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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스타 아역에서 명품 배우로 도약한 김현수

글 이현준 기자

입력 2021.07.06 10:30:01

배우 김혜수와 송중기가 “될성부른 나무”라고 극찬한 배우 김현수. 그는 일찌감치 아역으로 연기를 시작해 데뷔 10년 차를 맞이했지만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 ‘펜트하우스’에 이어 ‘여고괴담’ 여섯 번째 시리즈로 안방극장과 스크린 흥행 쌍끌이에 나선 김현수를 만났다. 
“난 민설아처럼 바보같이 안 죽어!”

대걸레를 꼬나들고 자신을 집단따돌림 하는 무리와 난투극을 벌인다. 수없이 짓밟히지만 포기하지 않고 억척같이 살아남는 잡초 같다. 그러면서도 엄마 오윤희(유진)가 빼앗긴 트로피를 찾아주겠다 다짐하며 가족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고, 민설아(조수민)의 죽음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참회하는 등 끝까지 인간미를 잃지 않는다.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 속 배로나의 모습이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와 꺾이지 않는 의지에 공존하는 부드러움. 이는 오롯이 배로나 역을 맡은 배우 김현수(21)의 힘이다.

떡잎부터 남다르단 말이 있다. 김현수가 그랬다. 불과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11년, 데뷔작 영화 ‘도가니’에서 성폭행을 당하는 청각장애인 역할을 소화했다. 지켜보는 사람이 힘들 정도의 장면에 많은 이가 ‘김현수에게 상처로 남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오히려 본인은 “힘들지 않고 재밌었다”며 의연했다. 당시 추운 날씨에 진행된 촬영으로 “에잇, 못해먹겠네!”라 소리쳐 제작진을 놀라게 했던 일화에선 그의 당돌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김현수는 이후에도 ‘더 파이브’(2013), ‘살인자’(2014), ‘간신’(2015) 등 강렬한 영화에 연이어 출연(정작 본인은 연령 제한으로 볼 수 없었다)하며 당찬 행보를 이어갔다. 또 히트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2011) ‘각시탈’(2012), ‘별에서 온 그대’(2013)에서 신세경, 진세연, 전지현 등 스타들의 아역을 맡아 존재감을 뽐내며 흥행에서도 뒤처지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선배들의 눈엔 그런 김현수가 그저 기특할 따름. ‘뿌리 깊은 나무’에 출연한 송중기는 김현수를 보고 “어쩌면 어린 친구가 이렇게 연기를 잘할 수 있을까”라며 감탄했고 2016년 영화 ‘굿바이 싱글’을 함께한 김혜수는 “대배우의 자질을 가진 아이”라고 극찬했다. 배로나 역으로 얻고 있는 인기가 일시적인 것이 아닌, 단지 시작일 뿐이라 느껴지는 이유다.

김현수는 6월 17일 개봉한 ‘여고괴담 여섯 번째 이야기:모교’(이하 ‘모교’)로 스크린에서도 흥행을 이어가려 한다. ‘모교’는 1998년 첫 번째 이야기를 시작으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여고괴담’ 여섯 번째 시리즈로,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모교의 교감으로 부임한 은희(김서형)가 학교 내 문제아 하영을 만나 오랜 시간 비밀처럼 감춰진 장소를 발견하게 되고 잃어버렸던 충격적인 기억의 실체를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하영은 과거의 어떤 사건으로 인해 일찌감치 문제아로 내몰린 학생이다. 우연히 학교 안 폐쇄된 장소에서 귀신의 존재를 느끼던 중 은희에게 과거의 비밀을 털어놓고 학교의 문제를 고발하지만, 자신을 온전히 믿어주지 않는 그의 모습에 실망하고 혼자서 일을 해결하려 하며 점점 공포의 실체에 다가가게 된다.



하영 역을 맡아 ‘불량 학생’으로 또 한 번의 연기 변신에 도전한 김현수를 6월 11일 화상으로 마주했다. 아직 앳된 느낌이 남아 있는 그는 “제가 말을 잘 못한다”며 조심스럽게, 조금은 서먹해 보이기도 했지만 차분하게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조곤조곤 다 꺼내놓았다. 작고 여리지만 약해 보이진 않는 모습이 그를 더욱 빛나게 했다.

신인 여배우의 등용문, ‘여고괴담’ 시리즈

‘여고괴담’ 시리즈는 김옥빈, 서지혜, 차예련 등 스타를 배출하며 신인 여배우의 등용문으로 불려왔어요. 출연에 부담은 없었나요. 혹은 기대가 됐다거나.

