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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heroes

코로나19와 싸우는 우리 곁의 슈퍼히어로

EDITOR 김가영

2020. 03. 24

지난 한 달 우리는 고통 속에서도 날마다 감동적인 순간과 마주했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웃을 위해 기꺼이 헌신하고 아낌없이 도움을 주는 모습은 그 어떤 말로도 형언할 수 없는 인간애 그 자체였다. 여기 그 기록을 담는다.

지난 2월 중순,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온 나라가 비상 체제에 돌입했다. 확산의 기점이 된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하 신천지) 대규모 예배 지역인 대구를 시작으로 경북, 충청, 경기, 서울 등 어느 지역 하나 안심할 곳이 못 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확진자 및 사망자가 발생한 대구는 환자 수에 비해 병상 및 의료진 모두 태부족이었다. 그 어느 때보다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때, 온 국민이 똘똘 뭉쳤다.


대구의료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의료원을 찾은 시민들이 진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가장 바빠진 곳 중 하나는 전국의 보건소다. 2월 7일부로 의심 환자는 내외국인 관계없이 무료 진단검사가 가능해지면서 전국 보건소 선별진료소(1백24곳)를 찾는 이들의 발길이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하루 수백 명의 확진자가 쏟아진 대구 지역 보건소의 경우, 일손 부족으로 업무 과부하가 심각해져 의료진의 건강 상태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부산 지역 보건소 인력이 대구 지역 보건소 선별진료소로 의료 봉사를 나서는 등 지역 간의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또 경기도 오산시의 한 선별진료소에서는 최고령 관리의사 윤용(74) 씨가 모친의 타계 소식을 접하고도 진료를 계속하다 오후 4시가 돼서야 빈소를 찾은 일이 알려져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윤 씨는 모친을 여읜 슬픔 속에서도 ‘2일 가족장’으로 장례 절차를 간소화한 뒤 곧바로 출근했다. 

보건소 의료진의 희생은 이뿐만이 아니다. 대구 지역의 경우 하루에 수백 명, 많을 때는 수천 명씩 검사하다 보니 코로나19에 노출될 위험성도 컸다. 타지에서 파견돼 대구 남구 보건소에서 코로나19 검체 채취를 담당하던 간호사가 확진 판정을 받았고, 일부 의료진도 확진 판정을 받아 다른 의료 기관으로 옮겨졌다. 함께 근무한 의료진도 자가 격리에 들어가 의료 공백이 생기면 다른 지역 의료진이 급파돼 인력을 대체하는 식으로 업무를 이어갔다. 특히 신천지 대구교회가 있는 남구 보건소의 경우, 신천지 교인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검체 채취를 해야 해 업무량이 많았다. 

한편 국방부는 국군대전병원 및 국군대구병원을 ‘국가 감염병 전담 병원’으로 지정, 민간 확진자를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구·경북 환자는 국군병원으로, 군 의료진은 대구로”를 강조하며 군 차원의 빈틈없는 지원을 당부했다. 이와 관련, 국방부와 보건복지부는 올해 새로 임용되는 공중보건의 약 7백50명을 조기 임용해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의료 기관에 배치하기로 했다. 원칙적으로 공중보건의는 임용 전 4주간의 군사교육을 거쳐야 하지만,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을 감안해 사전 군사교육 없이 현장에 긴급히 투입된다. 군의관 후보생 6백80여 명 중 대구 현장 등에서 활동 중이거나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인원의 군사교육 소집도 기존 3월에서 4월로 연기했다. 

지난 3월 1일 임관한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간호장교 75명도 대구로 파견됐다. 이들은 임관식을 마친 뒤 곧바로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졸업을 앞둔 해군사관생도들이 성금을 전달하는 일도 있었다. 통합동기회장 4학년 박귀현 생도는 “60기 간호장교 선배들이 방호복을 착용하고 현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며 “방호복 안에 입을 수 있는 티셔츠가 필요하다고 해서 성금의 일부로 티셔츠를 구매해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졸업반 윤승희 소위는 “동기들이 국가의 부름을 받고 코로나19 현장으로 가는 모습을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다”면서 “우리도 임관 후 대한민국의 바다를 빈틈없이 수호하겠다”고 전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 실천한
의사·간호사·구급대원…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75명은 3월 1일 임관과 동시에 대구 코로나19 대응 현장에 투입됐다.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75명은 3월 1일 임관과 동시에 대구 코로나19 대응 현장에 투입됐다.

