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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economy review

유혜미 교수 “L자형 침체 불가피, 2023~24년 불황온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 인터뷰

오홍석 기자 lumiere@donga.com

입력 2022.10.26 10:00:01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면 힘든 시간도 지나가리란 기대가 무색하게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치솟는 물가와 금리, 요동치는 금융시장…. 잠시 지나가는 바람인지 본격적인 경기침체를 앞두고 있는지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를 만나 물었다.
‘다키스트 아워’, 가장 암울한 순간. 제2차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프랑스 덩케르크에서 나치 독일에 포위된 영국군 30만 명을 철수시키기 위해 고뇌하는 모습을 그린다. 배우 게리 올드만이 처칠 역으로 열연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세계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이를 잡기 위한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상도 이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기간 달아올랐던 시장은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잇단 금리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팬데믹 이후 삶이 나아질거란 기대는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불확실성이 커지며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과연 지금이 우리 경제의 ‘다키스트 아워’, 가장 암울한 순간일까. 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를 찾았다.

유 교수는 거시 경제와 부동산, 경제성장을 주로 연구하는 경제학자다. 한국은행 통화정책 자문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 남편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와 문재인 정부의 수요 중심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논문을 국내 최대 경제학 학술지인 ‘한국 경제 리뷰(Korean Economic Review)’에 게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최근 거시 경제 분석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영국은 덩케르크 철수 작전 이후에도 본격적으로 전쟁을 치르며 더욱 힘든 시간을 보냈다. 유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보면 우리의 경우 지금이 바로 ‘다키스트 아워’다. 지금이 가장 암울한 순간이 아니라 앞으로 더욱 어두운 시간을 앞두고 있어서다.

아직 불황 아니지만 곧 닥쳐올 예정

10월12일 기준금리 0.5% 인상안을 발표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10월12일 기준금리 0.5% 인상안을 발표하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불황이다, 아니다, 이미 불황에 접어들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지금이 불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습니다. 불황은 잠재성장률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은지, 낮은지 여부로 판단합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2.6% 정도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서 발표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이전엔 2.3%였는데 10월 12일 발표에서 다시 2%로 높여 잡았습니다. 잠재성장률은 한국은행에서 추정하기로 올해와 내년 둘 다 2.0%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아직 불황이라고 보긴 어려운 겁니다.



‘아직’이라면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군요.

그렇습니다. 내년 즈음에 본격적인 경기침체가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한국은행, 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모두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2% 갓 넘는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근 추세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올 때마다 하향 조정되고 있어서요. 이대로라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하향 조정돼 잠재성장률보다 낮아지면서 불황이 올 수 있다고 봐야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이 올해보다 낮아진 이유는 무엇인가요.

금리상승이 경기침체를 앞당기고 있는 상황입니다. 금리를 올리는 이유는 상승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서인데, 지난해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위원회 의장이 “금리인상의 효과가 실제 경제에 반영되기까지의 시차가 1년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8월부터 기준금리를 베이비스텝으로 조금씩 올리기 시작했는데, 올해 8월 그 효과가 나타났어야 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같은 변수가 발생했죠. 아직 물가가 잡히고 있다는 신호가 전혀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도리어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오히려 조금씩 오르는 모양새입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리인상 속도가 가속화됐고, 그 결과 내년 즈음 불황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가 유력한 분위기입니다.

일각에서는 인플레이션의 원인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공급망 대란에 있으니, 금리인상을 하지 말자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금리를 올리는 게 너무나 고통스러우니까 나오는 의견인 듯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현재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대외적인 유가 상승, 곡물 가격 상승 같은 공급 요인인데, 금리를 올려 수요를 억제해야 하냐는 주장이죠. 하지만 문제는, 원인이 어디 있건 간에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까지 건드려 물가가 더욱 가파르게 오른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이 물가가 오를것이라고 예상하면 이전보다 물건을 더 사들이고, 그러면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게 되죠. 기대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서라도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중앙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경제학자들의 의견입니다.

