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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세 명품 배우 김보연의 자기 관리

글 김지은

입력 2021.10.08 10:30:02

지난 8월 시즌 2를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의붓아들을 흠모하는 파격을 선보이며 화제의 중심에 올랐던 배우 김보연이 시즌 3 촬영을 앞두고 카메라 앞에 섰다. 60대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만큼 탄력 넘치는 몸매와 백옥 같은 피부의 비결, 그리고 47년 연기 인생에 대해 들어보았다. 
“배우라면 누구나 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내가 제일 잘하고 싶고, 내가 제일 튀어야겠고.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거꾸로 가야 한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특히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의 동미는 보통 여자가 아니니까, 내가 너무 잘하려 튀면 오히려 극의 흐름이 깨지고 이상해 보일 수 있었을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후배들의 연기에 묻혀 자연스럽게 갈 수 있을까를 가장 많이 고민했죠.”

작가 임성한은 5년 만의 복귀작 ‘결혼작사 이혼작곡’에서 재혼한 남편 신기림(노주현)의 아들 신유신(이태곤)을 흠모하는 중년 여성 김동미 역으로 주저 없이 배우 김보연(64)을 선택했다. 누가 보아도 김보연이었기에 가능한 그림이었다. 압권은 남편의 죽음을 묵도하며, 눈물 연기만으로 모든 감정을 쏟아낸 영화관 신이었다. 심장마비로 죽어가는 남편을 매몰차게 외면하고야 마는 여자의 얼굴에는 갑작스레 맞이한 자유에 대한 기쁨과 환희, 그리고 지난 세월에 대한 통한이 주마등처럼 교차했다. 시청자들은 대사 한마디 없이 클로즈업되는 동미의 얼굴에서 ‘왜 죽어가는 남편을 도와주지 않았냐’ 원망하거나 의문을 품지 않았다. 연기자 김보연의 완벽한 승리였다.

이태곤을 유혹하는 장면에서도 그랬다. 사람들은 새엄마의 그릇된 욕망을 욕하면서도 그런 상황에 완전히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걸 어떻게 연기해야 하나, 정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조금만 넘치거나 모자라도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몰입이 안 될 거고, 그렇다고 너무 튀어버리면 징그럽게 보일 테니까. 아마 주위에서 멋지다, 예쁘다 응원해주지 않았다면 차마 몰입하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의 말대로 ‘넘치면 추하고, 모자라면 바보처럼 보였을’ 새엄마와 의붓아들의 아슬아슬한 로맨스가 그토록 그럴싸해 보일 수 있었던 것은 실제 눈앞에 그런 일이 벌어져도 누구 하나 이상하다 생각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배우의 외연과 47년 연기 내공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일 터이다. 그는 언제나처럼 노련했지만 어느 때보다 빛나 보였다.



“어릴 때 나는 나이 60쯤 되면 이 생활을 안 할 줄 알았거든요. 60이 다 뭐야, 쉰만 넘어도 애들한테는 다 할머니였지. 나도 그래서 어릴 적에는 우리 할머니 보면서 많이 놀렸어요. ‘할머니는 어떻게 이렇게 흰머리가 나’ ‘얼굴에 어떻게 이렇게 주름이 생겨’ 그러면서. 그런데 나이를 먹고 보니 인생은 계획했던 대로 안 되는 거더라고요. 내가 두 번이나 이혼할 줄은 또 누가 알았겠어요.”

그는 차마 먼저 꺼내기 조심스러웠던 이혼 얘기마저 선뜻 꺼내들 정도로 쿨했다. 게다가 스무 살 차이 나는 잘생긴 남자 배우와의 엉큼한 로맨스를 이토록 찰떡같이 잘 소화해낼 수 있는 예순넷의 나이라면, 수십 년 전 상상했던 호호 할머니의 평온한 노년보다야 훨씬 신나고 재미진 삶을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도 그는 문득 “내가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며 웃음을 지었다.

악역이면 악역, 코믹이면 코믹, 국민 밉상부터 국민 언니, 국민 엄마까지 안 해본 역할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연기 스펙트럼 넓기로 정평이 나 있지만 그는 여전히 ‘배우 김보연만이 할 수 있는 배역’이 찾아오기를 안달 난 아이처럼 기다리고 있었다.

“메릴 스트립처럼요. 메릴 스트립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배우이자 가장 부러운 배우예요. 작품마다 완벽하게 메릴 스트립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게 하잖아요. 저에게도 나 아니면 아무도 못 할 것만 같은, 그런 작품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나는 정말 잘할 수 있는데.”

