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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tyle travel

여행 마니아들의 여름 휴가 계획

이나래 프리랜서 기자

입력 2022.06.15 10:30:01

뉴욕의 모닝 라테, 발리의 해 질 녘, 오사카의 먹거리, 그리고 제주의 푸른 밤….꿈에 그리던 자유 여행이 현실로 이루어질 시점, 누구보다 여행에 진심인 사람들에게 올여름 휴가 계획을 물었다.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뉴스가 들려올 때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피드에 오랫동안 보지 못한 광경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2년간 계획만 세우던 미식 여행을 마침내 떠났다는 셰프, 미뤄둔 바잉을 위해 북유럽 투어에 나선 빈티지 인테리어 숍 대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한 번도 만나지 못한 해외 가족들을 보러 부랴부랴 비행기에 오른 친구까지. 먼 나라 이야기인 듯 느껴지던 여행이 다시 코앞으로 다가온 것!

정신을 차리고 보니 여행 커뮤니티에는 항공권을 예매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면세점과 여행업계엔 기대감이 넘쳐나고 있다. 열흘 굶은 사람이 빵을 바라보듯 모두 여행을 욕망하는 이때, 누구보다 여행에 진심인 이들에게 올여름 휴가 계획을 물었다. 미루고 미루다 간절함이 폭발할 때쯤 떠나는 장소이니, 그야말로 ‘인생 여행지’ 아닐까. 놀랍게도 여성동아 취재에 응한 여행 마니아 절반은 국내 여행을 택했다. 휴양과 미식, 예술과 액티비티를 넘나드는 이들의 워너비 여행 리스트를 소개한다.

마음의 소리가 점지해준 여행지, 태국 방콕 시티 투어
by 신예희 여행작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기승을 부리던 2월, 신간 코너에 등장한 책 한 권이 많은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렇게 오랫동안 못 갈 줄 몰랐습니다’. 제목만 봐도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여행 마니아의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가. 이 책의 저자 신예희 작가는 올봄 한국과 태국의 방역 규정이 완화되자마자 방콕행 비행기표를 끊었다.

“코로나19로 몇 년간 외국 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제 마음의 소리에 집중하게 됐어요. ‘이대로 영영 여행과 이별이라면, 어느 곳이 가장 그리울까?’ 답은 방콕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짧거나 조금 긴 여행을 한 도시인데, 늘 새롭거든요. 방콕은 여행 인프라 수준이 무척 높고, 음식이 기막히게 맛있습니다. 예산과 취향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여행을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이번엔 혼자서 한 달 정도 머물 예정이에요. 여성동아 6월호가 나올 무렵엔 이미 신나게 여행 중일 겁니다! 사실 5, 6월은 방콕을 여행하기 좋은 시기는 아닙니다. 우기에 접어들어 아주 덥고 매일 비가 많이 오거든요. 하지만 올해는 속된 말로 ‘눈에 뵈는 게’ 없어요. 비를 피해 시원한 실내에서 시간을 많이 보낼 생각입니다.”

신예희 작가는 여행을 떠나면 타인과 대화를 나누는 대신 자신이 마주치는 순간순간에 집중하는 스타일이라고 한다. 이번엔 전자책 단말기를 챙겨가 그간 못 읽었던 책을 잔뜩 읽고 올 생각이라고.



신예희 작가 추천 방콕 여행 TIP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어서스 라운지’에서 애프터눈 티 즐기기. 짜오프라야강을 바라보며 여유를 만끽한 후 호텔에서 운영하는 셔틀 보트를 타고 강 위를 둥둥 떠다닌다면 금상첨화일 듯.

오랜만에 만날 반가운 사람들, 일본 후쿠오카 출장 여행
by 정빛나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 ‘여가생활’ 대표

일본에서 티·푸드·패브릭·테이블웨어 등을 수입해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 편집 숍 ‘여가생활’ 정빛나 대표는 요즘 후쿠오카 여행 준비에 한창이다. 구매 아이템을 선별하고, 생산자를 찾아 히스토리를 파악한 후 국내에 들여오는 게 그의 업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에는 일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정 대표는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서 그립던 이들을 찾아가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날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 시작했다”고 했다.