L자형 침체(경기가 침체된 후 불황이 지속되는 상태)를 내다보는 시선도 있고, 연착륙할 거란 희망 섞인 전망도 있습니다.

누구나 연착륙을 바라겠지만 안타깝게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봅니다. L자형 침체가 예상됩니다.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까진 아니겠지만 금리인상 폭이 전례 없이 가파르다 보니 침체되는 속도도 빠를 것 같습니다. L의 꼬리, 침체 후 불황의 길이가 얼마나 될지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금리는 오를 거고, 내려오기까지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 2023~24년 불황의 그림자가 드리울 것 같네요.

일각에선 ‘1997년의 외환위기’가 재현될까 두려워하는 목소리도 있는데요.

사람들이 위기라는 말을 많이 쓰는데 경제학에서의 위기는 굉장히 특별한 개념입니다. 최근 환율이 많이 오르면서 위기론이 나오는 건데요. 1997년과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한국의 경제 펀더멘털이 더 좋아졌기도 하고요. 외환위기는 달러로 갚아야 할 채무가 채권보다 더 많은 상황에 찾아오는데요. 특히 단기 채무를 봐야 하는데, 한국의 외환보유고가 8월 기준 세계 8위입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을 나타내는 단기외채비율이 1997년에는 286.1%였습니다. 현재는 40% 안팎입니다. 양호한 상황이라고 봐야겠지요. 외환위기를 걱정할 상황은 아니라고 봅니다.

정부, 한국은행 긴축 기조 맞추며 취약층 보호해야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L자형 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대학 교수는 “L자형 침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구 반대편 영국에서는 최근 긴축 상황에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일이 있었다. 9월 취임한 리즈 트러스 신임 총리가 취임 직후 대규모 감세와 재정 지출 계획을 발표하자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고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사태를 겪은 것이다. 뒤늦게 발표안을 철회했지만 트러스 총리와 소속 정당 보수당의 지지율은 급락했고, 취임 한 달 된 총리의 교체론까지 제기됐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해 계속해서 금리를 올리는데 정부가 이에 맞서는 정책을 펴자 시장이 호되게 응징한 것. 우리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도 여러 차례 “물가 안정이 우선 과제”라고 언급한 바 있다. 유혜미 교수는 현재 한국 정부의 대응책에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현재 국내의 경기침체 상황은 대외적 요인이 큰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국제경제학에서는 국가를 대규모 개방경제 국가와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로 나눕니다. 개방경제 국가는 외국과 무역을 하는 나라를 뜻하는데, 여기서 대규모 개방경제 국가란 그 나라의 경제정책이나 가격 변화가 다른 나라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를 의미하죠. 예를 들면, 미국과 중국 같은 나라입니다. 소규모 개방경제 국가인 한국은 사실 선택지가 많이 없습니다.

그래도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요.

한국은행의 최우선 책무는 물가 안정입니다. 이를 위해 금리를 인상해야 하는데, 금리인상이 거시적인 정책이라서 세세한 부분을 다 살피기는 어렵습니다. 이자 부담이 엄청 늘어 연체하거나 도산하는 사람들, 그리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금융위기로까지 번질 수 있습니다. 이런 취약계층을 살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 돼야 합니다. 또 금리인상의 효과가 제대로 작동해 물가가 빨리 잡히도록 정부가 엇박자를 내면 안 된다고 봅니다.

물가 조절을 위한 현 정부의 정책은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지요.

정부가 유류세 인하, 관세 한도 상향 조정, 부가가치세 면제 같은 조치를 했는데요. 국민들이 너무 고통스러워하니 생활 물가라도 조금 낮춰주려고 하는 시도입니다. 다만 이러한 조치들이 유동성 회수 속도를 늦춰 도리어 고통스러운 기간을 늘릴 수 있습니다. 결국 가격이 올라야 사람들이 수요를 줄이고 물가가 잡히는 거니까요.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빚을 탕감해주는 건 이해가 가지만 청년세대가 가상화폐에 투자하다 생긴 부채를 탕감해주는 건 우려가 됩니다. 자칫 도덕적 해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마찬가지로 법인세 인하도 유동성 회수 속도를 늦추는 정책 아닌가요.

