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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돌아온 ‘돼지의 왕’부터 새로운 ‘먹방’까지 4월의 OTT

글 문영훈 기자

2022. 04. 02

‘O!리지널’은 OTT 플랫폼 오리지널 콘텐츠 및 익스클루시브 콘텐츠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범람하는 콘텐츠 세상 속 등대까진 못 돼도 놓치고 갈 만한 작품을 비추는 촛불이 되길 바랍니다.

직장인의 꿈 실현된다면
‘세브란스: 단절’

일과 삶의 조화를 뜻하는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현대인의 철칙처럼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조화 대신 분리는 어떨까. 회사에서는 가족·친구·연인 관계에서 생기는 고민을 떠올리지 않고, 회사 밖에서는 업무와 관련된 어떠한 상념도 하지 않는 삶. 모든 직장인의 꿈처럼 보이는 ‘워크 라이프 분리’가 애플TV+ 신작 ‘세브란스: 단절’에서 구현됐다.

이 시리즈는 회사 안과 밖의 기억을 단절시키는 기술을 개발한 IT 기업 ‘루먼 인더스트리’가 배경이다. 이 회사 직원 중 일부는 업무 공간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를 경계로 자아를 분리시키는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이곳에 새로운 직원 헬리가 합류한 뒤 미스터리한 사건이 발생한다. 루먼 인더스트리는 워라밸을 이상적으로 구현하는 것 같지만 직원들은 어쩐지 나사 빠진 로봇처럼 퀭해 보인다. 회사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은, 회사 내 부조리가 세상에 알려질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시리즈의 공기를 좌우하는 것은 세심하게 설계된 미장센이다. 루먼 인더스트리의 공간은 이 회사가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을 보여주듯 미니멀한 구조와 원색의 색감으로 이뤄졌다. 인물들이 거주하는 회사 밖 공간은 눈 쌓인 겨울 마을인데, 가지만 남은 앙상한 나무들이 주인공 내면의 황량함을 대변한다.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의 감독이자 주연 배우인 벤 스틸러가 메가폰을 잡았다. 주연 마크 역할은 애덤 스콧이 맡았다. 2014년 영화 ‘보이후드’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패트리샤 아퀘트가 마크의 상사로 출연해 극에 긴장감을 부여한다. 애플TV+ 구독자가 적은 한국에서는 반응이 미지근한 편이지만 해외에서는 전문가 호평이 이어졌다. 총 6화가 공개된 3월 12일 기준으로 로튼 토마토 비평가 신선도 지수 97%(100% 만점)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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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만고만해 보였던 ‘먹방’의 변주
‘조인 마이 테이블’

‘먹방(먹는 방송)’의 인기는 계속된다. 개인 인터넷 방송에서 화제를 모으기 시작한 먹방은 방송국에서 여행·관찰 카메라 콘텐츠와 결합하며 수년간 인기를 누려왔다. 왓챠 오리지널 콘텐츠 ‘조인 마이 테이블’ 역시 먹방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다. ‘더 다양한 세상을 꿈꾸는 한 끼의 대화’라는 포스터 카피에서 알 수 있듯 다양성이라는 주제를 한 스푼 얹었다.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는 이민자들이 음식 정보가 담긴 가이드북과 함께 자신의 사연을 방송국에 보낸다. 박상영 작가와 이금희 아나운서가 그들의 초대에 응해 함께 여행하고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눈다. 프로그램 콘셉트 덕분에 그간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지 않았던 장소가 부각된다. 인도네시아 출신 은행원은 경기도 안산으로 시청자를 초대하고, 2018년 반군의 위협을 피해 제주도에 정착한 한 청년은 그 지역에 최초로 생긴 아랍 전통 레스토랑을 소개한다. 인도네시아의 나시고렝, 예맨의 파흐싸 등 이민자와 함께 한국에 건너온 각국 음식이 수려한 카메라 움직임에 담기는데, 소위 ‘화면발’로 주목받았던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2’ 제작진이 합류한 덕에 보는 재미가 있다.

