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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논스톱'부터 롤모델 정우성까지, 조인성이 사랑하는 것들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1.08.26 10:30:01

‘미남 배우’에서 ‘연기도 잘하는 미남 배우’로 자리매김한 조인성은 진화를 거듭한다.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지만 삶에 대한 진지함까지 더해진 그는 마치 잘 익어가는 와인과 같이 멋을 더하고 있다. 그가 털어놓는 진솔한 이야기엔 인간미가 가득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서울 강동구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이 말을 들어봤을지도 모른다. ‘천호동 조인성’. 마치 하나의 브랜드와 같은 수식어를 낳으며 뭇 여학생들의 흠모를 듬뿍 샀던 이 인물은 천호동을 넘어 한국 전체를 대표하는 스타가 됐다. 186cm의 큰 키와 조각처럼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미남 배우의 상징이 된 조인성(40) 이야기다.

조인성은 1998년 의류 브랜드 모델로 연예계에 발을 들였고 약 1년 후 한복 디자이너 고(故) 이영희 씨의 딸이자 배우 전지현의 시어머니이기도 한 이정우 디자이너의 패션쇼에서 첫 런웨이 무대를 가졌다. 이정우 디자이너는 과거 한 방송에서 “신선한 모델을 찾던 중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조인성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서 캐스팅했다”며 “신체 조건이 완벽했다. 원래 파리 컬렉션에 올랐던 의상이라 한국인 체형에 맞게 수선을 해야 했지만 손볼 데가 전혀 없었다”는 찬사로 당시의 조인성을 회상했다.

이후 조인성은 2000년 드라마 ‘학교’에서 주연을 맡아 연기로 영역을 확장했고 ‘뉴 논스톱’(2000), ‘피아노’(2001) 등을 통해 청춘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서 ‘잘생긴’ 배우로 끝났다면 지금의 조인성은 없었을 터. 조인성은 인기에 취하지 않고 ‘진정한 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연기를 잘해야 한다. 배우의 본질은 연기다’라는 생각으로 치열하게 연기에 임했다. 조인성의 첫 장편영화 데뷔작 ‘마들렌’의 박광춘 감독은 과거 방송에서 조인성을 “독종”이라 평가했다. 그는 “조인성은 다른 배우보다 작품에 더 파고들어 나를 많이 괴롭혔다. 연기에 대한 고집으로 한 장면에 25번씩 NG를 내기도 했다. 스타라기보다는 작품에 ‘올인’할 줄 아는 배우였다”고 밝혔다.

조인성의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을 통해 조인성은 ‘잘생긴 배우’에서 ‘연기까지 잘하는 잘생긴 배우’로 진화했고 이후에도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영화 ‘비열한 거리’(2006)에선 몰락해가는 삼류 조폭을 리얼하게 소화했고 ‘쌍화점’(2008)에선 주진모, 송지효와 농밀한 베드신을 선보이며 청춘스타로서는 파격적인 행보를 걸었다. 2010년대 들어선 노희경 작가와 의기투합, ‘그 겨울, 바람이 분다’(2013), ‘괜찮아, 사랑이야’(2014) 등에서 맡은 역을 훌륭히 소화하며 시청자들로부터 “조인성이 아닌 다른 배우는 상상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 등 배우로서도 한 단계 더 도약하기에 이른다.

어느덧 연기 생활 20여 년, 40대에 접어들었지만 그는 여전히 멋지다. 청춘스타로서의 풋풋함은 성숙함으로 멋의 형태를 바꿨다. 그리고 그 멋을 더하는 건 조인성의 인간미다. 올해 7월 조인성은 유튜브 채널 ‘ODG’에 출연해 아역 배우 성하랑과 만나 자신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조인성은 성하랑에게 “연기가 무척 하고 싶었고, TV에 내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막상 보니 창피했다. 포기하자니 오기가 생겼고 잘해보고 싶었다. 점점 부담스러워져 힘들 때도 많다”고 털어놓으며 화제를 모았다.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다정함과, 화려함 뒤에 감춰졌던 그의 솔직함은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같은 달 23일엔 스크린 복귀작 ‘모가디슈’ 홍보차 ‘비열한 거리’ 촬영 때부터 연을 맺은 배우 박효준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진솔한 취중 대화를 나눠 눈길을 끌기도 했다. 10년 넘게 변하지 않고 돈독한 우정을 유지하는 ‘톱스타’의 인간미에 반응은 뜨거웠다. 조인성의 됨됨이는 함께한 동료들에게서도 인정받는다. ‘모가디슈’를 촬영하며 그와 함께한 감독 류승완은 여러 인터뷰를 통해 “조인성의 인성은 말할 것도 없다”며 극찬했다. 또 차기작 ‘밀수’에서도 조인성을 주연으로 낙점, 촬영에 임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배우 김재화는 한 방송에서 “한 살 어린 동생인데 열 살 많은 오빠 느낌이다. 고민거리를 말하면 5분 안에 해결해줘 엄청 의지가 됐다”고 밝히기도.

