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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서울대 한 트럭 보낸 ‘분당강쌤’이 말하는 국어 공부법 “‘일타 스캔들’은 귀여운 수준”

문영훈 기자

2023. 03. 09

가상의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녹은로’를 그린 tvN ‘일타 스캔들’이 화제다. 녹은로 현실판인 대치동과 분당에서 16년간 강사로 일해온 ‘분당 국어 일타’ 강주희 원장을 만났다.



“교과서의 힘은 생각보다 강합니다. 교과서를 믿으세요.”

‘스카이 버스’에 나오는 한 대목이다. ‘명문 대학으로 직행하는 초등 공부 전략서’를 표방한 이 책은 1월 온라인 서점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2위에 올랐다. ‘스카이 버스’의 저자는 구독자 18만 명의 ‘분당강쌤’. 강주희 원장과 그의 친오빠가 함께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이다. 영상 중 ‘서울대 한 트럭 보낸 고등쌤이 초등맘에게 하고픈 이야기 5가지’ 영상은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두 사람은 20년간 우리나라 사교육 1번지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대입 논술, 수능 국어·수학 학원을 운영해왔다. 그런 그들이 교과서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초등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하는 공부법 책을 냈다. 2월 14일 동아일보 충정로 사옥에서 만난 강 원장은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오랫동안 만나면서 아이들이나 학부모가 초등학교 때부터 알았으면 하는 정보가 차곡차곡 쌓였다”며 “변화와 성장 가능성이 많은 초등학생 때 알아두면 좋을 내용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스카이 버스’는 여러 통념을 뒤집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통념이란 책의 표현에 따르면 ‘생각의 감옥’이다. 강주희 원장은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첫 번째 스텝으로 생각의 감옥에서 탈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것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국어 영역과 책 읽기의 관계다.



“독서와 대입 성공은 인과관계 아니다”

강주희 원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분당강쌤’.

강주희 원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분당강쌤’.

수능 국어를 잘 풀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아닙니다. 제가 만나는 이과 학생들 중에는 책을 아예 안 읽는데도 국어 1등급을 받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반대로 책을 많이 읽는데도 국어를 못하는 학생이 상당수고요. 책 읽기와 수능 국어 1등급은 상관관계는 있지만 인과관계로 보면 위험합니다.

그렇다면 수능 국어를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공부를 해야죠. 상위권으로 올라갈수록 비문학 영역 문제를 잘 푸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5년간 수능 국어 오답률이 제일 높은 10문항을 꼽아보면 매년 70~80%는 비문학 영역입니다. 이를 두고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두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수능 국어 지문은 12년간 배운 주요 교과목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영수뿐 아니라 사회·과학 과목까지 어렸을 때부터 차근차근 공부를 해둬야 수능 국어 시험을 잘 볼 수 있습니다.

책 읽기가 중요하지 않다는 말인가요.

아니죠. 책은 인생에서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도 책은 너무 소중한 존재입니다. 단지 그 경험을 국어 성적과 연관시켜서는 안 된다는 거죠. 오히려 초등학생 때는 어떤 책을 읽느냐보다 책을 읽는 게 즐겁다는 걸 아는 게 중요합니다. 만약 아이가 공룡 책을 좋아한다면 책이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읽게 두면 되는데, 보통 부모는 그럴 때 속이 타죠. 하지만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건 좋은 책 읽기 습관이 될 수 있거든요. 그렇게 한 책에 통달하게 되면 다른 의문점이 생기고, 또 다른 쪽으로 관심의 영역이 계속 넓어집니다. 그런데 필독서 리스트를 뽑아서 순서대로 읽으라고 강요하면 책에 대한 관심이 오히려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가 공룡 책도 싫어하면 어떡하나요.

책을 좋아할 수 있는 환경에 노출시키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도서관도 가고, 서점도 가서 책 읽는 걸 즐거운 놀이로 느끼게 해주시면 됩니다. 아이들이 한번 책에 흥미를 갖게 되면 그다음부터는 스스로가 관심을 갖고 또 찾아보게 되는 순간이 반드시 옵니다.

“누가 선행 재촉하는지 생각해보라”

‘스카이 버스’에는 수학 선행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예전 입시에서는 수학 선행학습이 통하기도 했습니다. 특출나게 수학을 잘해 수학 경시대회에서 입상하면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또 수능 수학 문제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과거엔 킬러 문제, 그러니까 손도 못 대게 어려운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이걸 맞히느냐가 중요했죠. 반면 유형만 열심히 외우면 풀 수 있는 문제도 나왔어요. 하지만 지금은 준킬러 문제가 늘었어요. 단순히 유형만 알아서 풀 수 있는 문제는 줄었고요. 수학 문제를 보고 깊이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고득점과 연결된다는 의미인데, 수준에 맞지 않는 선행과 심화 과정을 밟는 건 위험합니다. 어릴 때부터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계속 길러나가는 방식이 중요한 때입니다.