‘사랑하는 의사 동료 여러분! 지금 당장 선별진료소로, 격리병동으로 달려와 주십시오. 단 한 푼의 대가, 한마디의 칭찬도 바라지 말고 피와 땀과 눈물로 시민들을 구합시다. 우리 대구를 구합시다.’ 

지난 2월 25일 이성구 대구광역시 의사회장은 대구의사회에 가입된 5천7백여 명의 회원에게 ‘동료 여러분들의 궐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보냈다. 그는 호소문에서 “우리 대구의 형제자매들은 공포와 불안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의사들만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다”며 “의료 인력이 턱없이 모자라 신속한 진단이 어렵고 확진 환자들조차 병실이 없어 입원 치료 대신 자가 격리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바로 선별진료소로, 대구의료원으로, 격리병원으로 그리고 응급실로 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뜨거운 호소는 전국 의료진들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이튿날 전국 각지에서 2백50여 명의 의사가 동참 의사를 밝혀왔다. 일부는 당일 바로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 등에 투입됐다. 

대구로 내려가진 못했지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의료진도 많다. 오후 6시, 병원 문을 닫고 집 대신 인근 보건소로 향하는 동네 병원 의사들이다. 서대원 서울 송파구 의사회장은 “동료인 보건소 의사들의 피로감이 누적된 상태에서 저희들이 동참 안 할 수 없다”며 12명의 동료 개원의와 함께 보건소 의료 지원에 동참했다. 

의사 자격증이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부인 김미경 교수도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찾아 15일간 봉사 활동을 했다. 안 대표는 “4·15 총선이 끝나면 다시 대구에 와서 중단한 의료 봉사를 계속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대구·경북 지역 긴급 지원을 위해 구급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대구·경북 지역 긴급 지원을 위해 구급차들이 줄지어 서 있다.

이외에도 수많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병·의원 행정직 직원들이 의료 봉사를 위해 대구행을 자청했다. 이 중에는 36년간 간호사로 근무하다 안식년을 갖던 중 현장으로 뛰어나온 김미래 씨,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중환자실 간호사로 근무하다 퇴직한 김현아 씨 등도 있다. 김미래 씨는 “‘나이팅게일’로 불리는 간호사로서 국가적 위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책임의식이 있다”며 “직업적 소명에 대한 부응이라 생각하고 최선을 다한다면 (코로나19 사태를) 잘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이는 이들 중 구급대원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이들은 그 누구보다 감염 노출의 위험이 크다. 코로나19 환자로 의심받는 것이 두려워 이송 전 증상을 숨기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자가 격리 중인 소방관 중에는 구급대원의 수가 가장 많다. 이들은 환자 이송 외에도 하루 최소 4벌 이상 방호복을 갈아입으며 구급차를 소독하는 등 현장의 고된 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작지만 감동은 두 배’
시민들 크고 작은 손길 이어져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스크를 기부한 이순업 할머니와 임야를 기부한 김병록 할아버지, 충북 괴산 익명 기부자의 1백만원 성금(왼쪽). 1 사할린 동포가 경남 김해 행정복지센터에 보낸 손 편지. 2 자원봉사자 김미래 간호사에게 가족이 보낸 응원 메시지.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마스크를 기부한 이순업 할머니와 임야를 기부한 김병록 할아버지, 충북 괴산 익명 기부자의 1백만원 성금(왼쪽). 1 사할린 동포가 경남 김해 행정복지센터에 보낸 손 편지. 2 자원봉사자 김미래 간호사에게 가족이 보낸 응원 메시지.

우리 주변에서도 온기가 감도는 사연들이 꾸준히 들려온다. 나보다 더 어려운 이들을 위해 역시 어렵고 힘들지만 선뜻 도움의 손길을 건넨 이들의 이야기다. 동네 골목시장의 젊은 자영업자부터 기초생활 지원금을 받고 사는 고령의 어르신까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이들이 줄을 이었다. 

