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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YLE

MZ 부모 사로잡은 ‘미니미’ 패션 브랜드

안미은 프리랜서 기자

2024. 07. 09

아동복 트렌드 판도가 바뀌었다. 국내외 디자이너 브랜드 스테디셀러를 그대로 복각한 감도 높은 스타일의 미니미 브랜드가 각광받으며 아이는 아이답게 입어야 한다는 편견이 사라지고 있다. 

패밀리 룩 브랜드로 외형 확장에 성공한 마리떼앙팡. 올 장마철과 휴가 시즌을 겨냥한 레인코트와 스윔슈트, 테리 소재 셋업으로 트렌디한 서머 룩을 제안한다.

패밀리 룩 브랜드로 외형 확장에 성공한 마리떼앙팡. 올 장마철과 휴가 시즌을 겨냥한 레인코트와 스윔슈트, 테리 소재 셋업으로 트렌디한 서머 룩을 제안한다.

얼마 전 지인 결혼식에서 입을 아이 옷을 살 요량으로 백화점 명품관을 찾았다가 혀를 내둘렀다. 아무리 프리미엄이라 하더라도 한 철 입고 마는 아이 티셔츠가 40만~50만 원대라니. 그런데도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간단다. 자식에게 좋은 것만 먹이고 입히고 싶은 부모 마음 때문일까. 200만 원이 훌쩍 넘는 고가의 수입 유아차도 몇몇 인기 모델은 당장 구할 수가 없어 몇 달씩 대기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최악의 출산율에도 아동복 시장은 되레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2020년 9120억 원에서 지난해 1조2016억 원으로 3년 새 31.75%의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특히 명품 브랜드의 매출 호조가 눈에 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에 버버리, 겐조, 펜디, 지방시 등 명품 키즈 브랜드관을 운영하며 지난해 기준 해당 브랜드 매출이 10%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베이비디올(압구정본점), 펜디키즈(판교점), 몽클레르앙팡(판교점)을 차례로 유치하며 지난해 아동복 전체 매출이 전년 대비 12.1%, 아동복 명품은 26.7% 상승했다. 수요는 주는데 매출은 증가하는 기현상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하나뿐인 아이에게 지원과 투자를 아끼지 않는 일명 ‘골드 키즈’ 현상이 트렌드로 자리한 결과라는 분석이 크다.

유니크한 감성과 감도 높은 스타일로 2030 세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국내외 컨템퍼러리 브랜드에서 오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빚어낸 미니미 브랜드의 인기도 만만찮다. 스테디셀러를 그대로 복각한 ‘성인보다 더 스타일리시한’ 키즈 웨어로 포지셔닝하며 명품 브랜드와 맞먹는 긍정적인 성과들로 아동복 시장의 판도를 흔들고 있다.


마르디메크르디, 마리떼프랑소와저버, 무신사스탠다드
성인복으로 내실 다진 국내외 컨템퍼러리 키즈 브랜드 각광

탄탄한 마니아층을 자랑하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키즈 웨어 확장은 투입 비용 대비 매출 효과를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고 객단가를 높여 브랜드 볼륨을 키우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전망이 밝다.

대표적인 컨템퍼러리 브랜드 마르디메크르디(이하 메크르디)의 프리미엄 키즈 라인 ‘마르디메크르디레쁘띠’는 지난해 2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플라워 그래픽을 적용한 티셔츠와 재킷을 주력 상품으로 내실 있는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는 것.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남동 공식 오프라인 매장에 이어 올 3월 잠실 롯데월드몰 입점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고객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중국과 홍콩, 마카오, 인도네시아에 12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메크르디는 연내 추가로 메크르디레쁘띠 단독 매장 오픈 계획을 갖고 글로벌 시장에 적극 진출할 예정이다. 유러피언 감성 캐주얼 브랜드 마리떼프랑소와저버(이하 마리떼)의 인기도 폭발적이다. 2023년 레이어(대표 신찬호)가 국내 론칭한 마리떼의 키즈 라인 ‘마리떼앙팡’은 온 가족이 즐겨 입는 고감도 패밀리 룩 브랜드로 출사표를 던지며 오픈과 동시에 초도 물량이 모두 완판되는 저력을 보인 바 있다. 기존 마리떼의 팬인 MZ세대 부모들의 뜨거운 호응과 함께 매출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중. 이번 시즌에는 휠라코리아의 키즈 라인 휠라키즈와 협업해 두 브랜드의 상징성이 가미된 레인부츠, 후드 스타일의 바람막이 재킷, 모자 등 클래식과 스포티 무드가 공존하는 컬렉션을 선보이며 넓은 고객층을 흡수하고 나섰다.

모던 베이식 캐주얼웨어를 지향하는 무신사스탠다드키즈. 유니크한 컬러와 절제된 디자인으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3040 부모의 지지를 받고 있다.

