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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training tips

칭찬은 반려견을 ‘똑똑하게’ 만든다

서상원 반려견 트레이너

입력 2023.01.20 10:00:01

우리 집 반려견이 다른 개만 보면 짖는다. 목줄을 잡아 혼내자 잠시 조용해졌다. 그런데 이후에도 비슷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날로 사나워져 다른 개들에게 맹렬하게 달려들고 물기까지 한다. 목줄을 더욱 세게 채야 하는 걸까. 
반려동물은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언어를 이해해줘야 한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보호자가 반려동물의 언어를 이해해줘야 한다.

목줄을 잡아당기거나 몸을 밀치는 방법은 반려동물의 행동을 즉각적으로 억제한다. 즉, 목줄을 잡고 있는 보호자가 힘의 논리에 의해 교육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다. 지금도 이런 교육을 하는 사람이 많지만, 과거에는 대부분의 개가 이런 방식의 교육을 받았다. 당시 ‘개’는 필요에 따라 활용하는 목적견이었지 지금처럼 ‘가족’은 아니었다. 그래서 동물의 기본적인 권리인 동물권(인간과 같이 동물 역시 인권에 비견되는 생명권을 지니며 고통을 피하고 학대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지니고 있다는 개념)에 대한 인식이 보편화되지 않았다.

목적견은 용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거나 교육이 잘 안 되면 도태됐다. 당시엔 반려동물을 교육하는 과학적인 방법, 개의 본능과 배우는 방식, 동물권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일은 당연했다.

동물권 부각되며 사라지는 강압적 훈련

동물권이 보편화되며 강압적인 훈련 방식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동물권이 보편화되며 강압적인 훈련 방식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다.

한국에서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군견훈련소에서 군견 부적격견으로 판정된 개들은 안락사됐다. 2012년 규정이 바뀌어 지금은 민간에 무상 분양하고 있다. 동물권 선진국 독일은 헌법으로 동물권을 인정하고 있다. 목줄을 당기는 교육이 동물권을 저해한다고 판단해 동물보호법 개정을 통해 목줄을 당기는 행위를 금지시킨 것.

게다가 견사의 크기, 온도, 환기, 번식 등 사육 환경도 법으로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보호자는 반려동물을 정기적으로 산책시키고, 다른 개와 어울리는 시간도 갖게 해야 한다. 이 기준은 경찰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돼 경찰견의 직무가 중단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당시 독일 경찰대변인은 “목줄을 쓰지 않으면 경찰견을 생산할 수 없고, 임무도 수행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리와 사뭇 다른 풍경이 놀라울 따름이다. 우리나라도 미디어의 발달로 동물권을 중시하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물권을 얘기하기에 앞서 개는 어떤 방식으로 학습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개는 세상을 직관적으로 바라본다. 어린아이와 비슷해 아기를 교육하는 방식이 개를 교육하는 방식에 그대로 적용되기도 한다. 흔히 개들은 대다수의 동물이 그렇듯 ‘ABC 패러다임’에 따라 학습하고 행동한다고 알려져 있다. A는 선행요인(Antecedent), B는 특정 행동(Behavior), C는 결과(Consequences)를 말한다.

예를 들어 반려견이 보호자에게 간식을 달라고 요구하며 짖고 보호자를 올라타는 행동을 보여 결국 개껌을 줬다고 해보자. 여기서 선행요인은 간식에 대한 욕구, 특정 행동은 짖거나 올라타는 행동, 결과는 개껌을 준 것이다. 반려견은 짖으면 보호자가 개껌을 준다는 것을 학습하고 이런 행동을 반복한다.

만약 반려견이 집에서 무엇을 요구하며 짖는다면 보호자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ABC 패턴이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간식뿐만 아니라 관심과 쓰다듬는 행위만으로도 요구하는 행동은 강화된다. 자칫 보호자는 간식을 주거나 쓰다듬어 반려견을 달랬다고 여기겠지만, 반려견은 세상을 직관적으로 보기 때문에 짖는 것을 칭찬받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결과를 보상이 아닌 무시나 체벌로 바꿔보면 어떨까. 실제로 이런 교육방법이 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짖은 것이 잘못됐다는 것을 알고 조용해진 게 아니다. 반려견은 본능에 따라 간식을 먹고 싶다고 표현했는데, 체벌을 받으면 당황한다. 무시와 체벌이 반복되면 짖는 것이 잘못됐다고 학습하기보단 본능을 억제당해 무기력해지거나 더욱 심하게 짖거나 물 수 있다.

다른 반려견을 보고 짖었을 때 목줄을 당기는 행위도 비슷하다. 반려견이 처음 보는 개를 경계하는 것은 당연하다. 짖어서 경고하는 것도 본능이다. 보호자가 목줄을 당기면 과잉행동으로 번져 더욱 심하게 짖거나 달려드는 행위로 발전할 수 있다.

올바른 교육을 위해서는 전문가가 반려견의 상태를 살피고 보호자와 솔루션 과정을 함께하는 것이 최선이다. 전문가와의 훈련이 어렵다면 특정 행동을 불러일으키는 요인을 미리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다른 반려견과 마주치려고 하면 다른 길로 피해 가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 대신 잘한 행동을 찾아 칭찬하는 것도 좋다. 산책할 때 줄을 당기는 반려견이라면 옆에서 걷거나 보호자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칭찬하고 간식을 주는 것이다. 간식을 달라고 짖는 반려견이라면, 기다리다 보호자가 원하는 행동을 했을 때 간식을 주는 학습을 반복하면 된다. 반려견은 2가지 행동을 동시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대안 행동을 제시해 보호자가 원하지 않는 행동을 없앨 수 있다.

물론 보호자 혼자서는 잘 안 될 가능성이 높다. 습관화된 행동이 하루아침에 변화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많은 보호자가 처음에는 잘해보려고 노력하지만 결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면 체벌로 회귀하곤 한다. 그러곤 “긍정강화, 인도적인 반려견 교육이 허황되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인내심을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혼자서 교육을 진행하기 힘들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목줄을 당기거나 체벌하는 행동은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다. 동물권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방법인 것이다.

“말을 못 알아들으면 혼나야지”

여전히 한국에서는 ‘개가 상전이냐, 말을 못 알아들으면 혼나야지’라는 인식이 강하다. 향후 독일처럼 동물보호법이 개정되면 바뀌어야 할 인식이다. 반려동물은 인간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반려견보다 사람이 더 고등동물이니 반려동물의 언어를 이해해줘야 한다. 그것이 가족으로서 해야 할 행동이며, 반려견에게 보여줘야 할 리더십이다.

반려견에 대한 리더십이란 강한 통제가 아닌, 겁나고 무서운 상황을 먼저 알아채고 조치해주는 것이다. 잘한 것은 칭찬하고 새로운 것에 적응해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부디 과거의 잔재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대로 발을 들여놓을 수 있는 현명한 보호자가 되길 바란다.

#반려견교육 #강아지짖음 #동물권 #여성동아


서상원
현) 더 나은 반려견교육상담소 운영
미국 전문 반려견트레이너 협회(APDT) Professional Member
미국켄넬클럽(AKC) Canine Good Citizen Evaluator
FearFree Animal Trainer Certified Professional
Karen Pryor Academy Puppy Start Right For Instructor
(사) 한국애견협회 반려견지도사 자격

사진 게티이미지 



여성동아 2023년 1월 7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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