부산에서는 기초생활수급자인 이순업(83) 할머니가 인근 행정복지센터에 면 마스크 20장을 건넨 일화가 전해졌다. 이 씨는 이 면 마스크를 한 땀 한 땀 직접 바느질했다고 한다. 이 씨는 “TV를 보니까 국민들이 마스크를 사고 싶어도 못 사더라”며 “그동안 받은 도움을 조금이나마 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피해가 막심한 대구에서는 시민 모두가 하나로 뭉쳤다. 대구 칠성야시장에서 매대를 운영하는 일부 점주들은 휴장으로 수입이 끊긴 어려운 상황에도 대구 의료진을 위한 도시락을 손수 만들어 전달했다. 대구에서 방역소독업체를 운영 중인 박병규 씨는 동네를 돌며 어르신들이 머무는 집이나 어린이집, 종교 단체, 손님이 끊긴 가게 등을 찾아 무료 소독 작업에 나섰다. 배상재 한국숙박업중앙회 대구지회장은 대구역 인근에 운영하는 모텔 2곳의 38개 객실을 의료 봉사자들에게 무료로 제공했다. 배 지회장은 “대구에 달려온 의료진이 머물 방을 못 구한다기에 객실을 제공하게 됐다”고 전했다. 대구에서 활동하는 패션디자이너 김건이 ‘앙디올 트렌드’ 대표는 자투리 네오프렌 원단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마스크를 제작해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었고, 대구 청년 단체 ‘청년희망공동체 대구’는 성금 모금 캠페인을 벌이는 등 어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구둣방을 운영 중인 김병록(61) 씨는 경기도 파주시 마장리 일대의 임야 3만3000㎡(1만 평, 공시지가 ㎡당 7330원)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돕겠다고 내놓았다. 김 씨는 노후에 오갈 곳 없는 이웃들과 함께 농사를 짓겠다는 생각으로 6년 전 이 땅을 매입했다. 50년 넘게 구두닦이 생활을 해온 그는 “나라가 이렇게 어려울 때 내가 가진 것을 내놔 조금이나마 고통을 겪는 국민을 돕고 싶다”고 전했다. 

경남 김해시에서는 사할린 동포들이 지역사회의 마스크 지원에 성금으로 화답했다. 이들은 알음알음 모은 성금 44만원을 지역 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김해로 이주한 사할린 동포는 약 50세대 85명으로, 기초생활수급 등 정부 지원을 받는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받은 사랑을 갚고 싶다며 정성껏 써내려간 손 편지와 함께 성금을 전달해 감동을 안겼다. 

한국에 사는 중국 동포들도 대구시에 구호 물품을 전달했다. 중국 동포 출신 경영인들과 동포 단체, 동포 언론사 등 16개 조직은 성금을 모아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구시민들에게 전해달라며 대구시청 사회재난과로 라면 2천 상자를 전달했다. 

‘착한 임대 운동’을 확산하고 있는 전북 전주한옥마을 공동체와 주민 등은 1천4백만원 상당의 성금과 간식 등을 전주시에 건넸고, 경기도 오산시 시민 자원봉사단은 마스크 6만2천 장을 만들어 초중고교 학생들에게 무료 배부하는 ‘따숨 마스크’ 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전남 광양의 매실 가공업체 9곳은 매실청 약 1천3백만원어치를 대구·경북 주민, 의료진, 봉사자 등에게 전했다. 해남 영농업체 10곳은 배추김치 2500㎏과 세발나물 1000㎏을 대구에 보냈다. 