“‘여가생활’은 규슈와 후쿠오카 지역에서 시작한 브랜드라 특히 이 지역이 많이 그리웠어요. 오랜만에 거래처를 둘러보고 새로운 에너지와 아이디어를 얻고 싶어요. 이번 여행에서는 특히 녹차를 중점적으로 둘러보려고 해요. 후쿠오카를 기반으로 성장한 유명 티 브랜드들을 찾아가 티 마스터가 정성껏 준비한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들어볼 생각입니다. 또 티 브랜드가 기획한 카페나 바 공간도 방문할 계획인데, 가장 기대가 되는 곳은 오호리 공원에 있는 ‘오호리 테라스’예요. 후쿠오카의 명물 녹차인 야메차에 타와와 쌀과자를 곁들여 맛있는 시간을 보낼 것 같아요.”

출장을 겸한 여행이라 낮에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겠지만, 저녁 시간만큼은 휴식에 집중할 계획. 온천에 몸을 담그거나, 잔잔한 음악이 있는 바에서 호젓하게 맥주를 마시며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시간이야말로 일본 여행의 백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란다.

정빛나 대표 추천 후쿠오카 여행 TIP
일본 백화점 지하 식품 코너는 맛있는 음식이 많기로 유명하다. 정 대표는 후쿠오카 여행 마지막 날엔 꼭 한큐백화점을 방문해 명란이 들어간 타카나(갓절임)를 구입한다고. 근처 후쿠시마 과자점에서 달콤한 카스텔라까지 구매하면 가족과 친지에게 여행의 맛을 공유할 준비도 끝난다.

심미안을 공유하는 지인들과의 여행, 제주 아트 투어
by 모모킴 아티스트

디지털 페인팅과 클래식 페인팅을 넘나들면서 일상을 로맨틱한 시선으로 재해석하는 아티스트 모모킴. 그는 조만간 예술을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 제주도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일 때라면 꿈도 꾸지 못했을 단체 여행이다.

“몇 개월 전부터 예술과 교양을 탐구하는 수업을 듣고 있어요. 6월에 일정이 끝나는데 마침 휴가 시즌이라 수강생 다 같이 제주도에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죠. 제주에는 제주도립미술관을 비롯해 왈종미술관, 포도뮤지엄, 아라리오뮤지엄 등 예술 공간이 많아요. 좋은 사람들과 함께 미술관·박물관을 둘러보고 관련된 얘기를 나누면 즐겁고 뜻깊은 시간이 될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며 예술적인 영감을 충전해 창작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마음도 갖고 있습니다.”

제주가 가진 천혜의 자연환경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곳곳에 위치한 문화시설과 미식·라이프스타일 핫 플레이스까지 더하면 아티스트도 영감을 얻는 최고의 여행지가 될 게 분명하다.

모모킴 아티스트 추천 제주 여행 TIP
하루 일정을 마무리한 뒤 좋아하는 와인 바 바코(@bacco_jeju)에 방문해 근사한 식사를 즐길 계획. 이 와인 바는 이효리·이상순 부부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도 종종 등장한다.

남도의 맛 즐기는 식도락 여행, 광주시 미식 투어
by 장은실 ‘맛있는책방’ 편집장

집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인스타그램 피드에 ‘솥밥’ ‘프라이팬밥’이 자주 등장했다. 요리책 전문 출판사 ‘맛있는 책방’의 장은실 편집장은 이 트렌드를 주도한 인물. 그는 미식 생활자를 위한 플랫폼 ‘METIZEN’을 운영하며 요리 콘텐츠를 기획하고 저자 발굴도 한다. 장 편집자에게 미식은 일이자 생활, 즐거움의 총체인 셈. 그는 올여름 ‘미식의 고장’ 광주광역시를 찾아 새로운 맛을 탐험할 계획 이라고 했다.

“외가가 있던 광주는 제게 제2의 고향이에요. 광주에서는 길을 걷다 아무 음식점에나 들어가도 맛있는 음식이 넘쳐나죠. 음식과 술을 곁들인 ‘먹방 여행’을 할 때 힐링을 느끼는 제겐 최고의 여행지예요. 올여름엔 오랜 시간 광주 시민에게 사랑받아온 도청 근처 구도심 대신 봉선동을 비롯한 신도심에서 새로 등장한 맛집을 발굴해보고 싶어요. 특히 새벽까지 여는 광주의 포장마차 투어를 해볼 생각입니다. 바나나가 포함된 과일 플레이트가 기본 안주로 등장할 만큼 인심 넉넉하고 손맛 좋은 곳에서 맛깔난 안주에 소주 한잔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즐겁네요.”