모던 베이식 캐주얼웨어를 지향하는 무신사스탠다드키즈. 유니크한 컬러와 절제된 디자인으로 가성비와 가심비를 중요시하는 3040 부모의 지지를 받고 있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또 어떤가. 영유아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의류 및 액세서리, 라이프스타일 상품을 아우르는 독립된 키즈 카테고리 ‘무신사키즈’를 운영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신사에 따르면, 무신사키즈 성장률은 지난해 전년 대비 150%를 기록했다고 한다. 무신사의 모던 베이식 캐주얼웨어 브랜드 무신사스탠다드는 2022년 아동용 버전인 ‘무신사스탠다드키즈’를 론칭하며 미니미 브랜드 열풍에 힘을 보탰다. 베이식한 디자인을 기반으로 유아동이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이지 웨어를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안한 점이 매출 가속화에 주효했다. 이번 S/S 시즌 인기 품목은 데님 쇼츠, 치노 쇼츠, 스웨트 팬츠 등 팬츠류와 크루넥 티셔츠, 럭비 셔츠 등 반팔 셔츠 및 티셔츠류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무신사의 강점인 키즈 인플루언서와 앰배서더를 활용한 특화된 스타일링 화보 그리고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패션에 관심 많은 3040 세대 젊은 부모들의 소비를 견인 중이다. 무신사 성장카테고리실 키즈 팀 팀장 김현은 아동복 시장 붐에 대해 “현재 아동복 시장에는 한 명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인식의 확대로 ‘골든 키즈’ ’텐 포켓’ 현상이 일고 있다”며 “자신의 취향과 패션 신념을 자녀에게 투영하려는 MZ세대 부모를 공략한 전략이 적중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올해 아동복 시장이 이전만큼 호조를 띨 것으로 보이지는 않지만 명품 키즈 브랜드에 상응하는 SPA 키즈 브랜드와 소셜미디어(SNS 등)를 기반으로 하는 K-패션 디자이너 브랜드의 강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아울러 “젊은 부모 고객의 니즈를 적극 반영한 감도 높은 상품 콘텐츠와 브랜드 발굴을 통해 국내를 대표하는 키즈 버티컬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노력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외에도 무신사와 함께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빈티지 감성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커버낫 역시 10대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낸 상품군 위주의 ‘커버낫키즈’를 론칭하며 패밀리 브랜드로의 정착을 꾀하고 있다.



현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물림되는 소비 철학과 가치

브랜드의 상징인 플라워 그래픽 패턴이 주요 디자인 요소로 등장하는 마르디메크르디레쁘띠의 2024 S/S 컬렉션. 다채로운 색감의 컬러 팔레트를 선보이며 신학기 룩으로 각광 받고 있다.

브랜드의 상징인 플라워 그래픽 패턴이 주요 디자인 요소로 등장하는 마르디메크르디레쁘띠의 2024 S/S 컬렉션. 다채로운 색감의 컬러 팔레트를 선보이며 신학기 룩으로 각광 받고 있다.

패션 철학과 가치는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대물림된다. 우리 역시 부모 세대의 기호와 소셜미디어 소비 습관을 물려받았다. 키즈 브랜드 확장을 통해 차세대 소비층인 아동에게 친숙한 브랜드로 다가가며 세대를 잇는 고객을 확보하려는 업계의 움직임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논쟁의 여지는 있다. 스스로 옳고 그른 것에 대한 가치를 판단해 소비할 수 있는 아이들의 주체성을 훼손하거나 자칫하면 물질주의적인 성향을 부추길 수도 있다. 위험도 도사린다. 아이가 입는 옷은 소재와 디자인 측면에서 성인복보다 까다롭고 엄격한 기준이 제시돼 더욱 촘촘한 기획과 전략이 필요하다. 만일 이 중 하나가 삐끗해 키즈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지 못하면 그간 쌓은 브랜드 인지도와 충성고객을 모두 잃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어려운 환경과 조건 속에서도 성인복 브랜드가 잉태한 여러 미니미 브랜드들은 쑥쑥 커나가며 침체된 패션업계에 활기찬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가치 있는 소비란 무엇일까. 일례로 메크르디는 대표 박화목이 자신의 딸을 뮤즈로 내세워 아이가 필요로 하는, 아이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스타일을 제안하기 위해 론칭한 브랜드다.

이것과 별개로 얼마 전 30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는 D사의 명품 핸드백 원가가 8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전해져 씁쓸함을 안겼다. 현명한 부모들은 진정성과 지속 가능성에 소비 가치를 둔다. 유행이라고 하면 일단 줄을 서고 보는 게 아닌, 명분 있고 합리적인 소비로 아이들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때다.


#미니미브랜드 #마리떼앙팡 #무신사스탠다드키즈 #여성동아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사진제공 마리떼앙팡 무신사스탠다드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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