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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interview

비욘세가 반한 주얼리 디자이너 노소담

글 두경아

입력 2020.08.21 10:30:02

어른 머리만 한 크기의 후프 귀걸이,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귀걸이 등 마치 예술 작품처럼 보이는 과감한 주얼리로 국내외 셀렙들을 열광케 한 이가 있다. 주얼리 디자이너 노소담의 이야기다.
어느 날 평소 선망하던 어마어마한 스타가 연락을 해온다면 기분이 어떨까. 주얼리 디자이너이자 핸드메이드 주얼리 브랜드 ‘1064 스튜디오’를 이끄는 노소담(29) 대표에게 2017년 이런 꿈같은 일이 벌어졌다. 오래된 조각상과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아 어른 머리 크기만 한 대형 후프 귀걸이를 제작한 그는 모델 착용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 사진이 세계 각지 패션 인플루언서들의 열광적인 호응을 이끌어내면서 2백 회 이상 리그램됐고, 급기야 팝 스타 비욘세와 할리우드 스타 킴 카다시안의 동생이자 방송인 클로이 카다시안도 관심을 보였다. 비욘세의 스타일리스트는 협찬을 의뢰했고 킴 카다시안은 직접 주얼리를 구입했는데, 모두 인스타그램 다이렉트 메시지를 통해 이뤄졌다. 2018년에는 국내 주얼리 브랜드로는 최초로 글로벌 패션 온라인 사이트 ‘네타포르테’에 입점했고, 지난해에는 네타포르테가 한국 디자이너 6개 브랜드와 협업한 ‘코리안 콜렉티브’ 컬렉션에 참여하기도 했다. 노 대표가 이끄는 1064 스튜디오는 푸시버튼, 앤더슨벨, 르917, 구드 등과 함께 우리나라의 젊은 스트리트 문화를 유니크한 감성으로 녹여냈다. 올해 초에는 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한국의 상’ 위에 대형 목걸이 아트 피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국내뿐 아니라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1064 스튜디오의 매력은 무엇일까. 오브제로도 손색없는 과감하고 특이한 형태의 디자인과 주얼리에는 잘 쓰지 않는 유리·도자기·아크릴 등 실험적인 소재 사용, 핸드메이드 터치가 느껴지는 멋스러움이 비결로 꼽힌다. 일일이 수작업으로 제작하면서도 10만~20만원대의 합리적인 가격도 빼놓을 수 없다. 1년에 두 차례 준비하는 컬렉션, 주얼리만큼이나 공들이는 룩북은 브랜드를 받치고 있는 탄탄한 뼈대다. 


2017년 노소담 디자이너를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된 인스타그램 룩북 사진.

2017년 노소담 디자이너를 세계에 알린 계기가 된 인스타그램 룩북 사진.

비욘세와 클로이 카다시안 등 세계적인 스타들이 1064 스튜디오의 제품에 러브 콜을 보냈어요. 

처음 인스타그램을 통해 메시지를 받고 ‘이게 진짜인가?’ 싶어 여러 번 확인했어요. 너무 좋았죠. 특히 비욘세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거든요. 2017 FW 시즌 ‘더 센스 오브 사이트(The Sense of Sight)’ 컬렉션 때 선보인 얼굴만 한 크기의 금색 후프 귀걸이(Showpiece, Hoop E) 사진이 SNS에서 화제가 됐는데, 그걸 보고 연락을 해왔어요. 

네타포르테에 입점하는 등 해외에서 인기가 많은 듯해요. 

2017년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에서 아크릴 귀걸이를 판매하게 됐고, 2018년에 네타포르테에 입점했어요. 특히 네타포르테는 연결해준 업체가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연락이 와 입점된 거라 영광스러웠답니다. 그러다 지난해 네타포르테에서 한국의 디자이너들과 함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자는 제의를 받았고, 네타포르테만을 위한 작품을 만들었어요. 한국의 미가 엿보이는 도자기를 콘셉트로 백자 라인을 보여주려고 했지요. 이후 홍콩 백화점 ‘하비 니콜스’에 입점하게 됐답니다. 

해외에서의 인기 요인은 무엇일까요. 

외국에서는 볼드한 디자인도 즐겨 착용하고 크기에도 별로 구애받지 않는 듯해요. 일례로 쇄골 아래까지 떨어지는 길고 볼드한 디자인의 귀걸이는 80만원이 넘는 가격임에도 1백 피스 가까이 팔렸어요. 사실 쇼피스 개념으로 촬영하려고 만든 제품이었거든요. 판매용으로 업데이트시켜달라고 문의가 와서 기대 없이 올렸는데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1064 스튜디오 제품은 볼드한 디자인이 많은데 실제로 착용해보면 과한 느낌이 들지 않는 것도 인기 요인이에요. 손담비 씨가 한 시상식에서 엄청나게 큰 사이즈의 저희 귀걸이를 하고 나왔는데, 개성 있어 보이면서 근사했어요. 직접 구매해서 착용하신 거랍니다. 