‘모가디슈’는 연기자로서 더 유연해진 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과거 영화에선 단독으로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조인성이 중시한 것은 함께하는 배우들과의 ‘조화’였다. 7월 22일 시사회에서 조인성은 “그간 홀로 영화를 이끌어간 경험이 있는데 이번엔 선배님들(김윤석, 허준호 등)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다는 소박한 마음으로 참여했다. ‘모가디슈’는 앙상블을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좋은 영화다”며 출연을 결심한 까닭을 밝혔다.

‘모가디슈’는 실화를 바탕으로,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내전으로 인해 고립된 한국과 북한 대사관 일행의 생사를 건 탈출을 그렸다.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하기 위해 촬영은 여행 금지 국가인 소말리아 대신 4개월간 모로코의 도시 ‘에사우이라’에서 올 로케이션으로 진행됐다. 조인성은 안기부 출신 주 소말리아 한국 대사관의 참사관으로 까칠하지만 속정 깊은 엘리트이자 지성과 무력을 겸비한 강대진 역을 맡았다. 개봉 후 ‘모가디슈’는 평론가, 관객들의 호평과 함께 올해 한국 영화 최초로 관객 2백50만 명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개봉을 하루 앞둔 7월 27일 조인성을 화상으로 마주했다. 그의 생일은 7월 28일, 마침 영화 개봉일과 일치했다. 조인성은 “생일에 개봉해서 더 남다른 영화가 될 것 같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무엇보다 부모님이 좋아하실 것 같다”며 환하게 웃는 소탈한 그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절로 미소 짓게 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겸손한 태도로 임하면서도 함께한 동료들에 대해선 아낌없는 찬사로 흠뻑 애정을 드러냈다.


하루하루 세월을 통해 배워가

‘모가디슈’가 호평을 받고 있어요. ‘안시성’ 이후 3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인데 소감이 어떤가요.

현재까지의 순조로움에 감사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에요. 그저 모든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상황에 개봉하게 돼 부담이 있었을 것 같아요.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죠. 참 모든 게 쉽지 않네요(웃음). 많은 사람들이 힘든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해내야죠. 물에 빠진 김에 진주를 캔다고 하잖아요. 비록 상황이 안 좋지만 관객들에게 영화적 쾌감을 선사할 수 있다면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영화를 보러 극장에 와달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저 무더위에 좋은 영화를 선보이고 싶었어요.

시사회에서 김윤석, 허준호 씨 등 “선배님들과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 참여했다”고 했는데, 함께해보니 어떻던가요.

제가 이제 어딜 가도 고참급인데, 이번 현장을 겪으며 아직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웃음). 두 선배님이 워낙 전설과도 같은 존재다 보니 더 막내가 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고요. 윤석 선배님은 대본의 여백을 연기로 가득 채우시는 분이에요. 극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있으시죠. 준호 선배님은 굳이 대사를 하지 않아도 페이소스가 느껴져서 경이로웠고요. 그 두 거목이 영화를 더 풍성하게 했다고 생각해요. 선배님들은 항상 여유가 있어요. 여유는 경험에서 나오거든요. 전 그런 경험들이 참 부러워요. 두려우면 무서워지고, 용기를 내지 못하게 되니까요. 이번 영화 촬영 현장에서 선배님들을 보면서 ‘많은 세월을 통해 경험을 얻은 거구나’라는 걸 두 눈으로 보고 배웠어요. 저도 그런 경험을 더 쌓고 싶네요.

류승완 감독과는 이번 영화가 첫 작품인데, 바로 다음 영화 ‘밀수’까지 같이하게 됐어요.

류승완 감독이었기에 이번 영화를 제작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올 로케이션은 시간적 여유도 많지 않고 제작비 운용도 쉽지 않은데, 류 감독의 결단력과 합리적 운영이 영화를 완성한 가장 큰 힘이었죠. 또 베테랑 감독이라 완고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편견이었어요. 연기나 영화의 방향에 대해 배우의 생각을 잘 들어줘서 함께 의지하며 작품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밀수’ 출연 수락도 류승완 감독이라 가능했어요. 시나리오도 제대로 못 봤는데, 마침 제 시간이 빌 때를 어떻게 아셨는지 “시간 돼?” 하셔서 바로 “OK” 했죠(웃음). ‘밀수’에도 김혜수, 염정아 선배님이라는 두 거목이 계세요. 제가 이번에도 앙상블을 이뤄서 영화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요.

류승완 감독을 비롯해 함께한 동료들이 조인성 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해 보이는데, 비결이 있나요.

지갑을 잘 열어서 그런 것 아닐까요(웃음). 먹을 것도 많이 사주고요. 주변 사람들이 절 따른다기보다는 제가 많이 따라다녀요(웃음).

10대부터 연예계 생활을 했는데,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어요. 예전과 바뀐 점이 있을까요.