익명의 기부도 줄을 잇는다. 충북 괴산군의 한 행정복지센터에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여성이 현금 1백만원을 건네고 사라졌다. 그는 “생활비를 아낀 돈인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써달라”는 말만을 남겼다고 한다. 괴산군의 다른 행정복지센터에도 한 남성이 손 편지와 현금 1백만원을 두고 갔다. 서울 성북구 길음2동 주민센터에는 60대 남성이 찾아와 현금 1백18만원이 들어 있는 봉투 하나를 건네고 떠났다. 이 돈은 기초생활수급자인 이 남성이 7년간 유지해온 암 보험을 해지해 환급받은 금액이었다. 이걸 안 주민센터 직원이 극구 만류했지만 ‘대구에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 사용해달라’는 뜻을 굽히지 않아 결국 기부금으로 쓰이게 됐다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주민센터에는 돼지저금통에 든 현금 90만원이 익명으로 전달됐고, 광주 광산구, 전남 장흥군 관산읍에서도 익명의 기부자가 쌀 20포대와 현금 50만원을 놓고 가는 등 시민들의 따뜻한 기부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각종 불편을 해소해주는 서비스 또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시민도 있다. 확진자 동선을 알려주는 ‘코로나맵’ 개발자 이동훈 씨,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마스크 사재기를 막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시민 등이다. 자신을 ‘경북 문경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현직 약사’라 소개한 이 시민은 마스크 중복 구매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내 마스크 항목 도입)을 만들면 마스크 분배의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글이 올라온 뒤 며칠 만에 정부는 빠르게 도입 절차를 밟아 현재 전국 약국, 우체국, 하나로마트에서는 마스크 중복 구매가 불가능하다.

‘칠성야시장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팀장 박수찬
“고생하는 의료진 식사라도 제대로 하시라고 도시락 기부”

지난 2월 29일 대구의료원 의료진에게 도시락 2백개가 배달됐다. ‘단디 힘내라 대구! 단디 힘내요 의료진!!’이라는 문구가 부착된 이 도시락은 ‘칠성야시장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 그러니까 대구 칠성야시장 일부 상인들로 구성된 봉사 모임 팀원들이 만든 것이다. 코로나19로 손님이 뚝 끊겨 한 달 넘게 일시 휴업 상태지만, 의료진들을 위한 한 끼 대접에는 기꺼이 팔을 걷어붙였다. 

“저희는 칠성야시장에서 매대(소대창, 깔자매, 삼뚱이, 동이네, 와래이, 무침회)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만든 작은 봉사 모임이에요. 2월 21일 자로 야시장이 휴장에 들어가 막막하던 차에 우연히 SNS를 통해 대구 의료진이 드시는 음식 사진을 보게 됐어요. (너무 부실해서) 울컥하기도 하고 짜증도 나더라고요. 우리가 하는 일이 요식업인 만큼 제대로 된 한 끼 정도는 충분히 만들어드릴 수 있지 않나 해서 시작하게 됐어요.” 

봉사 모임의 팀장 박수찬 씨의 설명이다. 그는 어려울수록 서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동료 상인들과 함께 이번 일을 기획했다. 인터뷰 당시 3차까지 진행된 도시락 기부는 야시장 재오픈 전 두 차례 더 진행될 계획이라고. 박 씨는 “영양소 하나까지 골고루 담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메뉴를 구성하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저희가 만들어 파는 음식을 하나씩 소분해 담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현장에서는 식사 시간조차 부족해 빨리,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선호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초반에는 밥과 여러 가지 반찬으로 구성했다면 지금은 샌드위치, 핫도그 같은 (편하게 드실 수 있는) 음식을 준비하고 있어요. 더 많이 만들고 싶어도 저희 6팀(8명)이 전날부터 당일 아침까지 만들 수 있는 양이 최대 2백 개뿐이라 아쉬울 따름이죠.” 

이들의 도시락 기부는 칠성시장, 칠성야시장상인회, 칠성연합회 등도 도시락 기부에 동참하게 하는 등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박 팀장은 “의료진 외에도 이송 차량의 구급대원분들, 덜 알려져 지원을 적게 받는 병원 등을 찾아 다음 도시락을 배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저희도 힘들지만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그분들이 분명 더 힘들 거예요. 저희는 일개 상인일 뿐이죠. 어서 코로나19가 종식돼 하루라도 빨리 생활 전선에 돌아갈 수 있길 바라요.”