올해 초에는 동아일보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셨죠. 

주얼리 사업을 하면서, 예술 작품에 대한 가능성을 늘 열어두고 싶었어요. 동아미디어센터 외관에 ‘한국의 색’을 설치한 프랑스 현대미술가 다니엘 뷔렌을 좋아하는데, 뷔렌의 색에서 따와 아크릴을 메인 재료로 230cm 길이의 목걸이를 제작했습니다. 작업 시간도 빠듯하고 피스 하나하나를 만드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뜻깊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돼 보람이 크고 기뻤어요. 


대학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한양대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했는데 처음부터 주얼리에 관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주얼리처럼 아기자기한 분야보다는 납땜하고 전기로 연결하는 걸 좋아했죠. 용산 전자상가를 돌아다니며 LED 연구를 하고, 테이블이나 스피커 같은 큰 작품을 만들었어요. 졸업 후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1년간 주얼리 디자이너로 일하게 됐는데 나름 재미가 있더라고요. 2015년 제 브랜드인 1064 스튜디오를 론칭하고 이태원에 쇼룸을 열게 됐어요. 

브랜드 이름인 1064 스튜디오의 1064는 무슨 뜻인가요. 

금의 녹는점이 1064.18℃거든요. 모두에게 녹아들고 싶다는 의미를 담아 그렇게 이름 붙였어요. 주얼리로 시작해 나중에는 큰 금속(아이템)으로 가보자는 생각도 담겨 있고요. 

제작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은데, 그럼에도 이 일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모두 핸드메이드로 제작하는데 일단 만드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원하는 대로 바뀌고 정확하게 만들어지는 것도 주얼리 세공의 장점이죠. 단순 작업이 스트레스를 날리는 데도 좋은 듯해요. 

주얼리를 만들 때 저는 실용성을 많이 첨가하려고 노력해요. 예를 들어 금을 사용하는 경우 원재료인 금이 비싸고 디자인을 더하면 금액대도 높아져요. 하나의 아이템을 갖고 두세 가지로 연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접목시키려고 해요. 탈착이 가능해 다르게 연출된다든지, 기존에 갖고 있는 체인을 함께 사용해 색다르게 표현할 수 있는 노하우도 알려주고 있죠. 귀걸이의 경우 언밸런스하게 한쪽만 착용해도 좋고, 같은 소재 다른 모양의 귀걸이와 매치해도 잘 어울려요. 

노소담을 대표하는 주얼리 디자인이 궁금해요. 

1064 스튜디오의 시그니처이자 가장 많이 팔린 제품은 ‘썬라이팅 E(2)’예요. 2017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디자인으로, 동그란 형태에 다양한 컬러의 아크릴이 세팅되어 있어 유니크한 느낌을 주고 매치하기에도 무난해요. 언밸런스로, 양쪽을 반대로 착용하면 되는데 매 시즌 다양한 컬러의 아크릴을 새롭게 세팅해 선보이고 있어요. 

디자인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고 있나요. 

처음에는 기하학적인 것을 좋아해 도형이나 건축물처럼 딱 떨어지는 것들이 모티프가 됐어요. 그런데 제한을 두다 보니 디자인이 점점 어려워지더라고요. 지금은 자연과 더불어 모든 것에서 영감을 받으려고 노력해요. 이번 12번째 가을 시즌 컬렉션은 한국의 민화를 콘셉트로 하고 있어요. 민화의 빈티지한 색감이나 형태를 주얼리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연구 중입니다. 

제품들을 보면 패션 아이템과 예술 작품 사이에 있는 듯해요. 

상업적인 부분과 예술 사이에서 늘 고민하고 있어요. 작품성 있게 가고 싶어도 판매를 생각해야 하니 둘 사이에서 적당하게 타협해야죠. 이제는 어느 정도 터득한 것 같은데, 이로 인한 어려움도 있어요. 타협하고 싶지 않지만 이미 타협점을 알아버린 거예요. 국내 고객들이 선호하는 크기가 작은 주얼리를 선보인 것도 그런 이유고요. 하지만 너무 타협하다 보면 브랜드의 개성을 잃을 수도 있어 많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핸드메이드로 만드니 제작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아요. 

한 제품당 5일 정도 소요돼요. 금속 상태에서 세공하고 도금하고 패킹까지 모두 수작업으로 이뤄지거든요. 하나하나 꼼꼼하게 봐야 하는 디테일이 많은 디자인이라서 더 오래 걸리는 듯해요. 

유리를 사용하는 등 컬렉션마다 다양한 소재에 도전하고 있더라고요. 

지난해 9월 10번째 컬렉션 ‘딥 인 글래스랜드(Deep in Glassland)’에서 유리를 사용했어요. 유리는 깨질 위험이 있지만, 다른 소재가 따라갈 수 없는 아름다운 컬러를 내줘 진행하게 됐습니다. ‘열매’를 콘셉트로, 불어서 만드는 ‘블로잉’ 기법으로 제작했어요. 새로운 소재 사용에 적극적인 편인데, 11.5번째 베이비 시즌 컬렉션 ‘쉐입 인 워터’(Shape in Water)’에는 PVC 튜브를 사용했어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바캉스를 못 가는 대신, 너무 튀지 않게 여름 이미지를 만들어본 거였죠. 또 계절감이 느껴지도록 여름에는 레진(합성수지), 겨울에는 도자를 활용하기도 해요. 