조금 전까지 “언제까지 이래야 하나 싶다”던 그는 작품 이야기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초조하게 욕심을 냈다. 평생을 연기자로 살아온 속내에는 연기에 대한 갈망으로 목이 바짝 타버린 어린 소녀가 살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멀리 도망가 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어쩌면 그렇게 한결같이 곱냐’ ‘어떻게 그렇게 젊은이들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냐’는 칭찬의 말들이 그렇게 듣기 좋고 힘이 나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화답하기 힘겨운 채찍질로 등짝을 내리칠 때가 있다. ‘나는 더 잘해야 해’ ‘내가 제일 어른인데 모범을 보여야지’ 하며 고삐를 그러쥐다 촬영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온몸이 기절한 오징어처럼 흐물거리며 늘어지게 되는 때가 딱 그렇다.

“작품 하나를 끝내고 나면 정말로 어디론가 멀리 도망가고 싶어지더라고요. 혹시나 밉게 나오면 어쩌나, 예전 같지 않다 소리 들으면 어쩌나 싶어 인터뷰 사진 찍는 것도 싫어지고요. 사람들은 ‘여전한’ 김보연을 기대하는데 내가 더 이상 그 모습이 아니어서 실망하면 어쩌나, 지금 내 모습으로 할 수 있는 연기, 하고 싶은 연기가 아직도 너무 많은데 혹시나 ‘이제는 그럴 수 없겠다’ 소리 듣는 것도 무서워요. 한동안 안 보이다 나타나면 ‘어머 왜 저렇게 갑자기 늙었어?’ ‘왜 저렇게 변했어?’ 소리 듣게 될 테니 작품을 쉬는 건 또 그거대로 싫고요.”

젊은 날에는 그 숱한 구설수를 견디다 못해 멀리 미국으로 도망치듯 유학을 떠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전 세계 어딜 가도 배우 김보연을 모르는 한국 사람을 마주칠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이제는 시청자들과 함께 자연스레 나이 들며 조금은 마음 편히 살아보고 싶다는 소박한 인생 계획을 세워보기도 한다. 화려한 은막의 스타 김보연도 좋지만 ‘저이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니까’라고 인정받는 김보연으로 살고 싶은 때가 더 많다.

리즈 시절, 이름을 떨치던 당대의 여배우라면 누구나 통과의례처럼 넘나들어야 했던 19금 영화를 번번이 거절했던 그는 출연 제의가 들어올 때마다 다른 신인 여배우를 데려다 “저보다 훨씬 예쁘고 연기도 잘하는 애”라 소개하곤 했다.

그랬던 그가 올해 초 ‘결혼작사 이혼작곡’ 1회에서부터 몸매가 훤히 드러나는 수영복을 입고 등장하는 파격을 잇따라 선보였다. 6회에서는 욕조에 몸을 담그고 의붓아들 이태곤과 아슬아슬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목욕 신까지 촬영했다. 나이 든 여자가 주책이라는 소리를 듣게 되지 않을까 염려한 건 김보연 혼자만의 기우였을 뿐, 20대라 해도 믿을 탄력 넘치는 몸매와 뽀얀 피부 덕에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었던 의붓아들과의 관계 설정마저 누구나 “그럴 수도 있지”라고 수긍할 정도로 그럴싸해졌다.

젊은 시절에도 하지 못했던 노출 신에 뒤늦게 용기를 낸 이유를 묻자 그는 “내가 정말 괜찮은가? 해볼 만한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여전히 아름답다’거나 ‘어쩌면 그렇게 나이를 먹지 않냐’는 칭찬에 도망이라도 가고 싶다가도 그 말들 덕분에 또 카메라 앞에 용기를 내어 설 수 있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아이러니를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상대 배우가 11년 전 ‘황금물고기’에 함께 출연한 인연으로 지금까지 돈독한 친분을 이어온 이태곤이라는 점도 한몫했다.

“태곤이한테도 그랬어요. ‘너라서 정말 다행’이라고. 적어도 어색한 마음에 실수를 할 것 같지는 않더라고요. 아무리 연기라지만 어딘가 불편하고 어색하다 싶은 마음이 있으면 결국에는 그런 것들이 다 드러나게 되어 있으니까. 시청자들은 금세 알죠.”

파격적인 노출 신 덕인지 너도나도 몸매 관리 비결을 물어오는 통에 인터뷰에서 무얼 물어올지, 기대하는 답 중에는 어떤 것들이 포함되어 있을지 이제는 너무나도 뻔해져버렸지만, 그는 대부분의 ‘자기 관리’ 잘하는 연예인들이 그렇듯 공부로 치자면 과외 한번 받은 적 없이 서울대 간 모범생의 전형이다.

