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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안 준 아버지, 자녀 사망 시 상속받을 수 있을까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이재만

2020. 10. 06

지난해 사망한 구하라 오빠 구호인 씨가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부양 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모나 자식을 상대로 재산상속을 막는 구하라법은 20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지난해 사망한 구하라 오빠 구호인 씨가 ‘구하라법’ 통과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부양 의무를 다하지 못한 부모나 자식을 상대로 재산상속을 막는 구하라법은 20대 국회에서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하고 폐기됐다.

Q 어려운 환경에서도 착실하게 노력해 자수성가한 동생이 얼마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장례가 끝나자마자 30년 전 연락이 끊긴 아버지가 찾아와 재산상속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외도로 어머니와 이혼한 후 양육비를 한 푼도 주지 않은 채 가족을 버리다시피 했습니다. 동생이 피땀 흘려 모은 재산과 보험금을 얼굴 한번 제대로 보지 못한 아버지와 나누기에는 너무 억울합니다. 아버지를 상속에서 제외할 방법이 없을지 알고 싶습니다.

A 동생(피상속인)이 사망 전 특별히 유언장을 작성한 사실이 없는 이상 상속인과 상속 비율은 민법에 따라 정해집니다. 1순위 자녀, 2순위 부모, 3순위 형제자매, 4순위 삼촌이나 이모와 같은 4촌 이내의 방계혈족 순서입니다. 이때 선순위가 1명이라도 존재할 경우 후순위는 아예 상속인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동순위 상속인들이 여러 명일 경우 상속 비율은 균등합니다. 해당 사안의 경우 동생에게 자녀나 법률상 배우자가 없다면 2순위인 아버지와 어머니가 공동상속인이 되고, 각각 1/2의 상속 지분을 갖게 됩니다. 

한편 민법은 피상속인의 재산을 상속받을 수 없는 ‘상속 결격자’도 규정하고 있습니다.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사망한 자), 그 배우자 또는 상속의 선순위나 동순위에 있는 자를 살해하거나 살해하려 한 자 △고의로 직계존속, 피상속인과 그 배우자에게 상해를 가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 또는 유언의 철회를 방해한 자 △사기 또는 강박으로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을 하게 한 자 △피상속인의 상속에 관한 유언서를 위조, 변조, 파기 또는 은닉한 자 등은 상속인이 될 수 없습니다. 

이에 자녀에 대한 양육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모를 상속 결격 사유로 정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부양의무 이행과 상속은 서로 대응하는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부양하지 않았다고 상속인 지위를 박탈당하는 것도 아니고, 법정상속인이 아닌 사람이 부양했다고 해서 상속인이 되는 것도 아니다”라며 “부모가 자녀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해도 피상속인에 대한 살인 또는 상해치사 등과 같은 수준의 윤리적·경제적 협동 관계를 파괴하는 중대 범법 행위 또는 유언의 자유를 침해하는 부정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하였습니다(헌법재판소 2018. 2. 22. 선고 2017헌바59결정). 결국 현행법상 부모가 자녀에 대한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상속인 지위에서 제외할 수 없습니다. 


자녀 사망 후에도 양육비 청구할 수 있어

다만 이와 별개로 부모 중 일방은 상대방에게 과거의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 법원은 이혼 당시 혹은 그 이후에 자녀 양육비에 관하여 구체적인 합의를 하지 않았다면 과거 양육비청구권은 추상적 청구권에 불과하여 일반 채권과 달리 소멸 시효도 진행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이러한 판례의 태도에 따르면 부모님이 이혼 당시 혹은 그 이후에 자녀 양육비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합의한 적이 없었다면 이혼한 지 10년이 지났어도, 또는 동생이 성인이 된 지 10년이 지났어도 어머니는 남편인 아버지를 상대로 과거 양육비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족을 버리고 자녀 양육 책임을 다하지 않은 아버지는 현행법상 상속인 지위가 인정되어 동생의 상속재산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나, 그와 동시에 자녀에 대한 과거 양육비를 지급하는 의무도 부담해야 합니다.



이재만 변호사의 알쓸잡법Q&A


법무법인 청파 대표 변호사.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서울시 정신건강홍보대사, 연탄은행 이사 등으로 활동하며 법률 지식을 쉽게 전달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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