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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믹 영화 접수 나선 '월드 빌런' 허성태

글 윤혜진 프리랜서 기자

2022. 03. 30

믿고 보는 신스틸러 허성태가 코미디 영화 ‘스텔라’로 돌아왔다. 세계적 돌풍을 일으킨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이후 첫 본업 활동이다. 장르 관계없이 매력 발산 중인 허성태를 톺아봤다.

1 보스 전문 배우

허성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살인도 서슴지 않는 무자비한 보스

허성태는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살인도 서슴지 않는 무자비한 보스

각종 국내외 시상식에서 승전고를 울리며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 게임’ 속 단연 눈에 띄는 빌런은 조폭 덕수다. 살인도 서슴지 않는 무자비한 보스 덕수 역을 연기한 허성태(45) 주가는 최근 말 그대로 ‘떡상’했다. ‘오징어 게임’ 출연 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팔로어가 1만 명대였던 허성태는 3월 18일 기준 207만 명에 이르는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러브 콜로 데뷔 이래 가장 화려한 나날을 보냈을 허성태가 본업으로 돌아와 영화 한 편을 선보인다. 4월 6일 개봉하는 ‘스텔라’다. 이 작품은 차량 담보 대출업체 직원이 최대 시속 50km의 자율주행차 스텔라로 보스의 사라진 슈퍼 카를 쫓는 내용을 다룬 코믹 추격전. 차를 훔친 범인으로 몰린 대출업체 직원 영배(손호준)가 슈퍼 카와 함께 사라진 절친 동식(이규형)을 쫓고, 차량 딜러 서 사장(허성태) 일당이 영배를 또 뒤쫓는다.

‘스텔라’는 코미디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맨발의 기봉이’ 권수경 감독이 연출하고 ‘극한직업’에 참여한 배세영 작가가 각본을 맡은 올봄 충무로 기대작이다. 허성태로서는 ‘오징어 게임’ 이후 대중에게 선보이는 첫 작품인 데다, 또 보스 역할을 맡은 터라 기대와 긴장일 더 클 텐데 ‘센 캐릭터’ 전문 배우는 역시 달랐다. 3월 17일 열린 온라인 제작보고회에서 허성태에게 “‘오징어 게임’이 큰 사랑을 받은 가운데 연이어 보스 캐릭터를 선보이려니 부담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자 “전혀”라는 간결한 답이 돌아왔다.

영화 ‘스텔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허성태와 권수경 감독, 손호준, 이규형(왼쪽부터).

영화 ‘스텔라’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허성태와 권수경 감독, 손호준, 이규형(왼쪽부터).

“부담스러운 부분은 없어요(웃음). 순서로 따지면 ‘스텔라’ 촬영이 ‘오징어 게임’보다 먼저예요. 단편적인 악역으로 보이지 않을 캐릭터라서 선택했어요. 촬영하면서도 감독님과 ‘이게 재미있느냐, 저게 재미있느냐’ 같은 대화를 많이 나누며 즐겼고요. 지금 생각해보니 서 사장 캐릭터가 ‘오징어 게임’ 속 덕수의 전신 같은 느낌도 듭니다.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허성태 캐스팅 이유를 “액면이 주는 강렬함 때문”이라고 밝힌 권수경 감독도 허성태의 연기에 만족감을 표했다. 권 감독은 “서 사장 캐릭터는 살벌하지만 허성태 배우 자체가 유머가 있어 현장에서 웃음이 많이 나왔다. 뜻하지 않은 코미디가 가미됐다”며 칭찬했다.



같은 보스여도 서 사장의 완벽한 슈트 핏은 조폭 덕수를 잊게 만드는 변신 포인트다. 극 중 슈퍼 카를 보유한 차량 담보 업계 거물답게 허성태는 스리피스 슈트에 행커치프까지 갖춘 고급스러운 룩을 선보인다. 허성태는 “의상팀이 준비해준 슈트 핏이 좋아 사려 했더니 선물로 주더라”며 “고마운 마음에 상 받으면 입겠다고 했는데 마침 상을 받아 약속을 지켰다. SNS에 인증 숏도 올렸다”고 영화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2. 아내와 함께 만든 기적

영화 ‘꾼’에서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연기한 허성태.

영화 ‘꾼’에서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을 연기한 허성태.