“특별히 챙겨 먹고 그런 거 없어요. 방송 같은 데서 보면, 뭐가 몸에 좋다더라 하면 여기에도 그걸 넣어 먹고 저기에도 그걸 뿌려 먹고 그러던데 저는 그냥 그날그날 먹고 싶은 걸 고루 먹는 게 좋더라고요. 견과류 같은 것도 오늘 호두가 먹고 싶다 하면 몇 알 집어먹고 다음 날 또 뭐가 먹고 싶다 하면 그걸 먹어요. 아, 비타민이나 루테인 같은 영양제는 얼마 전부터 챙겨 먹고 있네요.”

특별할 것 없는 식단이지만 가급적 시간을 지켜 먹고 아침과 저녁은 채소나 과일, 달걀, 두부 정도로 가볍게, 점심 한 끼는 제대로 배불리 먹는 게 원칙이라면 원칙이다. 과식을 하는 때도 더러 있는데, 그런 날엔 운동을 좀 더 챙겨서 하면 그만이다. 술이나 담배는 즐기는 것도, 밤늦도록 흥청망청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도무지 흥미가 생기지 않는 일이기에 하지 않는다. 어찌 보면 참 재미없을 것만 같은 일상인데 그는 요즘이 제일 편안하고 행복하다고 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일 운동을 하러 가요. 다음 날 근육통을 앓을 만큼 트레이너와 고강도 운동을 하기도 하고요. 오전 6시면 잠에서 깨는 게 습관처럼 몸에 배서 슬렁슬렁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 날도 있어요. 예전에는 모자 푹 눌러쓰고 마스크 끼면 오히려 더 눈에 띄어서 금세 사람들이 알아보곤 했는데 요즘에는 너도나도 그렇게 다니니까 아무도 안 쳐다보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걸어다니는 게 조금은 편해졌어요.”

궁금한 것은 그뿐이 아니었다. 그는 클로즈업된 화면에서도 모공 하나 보이지 않는 피부, 머리채 잡고 싸우는 장면마저 너끈히 소화해낼 만큼 길고 풍성한 머릿결을 유지하고 있었다.

인터뷰 전 찾아본 인터넷 기사에서는 몇 해 전부터 받기 시작한 레이저 시술 외에는 피부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고 있는 것이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뭔가 놓치고 간 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 화장품은 무얼 쓰는지, 화장품을 바를 때 하는 사소한 습관 같은 것들은 없는지, 머릿결 관리는 어떻게 하는 것인지 꼬치꼬치 캐물어보았다.

“딱히 정해놓고 쓰는 건 없어요. 선호하는 브랜드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피부가 예민한 편이 아니어서 누가 선물로 준 화장품도 가리지 않고 감사한 마음으로 잘 쓰거든요. 화장품은 마음 편하게 푹 덜어 쓸 수 있는 게 최고인 거 같아요. 굳이 비싼 화장품 아껴 쓰느라 조금씩 바를 바엔 저렴한 제품을 마음껏 바르는 게 낫죠. 머릿결 관리도 따로 하진 않았지만 두피 에센스 정도는 챙겨 발라요. 스프레이 같은 걸 뿌린 날에는 촬영이 끝나자마자 바로 머리를 감아서 두피에 남아 있지 않도록 하고요. 두피가 건강해야 머릿결이 건강한 거더라고요.”

작품마다 클로즈업되는 얼굴에서 부자연스러운 면을 찾아볼 수 없었던 이유도 알았다. 작품에 들어가기 전 가벼운 레이저 시술 같은 건 받고 있지만 필러나 실 리프팅 같은 보형물 시술은 일부러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결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부자연스럽게 되돌아가는 보형물 시술의 특성상 혹여나 화면에 부담스럽게 보일 수도 있을 거란 염려 때문이다.

“피부과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제일 놀란 건 나 빼고는 죄다 20~30대 젊은 사람들이 고객이라는 점이었어요. 생각해보면 피부건 건강이건 건강할 때 관리하는 게 맞거든요. 몇 해 전 돌아가신 우리 어머니도 그러셨어요. 어릴 때부터 기억나는 게, 어머니가 크림을 바르고 나서는 이렇게 주먹을 꼭 쥐고 턱선을 끌어올리는 마사지를 하셨거든요. 그래서인지 아흔이 넘은 나이까지도, 턱선이 매끈하게 올라붙어서 흘러내리는 부분이 하나도 없으셨어요. 피부과 시술 이런 거 하나 안 받으시고도 지금의 저보다 더 팽팽하고 예쁘셨어요. 그래서 저도 요즘에는 세안 후에 크림을 듬뿍 바르고 페이스 롤러 같은 리프팅 도구로 턱선 마사지를 꼭 해요. 그냥 턱선에 대고 이렇게 이렇게 문지르기만 하면 되니까 어렵지도 않아요.”

