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IFE STYLE

column

한숨 푹 자고 일어난 듯 치과 치료받는 법?

치과 의사 김경혜

2022. 07. 11

치과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치과보철과 전문의인 필자조차 치과 치료를 받을 때면 저절로 두 손이 모이고 기도가 나온다. 하물며 일반인은 어떨까. 주위를 보면 정기검진 시기마다 꼬박꼬박 내원해 스케일링을 받고 개운해하는 모범적인 환자도 있다. 하지만 충치가 많이 진행돼도 치과에 가지 않고 버티는 분 또한 적잖다. 친절한 의료진이 있고 인테리어가 멋져도 치과 문을 두드리는 데는 대단한 결심과 용기가 필요한 것이다.

문제는 치과 가기를 꺼리는 태도가 입속 건강 악화의 지름길이라는 점이다. 충치를 일으키는 건 세균이다. 충치를 방치하면 세균이 입속에서 다른 치아로 옮겨간다. 충치가 입안 곳곳으로 퍼진다는 의미다. 그로 인해 다발성 충치가 발생하면 치료할 치아 개수가 늘고, 치료 시간도 길어질 수밖에 없다. 필자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일이다.

치과 가는 게 무서워 병을 키우는 분들에게 치과 치료를 좀 더 쉽고 빠르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다. 의식하진정요법, 흔히 말하는 수면치과치료 방법이다. ‘수면’이라는 단어 때문에 이 치료법을 전신마취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분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이 치료는 환자가 의사의 가벼운 질문에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진행된다.

종종 “아예 푹 재워주세요” 하는 환자분도 있다. 하지만 필자 생각에 수면내시경을 받을 때처럼 아예 의식을 잃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치과 치료를 하는 동안은 입에 계속 물이 들어간다. 물 일부가 기도로 들어가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때 의식이 없으면 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반사작용이 느리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환자가 어느 정도 의식을 가진 상태에서 치료받는 편이 낫다.

잠에 깊이 빠지지 않는다 해도 의식하진정요법을 받으면 환자가 느끼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일반 치료 때보다 크게 줄어든다. 그 과정에서 치과 공포증이 개선되기도 한다. 필자는 한 차례 의식하진정요법을 받은 뒤 마음이 편안해져 “두 번째 치료부터는 맨정신으로 할 수 있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을 종종 본다. 그런 경우가 생길 때마다 치과 공포증을 해결해드린 것 같아 뿌듯함을 느낀다.



치과 공포증을 가진 환자가 아니라도 치과 치료 시 구토반사가 심하게 나타나는 분, 턱관절에 문제가 있어 오랜 시간 입을 벌리고 있기 힘든 분 등은 의식하진정요법을 사용하면 치료에 도움이 된다. 어린이 역시 이 방법을 통해 트라우마 없이 치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소아 환자는 ‘일산화 이질소(웃음가스)’라고 하는 가스를 이용하거나 시럽 형태의 마취제로 진정시키는데, 이 과정에서 아이의 머리가 나빠지거나 부작용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님이 계신다. 이때는 모두 가벼운 마취이므로 그로 인한 부작용은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드린다.

의식하진정요법을 통해 치과 치료를 받을 경우 시술 전후 주의할 사항은 다음과 같다.

1. 음식물 역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치료 전 6시간 동안 금식하는 게 좋다.
2. 내원할 때 보호자를 동반하고 치료 당일에는 운전, 기계 조작 등 복잡한 활동은 피하는 게 좋다.
3. 산소포화도 측정을 해야 하니 검지 손톱에 두꺼운 네일아트는 하지 않고 내원하는 게 좋다.

치과 치료에 대한 공포를 가진 분들이 현대 기술의 도움을 받아 좀 더 개운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치과를 방문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의식하진정요법 #수면치과치료 #여성동아

치과 의사 김경혜의 예쁜 치아 이야기


13년 경력의 보건복지부 인증 치과보철과 전문의로 서울시 중구 명동에서 ‘한번에 치과’를 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과와 서울대 치의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한양대병원 치과보철과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수료했다. 한양대병원 치과 외래교수, 대한치과임플란트학회 정회원, 대한치과보철학회 정회원 및 인정의, 대한심미치과학회 정회원 및 인정의 펠로를 역임했다.



사진 게티이미지 



  • 추천 0
  • 댓글 0
  • 목차
  • 공유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