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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2023년에야 여성 단독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가 나온 이유

문영훈 기자

2023. 11. 15

‘더블엑스 이코노미’
린다 스콧 지음, 김경애 옮김, 쌤앤파커스, 1만8500원

10월 9일(현지 시간) 노동시장 내 성별 임금격차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타파할 방법을 제시한 경제학자 클로디아 골딘 하버드대 교수가 노벨경제학상을 받았다. 1969년 노벨경제학상 신설 이후 여성이 이 상을 단독으로 수상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여성 동료를 언급하면서 가장 자주 사용된 단어는 ‘섹시한, 창녀, 질, 화려한, 육감적인’ 등의 단어지만 남성과 연관해 주로 사용된 단어는 ‘수학자, 조언가, 동기부여, 와튼 스쿨’ 등이었다.”

2017년 경제학 전공 학생들과 교수진이 동료에 관한 가십을 나누는 미국 온라인 토론 그룹(Economics Job Market Rumors)의 게시물 수백만 개를 분석한 결과다. 책 ‘더블엑스 이코노미’는 주류경제학이 남성 지배적인 학문이라는 점을 지적하며 인구 절반인 여성을 배제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제목의 더블엑스(XX)는 생물학적 여성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사회적 제약에 부딪혀 지하경제, 긱이코노미, 비공식 경제 등으로 남았다.

‘더블엑스 이코노미’의 저자인 린다 스콧은 여성 경제개발 전문가로, 현재 옥스퍼드대학교 명예교수이자 세계은행의 성평등 고문으로 일하고 있다. 스콧은 책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깎아내려지는 다양한 국가의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가나에서 여성들이 성매매 등 지하경제에 가담하게 되는 과정, 아내를 집에만 머물게 하는 방글라데시의 문화 등이다.



이는 저개발국에서의 일만은 아니다. 2018년 영국 정부가 직원 250명 이상인 모든 기업의 성별 임금격차를 온라인에 게시하도록 했는데, 세계 1위 영국 회계법인이자 컨설팅 펌인 딜로이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43% 낮은 급여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영국에서 고등교육을 마친 여성은 남성보다 31% 더 많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가운데 남녀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2년 이후 줄곧 1위를 차지해왔다. 이러한 문제가 합계출산율 0.78명(2022년)이라는 경이로운 숫자를 만들어낸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반론을 펼칠 수 있다. 남성이 힘들고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에 더 많은 임금을 받으며, 여성이 가정에서 육아를 맡게 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이 전쟁 등으로 일을 하지 못할 때마다 육체노동에 뛰어들었으며, 중국이 실크로드로 부흥할 당시 비단 생산을 주도하는 등 중요한 경제활동을 도맡아왔다. 또한 저자는 여성이 생산 기회를 갖는 것이 남성을 역차별하는 제로섬게임이 아니라고 말한다. 남성 우월적 분위기의 회사에서는 여성 직원을 상대로 성차별이 더 빈번하게 벌어질 뿐만 아니라, 남성 직원들 역시 폭력의 희생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절반의 여성을 주류 경제 시장으로 이끌어내면 어떤 결과가 발생할까. 여성이 식량 생산에 공평한 기회를 얻으면 1억5000만 명을 구제할 수 있는 생산량을 만들어낼 수 있다. 모든 여성이 경제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침체에 빠진 세계경제를 성장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으로 연결된다. 이를 위해 G20, APEC 등 글로벌거버넌스에서 여성 경제 논의를 본격화해야 하며, 투자자들이 여성을 지지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제언은 다소 공허하게 들리지만 현실을 개별 사례와 수치를 엮어 보여주는 것만으로 흥미로운 저서다.


#더블엑스이코노미 #린다스콧 #노벨경제학상 #여성동아

사진제공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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