듣고 보니,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건 타고난 미모만이 아니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 비싼 돈 들이지 않고도 피부를 가꿀 줄 아는 일상의 소소한 지혜, 그런 것들을 놓치지 않는 성실함이 그에겐 무엇보다 큰 자산이었다.

이혼, 이제는 아득한 옛날 이야기

1974년 안양예고 시절 영화 ‘애정이 꽃피는 계절’(원제 ‘아랫마을 이쁜이’)로 데뷔한 그는 ‘어머니와 아들’ ‘진짜진짜 좋아해’ 등의 영화에 잇따라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1977년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 ‘당신’으로 스타덤에 오른 뒤로는 연기자로서뿐만 아니라 가수로도 승승장구하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1집 ‘사춘기’로 음악 차트를 싹쓸이한 덕에 ‘서울국제가요제’ 한국 대표로 출전해 해외에서까지 주목받았을 정도다.

그는 스스로 “친구가 많지 않다” “마음을 쉽게 여는 스타일이 아니다” 말하지만 촬영 현장에서 누구보다 먼저, 섬세하게 사람들을 살뜰히 챙기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결혼작사 이혼작곡’ 촬영 현장에서 마주친 전남편 전노민에게 먼저 다가가 웃으며 안부 인사를 건넨 것도 ‘내가 여기서 싸늘하게 입 다물고 있으면 현장 스태프가 불편할 것 같아서’였다.

“벌써 9년 전 일인걸. 이제는 왜 이혼했는지조차 가물가물 해요.”

그 모든 인생의 폭풍을 뒤로한 채 ‘별일 아니었다’ 자조할 수 있게 된 것도 시간이 주는 선물인 걸까. 그는 “철들자 망령이라고, 내가 딱 그 짝”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때는 서로가 철이 안 들었던 거 같아요. 화가 나고 못 참겠고, 그랬던 거겠죠. 젊었으니까. 그런데 다른 건 기억이 안 나고, 우리가 이혼할 때 주변 많은 분들이 너무너무 안타까워하셨던 게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어요. 요즘도 가끔 TV나 이런 데서 보면 예쁘게 잘 지내던 후배 커플들이 이혼하고 헤어지고 그러거든요. 그러면 내가 그렇게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파. 그러다 문득 ‘아, 그 때 나한테 왜 이혼했어?’라며 안타까워하시던 분들 마음이 딱 이런 거였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는 그마저 다 지난 일, 현실에서 드라마 속 이태곤처럼 멋진 남자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 그는 “업고다닐 것”이라며 소녀처럼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한편으로 경제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근사하고 여유로운 남자가 곁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또 한편으로는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가며 첫 번째 남편과의 사이에 난 두 딸과 자주 왕래할 수 있는 지금의 생활이 가장 행복하다 싶기도 하다.

“얼마 전에도 딸들을 만나러 미국에 갔는데, 마트 진열대에 어디서 많이 본 얼굴이 있는 거예요. 우리 둘째가 레브론 염색약 광고 모델이라더니, 염색약 패키지에도 얼굴이 나오더라고요.”

그 역시 얼마 전 JTBC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 촬영을 마치고,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즌 3를 준비하고 있다. 드라마 ‘너를 닮은 사람’에서는 고현정의 시어머니 역으로 출연해 또다시 강렬한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나는 사실 고현정이라는 배우랑 처음 호흡을 맞춰보는 거라 속으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세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해서. 그런데 막상 같이 일을 해보니 사람이 너무 성실하고 예의도 바르더라고요. 같이 작업을 하는 동안 한번도 약속을 어기거나 늦은 적이 없고, 심지어 내 촬영 신이 연달아 있는 날에는 본인이랑 겹치는 신이 거의 없어 어지간하면 미룰 법도 한데 일부러 나와서 촬영을 하고 가더라고요. 내가 깜짝 놀라서 ‘이거 촬영하려고 왔어?’ 했더니 ‘당연하죠, 선생님’ 하는데 참 사람이 됐다 싶었어요. 안 그랬음 그 스케줄 맞추러 내가 두 번 나와서 촬영해야 하는데.”

어쩌면 인기는 거품 같은 것, 나이가 들고서야 더 진하게 느껴지는 ‘사람이 먼저’라는 진리를 그는 요즘 더더욱 뼈저리게 느끼는 중이다. 그래서 사람 냄새 풀풀 나는 현장을 벗어날 수 없고, 그래서 또 새로운 사랑을 꿈꾸어보기도 한다. 만나보니 배우 김보연은 정말 같이 손잡고 예쁘게 나이 들어가고 싶은, 언니 같은 사람이었다.

사진 홍태식
의상협찬 MI SCHO..N JOO(미쉔주) 헤어 진화 메이크업 서미란



여성동아 2021년 10월 69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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