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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tory

남편 감독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한 배우 김선영의 가족 이야기

글 두경아

입력 2021.02.03 16:22:47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확실한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는 김선영은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한다. 그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세자매’를 통해 또 한 번 인생 캐릭터를 선보였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상황에서 어렵게 개봉한 영화 ‘세자매’가 조용한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네이버 영화 관람객 평점(10점 만점)은 9점에 가깝고, 관객 리뷰 역시 ‘나와 가족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이야기’ ‘연기가 아닌 진짜 스토리’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 등 호평이 대부분이다. 특히 이름만으로도 존재감을 주는 문소리와 어떤 역할이든 찰지게 진짜처럼 소화해내는 김선영, 톱모델 이미지를 지우고 깜짝 놀랄만한 연기력을 보여주는 장윤주까지 세 명의 배우가 빚어내는 연기 앙상블은 그 자체로 예술이라는 평이다. 

‘세자매’에서 이들은 각각 소심덩어리 첫째 희숙(김선영), 가식덩어리 둘째 미연(문소리), 골칫덩어리 막내 미옥(장윤주)을 연기하며 애써 외면해온 가족의 상처를 이야기한다. 카메라는 아슬아슬한 삶을 살고 있는 세 자매의 일상을 담담하게 보여주는데, 그 흐름을 따라 차곡차곡 감정을 쌓아가다 말미에 이르러 모두의 감정이 한 번에 폭발한다. 

특히 배우 김선영(45)이 연기하는 희숙은 늘 “미안하다” “괜찮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지만, 아픔과 상처로 내면은 곪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한 없이 엇나가는 딸과 가끔 들러 돈만 뜯어가는 남편, 정성들여 만든 꽃바구니를 배달 직전 취소하는 손님 등 자신에게 무례한 사람들에게 항의는커녕 “괜찮다”며 웃는다. 관객은 그의 삶에 답답해하면서도, 그 안에서 자신 혹은 가족의 모습을 발견하며 눈물짓게 된다. 희숙을 연기하는 김선영이 가진 힘 덕분이다.

1995년 연극 ‘연극이 끝난 후에’로 데뷔한 김선영은 연극판에서 뛰어난 연기력으로 이름을 알렸다. tvN ‘응답하라 1988(2016)’에서 선우 엄마로 주목받기 시작해, KBS2 ‘동백꽃 필 무렵’(2019), tvN ‘사랑의 불시착’(2020), KBS 2TV ‘오! 삼광빌라!’(2021) 등 인기 드라마에서 주목 받는 캐릭터를 맡아왔다. 또한‘파수꾼’(2017),‘미쓰백’(2018), ‘말모이’(2018), ‘내가 죽던 날’(2020) 등 영화에도 꾸준히 출연했다.

‘세자매’는 김선영에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다. 그동안 영화에서 비중 있는 조연을 맡았던 그가 이번 작품에서는 당당히 주연 자리를 꿰찼다. 또한 극단 ‘나베’를 함께 운영하며 오랫동안 배우와 연출가로 호흡을 맞춰왔던 남편 이승원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두 사람은 2004년 이 감독의 첫 단편 영화 ‘모순’에서 만나 인연을 맺어 결혼했으며 슬하에 딸을 두고 있다.




-영화를 본 소감이 어떻던가요. 연기할 때와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을 듯 합니다. 

기술 시사회 때 처음 봤는데 그때 많이 울었어요. 엔딩에서 이소라 씨 노래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가 나올 때 슬프더라고요.

-트라우마를 지닌 희숙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배역을 받아들고 ‘이거 어떻게 하지?’ ‘어떻게 연기하지?’ 고민하며 1년을 보냈어요. 그런 과정을 통해 희숙이라는 캐릭터가 제 안에 들어왔는지 촬영은 수월했어요. 모든 인간은 먹먹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제 딸을 볼 때 그렇고요. 희숙은 비참한 순간 오히려 웃음이 나오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연기할 때 답답한 순간이 꽤 많았어요. 능수능란하게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렇게 못하니까요. 사실 우는 연기보다 (거짓으로) 웃는 연기가 더 힘들었지만, 연기자는 캐릭터에 공감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려고 노력하며 연기했어요. 우리도 종종 웃음으로 곤란한 상황을 모면할 때가 있잖아요. 그런 순간이 극대화된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배역을 맡으면 가장 먼저 옷과 신발을 고민한다고 들었어요. 

