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고차 시장의 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3월, 중소벤처기업부가 중고차 시장에 대기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현대, 기아를 비롯한 자동차 제작사들이 잇달아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분야가 중고차 경매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대면 모바일 옥션이 활성화됐고, 치솟던 금리가 주춤하면서 중고차 시장이 다시 활기를 되찾을 기미를 보이고 있다.

오랜 시간, 중고차 시장은 ‘잘못하면 바가지 쓰기 십상인 곳’으로 인식돼왔다. 조지 애컬로프 UC버클리대 교수는 정보가 많은 판매자가 상대적으로 정보가 적은 구매자를 속여 하자가 있는 물건이 거래되기 쉬운 중고차 시장을 ‘레몬 마켓’이라 명명했다. 대다수의 소비자는 자동차에 대한 전문 지식이 부족하기 마련. 특히 중고차 허위 매물은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더욱 강화한다.

더 이상 바가지 쓰지 말자!

중고차를 판매하는 여러 방법 중 경매가 각광받는 이유는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한 ‘바가지’를 예방한다는 점이다. 2022년 10월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플랫폼 ‘오토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차량을 매각한 차주들은 ‘내 차 판매 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첫 번째 요소’로 ‘매도 가격’(89.3%)을 꼽았다. 또 소비자 리서치 전문 기관 ‘컨슈머리포트’가 지난해 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들이 중고차 처분 플랫폼에 불만족하는 이유는 ‘제시된 시세를 믿을 수 없어서(34,4%)’, ‘딜러를 신뢰할 수 없어서(19.4%)’였다.

이처럼 불투명한 가격 책정에 대한 불안감을 중고차 경매는 불식시킨다. 통상 경매가 아닌 직거래는 한 번에 한 사람이 제시한 가격만 알 수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중고차 매입 단지를 방문해 딜러 숍을 돌아다니면서 가격을 흥정하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반면 국내 중고차 경매는 등록된 사업자가 중고차를 공개 입찰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플랫폼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판매자가 모바일로 차량 번호판을 조회해 차량 정보를 올려놓으면 딜러는 연식, 주행거리, 수리·사고 이력 등을 고려해 가격을 제시한다. 판매자는 가장 높은 가격을 제시한 딜러에게 차를 판매하면 된다. 온라인 경매를 진행할 경우 중고차 단지를 찾는 시간과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는 점은 덤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중고차 판매의 적기라는 것이 업계의 일관된 예측이다. 미국에서는 중고차 시세를 경제 상황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로 사용한다. 자동차 소비는 휘발유 가격, 공급망 상태, 금리 등의 영향을 받기 마련이고, 중고차 시세를 통해 다양한 거시경제 요인이 소비자 심리에 끼치는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서다.

최근 금리인상 움직임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치솟았던 유가도 다시 안정세를 찾고 있다. 특히나 봄철은 입사와 새로운 학기의 시작을 맞아 중고차 수요가 많아지는 성수기로 꼽힌다.

길호성 대경대학교 자동차딜러과 교수는 “지난해 7월에 비해 12월에 금리가 3배 가까이 오르다 보니 연말까지만 해도 시장이 얼어붙어 있었다”며 “3월 현재 금리가 여전히 높긴 하지만 내려갈 기미가 보이며, 시장이 점차 활기를 되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전체 중고차 중 경매로 거래되는 비중은 10%. 일본의 60%, 미국의 40%에 비해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비자의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 가령 중고차를 경매에 부칠 경우 판매자는 통상 물건을 내놓으며 지불하는 출품 수수료와 낙찰되면 지불하는 낙찰 수수료를 지불해왔다. 길호성 교수는 “최근 온라인 경매가 활성화되고 경쟁이 심해지다 보니 원래 판매자가 지불하던 출품 수수료를 낙찰자가 지불하는 것이 업계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며 “현재로선 중고차 경매를 통한 차량 판매에서 일반 판매자가 손해를 입을 일은 없다고 본다”는 견해를 밝혔다.

중고차 경매를 통한 판매 시 주의할 점

여러 이점이 있지만, 중고차 경매에서 주의해야 할 점도 있다. 중고차를 대행업체를 통해 경매에 부친다면 낙찰 수수료 외 추가 수수료가 발생한다. 대행업체를 이용할 경우 추가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숙지하고 관련 조항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더불어 경매 이전, 판매자는 차량 관련 정보를 충실히 기재하지 못할 수 있다. 기재 사항이 미흡할 경우 딜러에 의해 감가가 이뤄지는데, 판매자가 차량 관련 전문 지식이 부족하다는 점을 노려 딜러가 부당한 사유로 가격을 깎을 수 있다. 중고차를 경매에 넘기기 전 경매를 진행하는 플랫폼이 ‘부당 감가 환불제’ 조항을 기재했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경매를 통해 중고차를 판매할 경우 믿을 수 있는 플랫폼을 선택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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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사진 게티이미지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