룩북이 패션 잡지 화보처럼 스타일리시해요. 

룩북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신경 써서 촬영하고 있어요. 컬렉션 콘셉트에 맞춰 조사하고, 찍고 싶은 이미지가 정해지면 어울리는 스타일의 모델과 포토그래퍼를 찾아내 섭외한 뒤 모델의 헤어스타일과 의상까지 모두 직접 선택해요. 진행 전 팀원들과 함께 조사를 세심하게 많이 하는 편이고요. 

예전에는 SNS에 올리는 룩북을 보고 판매 문의가 많이 왔는데, 코로나19로 온라인 구매가 늘다 보니 사진 한 장으로는 매출이 잘 안 나오더라고요. 매출 증대 방법을 고민하다 동영상을 찍게 됐어요. 영상 작가와 컬래버레이션해 7초, 10초짜리 영상을 30개 이상 만들었답니다. 

롤 모델로 삼는 대상이나 브랜드가 있나요. 

대학 시절 가르침을 주신 교수님들을 존경해요. 지금도 은사님들은 변함없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꾸준히 열심이시거든요. 그런 점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패션업은 부침이 심한 편이잖아요. 롱런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작업할 때 멘탈 관리는 어떻게 할지 등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브랜드를 만들고 5년 동안 SNS를 통해 여러 좋은 기회를 많이 만났어요. 앞으로 지치지 않고 지속적으로 브랜드를 유지하는 방법을 찾는 게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10년, 15년 새로운 디자인을 만들어내는 브랜드들은 정말 대단해 보여요. 거센 파도처럼 한꺼번에 몰아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오래가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동아일보의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한국의 상’에 올려진 1064 스튜디오의 대형 목걸이 아트 피스.

동아일보의 100주년 기념 프로젝트인 ‘한국의 상’에 올려진 1064 스튜디오의 대형 목걸이 아트 피스.

패션에서 주얼리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마침표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에 패션 센스를 확인시켜주는 과하지 않은 마침표요. 의상에 포인트를 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고요. 사실 전 주얼리를 착용하기보다는 만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에요(웃음). 매일 티셔츠나 펑퍼짐한 바지 등 내추럴하게 입다가 미팅이나 모임이 있을 땐 주얼리를 매치하는데 패션에 포인트가 되더라고요. 

스타일리시하게 주얼리를 매칭하는 팁이 있다면. 

요즘은 마스크 착용이 기본이라 귀걸이에 힘을 주기 어려운 듯해요. 마스크를 할 땐 볼드한 목걸이를 하나 포인트 있게 착용하거나, 얇은 목걸이를 여러 개 레이어드하면 예쁘지 않을까요. 귀를 집는 형태의 이어 커프는 마스크에 걸릴 일이 없어 추천할 만하고요. 

주얼리를 선택할 땐 트렌드보다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것이 먼저예요. 목이 짧은 분이라면 볼드한 주얼리는 피해야 하는 식이죠. 또 자주 입는 의상에 따라 어울리는 디자인의 주얼리를 선택하면 활용도 높게 사용할 수 있을 거예요. 

1064 스튜디오의 모델로 삼고 싶은 셀렙이 있나요. 

배우 배두나 씨를 좋아해요. 예전에 배두나 씨가 화장품 브랜드 촬영을 할 때 협찬이 연결돼 저희 제품을 한 번 착용했는데, 무척 뿌듯했어요. 배두나 씨처럼 중성적인 이미지를 좋아해요.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무심한 듯 편안하게 자신의 개성을 잘 드러내는 분인 것 같아요. 

앞으로 선보일 작업도 기대돼요. 

코오롱과 함께하는 컬래버레이션이 8월 말쯤 오픈될 예정이에요. 앞으로 주얼리로 아트 피스(예술 작품)를 많이 만들고 싶어요. 지금은 판매용 아이템을 만드는 작업을 주로 하지만, 쇼피스 제작을 지속하면서 정체성을 잃지 않고 싶어요. 또 새로운 소재를 혼합해 예술 작품을 만드는 사람으로 자리매김하길 바라요. 

지금까지 주얼리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는데, 내년 초부터는 교육 분야를 좀더 확대해 전문적으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보통 주얼리 디자인을 하려면 학교에 진학하거나 학원에 가야 하는데, 실용적인 것보다는 공예 등 이론을 가르치는 곳들이 많아요. 제가 수없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한 노하우들을 하나하나 가르쳐주고 싶어요. 교육을 병행하면 브랜드 이미지에도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사진 김도균 동아DB 사진제공 노소담



여성동아 2020년 9월 68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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