‘스텔라’ 제작보고회에서 권수경 감독은 “지금은 허성태 배우가 글로벌 스타가 돼 캐스팅하기 힘들어졌다. ‘오징어 게임’ 전 섭외해둬서 다행”이라고 농을 건넸다. 허성태의 데뷔 시절을 떠올리면 기적 같은 일이다.

허성태는 2011년 당시 연봉이 7000만원이나 되는 대기업 과장직을 그만두고 서바이벌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으로 데뷔 아닌 데뷔를 했다. ‘안 되면 말지’라는 마음으로 반 장난삼아 신청한 배우 오디션에서 최종 5위를 기록했지만, 생각만큼 캐스팅 제의가 쏟아지진 않았다. 2012년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단역으로 시작해 단역 출연 작품만 60여 편에 이른다. 1년에 채 1000만원도 못 벌며 택배 상하차, 편의점 아르바이트 등을 전전하던 그 시절을 떠올리며 그는 “너무 힘드니까 후회도 못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되지’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더 강했다”고 털어놓았다.

허성태가 주목받기 시작한 작품은 2016년 영화 ‘밀정’. 이후 2017년 영화 ‘범죄도시’와 드라마 ‘터널’ 등으로 차근차근 인지도를 높인 끝에 결국 인생작 ‘오징어 게임’을 만났다. 이제 허성태란 이름은 낯설지 몰라도 그의 얼굴을 모르는 이는 드물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허성태의 인생 스토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오랜 무명 시절을 함께 견뎌준 아내가 등장하면 장르는 로맨스로 바뀐다. 10년 연애 끝에 2010년 결혼한 허성태는 결혼 6개월 만에 직장을 그만두고 배우 도전에 나섰다. 남편을 믿고 적극 지지해준 아내 없이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이를 잘 알기에 “무명 시절을 어떻게 이겨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허성태의 답은 한결같다. “나는 걱정이 많고 예민한데 아내는 털털한 스타일이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모든 공을 아내에게 돌리는 것이다.

‘더티 섹시’의 반전 매력

2011년 9월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기자 간담회에서 허성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1년 9월 서울 목동 SBS에서 열린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 기자 간담회에서 허성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요즘 허성태는 하정우, 김윤석, 류승룡 등 영화계 대표 ‘더티 섹시’의 계보를 잇는 배우로도 사랑받고 있다. 1월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시즌 2’에 출연해 선보인 ‘코카인 댄스’ 덕분이다. 유튜버 ‘허블리TV’로 변신한 허성태가 상반신을 노출한 채 능청스럽게 섹시 댄스를 추는 모습은 파격 그 자체라는 평가.

하지만 뜨거운 인기에 대해 정작 본인은 무덤덤하다. “징그러워서 세 번만 봤다. 죄가 있다면 열심히 한 죄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허성태는 강한 인상과 달리 낯을 가리고 수줍음이 많은 편이다. SNS에 밝힌 MBTI(성격유형검사) 유형도 내향형 평화주의자인 ‘INFJ’다.

일종의 노력형 ‘더티 섹시’인 허성태가 ‘스텔라’ 제작보고회에서 “100만 관객을 돌파할 경우 영화 시사회 무대 인사 때 또 한 번 코카인 댄스를 추겠다”는 깜짝 공약을 내걸었다. 부끄러움을 이겨낼 만큼 영화 홍보에 진심인 이유는 허성태에게 올해가 특히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징어 게임’으로 얻은 인기를 발판 삼아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야 할 때다. 스스로도 ‘오징어 게임’ 이후 인터뷰에서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바 있다.

“지금이 전환점인 거 같아요. 예를 들면 조·단역에서 주조연으로 가는 중간 단계에 있는 것이죠. 이 단계를 넘으면서 ‘어떻게 하면 보시는 분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연기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왔던 연기에서 어떤 다른 색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또 준비하고 있습니다.”

치열한 고민의 결과일까. 스타트가 좋다. 예능 나들이로 화제성을 증폭시킨 데 이어 영화 ‘스텔라’가 바통을 이어받았고, 두 편의 영화가 올해 개봉을 목표로 대기 중이다. 정지영 감독의 ‘소년들’과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인 ‘헌트’에서 허성태는 각각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예정. 드라마도 줄을 섰다. 현재 올 상반기 방영 예정인 KBS ‘붉은 단심’을 촬영하고 있으며, JTBC ‘인사이더’도 하반기에 방영된다.

#허성태 #더티섹시 #스텔라 #여성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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