법인세 인하는 세계적 추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찬성합니다. 법인세 인하 효과가 경제에 나타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데, 장기적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좋아져야 경제도 빠르게 회복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역수지 적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고 계신가요.

최근까지는 이른바 ‘킹달러’, 즉 달러 강세의 영향이 컸습니다. 달러의 가치가 올랐는데 특히 주로 석유·에너지 부문 수입액이 늘어나다 보니 무역수지 적자가 커졌죠. 그런데 지난달부터 국내 주요 산업인 반도체 수출액이 둔화되고 있습니다. 수입액이 커지는데 수출액이 줄어드는 상태가 지속되면 이게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 이제 미·중 갈등이 심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블록화되어가고 있는 추세입니다. 굉장히 예의 주시해야 할 상황이라고 봅니다.

인터뷰를 진행한 10월 12일은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열리는 날이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빅스텝’(기준금리 0.5%p 인상)을 단행한다고 발표했다. 2012년 이후 기준금리가 처음으로 3%대에 접어드는 순간이었다. 금통위 개최 날 이전에 빅스텝이 유력하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이는 지난 7월 이 총재의 발언과 어긋난 행보였다. 당시 이 총재는 “당분간 0.25%p씩 점진적으로 인상하겠다”는 ‘포워드 가이던스’를 통해 시장에 베이비스텝을 예고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행보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과 한국의 금리 차이 때문이다. 통상 한국은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높은 금리를 유지해왔다. 자본이 기축통화국인 미국이 아닌 한국에 머무르게 하려면 미국보다 높은 이자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9월,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의 기준금리를 역전했다. 현재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3.25%로 한국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미국보다 낮은 기준금리는 투자자들이 한국에서 자본을 회수하는 자본유출과 환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어지는 내용은 한국은행의 결정과 이례적인 행보에 대한 유혜미 교수의 생각이다.

한국은행의 10월 12일 금리인상은 어떻게 보시나요.

이번 빅스텝은 이미 대다수 사람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이전에 이창용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5~6% 수준으로 유지되면 베이비스텝을 두 번 하겠다고 예고했는데, 물가상승률 5~6% 수준이 유지되고 있음에도 빅스텝을 단행했죠. 중앙은행 수장의 발표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중요한 정보입니다. 예고와 실행이 달라 이슈가 된 거죠. 둘이 달랐던 이유는 최근 불확실성이 크다 보니 당국자도 쉽게 예측이 어려웠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생긴 변수는 환율의 급격한 상승과 유가 재상승 가능성입니다.

한국은행이 미 연준 금리인상 타이밍과 시차가 크다는 지적이 많은데요.

빅스텝을 조금 더 일찍, 지난번에 했으면 어땠을까 싶긴 합니다. 한국은행은 아마 가계부채가 걱정됐을 겁니다.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에 따르면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GDP) 대비 90% 수준으로 사상 최대입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대출 규제를 하면서 집값이 오르긴 했지만 대출의 질은 좋아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최근 상승폭이 둔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규모가 커 불이 잘못 붙으면 폭발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1%p 올리면 몇조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실정인 거죠. 그럼에도 금리를 올려야 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고환율을 잡기 위해 통화스와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통화스와프는 금융위기라든지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을 때를 대비한 보험입니다. 통화스와프는 그야말로 예외적인 경우, 즉 요청하는 나라의 경제위기가 연쇄적으로 미국을 포함한 여러 나라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예상될 때 하는 겁니다. 통화스와프를 한다는 것 자체가 시장에 안 좋은 신호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또 급할 때에는, 통화스와프 말고 비슷한 역할을 하는 ‘피마 레포 제도’가 있습니다. 피마 레포 제도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겁니다. 한국은 미 연준과 600억 달러 규모로 이 제도를 체결한 바 있지만 아직 한 번도 사용한 적 없습니다. 통화스와프가 신용대출이라면 피마 레포 제도는 담보대출 같은 거죠. 우리 외환보유고가 상당 부분 미국 국채이기에 통화스와프의 필요성은 낮다고 봅니다.

