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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activewear

패피들은 요가복을 입는다

글 한지혜

2020. 07. 17

운동복과 일상복의 경계가 허물어진 지금, 진정한 요가복의 시대가 열렸다.

“룰루레몬이 요가 스튜디오에 가본 적 없는 사람들의 옷장까지 정복했다. 이제 사람들은 레깅스를 입고 출근도 한다. 요가 바지가 리바이스를 위협하면서 청바지를 실존적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2018년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어떻게 미국은 요가 바지의 나라가 됐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레깅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에 대해 이렇게 분석했다. ‘청바지의 나라’ 미국에서 레깅스가 청바지를 위협하다니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현재 미국에서만 요가 인구가 5천5백만 명에 이른다. 이 같은 현상은 미국만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이어진 ‘워라밸’ 바람과 함께 자존감과 스트레스 관리가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한국에서도 요가나 필라테스처럼 단순 피트니스 이상의 정서적 의미를 갖는 운동이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다. 신체적 건강에만 집중하기보다는 몸과 마음까지 신경 쓰는 ‘웰니스 라이프스타일’이 등장하게 된 것도 요가복 트렌드에 한몫했다. 예쁜 몸매를 만들기 위한 트레이닝이 아닌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요가,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필라테스 등 다양한 운동 스튜디오가 생겨나는 것만 봐도 운동에 부여하는 의미는 건강 그 이상이다. 

올해 초 불어닥친 ‘코로나 팬데믹’도 요가복의 대중화를 앞당겼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홈 트레이닝과 재택근무가 일상화되면서 집이나 집 근처에 외출할 때 편하게 매치할 수 있는 이지 웨어의 수요가 늘고 있는 것. 입은 듯 안 입은 듯 몸에 착 감기는 편안한 착용감을 느껴본 사람들은 이 장점을 일상에서도 계속 누리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일상복과 매치하기 쉬운 컬러와 디자인의 요가복을 눈여겨보게 되고, 덕분에 요가복은 ‘슬세권(슬리퍼를 신고 나갈 수 있는 거리) 패션’이라고 불리며 패션 트렌드로 부상했다. 바야흐로 ‘쫄쫄이’ 레깅스가 일상복의 범주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SNS의 발달도 요가복 열풍이 확산되는 이유 중 하나. 요즘 밀레니얼 세대는 ‘남이 보는 나’를 중요하게 여긴다. ‘건강하고, 운동할 때마저도 매력적이며, 자기 관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시간과 돈이 있는 나’를 전시하고 싶어 한다. 이런 욕망으로 탄생한 것이 #운동스타그램. 실제로 SNS에서 #운동스타그램을 검색하면 4백17만 개에 육박하는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데, 레깅스를 입고 요가나 필라테스를 하고 있는 인증샷이 대부분이다. 제대로 된 인증샷을 찍기 위해 당연히 예쁜 운동복은 필수. 게다가 요가 브랜드는 세일과 이벤트도 어찌나 자주 하는지. 여자들의 섬세한 욕망에 따라 예뻐진 디자인과 컬러를 구경하다 보면 ‘쇼핑 개미지옥’에 빠져든다. 요가복을 구매할수록 본전을 뽑기 위해 운동을 더 열심히 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또 셀레브러티들의 SNS 운동 인증샷을 보면 그들과 똑같은 브랜드의 운동복을 사고 싶은 모방 심리도 작동한다. 에이핑크 손나은이 아디다스 레깅스를 입고 안무 연습을 하는 영상이 퍼지면서 ‘손나은 레깅스’가 완판을 기록한 것처럼 셀레브러티의 힘을 알게 된 국내 요가복 브랜드들은 ‘젊은 여성’이라는 명확한 타깃을 위해 여자들의 ‘워너비’ 스타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가장 먼저 국내 최초 요가복 브랜드인 뮬라웨어가 배우 이하늬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 평소 그녀는 다양한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보디라인과 뷰티 습관, 건강 노하우, 환경에 대한 신념 등 건강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지향해왔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고 스포츠를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삶을 지향’하는 뮬라웨어의 철학과 이하늬의 라이프스타일이 잘 어울린다고 판단한 것. 

4년째 스포츠웨어 전문 브랜드 STL의 모델로 활동 중인 야노 시호는 20년 넘게 일본 톱 모델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여전히 건강한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그녀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20대 후반에 시작한 요가와 긍정적인 태도. 그녀 특유의 쾌활하고 우아한 분위기로 표현된 STL은 ‘시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안다르는 배우 신세경과 소이현, 아이돌 그룹 ITZY를 모델로 내세웠다. 아직 안다르를 잘 모르는 소비자들을 위해 10대부터 30대까지 연령대별 여자들이 선호하는 워너비 스타를 선정한 것. 친근하고 매력적인 모델들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고 안다르만의 가치를 전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2020년 상반기 가장 핫한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서 불륜녀 역할을 맡은 한소희는 최근 스포츠 브랜드 배럴이 론칭한 요가복 라인 ‘배럴핏’의 모델이 되었다. 자연스럽고 편안한 모습으로 자신의 매력을 표현할 줄 아는 배우 한소희가 ‘나를 위한 편안함’을 추구하는 배럴핏의 브랜드 철학과 닮아 뮤즈로 선정되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신사동 가로수길이나 압구정 로데오, 한남동 주변만 봐도 요가복 차림에 어깨에 요가 매트를 걸치고 씩씩하게 걸어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오직 나를 위해 예쁜 요가복을 골라 입고 설레는 마음으로 운동을 가는 그녀들. 요가복의 대유행이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끌어준 것이라면, 기꺼이 이 유행에 휩쓸려보는 것은 어떨까?

사진 게티이미지 사진제공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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