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김재우·조유리 부부
두 사람은 올해 결혼 12년 차를 맞았지만 여전히 ‘신혼’이다. 물론 때로는 티격태격하며 귀여운 부부싸움도 선보인다. “쓰레기 좀 내다 버리라고 혼났지만 난 주눅 들지 않았다”는 글 아래에 해시태그로 #음식물쓰레기 #최대한버티다 #갖다버리기 #그게바로 #남자의 길 등을 남기거나 “개그맨 와이프분들 다 이쁘네”라는 댓글에 “유리야.. 너 계정 두 개니?”라는 답글을 단다. 분명 결혼 장려 럽스타그램인데 보다 보면 자꾸만 웃음이 난다. 유부남의 솔직한 애환과 함께 어쩐지 이 같은 모습마저 사실상 과시(!)로 느껴지는 부부의 일상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0월 기준 김재우 씨는 약 190만 명, 조유리 씨는 약 2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를 보유 중이다. 10여 년 전부터 SNS로 둘의 유쾌한 티키타카를 지켜본 팬으로서 과연 실제 모습은 어떨까 궁금한 마음으로 두 사람을 만났다. 모니터 속으로 바라본 모습보다도 더 애틋했던 그리고 훨씬 더 재미있었던 카레부부와의 대화를 전한다.
“김재우 씨는 대체 어떤 사람이야?”
첫 만남 이야기부터 듣고 싶어요.
유리 | 언니와 함께 준비한 월드컵 응원 UCC 공모전에서 1등을 하면서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원정 응원단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그때 연예인 응원단으로 온 신랑을 처음 만났어요.
재우 | 인천국제공항에서 모두가 화려한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들떠 있는 가운데 청순한 여성 한 분이 눈에 띄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생각은 없었는데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의 국제공항에서 딱 사건이 있었죠. 한여름이었던 한국과 달리 남아공은 완전 겨울이었어요. 다들 반팔만 입고 와서 급하게 패딩을 사느라 난리가 났는데 그 여성분만 가방에서 분홍색 목도리를 꺼내더라고요. 그 모습에 반했어요.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해온 여자라면 내 인생을 맡겨도 되겠다 싶었죠. 옆에 있던 박나래 씨한테 “나래야, 나 저분이랑 결혼할 것 같아”라고 말했어요.
그때 박나래 씨 반응은 어땠나요.
재우 | “개도 안 키우는 사람이 무슨 개소리를 하냐”고 했죠(웃음).
유리 님도 처음부터 남편분이 마음에 들었나요.
유리 | 신랑이 처음 관심 표현할 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호기심이라고 생각했어요. 한국에 오면 연락을 안 할 줄 알았는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니까 연락처를 묻더라고요. 제가 소심한 편이기도 하고, 이렇게 직업도 평범하지 않은, 무려 개그맨을 만난다는 게 상상이 안 갔어요. 솔직히 다시 볼 일 없을 줄 알고 번호를 아무렇게나 알려줬죠. 원정 응원단원들끼리는 모임을 계속 가졌는데, 하루는 신랑이 와서 다시 한번 연락처를 물었어요. 자기가 정신이 없어서 번호를 잘못 저장한 것 같은데 한 번만 다시 주면 안 되겠냐면서요. 그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게 느껴졌어요.
재우 | 그것 때문만은 아니잖아(웃음).
비하인드가 있나요.
유리 | 나래한테 ‘김재우’가 어떤 사람인지 물어봤어요. 그러자 “언니가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겠는데,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솔직하게 말해줬어요. 신랑한테 마음을 열게 된 결정적 계기예요.
재우 | 박나래 씨 고맙습니다, 덕분에 결혼했어요. 사실 그 자리에 개그맨이 한 명 더 있었어요. 그런데 같은 질문에 그 친구는 “재우 형 별로”라고 답했다더라고요. 솔직히 그때는 나래보다 그 친구랑 더 친했는데 왜 아내한테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모르겠는데…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웃음).
유리 | 신랑이 속상할까 봐 결혼하고 한참 지나서 그때 이야기를 해줬어요. 평가가 갈렸지만, 아무래도 같은 여자가 해주는 말에 더 믿음이 가더라고요.