영어를 고등학생이 되기 전에 끝내두면 좋다는 통념도 있습니다.

역시 위험한 생각입니다. 언어는 감이 중요한 과목입니다. 국어 선생님인 저도 일주일 정도 휴가를 보내고 오면 문제를 푸는 게 잘 안 됩니다. 매일 조금씩 계속해야 한다는 거죠. 물론 영어를 미리 해두면 고등학교 때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적인 여유가 생긴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에 몰두하면 나머지 중요한 과목에 구멍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 시간에 사회·과학 관련 공부를 착실히 해두는 편이 대입에 훨씬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현행 수능에서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어 중요도도 떨어진 편이고요.

강 원장은 “대한민국 입시는 많은 사람의 소망과 열망이 모이는 곳”이라며 “자연스럽게 이권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데, 누가 영어 공부를 빨리 해두는 게 좋다고 말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어유치원은 영어 실력에 도움이 되나요.

무조건 도움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언어를 쉽고 즐겁게 배우는 아이들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영어유치원에 다니면서 언어 체계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가령 언어 습득 과정이 느린 아이들이 있습니다. 한글의 단어와 문장구조도 어려워하는 아이가 영어유치원에 가게 되면 영어도 잘 잡히지 않으면서 우리말에도 구멍이 생길 수 있어요.

그렇다면 초등학생 때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초등학생들은 좀 놀면 안 되나요. 초등학교 3학년인 제 딸도 지금 정말 정신없이 놀고 있거든요(웃음).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학습을 위한 여러 가지 도구를 배우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국어라면 한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 수학은 기초 연산을 배우는 시기죠. 영어는 함께 영화를 본다든가 OST를 듣는 식으로 노출시켜주면 좋고요. 생활 습관과 공부 습관만 자리 잡도록 도와주고 나머지 시간엔 충분히 놀게 하면 좋겠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대입의 기본, 국영수과사 핵심 내용은 교과서에”

아이의 생활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줄 수 있나요.

여유를 가지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가령 아이가 밥을 먹고 바로 이를 닦는 습관을 기르게 하려면 세면대에 서는 것만으로 칭찬을 해줘야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내 아이가 빨리 잘하기를 바라거나 완성도를 요구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칫솔질을 똑바로 해야 한다” “이는 3분 동안 닦아야 한다”처럼 한꺼번에 많은 걸 요구하면 아이가 양치하는 습관에서 멀어지게 되는 거죠. 공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하길 바라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여유를 가지고 차근차근 하다 보면 결국 잡혀나가게 돼 있습니다. 아이와 함께 호흡하는 게 중요한데, 갑자기 “여기 앉아봐, 너 성적이 왜 이래”로 시작하면 꼬이는 거죠.

조급한 분이 많나요.

학부모로부터 “진짜 큰일 났다”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전화를 많이 받아요. 하지만 들어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아이가 학교에서 테스트를 봤는데 결과가 안 나와서 망했다”고 하세요. 하지만 아이들은 계속 변해요. 저는 수많은 입시생을 지켜봤지만 고등학교 3학년 막판까지 학생들은 달라집니다. 지금 당장의 상황만 보고 조급해하면 안 됩니다.

책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교과서를 제대로 읽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학생들이 지루하게 느끼지 않을까요.

교과서만 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교과서에 있는 내용, 특히 국영수과사에 있는 중요한 지식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참고서나 문제집으로 공부해도 되지만, 문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핵심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가 중요합니다. 무엇이 중요한 내용인지 판단이 어려우신 학부모님들께는 초등학교 졸업 학력 검정고시 교재를 살펴보는 걸 권합니다. 6년간의 초등 교육과정에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맞벌이 부부도 아이의 좋은 학습 코치가 될 수 있나요.

특히 워킹맘은 모두에게 죄인이죠. 그런데도 저는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올 케어’해야만 좋은 학습 코치가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대입을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면 2가지는 챙기길 권합니다. 첫 번째는 학부모가 대입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겁니다.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입시 요강을 내려받아 일주일만이라도 고생해서 읽어보는 거죠.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유튜브 검색만 해도 다양한 정보를 습득하실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중요합니다. 두 전제를 깔고 사교육의 도움을 받으실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차이가 굉장히 클 수 있어요.