경영 악화에도 어려움 함께한 기업들

1 현대자동차그룹은 경북 지역 연수원 2곳을 코로나19 경증 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사진은 경주시 소재 연수원. 2 SK그룹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원한 도시락. 
3 한화그룹에서 제공한 경기도 용인 소재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1 현대자동차그룹은 경북 지역 연수원 2곳을 코로나19 경증 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사진은 경주시 소재 연수원. 2 SK그룹에서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지원한 도시락. 3 한화그룹에서 제공한 경기도 용인 소재 한화생명 라이프파크.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재계에서도 지원의 손길이 이어졌다. 국내 대표 대기업인 삼성, 현대자동차, LG, 한화그룹 등은 지원금 외에 그룹 연수원을 코로나19 경증 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하는 등 물적 지원에 나섰다. 삼성은 삼성인력개발원 영덕연수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또 계열사인 삼성의료원 등 3곳의 병원 소속 의사 및 간호사로 구성된 전문 인력을 대구·경북 지역에 파견해 사태가 끝날 때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LG그룹은 3백83실 규모의 구미 LG디스플레이 기숙사와 1백67실 규모의 울진 LG생활연수원을 제공했다. LG생활건강이 10억원 상당의 핸드 워시 제품을 지원하거나, LG전자 구미사업장이 3천만원 상당의 가전제품을 구미시에 기부하는 등 각 계열사 사업장 별도로도 지원 활동을 펼쳤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경북 지역의 그룹 연수원 2곳을 코로나19 경증환자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경주 소재 연수원은 모두 3백80실의 숙박 시설과 강의실, 식당 등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감염증 환자들에 대한 체계적이고 신속한 치료가 이뤄져 빠른 회복과 확산 방지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대차 노사가 지역 취약계층에 마스크 4만 장 전달, 헌혈 캠페인을 통한 혈액 지원 등에 발 벗고 나섰다. 

한화그룹은 수도권인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한화생명 라이프파크를 치료센터로 내놓았다. 서울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환자의 격리 치료를 위해 대기업이 문을 연 첫 민간 연수 시설이다. 지난해 4월 개원한 이 연수 시설은 대지 연면적 3만㎡에 2개 숙소 동, 2백 개 객실을 보유하고 있다. 이 밖에 한화생명이 코로나19 피해 고객에게 보험료 및 대출 원리금 상환 6개월 유예를,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 15만 장을 기부했다. 

SK그룹은 지원금 외에도 계열사별로 보탬이 될 만한 현물을 지원했다. SK하이닉스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에게 5억원 상당의 방호·건강 물품이 담긴 ‘생큐 키트(Thank U KIT)’를, SK실트론은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 10만 장과 손 소독제 2만5천 개를 전달했다. SK텔레콤은 빅데이터 기반 문자 마케팅 서비스 ‘티딜(T-Deal)’을 소상공인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코로나19에 따른 판매 감소로 유동자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전국 7백50여 개 대리점을 위해 3월 말 지급 예정이던 인센티브 중 일부(3백50억원 규모)를 조기 지급했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소재 대리점에는 휴대폰 매입 대금 결제 기한을 1개월 연장(4백억원 규모)해주고, 매장 운영비 1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 SK브로드밴드도 협력사 유동성 지원에 동참, 70여 개 공사 업체에 총 1백10억원 규모의 공사 대금 등을 앞당겨 지급기로 결정했다. 


코오롱그룹에서 경북 문경시에 건립할 예정인 음압병실.

코오롱그룹에서 경북 문경시에 건립할 예정인 음압병실.

자사의 특색을 살린 제품 및 서비스를 지원한 기업들도 눈길을 끈다. 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는 끼니를 거르며 치료에 매진 중인 대구·경북 지역 의료진 및 자원봉사자들을 위해 총 2억2천만원 상당의 자사 버거 및 삼계탕 제품을 전달했다. 배달 앱 요기요, 배달통 등을 서비스하고 있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는 대구 지역 아동 5천 명에게 요기요 식사 쿠폰 총 1억원가량을 지원했고, 크라운·해태제과그룹은 대구 지역 의료진에게 자사 제품 ‘짜먹는 양갱’ 11만 개를 기증했다. 위메프, 11번가는 대구·경북 지역 제품의 온라인 판매를 촉진하는 행사를 가졌다. 위메프는 3월 한 달간 대구·경북 지역 중소기업에 판매 수수료 4% 적용, 월 서버 이용료 무료 등 혜택을 적용하고 고객에게 발급되는 할인 쿠폰 비용 전액도 부담한다. 11번가는 개학 연기로 급식 납품 물량까지 줄어든 대구·경북 사과 농가를 위해 대구경북능금농협과 손잡고 온라인 판매를 지원한다. 또 NH농협카드와 협의해 20% 할인 혜택도 마련했다. 코오롱그룹은 계열사인 코오롱글로벌은 경북 문경시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24병상 규모의 모듈형 음압병실을 건립키로 결정했다. 현재 국내 음압병실은 약 1천1백개에 불과하며 개당 약 1억원의 설치 비용이 들어 대폭 늘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가구업체 한샘은 시공 협력 기사들을 중심으로 긴급물류지원단을 구성해 대구·경북으로 가는 구호 물품 수송에 나섰다. 태광그룹은 계열사 건물에 입점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임대료를 3개월간 월 1백만원 한도 내에서 30% 감면했고, 대구·경북 지역은 한도 없이 임대료 70%를 인하했다. 의류 브랜드 데상트코리아도 자사 브랜드 대리점의 3월 임대료 전액을 지원했다.

