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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fishing

고기와 웃음을 낚는 ‘도시어부2’ 촬영 현장을 가다

글 두경아

2020. 07. 23

‘은어로 은어를 잡는다?’ 낚싯대 길이만 9m, 신기한 방식의 은어 낚시가 경남 산청 남강에서 한창이었다. 흐르는 강물에 풍덩 들어가 은어를 잡는 강태공들은 ‘도시어부2’ 출연자들. 그야말로 ‘낚시에 미친’ 8명의 남자들이 고기와 웃음을 낚는 현장에 다녀왔다.

‘도시어부2’에 멤버 보강이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좋아져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촬영에는 허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도시어부2’에 멤버 보강이 이뤄지면서 분위기가 더욱 좋아져 시청자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이날 촬영에는 허재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6월 26일 경남 산청군 단성면 성내리 남강에서 진행된 ‘도시어부2’ 촬영 현장. 모두가 곤히 잠들어 있을 토요일 아침 6시 30분, 85명가량의 스태프 사이로 하나 둘 선수들이 입장한다. 

“선배님~ 오늘 듀스 같습니다?”(이수근) “경규야, 발레 교습소 갔다 왔니?”(이덕화) “어제는 안 입으신다더니 결국 슈트 입으셨군요”(김준현). 

서로의 차림새를 훑어보며 경계 태세를 보이는데, 농담 속에 뼈가 있고 서로를 향한 기 싸움이 만만치 않다. 이경규(60)와 더불어 완벽한 차림으로 선수들의 관심과 시기(?)를 한 몸에 받은 이덕화(68)가 겸연쩍게 웃으며 수습에 나선다. 

“어제 우리 와이프한테 물속에 있는 사진을 보냈더니 전화가 왔어. 철수하라고. 알래스카에 빠진 거 같다면서.” 

물속에 풍덩 들어가서 낚는 특별한 방식의 ‘은어 낚시’이다 보니 어느 때보다 의상이 중요할 터. 전날 허술한 준비로 혼이 났던 몇몇은 이날 더 힘을 줬다. 화면에 잘 잡히기 위한 옷차림은 절대 아니다. 



“여기 방송이라 생각하고 낚시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다들 진짜 낚시하러 온 거예요. 어떨 때는 고기 잡느라 아무도 멘트를 던지지 않아서, ‘다시 찍어야 하지 않나?’ 할 정도죠. 그래도 편집을 잘해서인지 방송 보면 재미있게 나오더라고요.” 

채널A ‘도시어부2’에 고정 멤버로 투입된 탤런트 이태곤(43)의 이야기다. 촬영 현장은 실제와 방송의 구분이 모호하며, 카메라 온오프가 무의미한 진정한 ‘리얼’ 버라이어티이기에 출연자 입장에서도 신기할 수밖에 없다. 이태곤은 새 시즌부터는 원년 멤버 이경규와 이덕화, 개그맨 이수근(45)·김준현(40)·지상렬(50), 낚시 프로 박진철(54)과 함께 막강 고정 라인업이 됐다. 

새로운 멤버들이 투입되니 낚시는 전문화됐고, 웃음은 더욱 폭발 중이다. 입담이라면 뒤지지 않는 이수근, 김준현, 지상렬은 폭탄처럼 유머를 투하하고 그걸 이덕화, 이경규가 받으면 이태곤, 박진철이 우아한 낚시 자태와 프로다운 모습으로 하나의 완벽한 그림을 연출한다. 

그 덕에 연신 자체 최고 시청률을 갈아치우고 있다. 최고 시청률 6%를 넘어 이제 10%까지 바라보는 상황. 방송에서 이경규가 했던 “시청률 10% 넘으면 어떻게 하냐”는 말은 당시만 해도 개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현실이 되어가는 중이다. 낚시꾼들 사이에서는 일찍부터 화제의 프로그램이라, 이덕화는 “체감 시청률은 15%다”라며 웃는다.

현장 분위기 좋으니 시청률 고공 행진할 수밖에

이날의 낚시는 김준현의 추천으로 이뤄졌다. 민물낚시의 대가인 김준현이 권한 은어 낚시는 매년 5월 중순부터 9월에만 가능한데, 9m나 되는 긴 낚싯대를 이용해 동족인 은어를 이용해 은어를 잡는다. 영역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은어의 성격을 이용해, 다른 은어를 넣어 싸움을 일으킨 뒤 유인해 낚아 버리는 정말 신기한 방식이다. 출연자들은 무릎 정도 되는 남강에 들어가 쉼 없이, 오전에만 5시간 넘게 낚시를 했다. 9m나 되는 낚싯대와 그 끝에 딸려 오는 은어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무려 5시간 넘게 물속에서 낚시 하느라 손은 퉁퉁 붓고, 때로는 미끄러져 넘어지기도 하지만 누구 하나 물러서는 법이 없다. 

그 와중에 구명조끼가 터지고, 미끄러져 넘어지고, “잡혔다”고 소리쳐도 고기가 쏘옥 빠져나가는 장난 같은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이경규가 넘어지자 김준현은 “아, 진짜~ 슬랩스틱은 제 거예요!”라며 몸개그를 욕심내고, 이경규는 “출연자들이 많아지니 내 분량이 적어져” 투덜대면서 “개성 있는 출연자들 덕분에 시청자들이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덕화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멤버들이 들어오니 더 재미있어요. 다들 재미있죠. 아침에 모이면서부터 웃기 시작해요. 나는 밥 먹고 웃고 고기만 좀 잡으라는데, 그게 잘 안 되네(웃음)?” 

