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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움과 비움 사이 유난희의 균형

EDITOR_FASHION 최은초롱 기자 EDITOR_FEATURE 정혜연 기자 윤혜진

입력 2021.03.23 10:30:01

‘완판의 여왕’ 쇼호스트 유난희. 아나운서 시험에서 스물두 번 낙방하고 쌍둥이를 낳아 기르면서도 꿈을 놓지 않았다. 유난스럽게 견디고 채워왔기에 가능한 지금의 자리다.
베이지 컬러 톱, 스커트 모두 코스. 이어링 디디에두보.

베이지 컬러 톱, 스커트 모두 코스. 이어링 디디에두보.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당당하면서도 온기가 묻어나는 특유의 목소리. TV 속 그녀가 조곤조곤 설명하는 걸 듣다 보면 홀린 듯 주문 버튼을 누르게 된다. 1995년 개국한 39쇼핑(현 CJ오쇼핑)의 1세대 쇼호스트로 시작해 지금까지 활동 중인 유난희(56)는 홈쇼핑 역사상 ‘최초’ ‘최고’의 기록을 가장 많이 보유한 홈쇼핑계 독보적인 존재다. 업계 최초로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론칭했으며 처음으로 분당 매출 1억원을 기록했다. 쇼호스트 중 최초로 프리랜서 선언을 한 이도, 최초 억대 연봉자도 유난희다. 

26년간 늘 그래왔듯 유난희는 카메라 앞에서 유난히 빛난다. 표지 촬영이 있던 날, 오전 8시 15분 생방송 때문에 새벽 4시에 일어났다는 그녀는 지친 기색 없이 촬영을 이어갔다. 모든 카메라와 스태프가 사라진 후 그녀와 쇼핑부터 스물다섯 살이 된 쌍둥이 아들 이야기까지 정신없이 수다 떨듯 인터뷰하다 보니 뒤늦게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 오전에 판매한 재킷과 예전에 판매했던 스카프를 매치한 세련된 모습이었다. 문득 ‘유난희’라는 보증수표는 카메라 밖에서부터 시작됐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셋업 슈트 파비아나필리피. 드롭 이어링 일레란느. 
스틸레토 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셋업 슈트 파비아나필리피. 드롭 이어링 일레란느. 스틸레토 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지난해 말부터 두 달간 짧은 휴식을 갖고 다시 복귀했는데 쉬는 동안 무얼 하셨나요. 

사람들은 제가 엄청 부지런한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두 달 동안 넷플릭스로 영화도 보고 책 읽고 집 정리하거나 혼자 놀았어요. 제가 낯가림이 심한 편인 데다 현대인이라면 관계에서 오는 어쩔 수 없는 스트레스들이 있잖아요. 이번엔 SNS도 내려놓고 쉬어서 행복했어요. 

개인 SNS를 보니 인간미 넘치는 모습이 정말 좋던데요. 

SNS는 제가 하는 일의 연장선이자 감정을 담아내는 일기장 같은 거예요. 솔직히 매일매일 행복하기만 할 수 있나요. ‘속상한 일이 있었다’ ‘남편과 티격태격했다’ 등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쓰는데, ‘나도 그렇게 산다’며 재미있게 봐주시더라고요. 



특별히 하고 있는 식단 관리나 운동이 있나요. 

아침은 간단히 커피로 때우고 점심, 저녁 하루 두 끼만 먹은 지 거의 30년 가까이 됐어요. 제가 장이 예민하기도 하고 많이 먹으면 몸이 무겁잖아요. 내가 일한 만큼만 먹는 게 좋은 듯해요. 그러다 보니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43~45kg을 유지하고 있어요. 운동은 자주 하진 못하는데 이제는 살기 위해 좀 해야겠다고 느껴요(웃음). 

특히 피부가 좋아 보여요. 어떻게 관리하세요. 

엄마 덕분에 좋은 화장품들을 일찍 접했어요. 그런데 6~7년 전 방송에서 화장품을 많이 소개하면서부터 피부가 더 좋아졌어요. 제품 테스트를 하면서 이것저것 기능성 화장품을 많이 써봤거든요. 또 요즘은 전문가들 이야기 들으러 두세 달에 한 번 정도 일부러 피부과나 에스테틱에 찾아가기도 해요. 궁금했던 질문도 하고 뷰티 트렌드 정보도 듣고요. 


이번에 론칭하는 ‘프로 액티브 링클 크림’에는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요. 

지난해 가을쯤 홍보 마케팅 담당자가 홈쇼핑에서 다루면 좋을 제품이 있다며 소개해줬어요. 전 상품을 소개하기 전에 사람을 먼저 만나봐요. 좋은 사람이 좋은 제품을 만들거든요. 회사 대표를 만난 날 바로 제품을 써봤는데 단순한 크림이 아니라 갈바닉 디바이스가 달려 있어 신박하더라고요. 저같이 게으른 사람도 편리하게 쓸 수 있겠다 싶었어요. 

지금 한 얘기가 판매할 제품을 직접 고를 때 기준인가요. 