과거와 달라진 점이라면, 그때보다 늙었다는 것(웃음)? 왜 나이 얘기를 꺼내는 거예요(웃음)? 사실 40대가 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진 점은 느끼지 못하고 있어요. 어떤 어른이 돼야겠다는 거창한 목표를 가질 필요도 없다 생각하고요. 그러면 제가 한 말이나 정한 목표에 스스로 발목이 잡힐지도 모르니까요. 큰 목표를 가질 필요 있나요. 하루하루 세월을 통해 배워가는 거죠(웃음). 누구나 어김없이 나이 드는 과정에 있잖아요. 인정하지 않으면 괴롭죠. 너무나 자연스러운 거니까요. 받아들이면서 현재를 잘 보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얼마 전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연기자 생활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는데.

그동안 제 자신을 굉장히 고립시켜왔어요. 그래야만 한다고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잘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어요. 지금은 최선을 다해 스스로의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괴롭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죠. 이젠 가볍고 재미있게 연기를 하고 싶거든요.

똑같은 자리에 머무르지 않는

영화 ‘모가디슈’

영화 ‘모가디슈’

연기자로 산 지 20년이 넘었어요. 배우로서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하나요.

너무 오래 했네요(웃음). 어릴 땐 ‘20년 차쯤 되면 연기 쉽게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지금도 어려워요. 그래서 계속하는 것 같아요. 연기를 대하는 마음은 신인 때나 지금이나 똑같거든요. 물론 방향성에 대한 고민도 계속하죠. 결국 옳고 그름은 없잖아요. 그저 거침없이 임하고 싶어요. 배우로서의 삶이 지루하지는 않았으면 좋겠고요.

연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잖아요. 특히 ‘쌍화점’은 지금까지도 파격적인 선택으로 회자돼요. 앞으로도 그런 도전의 기회가 온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그때의 도전은 그때만 가능한 것 아니었나 싶어요(웃음). 당시엔 배우로서 갈망이 컸어요. 단순히 청춘 배우로서만 머무르고 싶진 않다고 생각했죠. 그 과정을 통해 현재의 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헛된 도전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러한 노력 덕분일까요. 이젠 ‘연기까지 잘하는 잘생긴 배우’로 인정받고 있어요. 조인성 씨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잘 모르겠어요. 제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신이 됐다는 뜻이니까요. 참 어려운 일이죠. 그래도 ‘모가디슈’를 촬영하며 윤석 선배님과 준호 선배님이 “잘하고 있다”고 응원해주셨는데, 그걸로 비춰봤을 때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잘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도 조심스레 들고요.

연기 생활에 있어 전환점이 됐다 느끼는 역이 있나요. 가장 애정이 남는 역이라거나.

가장 애정이 남는 캐릭터는 데뷔 초 시트콤 ‘뉴 논스톱’의 조인성이었어요. 그 모습이 지금까지 제가 연기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에요. 전환점이라면… 영화배우로서는 ‘비열한 거리’, 드라마는 많아서 꼽기는 어렵지만 노희경 작가와 함께한 작품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상대적으로 선한 역할을 주로 하잖아요. 악역에 대한 갈증은 없나요.

제가 딱 봐도 선하잖아요(웃음). 앞으로도 악역은 못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밸런스는 잘 맞춰야 할 것 같아요. 사람들이 저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이나 제가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도 연기해야죠. 다만 악역이 단순한 악역으로서만 존재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선과 악의 기준은 누구나 다를 수 있으니까요.

인터뷰 막바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롤 모델이 있는지 물었다. 조인성은 “존경하고 좋아한다”며 배우 정우성을 꼽았다. 한편 정우성은 지난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다작을 하는 이유는 20~30대 시절 너무 까다로워 작품을 많이 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조인성도 올해 ‘어쩌다 사장’으로 예능에 첫 고정 출연했고 ‘모가디슈’에 이어 ‘밀수’, 드라마 ‘무빙’ 등으로 자신의 롤 모델처럼 ‘다작’ 행보를 예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과거에 대한 후회 때문은 아니다. 조인성은 다작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단호히 “후회는 없다”며 “지금까지 한 작품의 수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다작을 하지 못한 이유는 현 작품에 매진하고 개봉할 때까지 책임을 다하려는 나의 성향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런 그가 지금까지완 다른 행보를 보이는 까닭은 뭘까. 그는 또 한 번의 도전을 꿈꾸고 있다.

“시대의 흐름이 계속 바뀌고 있어요. 다양한 채널이 늘어가고 있으니 콘텐츠 시장도 점점 커질 거라 생각해요.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똑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아야겠죠. 시대에 발맞춰 제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어요. 이번 영화를 기점으로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인사드리고 싶어요. 이제는 영화뿐만 아니라 드라마, 예능 등 대중들과 더 자유롭고 다양하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늘리고 싶어요. 이렇게 많은 작품을 하고 다양한 촬영 현장을 경험하는 것이 오랜만인 것 같은데 내년, 내후년엔 지금 농사지은 걸 수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IOK컴퍼니 롯데엔터테인먼트



여성동아 2021년 9월 6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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