이덕화는 “나이도 칠순이고, 다리가 불편하니 빌빌거리게 된다”며 엄살을 부리지만 후배들이 꼽는 ‘찐 낚시꾼’이다. 

“경규 형님, 덕화 형님은 진심으로 낚시를 좋아해요. 경규 형님은 낚시를 연구하는 스타일이고, 덕화 형님은 ‘안 한다, 못 한다’면서 제일 먼저 하는 스타일이죠. 그 열정을 따라갈 수 없어요. 내가 형님들 나이가 되면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봤는데, 그럴 수 없을 것 같아요.”(이태곤) 

‘도시어부’ 촬영은 2박 3일간 진행된다. 그동안 잠은 2~3시간 자면 다행. 오로지 낚시를 위해 촘촘히 짜인 스케줄에 아무도 항의하는 사람이 없다. 오히려 “낚시를 더 하겠다”는 아우성에 쉬는 시간에는 낚시터로 출연자들 접근을 막아야 하는 상황. 이러한 이유로 몸 성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한다. 이수근은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고 이덕화는 10년 전 당한 교통사고로 인해 다리 통증이 있지만, 이 역시 낚시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이태곤마저 “여기 사람들은 약을 한 움큼씩 먹으면서 낚시한다”며 혀를 내두를 정도. 이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에 프로그램은 더 재미있어지고, 시청자들은 점점 낚시와 사랑에 빠진다. 이날의 낚시는 점심 식사 후 오후 2시에 재개돼 밤 10시까지 이어졌고, 4시간 정도 이동해 다시 낚시를 이어갔다.

INTERVIEW ①
‘도시어부’를 인생작으로 꼽는 찐 낚시꾼 이태곤

이태곤은 ‘도시어부’ 전 시즌부터 게스트로 자주 등장해 “원래 고정 아니었어?”라는 말을 들어온 반고정 멤버였다. 멤버들이 꼽는 ‘찐 낚시꾼’답게 그의 낚시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놀라울 정도. 그는 ‘도시어부2’를 인생작으로 꼽아 ‘리틀 이덕화’라 불리고 있다.

새 시즌에 고정으로 발탁된 소감이 궁금해요. 

고정이 안 될 줄 알았어요. 다른 분들은 예능을 잘하시지만, 저는 낚시만 하니까요. 저와 (박)진철이 형이 고정이 되면, 개그는 (이)경규 형만 하게 되거든요. 경규 형의 개그를 누가 받아줄까 걱정도 되고요. 또 제가 좀 키가 크잖아요. 그래서 누군가와 장난으로라도 티격태격하면 저만 욕먹거든요. 장난을 받아치다 보면 “어르신을 때린다” “공포심을 조성한다”는 말을 들어요. 그래서 리액션은 하되 ‘버럭’은 안 하죠. 대신 제 타깃은 상렬이 형이에요. 제가 형을 혼내는 콘셉트인데, 의도한 건 아니고 워낙 친해서 그렇게 되더라고요(웃음). 

그럼에도 애청자들이 꼽은, 고정이 됐으면 하는 멤버 1위였어요. 

TV 프로그램은 여러 가지 색이 있어야 재밌잖아요. 멤버들이 모두 낚시를 잘해도 재미없고, 다 웃기기만 해도 안 되니 적당히 섞여 있어야 할 것 같아요. 그중 낚시를 진지하게 보는 분들이 저를 원하지 않았나 싶어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은 즐겨 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도시어부’는 달랐나요. 

이 방송은 낚시만 해도 분량이 나와요. 잡으면 잡는 대로, 못 잡으면 못 잡는대로 방송을 하는데 정말 희한해요. 어떤 사람들은 “주작 아니냐”는 말도 하는데, 직접 와서 낚시하는 모습을 보면 놀랄 거예요. 2시간씩 자면서 촬영하는데, 이렇게 불평 하나 없는 방송도 처음이고요. 

멤버들이 ‘보기 좋은 낚시꾼’으로 꼽기도 했는데, 따로 자세를 배웠나요. 

한 손으로 잡는 걸 많이 부러워하시는데, 전혀 연출하는 건 아니고요. 20년 동안 해오면서 버릇이 된 거예요. 이제는 약간 힘에 부쳐서 손목 보호대를 하고 해요. 많은 분들이 한 손으로 하고 싶다며 물어보시는데, 하고 싶더라도 막상 물고기가 잡히면 당황하면서 두 손으로 잡게 되죠. 또 컨트롤 못하면 몸이 앞으로 쏠려버리는데 이는 경험으로 극복해야 할 점이에요. 낚시 좀 하시는 분들끼리는 ‘낚시 잘한다고? 얼마나 잘하는지 볼까?’ 하는 경쟁심이 있어요. 그럴 때는 낚시를 하는 자세부터 봐요. 기구를 다루는 데서부터 실력이 나오는 거죠. 스포츠나 악기를 할 때도 자세와 기본기를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자세가 안 좋으면 기본기가 안 됐다고 생각하는 거죠. 낚시는 ‘폼생폼사’가 심해요. 

낚시꾼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낚시 세계대회에 나가고 싶어요. 돈도 많이 들고 경험도 많아야 해요. 또 국내에는 대회에서 쓸 만한 도구도 없어요. 다행히 지인이 제 전용 낚싯대를 만들어줘서 가능할 것 같아요. 제 낚싯대를 방송에서 보신 분들이 구입하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아쉽지만) 파는 건 아니에요. 그래서 낚시 도구 관련한 사업을 준비 중이에요. 좋은 소재를 이용해 제대로 된 낚싯대를 공급하고 싶어요.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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