전 제가 홈쇼핑에서 소개하는 제품을 다 써봐요. 그리고 마음에 안 들면 제안을 거절해요. 왜냐하면 A 브랜드에서 제안이 온다면 적어도 기존의 B보다 더 좋아야 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친한 배우 김성령 씨가 저한테 의심병이 있다고 할 정도예요. 모든 제품을 의심하고 검증하면서 나라면 이 제품을 돈 주고 살까 생각해보죠. 또 제가 소개하는 제품은 다 직접 구매해요. 주문부터 배송까지 살펴보려고요.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 전 협찬 안 받아요. 

깐깐하게 고르니까 매진이 되나 봅니다. 숱한 완판 가운데 가장 기뻤던 적은 언제인가요. 

모든 사람들이 이 상품은 안된다고 했는데 성공시켰을 때요. 누구나 팔 수 있는 제품을 굳이 제가 팔 필요는 없거든요. 최근 대박이 난 캐시미어 같은 경우 ‘제대로 만들어서 제값 받고 팔아보자. 그래도 백화점에서 파는 고가의 캐시미어보단 저렴할 테니 잘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어요. 결국 홈쇼핑 역사상 전무후무한 30만 원대 캐시미어 제품을 팔았는데, 전환율(판매에서 실구매로 이어진 비율)이 제일 좋았어요. 

반대로 예상을 빗나가 당황했던 적도 있으신가요. 

네. 예전에는 얼마큼 팔릴지 거의 99% 맞췄어요. 그런데 한 3년 전부터 변화가 느껴지더니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최근 정말 달라졌어요.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된 데다가 TV 홈쇼핑 시청층 자체가 예전보다 좀 줄었어요. 주 타깃층인 40~50대가 라이브 커머스(실시간 동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채널)나 중고 마켓을 활용하기도 하고, 홈쇼핑 방송 시간에 트로트 프로그램을 시청하기도 하고요. 


1세대 쇼호스트라서 더 변화를 실감하시나 봐요. 

세상이 바뀌었다는 걸 느껴요. 처음 홈쇼핑 시작할 때만 해도 다들 “내가 물건을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돈부터 보내느냐. 이건 잘될 수가 없다”고 그랬어요. 그런데 성공했잖아요. 지금은 라이브 커머스가 등장하면서 홈쇼핑이 또 다른 변화를 겪겠구나 생각해요. 이젠 누구나 판매자이자 동시에 구매자가 될 수 있어요. 그런 걸 보면 기분이 묘해요. 

그래도 소비자 입장에선 ‘유난희’라는 이름이 주는 믿음이 있어요. 

장단점이 있죠. 장점은 믿고 선택해주시니까 작은 회사 제품이어도 제가 품질에 대한 확신이 있으면 내놓다는 점이고요. 단점은 그만큼 신중하게 골라야 하고 상품에 대한 책임감도 커진다는 거죠. 가끔 제품에 하자나 불만이 있으면 SNS로 저한테 얘기하는 분들이 있어요. 어떤 분들은 “유난희 씨 믿고 샀다”며 홈쇼핑에 대한 불만까지 얘기해주세요. 그럼 제가 또 해결해드릴 수밖에 없어요. 제 이름이 걸려 있으니까요.

오버사이즈 셔츠 파비아나필리피. 팬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네클리스 모두 디디에두보.

오버사이즈 셔츠 파비아나필리피. 팬츠, 슈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어링, 네클리스 모두 디디에두보.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 같아요. 살면서 ‘유난히’ 집착하는 부분이 더 있나요. 

저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좋아해요. 아무도 가지 않은 그 길을 개척하고 만들어가다 보니 최초라는 타이틀을 많이 달게 됐고 지금도 최초로 길을 열어가는 것들이 있어요. ‘유난희’를 한 단어로 정의 내린다면 ‘Frontier(개척자)’라고 생각해요. 

그럼 최초이자 최고의 쇼호스트로서 채워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때로는 비움의 미학이 필요하기도 하잖아요. 비우고 싶은 게 있나요. 

우리 집을 싹 비우고 싶어요. 하하.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현관 앞에 택배가 매일 쌓여 있어요. 워낙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비교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편이라 자꾸 사들여요. 가끔 바자회를 열거나 기부를 통해 물건을 처분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비운 만큼 또 들어온다는 거예요. 

언제쯤 텅 빈 집에서 살 수 있을까요. 

이 직업을 그만두는 날? 물건은, 잘 사는 사람이 팔기도 잘 팔아요. 경험이 필요하니까요. 저는 쌍둥이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일 다 해보라고 해요. 심지어 의대 준비하다가 마음이 바뀌었다고 대학수학능력시험도 안 봤어요. 2년 후쯤 한 명은 하고 싶은 게 생겼다며 유학을 갔는데, 지금 버클리 음대에서 공부 중이에요. 

한 명은 아직도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처럼 알을 깨고 있고요. ‘100세 시대’잖아요. 꿈을 찾는 게 중요해요. 조바심 내지도, 포기하지도 마세요.

제품협찬 디디에두보 미네타니 보스 에흐드쥬 일레란느 코스 파비아나필리피 
헤어 이민이(에이바이봄) 메이크업 김미소(애브뉴준오) 스타일리스트 전연지



여성동아 2021년 4월 68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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