전작들은 제가 너무 어릴 때 나와서 다 보지는 못했지만 워낙 유명해 마니아층이 두꺼운 영화라는 건 잘 알고 있었어요. 이런 작품에 출연하게 돼 너무 기뻤죠. 그저 해는 끼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디션을 거쳐 선발됐잖아요. ‘모교’의 어떤 매력에 끌렸나요.

지금까지 마음속 깊이 아픔을 안고 사는 여린 캐릭터를 많이 소화했어요. 하영은 불량 학생처럼 보이는 거친 역할이거든요. 지금까지 해왔던 역할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해서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공포영화는 2012년 ‘무서운 이야기’에 이어 두 번째예요. 이번 영화는 으스스한 배경이 많이 나왔는데, 촬영하며 무섭진 않았나요.

흔히 공포영화에 출연한 배우들이 촬영 중 “귀신을 봤다” 혹은 “귀신의 기운을 느꼈다”라는 말을 많이 해서 걱정했어요(웃음).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촬영해서 무섭지 않았어요.

평소에 공포영화는 잘 보는 편인가요.

전 겁이 많아요. 그런데 공포영화는 자주 봐요(웃음). 궁금해서 보긴 하는데, 제대로는 못 보고 가려가며 보죠.

공포 장르를 연기할 때 더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숨’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느꼈어요. 긴장을 자아내는 상황이나 놀랄 때의 호흡이요. 그래야 보는 사람도 긴장하고 놀라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번 영화에서 스스로의 연기는 어땠다고 생각하나요.

저는 작품을 한 후엔 항상 아쉬움이 남아요. 이번 작품도 그래요. 하지만 촬영할 때는 최선을 다했으니 100점 만점에 60점을 주고 싶어요. 아니, 50점 줄래요. 생각해보니 너무 후했어요(웃음).

영화에선 김서형 씨, 드라마에선 유진 씨와 호흡을 맞췄잖아요. 어떤 차이가 있나요.

김서형 선배님은 촬영 현장에서 저를 편안하게 해주셨고, 유진 선배님은 극 중에서 엄마와 딸 사이라 그런지 저를 진짜 엄마처럼 더 신경써 주셨어요. 두 분의 공통점은 현장에서 정말 좋다는 거예요.

‘모교’의 특징은 학교 안팎의 성범죄와 이에 대한 학교의 은폐, 5·18 광주 민주화운동 등 굵직한 사회 이슈를 담아냈다는 점이다. 단순히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공포감을 조성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공포영화와는 다소 결이 다르다. 연기를 위해 작품을 온전히 이해해야 하는 배우로선 작품의 주제에 대한 인식 또한 필요하다. 김현수는 이를 잘 이해하고 있었다.

‘모교’는 사회적 메시지까지 담은 작품이잖아요. 김현수 씨도 사회적 문제나 부조리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인가요.

배우는 사회적인 이슈, 뉴스를 인지하고 이해해야 해당 주제의 작품을 연기할 수 있다 생각해요. 일부러라도 관심을 가지려 노력하고 더 찾아보곤 해요.

김현수 씨도 극 중 하영처럼 문제를 고발하려 노력할 것 같나요.

네. 저도 부조리를 보면 분노하는 편이에요. ‘모교’에서 가장 기억이 남는 대사도 교장의 “학교에선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예요. 들으면서 제일 화가 났던 대사거든요.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긴다면 바로 목소리를 낼 거예요.

그의 대답은 ‘김현수는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아역 시절부터 성폭행 피해 청각장애 아동, 연쇄살인범에게 쫓기는 소녀, 중학생 미혼모 등 성인에게도 무겁게 느껴지는 배역을 피하지 않고 소화했던 김현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앳된 외모 때문일까. 성인이 된 이후에도 ‘학생’ 역할을 단골로 맡고 있다.

성인이 되고도 학생 역할을 맡고 있는데, 콤플렉스를 느끼진 않나요.

콤플렉스는 없어요. 사실 고등학생 신분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지금 맡을 수 있는 배역이라 생각하고, 감사하고 있어요. 하지만 한 해 한 해가 지나고 제가 더 성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성인 캐릭터를 맡게 되지 않을까요(웃음)? 그때가 되면 학생보단 직업이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아역 전담 배우’라는 이미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인가요.

네. 너무 감사해요. ‘내가 배우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혼란이 올 때마다 아역을 맡은 작품이 동시간대 1위를 차지하곤 했어요. ‘나에게 배우는 운명과도 같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자신감과 위안을 얻었죠.

‘김현수’ 중 가장 먼저 검색되고 싶어

영화 ‘모교’

영화 ‘모교’

배로나와 하영 둘 중에 누가 더 김현수 씨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나요.