결혼을 결심한 계기도 궁금합니다.
재우 | 처음 만났을 때부터요. 만약 아내가 이상한 사람이었어도 저는 이미 너무 빠져 있어서 결혼했을 것 같아요. 성격까지 좋다니 정말 운이 좋았죠(웃음).
유리 | 사귀면서 특별한 일 없는 한 주말 중 하루는 꼭 만났는데 저희 할머니 생신 행사로 못 만나는 날이 있었어요. 그런데 신랑이 그날 집 앞에 찾아온 거예요. 잠깐 얼굴 보려고 왔나 싶어서 내려갔더니 할머니 선물이라고 꽃다발을 주고 가더라고요. 가족들까지 생각해주는 모습에 감동받아서 ‘이 사람과 결혼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재우 | 개그맨이 주말 행사를 취소하고 만난다는 건 정말 ‘찐 사랑’입니다. 아내가 회사 다니다 보니 주말에 제가 일을 하면 이 사람을 놓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행사도 안 뛰고 아내를 만났죠. 이제는 주말에 행사 나가서 돈 벌어오라고 마구 시키지만요(웃음).
12년 차 신혼 애송이의 고백
벌써 12년 차 부부입니다. 결혼 생활은 어떤가요.
유리 | 연애 때랑 애정의 크기는 똑같아요. 그런데 신랑이 뭐든지 다 같이 하려고 하다 보니까 가끔 귀찮을 때가 있어요(웃음). 가끔은 저만의 공간과 시간이 필요해요.
재우 | 아직 30대 후반 애송이라서 잘 모르는데 40대가 되면 ‘그때 오빠가 참 잘해줬구나’ 느낄 거예요. 저는 주위 사람 10명한테 분산할 집중력을 한 사람한테 집중하자는 주의예요. 연애할 때의 1순위는 당시 여자 친구인 아내였고, 지금은 아내가 된 거죠.
SNS에 올린 부부 일상 콘텐츠가 큰 사랑을 받았어요.
재우 | 거짓말처럼 일이 뚝 끊긴 시점이 있었어요. 오죽하면 저도 모르게 제가 범죄라도 저질렀나 싶어서 이름을 검색해봤죠.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하고, 집안일하고, 퇴근하는 아내 마중 나가는 것이 일과의 전부였습니다. 돈을 못 버는 것보다도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힐까 무서웠죠.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저를 부르기에 ‘올 것이 왔다’ 싶었죠. 그런데 아내가 배낭을 챙겨주면서 이제껏 열심히 일했으니 이왕 쉬는 김에 제대로 휴가를 다녀오라더군요. 덕분에 처음으로 혼자 전국 팔도를 여행 다녔어요. 그때 SNS로 아내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처럼 사진과 글을 올렸는데 사람들이 공감도 하고 재미있어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일상 콘텐츠로 이어졌어요.
유리 님은 당시 직장인이었는데 이 같은 일상 노출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요.
유리 | 아무래도 회사 다니다 보니 얼굴 나오는 것이 부담스러워 처음에는 얼굴을 가렸어요. 신랑이 “아내가 일주일 내내 카레를 해줬다” 등 부부 일상을 올리면서 사람들이 점점 저도 궁금해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제가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둔 시점이 있었어요. 그때 신랑이 “졸업하고 계속 쉬지 않고 달려왔으니 이제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면 어떨까”라고 말했어요. 원래 글 쓰는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신랑과 함께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면 즐거울 듯해서 본격적으로 출연도 하고 같이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어요.
같이 운동하는 부부로도 유명합니다.