아이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아이와 나를 분리해서 바라봐야 합니다. 아이에게 내 모습을 투영하지 않는 거죠. 단점이 보여도 그걸 바로 수정해주려고 하기보다는 어떤 어려움을 느끼고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게 좋습니다. 제 얘기를 하자면, 저희 딸은 느린 편입니다. 그래서 알림장도 전체 내용의 절반 정도만 써옵니다. 이걸 단점이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알림장을 뜯어보면 굉장히 깔끔하고 정확하게 쓰기 위해 노력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어떤 성향인지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학원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나요.

3가지 기준을 제안합니다. 애초에 잘하는 학생들을 받아 좋은 결과를 내는 건 학원 입장에서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학원이 학생들의 성적을 향상시킨 경험과 데이터를 갖고 있는지를 알아보셔야 합니다. 또 아이에게 맞는 진도와 학습량으로 수업하는지를 살펴보셔야 합니다. 학원도 살아남기 위해 보여주기식으로 어마어마한 양을 가르치기도 합니다. 속을 들여다보면 아이는 이해를 못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숙제를 버거워하지 않는지도 체크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질문이 쌓이는 학원은 피해야 합니다. 학생이 공부할 때 어려운 내용이 있으면 선생님께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피드백을 빨리 받을 수 있는 곳이 좋습니다. 질문에 대해 선생님이 무안을 준다든지, 대답을 받기 힘들다고 생각하면 그 학원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른바 좋은 학군에서 학교를 다니면 대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나요.

장단점이 확실합니다. 소위 좋은 학군에는 다양한 정보가 있죠. 명문대를 많이 진학시킨 경험과 데이터를 가진 학교는 대입에 영향을 미칩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공부를 잘하는 학생이 많기 때문에 내신에서 불리해집니다. 인풋 대비 아웃풋을 생각해보면 그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죠. 입시에서 성공하는 학생들도 많지만 그만큼 재수를 선택하는 학생도 압도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아셔야 합니다.

“모든 답은 아이에게 있다”

‘분당강쌤’ 유튜브 계정 운영을 시작한 특별한 계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제가 시작한 인터넷 강의 홍보를 위해 유튜브 계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분당에서 여러 명의 학생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제가 잘 아는 학생은 결국 학교를 자퇴했습니다. 그 과정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됐어요. 전문가 입장에서 입시가 전부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입시 때문에 많은 가정이 힘들어지고, 아이들이 안 좋은 선택을 하는 걸 보고 마음이 아팠어요. 지금까지 제가 오랜 시간 사교육에 몸담았으니 이제는 제가 가진 정보를 어떤 조건도 달지 말고 공유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업계에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할 것 같은데요.

학원으로 항의 전화나 부정적인 댓글, 메일을 많이 받아서 마음고생도 했죠.

tvN ‘일타 스캔들’에서 사교육 시장의 진풍경이 그려집니다.

오늘 아침에도 보고 왔어요(웃음). 드라마 속 상황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학원을 운영하는 처지에선 현실이 더 가혹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저는 정경호 씨가 연기한 ‘일타강사’를 보게 되는데 사실 그와 유사한 삶을 사는 강사들이 많습니다. 저도 하루에 한 번 잠을 청하지 못하고 3일 동안 몰아서 한꺼번에 자거나 쪽잠으로 버텨야 할 때가 많았거든요. 드라마에서 그리는 학부모도 설마 저렇게까지 할까 하시는데, 저는 귀여운 수준이라고 생각했어요. ‘왜 수업이 오늘은 5분 늦게 끝나냐’ ‘왜 오늘은 진도가 여기까지밖에 안 나갔냐’ 같은 문제로 컴플레인하시는 분들도 생각보다 많으시고요. 테스트 결과로 학생들 반이 나눠지는데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난동을 부리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초등학생들 학부모에게 강조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모든 답은 아이에게 있습니다. 아이가 잘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걸 부모님이 잘 파악하셔야 합니다. 이와 상관없이 부모 처지에서 꿈꿨던 걸 ‘네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면 골치 아파지는 거죠. 가끔 그걸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내 아이에게 바라는 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성장해서 사회에 훌륭하게 이바지하는 어른이 되는 거잖아요. 물론 아이를 키우며 매 순간 그 생각을 하기는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다만 좋은 어른이 되는 첫 단추로 ‘아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야겠다‘ 마음먹었다면 그 외에 다른 건 내려놓으시면 좋겠어요. 여기에 미술도 잘하고, 악기 연주도 해야 하고, 책도 많이 읽는 걸 바라는 건 아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분당강쌤 #초등학생공부법 #스카이버스 #여성동아

사진 지호영 기자
사진제공 강주희
사진출처 유튜브 ‘분당강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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