어떤 캐릭터를 맡든 아주 직관적이고 주관적으로 생각해요. 주위를 살피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제가 만나왔던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이 캐릭터는 저 사람 같다’고 정하고 조합을 해보는 거죠. ‘저 사람의 옷, 저 머리를 하면 그 인물 같은데?’ 하는 식이에요. 그렇게 하다보면 인물이 보다 확실해지고 구체적으로 완성되는 경우가 많아요.

-주연 배우이자 공동 제작자로 참여한 문소리 배우가 이 작품에 김선영 배우를 추천했더라고요. 

사실 투자 문제로 몇 번이나 제작이 엎어질 뻔했어요. 그래서 투자를 위해서라도 주연에는 더 유명한 배우가 이름을 올릴 거라 생각했죠. 그런데 주연이자 제작자로 영화에 참여한 문소리 배우가 저와 함께 작업하고 싶다며 ‘희숙’ 역에 저를 추천했더군요. 어떤 역할이든 시켜만 주면 그저 감사하게 연기할 생각이었는데, 희숙 역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고맙고 기뻤습니다.

-촬영 내내 장윤주 배우의 연기 선생님 역할을 담당했다고 들었어요. 

윤주 씨가 연기를 많이 쉬었고 저는 극단에서 연기 디렉팅을 늘 해왔어요. 윤주 씨가 원하면 촬영 때마다 도와주겠다고 했지요. 촬영 내내 윤주 씨의 연기를 보면서 상의하고 도와주면서 굉장히 친밀해졌어요. 돌이켜보면 참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윤주 씨는 정말 놀라운 배우에요. 연기는 디렉팅도 중요하지만 배우의 흡수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거든요. 모델 일을 하면서 몸으로 많은 감정을 표현했던 친구였고, 수많은 창의적인 예술가들을 만나 와서 그런지 흡수력이 정말 놀라웠어요.

-문소리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요. 

문소리 배우는 늘 열려있어요. 좋은 시너지를 내기 위해 늘 지혜롭게 소통하더군요. 언젠가 문 배우 인터뷰를 봤는데 이창동 감독님에게 ‘영화는 같이 만들어 간다’고 배웠다고 하더라고요. 보통 배우는 자기 연기만 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감독님 말씀처럼 늘 열려 있어요. 연기하면서 인물에 빠져드는 순간에는 또 거기에만 집중하고요. 촬영 내내 존경스러웠고 많이 배웠어요.


-아내가 아닌 배우의 시선으로 본 이승원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요. 

장점이 너무 많아요. 연출을 너무 잘해서 남편만 아니었으면 아마 사방팔방으로 자랑하고 다녔을 거예요(웃음). 항상 연출에 있어서는 늘 긍정적으로 열려 있어요. 흔히 본인이 쓴 시나리오를 연출하는 경우 대본대로 연기하지 않으면 안 될 거라 생각해요. 그런데 이 감독은 그 배우에 맞게 더 좋은 시너지가 나도록 바꿔나가요. 특히나 단시간에 바꾸는 능력이 대단합니다. 영화는 여러 사람이 이루는 컬래버레이션이라는 개념이 있죠. 그런 면에서 고집을 부리기보다는 유연하게 움직이는 힘이 대단하고 자신이 쓴 장르에 대한 미련이 없어요. 그게 멋있는 것 같아요. 작품의 핵심을 지키면서도 무엇이 중요한 건지 잘 알고 있는 장점이 많은 감독이에요.

-명품 악역으로 유명한 김의성 배우가 극중 남편으로 출연하더라고요. 

제 남편으로 등장한 김의성 배우는 남편과 제가 운영하는 극단의 ‘모럴 패밀리’ 공연을 우연히 보고 굉장히 좋아해 주셨어요. 정우성․김의성 배우가 작품을 보고 너무 좋다며 회식도 함께하셨죠. 그 친분으로 감독님이 김 배우에게 ‘한번만’이라며 시나리오를 건넸다고 하더라고요. 김 배우를 평소 좋아했는데 함께 연기하니 떨리고 기뻤어요. 젠틀하고 무척 겸손하시더라고요.

