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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재계 러브콜, 요즘 핫한 변호사 한승

EDITOR 정혜연 기자

입력 2020.06.23 10:30:01

법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하다. 재벌도 예외는 아니다. 그렇기에 비싼 수임료를 들여서라도 재판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끌어줄 능력 있는 변호사를 찾으려 한다. 최근 재판과 관련해 재벌가의 잇따른 러브 콜을 받고 있는 변호사가 있다. 한승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2월 전주지방법원을 마지막으로 30년 판사 생활을 끝낸 한승 변호사.

지난 2월 전주지방법원을 마지막으로 30년 판사 생활을 끝낸 한승 변호사.

이재용(52)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의 이른바 국정 농단 사건에 연루돼 2017년 2월 구속된 후 1년 동안 수감생활을 하다가 이듬해 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6월 8일, 석방된 지 2년 4개월 만에 또다시 구속의 갈림길에 서 있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고, 이재용 부회장이 이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 1년 7개월간 수사해왔다. 그리고 마침내 6월 4일,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는 이 부회장과 핵심 경영진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6월 8일 서울중앙지법 법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당연히 법조계와 재계의 관심이 몰렸다. 이때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 가운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당초 그의 변호인단은 부장판사 출신 고승환 변호사와 법률사무소 김앤장 소속 변호사들로 구성돼 있는데 이 부회장 측이 과거 유력한 대법관 후보로 법조계 신망이 두터웠던 한승(57) 변호사를 추가 선임한 것. 

한승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되면서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지난 2월 전주지방법원장을 끝으로 사임하고 변호사를 개업한 인물이다. 현재 서초동에서 가장 잘 나가는 변호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한 변호사는 장장 8시간 30분 동안 이뤄진 이날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수사를 주장하는 수사팀에 맞서 삼성 측 최종 변론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닷새 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30년간 법원 재직, 대법관 후보 1순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앞서 SK 최태원 회장과 이혼소송이 진행 중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도 한승 변호사를 선임해 화제가 됐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조원대 재산 분할을 쟁점으로 소송을 벌이는 중이다. 

4월 7일 첫 재판이 열리고, 5월 26일 예정된 두 번째 재판을 앞둔 상황에서 노 관장 측 기존 변호인단이 전원 사임하고 한승 변호사 외 2명이 소송대리인으로 새로 선임된 것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 측이 좀 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던 모양”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승 변호사는 이외에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상고심도 맡고 있다. 



이처럼 재벌가 주요 재판과 관련해 잇따라 러브 콜을 받은 한승 변호사는 법원 재직 30년 간 줄곧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1985년 서울대 공법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제27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8년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17기)한 뒤 1991년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전주지법, 광주고법, 서울고법 등에서 근무했다. 2008년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한 뒤 부산고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거쳐 2018년 전주지방법원장이 됐다. 

한 변호사는 재직 시절 탁월한 업무 능력을 발휘해 법원 내부에서도 상당히 인정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걸어온 길을 들여다보면 법원 내 신망이 얼마나 두터웠는지 짐작할 수 있다. 평판사 때인 1999년 법원의 인사와 예산 등 사법행정을 총괄하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의 기획조정심의관, 인사심의관으로 선발돼 일했다. 2005년 이용훈 대법원장 시절에는 대법원장 비서실장 자리가 신설됐을 때 처음으로 발탁돼 주목을 받았다. 이후 대법원 상고심(3심) 실무를 총괄하는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 법원 내 주요 직책을 거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인 2014년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장으로 승진했다. 

그에 대해 A변호사는 “일선 법원에서 근무할 때 주로 민사와 행정 분야 사건을 맡았으나 법원 재직 기간 가운데 법원행정처에서 기획 관련 업무를 맡은 기간이 법관 생활의 1/3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기획통인 법관”이라고 평가했다. 이런 이유로 법원 내부에서는 한 변호사를 두고 ‘대법원장 후보 1순위’로 지목하는 데 이견이 없을 정도였다.

명석하고 소탈해 법관 및 직원들 신망 두터워

법원 내에서 한 변호사에 대한 평판은 호평 일색이다. 일선에 재직 중인 한 판사는 “두뇌가 명석하고 암기력이 좋아 사석에서 흘러가는 내용을 잊지 않고 기억해 자연스럽게 인간관계를 맺는 기술이 있던 분”이라며 “전주지방법원장 재직 시절에는 직원들과 소탈하게 모임을 가지는 등 아랫사람들을 잘 챙겨 법관들뿐 아니라 직원들의 신망도 두터웠다”고 평가했다. 

잘나가던 한 변호사가 법원을 나온 데는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7년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하면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의 권한 남용 의혹 수사가 시작됐다. 한 변호사는 당시 사법정책실장으로 일하며 상고 법원 도입 문제를 다뤘는데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는 이 사건을 사법 농단으로 규탄했다. 

수사가 시작된 후 한 변호사는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렸고 그로 인해 의혹의 눈초리가 자연스레 그를 쫓아다녔다. 유력한 대법관 후보였으나 이런 흠결로 인해 후보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2018년 김명수 대법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한 신임 대법관 후보자 명단에서 그의 이름은 빠졌다. 내부적으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근무 이력을 두고 반대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복합적인 이유로 한 변호사는 전주지방법원장 취임 2년 만인 올해 초, 인사 발령을 앞두고 사표를 냈다.

사진 뉴시스



여성동아 2020년 7월 6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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