한때 사제지간이었음을 밝힌 이금희 아나운서와 박상영 작가의 케미가 프로그램의 재미를 담당한다.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마당’을 오래 진행한 이 아나운서는 사연을 보낸 이들의 목소리에 사려 깊게 반응하고, 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등에서 특유의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던 박 작가는 소설가의 ‘말발’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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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한국기행’, KBS ‘한국인의 밥상’ tvN ‘스트리트 푸드 파이터’

‘부산행’ ‘지옥’ 연상호 유니버스의 기원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은 확고한 자기 세계를 구축해왔다. 그의 이름이 대중에게 각인되기 시작한 건 2011년,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이 개봉하면서다. 이 영화는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 3관왕에 오르고 제65회 칸영화제 감독 주간에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 최초로 소개되기도 했다.

이후 연 감독이 만들어온 ‘연니버스(연상호 유니버스)’는 두 축을 이룬다. ‘서울역’ ‘부산행’ ‘반도’로 이어지는 K좀비 아포칼립스와 ‘염력’ ‘지옥’으로 대표되는 사회고발성 작품 세계다. 굳이 분류하자면 ‘돼지의 왕’은 후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중학생 사이의 위계질서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학교 폭력 문제를 다뤘다.
연니버스의 기원을 볼 수 있는 ‘돼지의 왕’이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돌아왔다. 동명의 애니메이션이 주인공의 중학생 시절 회상에 초점을 둔다면, 이를 리메이크한 드라마는 현재 시점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에 포커스를 맞춘 범죄 스릴러 성격이 더 강하다. 주요 인물 가운데 하나인 종석의 직업이 대필 작가에서 형사로 바뀌었다. 종석 역할은 ‘범죄도시’ ‘킹덤’ 등으로 이름을 알린 김성규 배우가, 20년 전 학교 폭력의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경민 역은 김동욱 배우가 맡았다.

연니버스 팬이라면 이 작품과 함께 4월 공개를 앞둔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괴이’에도 주목해보자. 연 감독이 시나리오에 참여한 이 작품은 초자연 스릴러 장르를 표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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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지옥’, 영화 ‘돼지의 왕’

팝아트 거장의 사생활
‘앤디 워홀 일기’

수많은 별이 뜨고 지는 미술계에서 사후에도 가장 큰 영향력을 떨치고 있는 작가는 앤디 워홀 아닐까. ‘캠벨 수프 캔’ ‘마릴린 먼로’ 등으로 대표되는 실크 스크린 작품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그의 사생활에 대해 자세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기계’가 되고 싶다고 수차례 말하기도 했던 그의 마음속은 활동 당시에도 비밀에 부쳐졌다. 대신 앤디 워홀은 그의 일상과 감정을 동료 팻 헤켓에게 털어놓고 기록하게 했다. 앤디 워홀이 담낭 수술 후 합병증으로 유명을 달리하고 2년이 지난 뒤, 헤켓은 2만 장에 달하는 그의 일기 내용을 골라 ‘앤디 워홀 일기’라는 책으로 출간한다.

이 책에 기반을 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 ‘앤디 워홀 일기’에는 인공지능(AI) 기술로 재현한 앤디 워홀 목소리 내레이션이 등장한다. 여기에 영상 자료, 함께 했던 이들의 인터뷰, 당시 상황을 재현한 동영상 등이 엮여 있다.

전무후무한 예술가의 내밀한 일기를 다룬 이 다큐멘터리는 그의 연인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총 6개 중 3개의 에피소드 제목은 각각 앤디 워홀과 함께한 3명의 남자가 차지한다. 그의 작업 공간 ‘팩토리’에서 조수로 일을 시작했던 제드 존슨, 유명 영화사 파라마운트 임원 존 굴드, 그라피티 아티스트 장미셸 바스키아 등이다. 이들과 만나고 헤어지면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 앤디 워홀의 작품 세계가 변모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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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팩토리 걸’ 넷플릭스 인물 다큐멘터리 시리즈

#O!리지널 #앤디워홀 #돼지의왕 #여성동아

사진제공 넷플릭스 애플TV+ 왓챠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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