-정우성 배우와도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들었어요. 

2017년 저희 극단에서 올린 ‘모럴 패밀리’ 공연을 본 뒤 제작비를 100% 지원해줬어요. 좋은 작품임에도 비용 문제로 작은 극장에서 초라하게 시작했거든요. 공연을 본 정우성 배우가 더 좋은 극장에서 작품을 보여주려면 얼마가 필요한지 묻고는 저희 극단 역사상 가장 비싼 극장에서 공연을 하도록 도와줬어요. 정 배우는 진짜 예술가에요. 돈이 있다고 다 투자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더군다나 저희 극단과 친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예술에 대한 열정, 훌륭한 공연에 대한 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의지가 단단해야 하죠. 정말 멋있는 분이에요. 특별한 존경심을 갖게 됐어요.

-정우성 배우와는 넷플릭스 드라마 ‘고요의 바다’를 함께 하고 계시죠. 

정우성 배우가 제작하는 ‘고요의 바다’를 배두나, 공유 배우와 함께 찍고 있어요. 정 배우는 현장에 매일 오고 있지요.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 쯤 오픈될 예정이에요.

-‘세자매’는 가족에 관한 영화잖아요. 촬영하면서 자연스레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됐을 것 같아요. 

저는 작품에 들어가기 전 제 인생에서 겪은 이야기 중에 연기에 어떤 걸 가져다 쓸지 고민하곤 해요. 엄마의 어떤 순간을 유추해봤고, 언니나 아빠의 인생 소스를 활용하는 식이죠. 이 작품이 사람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고, 가족끼리라도 서로 사과할 부분이 있다면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영화 속에서는 엇나가는 딸을 그저 바라보는 엄마로 나와요.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그런 희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희숙은 딸에게 어떤 반대나 제지도 하지 않아요. 세상 모든 엄마들은 그런 순간이 있어요. ‘반대를 해야 할까, 그냥 놔둬야 할까’고민하곤 하지요. 어떤 경우에는 딸에게 끌려가야 하는데, 영화 속에서는 그 순간을 극대화시키려고 했어요. 

실제로 저는 멋있는 엄마에요(웃음)! 매일 딸에게 “엄마 멋있어, 안 멋있어? 최고지?”라고 물어요. 제 행복이 아이에게도 전달된다고 믿기에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제가 먼저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그게 교육이라고 생각하고요.

-아이의 반응도 궁금하네요. 

딸이 유튜브에서 ‘꿈의 엄마, 현실에는 없는 엄마’의 유형을 봤는데, 딱 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를 ‘꿈의 엄마’라고 불러요.

-엄마는 배우, 아빠는 연출가에요. 딸 역시 예술가적인 DNA가 풍부할 듯해요. 

올해 열 살인데 아역배우의 꿈을 접게 하느라 힘들었어요. TV에 나오고 싶어했는데, 아역배우는 엄마가 매니저처럼 쫓아다녀야 하더라고요. 제가 연기하는 장면을 보면 울거나, 제 연기에 빨리 몰입하는 능력이 있어요.

-‘폭발적인 흡입력을 지닌 배우’라는 동료들의 칭찬이 많은데, 그런 에너지를 얻는 원동력은요. 

사람을 좋아해서 누구를 만나든 진심으로 이야기 하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입만 사용하는 게 아니고 힘을 많이 쓰나 봐요. 연기할 때도 그렇지 않을까요. 평소에도 힘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이에요(웃음).

-‘동백꽃 필 무렵’과 ‘사랑의 불시착’ 등 출연하는 작품마다 히트 치고 있어요. 인기를 실감하나요. 

‘응답하라 1988’ 덕분에 먹고 살고 있어요(웃음). 그 전에는 알려진 배우가 아니었는데, 그 작품 이후 인기를 많이 실감했죠. 요즘은 돌아다녀도 많이들 알아보진 않아요. ‘응답하라 1988’ 초창기에 대중들의 관심이 훨씬 컸던 것 같아요.

-이번 영화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사람들이 자유롭게 다닐 때 개봉했더라면 더 많은 관객들이 관람하고 기대치도 높았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저한 방역을 하고 있으니 극장에 찾아오신다면 답답한 상황 속에서 위로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사진제공 리틀빅픽처스



여성동아 2021년 3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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