유리 | 사실 저는 운동을 안 좋아해요. 신랑은 1년 중 1분기는 식단 조절과 운동을 타이트하게 하고, 나머지 시간은 느슨하게 보내는 사이클을 매년 반복해요. 365일 내내 식단 조절하고 운동하는 것은 어려운데 이렇게 하면 유지가 되더라고요. 같이 살다 보니 남편 사이클에 맞춰서 저도 덜 먹고, 더 운동하게 됐어요. 남편 따라서 딱 석 달만 운동을 해보니까 몸도 마음도 단단해지는 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재우 | 옛말에 ‘무능한 사령관은 적보다 위험하다’는 말이 있어요. 요즘 제가 갱년기가 왔는지 스트레스를 받으면 맛있는 음식이 그렇게 당겨요. 문제는 오늘은 뭘 먹고, 내일은 뭘 먹을지 고민하는 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졌어요. ‘안 건강한 아내 만들기 프로젝트’를 하는 기분이에요(웃음). 다시 정신 차리고 건강하게 살아야죠.
이제 일상 기록을 넘어 광고 촬영 등 비즈니스도 같이하는데 어떤가요.
유리 | 아직 카메라와 많은 사람 앞에서 말을 하는 게 어려워요. 신랑이 매번 스파르타식으로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마이크 치지 말고, 얼굴 가리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상대가 보고 싶은 것을 해야 한다” 등 실질적인 조언도 해주고요.
재우 | 반대로 사회생활에 있어서는 아내가 많이 도와줘요. 저는 20대 초반에 개그맨이 돼서 일반적인 사회생활을 안 해봤어요. 아내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사나 후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고요. 덕분에 이제야 사회생활 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나이 어린 사람한테 그렇게 이야기한 것은 실수니까 연락해서 사과해야 한다” 등 엄격하게 혼나면서 많이 공부하고 있습니다.
유리 | 말을 할 때, 너무 직설적이지 않게 돌려서 하거나 싫은 소리를 들어도 웃으면서 넘기는 법 등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할 내용이에요. 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신랑이 사람들에게 미움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종종 이야기해요.
두 분도 다툴 때가 있나요.
재우 | 그럼요. 신혼 초에 “내가 잘못한 거야?”라고 말 안 해본 남자는 없을 거예요. 다만 저희 부부는 누가 먼저 사과하거나 화해를 신청하면, 상대가 무조건 받아주는 것이 룰입니다. 다투기는 해도 감정의 골이 하루를 넘어간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이유죠.
유리 | 남편이 개그맨이라 좋은 점 중 하나가 화를 잘 풀어주는 거예요. 꼴도 보기 싫다가도 앞에서 애교를 부리거나 재미있는 행동을 하면 참으려고 해도 자꾸 웃음이 나요. 또 신랑이 싸웠을 때의 진지한 분위기를 싫어해서 미안하지 않아도 빨리 사과하는 편이에요(웃음).
“꿈을 버리고 저를 선택한 아내”. 김재우 씨의 SNS 게시글을 보다가 눈에 띈 문장이다. 그 의미를 묻자 김 씨는 “아내는 원래 회사 다니면서도 세계를 누비는 여행 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며 “나를 만나면서 과감하게 포기하고 곁에 있어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조유리 씨는 “신랑의 직업이 일반 회사원과는 달리 기복이 크다 보니 부부 둘 중 한 명은 안정적인 직장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신랑 때문이 아니라 여러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건강 문제로 회사를 그만두고 난 다음 신랑이 이제는 ‘네 꿈을 이뤄보라’고 응원해준 덕분에 같이 여행도 다니고, 여행책을 써 꿈을 이룰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좋은 배우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재우 |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너무 별로인 남자도 어떤 여자를 만나 좋은 사람이 될 수 있고, 정말 괜찮았던 남자도 맞지 않는 여자를 만나면 별로인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요. 다만 확실한 건, 좋은 배우자가 되기 위한 과정에 필요한 것은 대화라고 믿어요. 서로 대화를 해야 상대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무슨 일로 힘들어하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유리 | 저 역시 결혼을 떠나서 대화를 계속해나가는 사람들이 좋은 연인이자 배우자라고 생각합니다. 결혼했다는 건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했다는 거예요. 그렇게 약속했기 때문에 상대가 미운 순간이 오더라도 이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줄 필요가 있어요. 마찬가지로 나의 이야기도 잘 전달해야 하고요. 결혼했다고 해서 무조건 상대를 위한다는 의무감을 가지라는 말이 아니라,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재우 #카레부부 #여성동아
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출처 김재우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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