장은실 편집장 추천 광주 여행 TIP
너무 달지도, 드라이하지도 않으며 청량감이 매력적인 ‘무등산 막걸리’는 오직 광주에서만 맛볼 수 있다. 절대 놓치지 말 것! 보랭 백을 챙겨가면 돌아올 때 몇 병 구입해 서울에서도 그 맛을 즐길 수 있겠다.

지속 가능한 여행을 꿈꾸며 떠나는 국내 백패킹
by 박선하 ‘백패커스 플래닛’ 대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캠핑 플랫폼 ‘백패커스 플래닛’을 꾸려가는 박선하 대표. 그는 기존 캠핑 플랫폼에서 찾을 수 없는 공간을 발굴해 소개하되, 지속 가능한 환경 유지를 강조하는 ‘자연 친화적 캠핑’을 추구한다. 박 대표가 백패킹이나 캠핑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깨달은 사실은 의외로 많은 사람이 흥청망청 놀 때보다 주변에 기여하고 자신을 되돌아볼 만한 일을 할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 그 또한 캠핑을 통해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질 때 만족을 느낀다고 한다.

“올해 휴가 목표는 단절과 리프레시예요. 스타트업을 운영하며 온갖 정보에 기민하게 반응하다 보면 피로가 쌓이거든요. 아예 무인도처럼 인적 드문 섬에 들어가 며칠간 재충전하는 시간을 보내려 해요. 첫 번째로 생각하는 후보지는 충남 보령시 오천면의 ‘황도’예요. 2년 전 방문했을 때 거의 우주에 도착한 듯한 느낌을 받은 장소거든요. 접안 시설이 없고 핸드폰도 섬 일부에서만 터져 정말 무인도 같아요. 그 섬에 있는 바다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멋진 언덕에서 신선한 아침 공기를 느끼며 명상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배편이 없어 내부인과 연락해야 갈 수 있다는 점이에요. 황도에 가는 게 어려워지면 울릉도나 경북 영덕 ‘블루로드’를 혼자 여행하면서 내 마음과 생각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박선하 대표 추천 국내 여행 TIP
캠핑 음식으로 밀키트를 싸가면 쓰레기가 많이 생긴다. 그보다는 지역 맛집 대표 메뉴를 포장해가서 먹는 편이 캠핑의 맛을 업그레이드한다는 사실. 지역 주민도 쓰레기만 남기는 방문객보다 마을 경제에 도움이 되는 소비자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것이 인지상정, 캠핑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효과적일 듯하다.

Editor’s Pick
잊었던 낭만을 찾아 떠나는 여행,
뉴욕 영화 & 재즈 투어
여행 마니아 5명의 휴가 계획을 들으며 에디터도 생각해봤다. 나는 올여름 어디를 갈 것인가. 답은 분명했다. 뉴욕으로 떠나자!

돌아보면 이 생각을 한 건 2020년 여름부터다. 집과 일터를 오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던 그 시절, 우연히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본 것이 시작이었다. 이후 오랫동안 ‘저 아름다운 도시에 나는 대체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뇌리에 박혀 괴로웠다. 드디어 그곳으로 떠날 수 있게 된 지금, 무엇을 망설일 것인가.


5년 전 뉴욕에 갔을 때는 별다른 일정 없이 그저 걷기만 해도 좋았다. 그때만 해도 아직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던 카페 ‘블루보틀’이나 공유 사무실 ‘위워크’ 간판이 걸려 있는 거리를 누비며 새로운 걸 눈에 넣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번에는 여행 테마를 좀 바꿔볼 생각이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수없이 돌려본 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따라 걸어볼 계획. 주인공 개츠비(티모시 샬라메)가 방문한 뉴욕현대미술관(MoMA), 그가 길을 걷다 우연히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잡게 되는 그리니치 빌리지, 그리고 역시 개츠비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어퍼이스트의 ‘베멜만스 바’ 등에 들러봐야지. 물론 티모시 샬라메는 그곳에 없겠지만 말이다.


한 가지 더. ‘미쉐린 가이드’ 공식 홈페이지에서 조회할 수 있는 뉴욕 소재 레스토랑은 무려 477곳에 달한다. 미식의 최전선인 도시에서 식도락을 빠트릴 수는 없는 일. 이번에 뉴욕 가면 100달러 선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는 미슐랭 2~3스타의 점심 3코스를 먹고 올 생각이다.

#휴가계획 #해외여행추천 #국내여행추천 #여성동아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모모킴 박선하 신예희 이나래 장은실 정빛나



여성동아 2022년 6월 7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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