시에는 발사믹식초였고 지금은 그렇게 많이 먹진 않아요. 기본적으로 건강한 음식 먹는 걸 중요하게 생각해요. 물론 MSG 들어간 음식도 먹지만 어쩌다 한 번이죠. 항상 몸이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는 걸 믿거든요. 영양제도 2년 전부터 챙겨 먹고 있어요. 동년배에 비하면 늦게 시작한 편인데, 너무 어릴 때부터 먹으면 자생력을 잃을 것 같아서 먹지 않다가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 순환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먹기 시작했어요.

벌써 데뷔한 지 33년이 흘렀어요. 1~2년에 한 편씩 쉬지 않고 작품에 출연했는데,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계획돼 있던 영화가 미뤄져서 쉬었어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1년 동안 ‘나는 살아있다’ ‘전참시’ 2개 찍은 게 전부라고(웃음). 다작을 하는 편은 아니지만 1년에 한 편 이상 하는 게 행복하더라고요. 특별한 원동력이 있다기보다 감사하게도 저를 찾아주시는 분들 덕분에 계속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우는 선택받는 직업이니까요.

이너 톱 랑방컬렉션. 재킷 잉크. 바이커 쇼츠 마이클마이클코어스. 이어링 현케이. 벨트 렉토.

이너 톱 랑방컬렉션. 재킷 잉크. 바이커 쇼츠 마이클마이클코어스. 이어링 현케이. 벨트 렉토.

‘김성령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하는 여성이 많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사람마다 다른 거예요. 제가 하는 방법이 기자님에게는 안 맞을 수 있어요. 야근하는 회사원에게 저녁을 먹지 말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배가 고프니까 바로 먹는 걸로 시작하고, 식사 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요. 대신 저녁에는 먹지 않아요. 여배우니까 관리해야죠. 그런데 이게 사실 굉장히 외로운 패턴이에요.

후배 배우들의 롤 모델이신데, 김성령 씨도 롤 모델이 있나요.

지금까지 열심히 현장에서 일하고 계시는 모든 선배 연기자들은 다 존경스러워요. 일을 오래 하다 보니 그분들이 얼마나 수많은 자신과의 갈등을 이겨내셨을까 싶더라고요. 또 그 연세에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올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저도 성실하게 일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더 배워야 할 점이라고 생각해요.

영화, 드라마, 연극, 예능까지 모두 섭렵했는데 더 이루고픈 꿈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제 일에 책임감을 갖고 임해왔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내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나이가 드니까 좀 어려운 게 있어요. 애매한 경계선에 있다고 해야 하나? 우리나라 문화에 나이 들어서 뭔가 하는 걸 안 좋게 보는 잣대가 있잖아요. 그래서 이게 열정인지 욕심인지, 자신감인지 자만심인지, 배려인지 나약함인지 계속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젊은 사람들한테 꼰대의 잔소리로 들리지 않을까 싶고, 모임에 가도 빨리 일어나야 할 것 같고 그래요. 그래서 요즘 나 자신에 대한 중심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연기적으로는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눈물 쏙 빼는 슬픈 영화를 한번 해보고 싶어요. 생각이 자꾸 바뀌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 작품이 하고 싶네요.

사진 이종호
제품협찬 더오픈프로덕트 랑방컬렉션 레지나표 레하 렉토 로우클래식 르이에 마이클마이클코어스 비비안웨스트우드 비올리나 오프화이트 이에르로르 잉크(현케이 1064스튜디오 3.1필립림 
헤어 예정 메이크업 이미영 스타일리스트 김미현



여성동아 2021년 6월 6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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