코로나맵 개발자 이동훈
“확진자 동선 한눈에 보여주고자 무료 지도 사이트 개발”

확진자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로나맵.

확진자 동선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코로나맵.

경희대학교 산업경영공학과 4학년에 재학 중인 이동훈 씨는 지난 1월 30일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과 격리 장소 등을 한눈에 보여주는 웹사이트 ‘코로나맵’을 오픈했다. 코로나맵은 하루 평균 약 2백만 명의 사람들이 접속할 만큼 화제다. 3월 중순 기준 누적 조회 수는 무려 3천9백만. 스타트업 모닥 대표이기도 한 이 씨는 점심시간, 퇴근 후 등 근무 외 시간을 짬짬이 활용해 이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여러 미디어를 통해 단순히 공포를 조장하는 정보나 잘못된 정보가 많이 흘러나와 아쉬움이 컸어요. 그런 거짓 정보를 바로잡고 공신력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서 코로나맵을 개발하게 됐죠. 확진자 동선을 한눈에 보여주려면 지도 형태가 좋겠다고 생각했고, 거기에 질병관리본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를 적용해 코로나맵을 만들었어요.” 

확진자 수가 지금처럼 급격히 늘지 않았을 당시 혼자 이 사이트를 개발해 오픈한 이 씨는 현재 20명의 봉사자와 함께 코로나맵을 유지·관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어 버전을 추가하는 등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업그레이드 작업도 꾸준하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 유학생이 16만 명, 거주하는 외국인은 2백만 명이 넘는다고 해요. 그분들이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찾는 데 어려움이 크다고 해 얼마 전 영어 번역 사이트를 추가했어요. 또 코로나맵은 확진자의 동선이나 방문 시간에 따라 색깔을 차등 적용해 나타내는 방식인데, 적록색맹이 있는 분들의 색 구분이 어렵다는 의견이 있어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있어요.” 

이용자가 늘고 주목도가 높아지면서 투자 제의도 여러 군데에서 들어온다. 하지만 공익 목적으로 시작한 일인 만큼 수익 사업으로 가진 않을 거라고 말한다.
“이런 주목 자체가 처음이라 얼떨떨해요. 혼자 운영하다 보니 힘든 점도 많지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셔서 힘이 나요. 투자나 스카우트 제의에는 감사하지만 애초의 목적이 그게 아니었던 만큼 지금처럼 운영하고 싶어요. 네이버, 카카오, 아마존 웹 서비스(AWS)로부터 웹사이트 구동 비용 등 기본적인 것만 지원받고 있어요.” 

이 씨는 코로나맵 외에도 코로나미, 마스크맵 등 코로나19와 관련된 또 다른 정보 사이트를 지난 2주간 추가로 개설했다. 사용자 위치 중심으로 파악하는 확진자 동선, 인근 약국의 마스크 재고 정보 등을 제공해주는 사이트다. 

“지금처럼 사용자가 기대하는 확진자에 대한 정확한 정보, 신속한 업데이트를 꾸준히 할 생각이에요. 적어도 국내에 확진자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까지는 열심히 운영해야죠.”

기획 정혜연 기자 디자인 최정미 사진제공 뉴시스 뉴스1 동아DB 각 그룹 및 관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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