둘 다 저와는 싱크로율이 낮아요. 둘은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며 다른 사람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일을 추진하는 편인데, 저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많이 달라요. 물론 ‘펜트하우스’를 오랫동안 촬영하고 있어 배로나에 더 몰입이 돼요. 또 많은 분이 시청하고 응원해주시니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저와 가장 닮은 캐릭터는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던 ‘솔로몬의 위증’의 ‘고서연’이에요. 그래서 배역에 대한 이해도도 가장 높았죠.

앞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나 캐릭터가 있나요.

장르는 가리지 않아요. 제가 작품을 볼 때도 그렇고,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고요. 캐릭터는, 피해자나 착한 역할을 많이 했으니 (앞으로)그렇지 않은 것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들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오는 일이 많은데, 예능에 도전해볼 생각은 없나요.

좋은 기회가 있으면 나가고 싶어요. 얼마 전에 예능 ‘티키타카’에 나가 즐겁게 촬영했거든요. 그런데 사실 저는 제가 재밌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서 예능에 출연하면 불안하긴 해요(웃음).

20대 초반의 나이지만 일찌감치 연기 활동을 시작한 김현수는 올해로 데뷔 10년 차를 맞이했다. 그는 데뷔한 지 오래 됐음에도 “연기는 하면 할수록 어렵다.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려면 어떡해야 할지 고민에 빠지곤 한다”고 털어놨다.

또 데뷔 후 지금까지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과거 인터뷰 등을 통해 밝혔던 내용도 많다. ‘뿌리 깊은 나무’ 촬영 당시 “전도연 선배처럼 사람들에게 감동과 진정성을 주는 연기를 하고 싶다”고 한 내용이나, ‘별에서 온 그대’ 때 “김수현 선배가 내 이상형이다”라고 고백한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때보다 수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은 과연 어떨까. 다소 진지해진 분위기를 풀고자 가벼운 주제를 섞어 운을 띄웠다. 그러자 다소 긴장한 듯 보였던 김현수의 표정이 금세 밝아졌다.

여전히 전도연 씨가 롤 모델인가요.

전도연 선배님은 너무 존경스럽죠. 그런데 사실 롤 모델이 바뀌었어요(웃음). 이젠 김혜자 선생님이 제 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해요. 김혜자 선생님도 저처럼 체구가 작고 여린 외모지만 매번 새롭고 강렬한 연기를 보여주시잖아요. 그분의 작품을 보면 항상 존경심이 들어요.

김수현 씨를 이상형으로 꼽았던 건 어떤가요.

제가 그랬나요(웃음)? 그랬군요…. 사실 기억이 안 나요(웃음).

김수현 씨가 들으면 서운해하겠어요.

선배님 죄송합니다(웃음). 김수현 선배님, 정말 멋있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되면 화장을 직접 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어요.

이건 기억나요! 이제 화장은 제가 직접 합니다. 오늘도 제가 직접 하고 온 거예요. 그래서 좀 허술하지만요(웃음).

데뷔 10년 차인 올해도 거의 절반이 지났어요. 남은 시간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모교’가 흥행했으면 좋겠고 ‘펜트하우스’도 잘 마무리됐으면 해요. 촬영이 끝나면 근처에 라도 나들이를 가거나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요. 운전면허도 따고요(웃음).

김현수는 유명인 중 동명이인이 많다. 포털 사이트에서 ‘김현수’를 검색하면 김현수(50)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가장 먼저 나오고 야구선수 김현수(33)가 뒤를 잇는다. 이 이야기를 꺼내자 김현수는 큰 웃음을 터트렸다. “동명이인 중 주로 남자가 많긴 해요. 그 장관님은…언제부터인지 그 자리에 고정되셨더라고요. 포털에서 장관 정도의 위치에 오르신 분들은 자동으로 가장 먼저 나오게끔 설정한 것 같아요. 야구선수 김현수 씨는 예전에 뵌 적이 있어요. 사인볼도 받았는데, 전 책을 선물로 드렸죠. 마음에 드셨을지 모르겠네요. 제가 연기를 더 열심히 해서 배우 김현수를 더 많이 알려야겠어요. 포털에 검색하면 제가 가장 먼저 나오고 싶어요. 하하하.”

김현수는 10년 전에도, 지금도 여전히 작지만 당찼다. 지금까지의 10년보다 앞으로의 10년이 더 눈길을 끌 배우 김현수. 그는 시나브로 대배우의 길을 한 걸음씩 걸어가고 있다. 배우 김현수의 이름이, 많은 ‘김현수’ 중 포털 검색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날을 기대해본다.

사진제공 kth



여성동아 2021년 7월 69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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