물가보다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미국의 높은 금리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미국의 높은 금리로 달러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는 집값이 더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부동산 가격은 계속 떨어질까요.

지금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고 있는데 거래는 절벽이잖아요. 과연 낮은 가격의 거래들이 전체 주택시장을 대표하는 표본인지 의문입니다. 주택 구매자들은 대출을 받아 집을 샀기에 버틸 수만 있으면 팔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특히나 실거주자들은 가격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죠. 현재 나오는 매물은 빚을 감당 못 해 파는 사람들이다 보니 가격이 낮은 거죠. 당분간 현재 상황이 유지될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집값을 떨어뜨리겠다고 말했는데요.

원 장관이 현재 소득 대비 주택 가격 비율(PIR)이 17.6인데 10~12까지 내리겠다고 했습니다. PIR이 17.6이면 서울의 중위소득 가구가 17.6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으면 서울에서 중간값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뜻입니다. 원 장관이 말한 10~12이면 문재인 정부 초기 수준인데, 그러면 그사이에 집 산 사람들은 그야말로 길거리에 나앉게 됩니다. 거래량이 크게 늘면서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하면, 이건 그야말로 주택시장의 폭락 징후고 굉장히 위험한 상황입니다. 주택 가격이 폭락하면 대출이 연체되고 그러면 금융기관도 부실화됩니다.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는 거죠. 정부는 절대 집값이 곤두박질치도록 두고 보고 있지 않을 겁니다.

현재 국내 경제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위험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현재 우리가 물가에 대해 얘기하고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는데 사실 경기는 불황과 호황을 반복합니다. 경제는 장기적으로 성장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불황이 오기에 경제학에서 ‘불황은 무조건 나쁘고 호황은 좋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물론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기고 소비자 후생이 떨어지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불황이 온다는 것은 결국 경제의 비효율적인 부분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좀비기업들은 퇴출될 것이고요. ‘클렌징 아웃’이라고 하죠. 결국 더 근본적인 문제는 한국이 장기적으로 나아갈 방향에 달려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실까요.

예를 들어 저출생으로 인한 인구구조 변화는 굉장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복지 수요는 계속 늘고 생산가능인구는 점점 줄어들겠죠.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일만 남았습니다. 미래세대가 짊어져야 할부담이 굉장히 커지는 겁니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어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 희망이 있는 편인데 2008년 이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거의 반토막 났습니다. 특별한 조치가 없으면 계속해서 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져 저성장이 고착화 될 수 있습니다. 저성장 극복, 생산성 제고를 위해 정부에서 규제 철폐하고 기업혁신 동력을 키우겠다고 했는데 실행력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최근 대형마트 규제도 ‘규제 철폐 1호안’이었는데 흐지부지됐잖아요. 여전히 많은 규제가 남아 있는데 ‘과연 철폐될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정부의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해법에는 의문이라는 거죠.

저는 이번 정부가 문제라고 지적하고 고치겠다고 발표한 내용에 대해서는 정말 공감합니다. 다만 대책을 보면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산업정책 측면에서도 지나치게 반도체에 치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반도체가 미래에도 먹거리가 될 수 있을지 확실치 않은데 한 산업에만 몰두하는 게 위험해 보입니다. 저출생 문제도 돈을 나눠주는 정책보단, 미래를 암울하게 보는 청년세대를 위해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해야죠. 사교육비, 주거비 부담도 많이 낮추고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여성들이 겪는 경력 단절도 국가에겐 비용입니다. 여유가 생기면 결혼율도, 출산율도 올라가겠죠. 모두 물가에 집중하다 보니 중요한 문제가 가려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지금이 가장 어두운 시기, 즉 ‘다키스트 아워’라고 보시나요.

안타깝지만 앞으로 더 힘들어질 일만 남았네요. 다키스트 아워가 아니라 ‘다키스트 이어즈(darkest years)’가 될 것 같습니다.

#유혜미교수 #인플레이션 #금리인상 #불황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뉴시스



여성동아 2022년 11월 7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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