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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빈티지 감성으로 채운 3층집

백민정 프리랜서 기자

2023. 09. 20

5년 전, 복잡한 서울을 벗어나 소도시의 타운하우스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한 김현호·안소나 부부. 허투루 사용하는 곳 없이 층마다 역할을 부여한 3층 주택은 부부의 취향이 더해져 동화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박공지붕이 있는 3층 목조주택.

박공지붕이 있는 3층 목조주택.

올해로 결혼 11년 차를 맞은 김현호·안소나 부부는 5년 전 경기 이천의 타운하우스로 이사했다. 결혼 후 줄곧 수도권의 아파트에서만 생활한 이들이 한적한 지방 도시, 그것도 단독주택으로 이사한 것은 딸 하이의 영향이 컸다. “저는 주택에서 자랐어요. 결혼 전에는 아파트 생활에 대한 로망이 있었지만, 실제로 아파트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유년 시절 주택에서의 좋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아이도 마당이 있는 주택에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택 생활을 해본 적이 없던 남편은 조금 망설였지만, 우연한 기회에 드라이브 삼아 왔던 이곳의 집들에 반해 이사를 결심했죠.”

김현호·안소나 부부에게 이 집은 두 번째 단독주택이다. 처음 이곳에 터를 잡았던 곳은 마당에 수영장이 있는 2층집으로, 가족 모두가 좋아했지만 수영장에 공간 할애를 많이 한 탓에 협소해진 실내 공간이 문제였다. 아이방과 수납공간에 대한 고민이 늘어갈 무렵 마을 주민의 집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고, 또 한 번 이사를 감행했다.

“지금 이 집은 건축 시공사를 운영하시는 대표님 소유였는데, 자가로 지으셨던 터라 자재 품질이 좋고 공간 디자인도 마음에 들었어요.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새집이라 크게 손볼 것이 없다는 점도 좋았어요. 수리 비용으로 큰 금액을 쓸 필요가 없으니까요. 정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만 직접 리모델링한 후 이사했는데, 여러모로 만족스러워요.”

실제로 이 집에 이사하며 들인 리모델링 비용은 약 100만 원 남짓이다. 리모델링보다 스타일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리모델링에 쓰인 비용 대부분은 페인트 구입비 정도다. 주방과 1층 욕실 컬러를 바꾸는 데 페인팅을 활용했고, 다른 공간은 오직 가구와 소품만으로 지금의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레트로 감성의 마가린 하우스

이 집의 별칭은 ‘마가린 하우스’다. 현관을 들어서자마자 만나게 되는 1층 주방 가구 컬러 때문인데 한 톤 다운된 버터 컬러, 일명 ‘마가린 컬러’가 특유의 레트로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원래는 전체적으로 모던한 분위기의 집이었어요. 주방 컬러 역시 블랙과 화이트가 주조색이었는데, 저희가 원하는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었죠. 자재 자체는 좋은 것이었기에 ‘컬러만 바꾸자’ 마음먹고 싱크대 상·하부장, 장식장 등 주방 가구 문을 모두 떼어내 페인팅했어요. 컬러만 바꿨을 뿐인데 공간 분위기가 확 달라지더라고요.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어요.”



주방만큼이나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인 곳은 1층 욕실. 모던한 분위기의 평범했던 1층 욕실은 미색의 욕실용 페인트로 벽면 전체를 칠해 기존의 분위기를 지우고, 이동식 욕조와 레트로 무드의 샤워커튼, 서랍장 손잡이 등 소품을 활용해 재단장했다.

빈티지 무드 가구와 소품도 집 전체를 레트로한 분위기로 만든 일등 공신. 패턴, 컬러 등 개성이 강한 빈티지 아이템 특성상 한두 가지 품목으로도 집 안 분위기를 바꾸기에 충분했다. “만약 레트로 감성의 인테리어를 좋아한다면 가장 먼저 빈티지 무드의 조명과 액자를 구입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간단한 소품이지만 공간에 주는 힘이 엄청나거든요. 여러 공간으로 옮기며 연출하기에도 좋고요.”

아이에게 해롭지 않도록 친환경 페인트 벤자민무어 제품으로 칠한 주방.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의자, 에스텝 펜던트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다.

아이에게 해롭지 않도록 친환경 페인트 벤자민무어 제품으로 칠한 주방. 다양한 컬러와 소재의 의자, 에스텝 펜던트 조명으로 포인트를 줬다.

벽걸이TV는 거치대를 활용하니 설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것은 물론, 활용도도 높아졌다.

벽걸이TV는 거치대를 활용하니 설치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것은 물론, 활용도도 높아졌다.

조금은 다른 모던 인테리어

실내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면 1층과는 결이 조금 다른 인테리어가 펼쳐진다. 블랙 컬러의 모듈형 장식장, 모던한 패브릭 소파 등 현대적인 가구들로 채운 공간이 그것.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른 공간과 특별히 이질감이 느껴지진 않는다. 그 이유는 소품 선택에서 찾을 수 있다. 무심히 세워둔 포스터 액자, 커튼, 장식품 등 소품으로 활용한 아이템들은 여전히 빈티지 무드를 따르고 있는 것.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작은 디테일에서도 집주인의 센스가 느껴진다.

이 집 2층 거실 창문은 흔하게 볼 수 있는 평범한 디자인이었다. 그 위에 시판 격자 프레임을 디테일만 조금 손본 후 부착했는데, 이 하나만으로도 평범하던 공간이 유럽 가정집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언젠가는 가족을 위한 집을 직접 지어보고 싶다는 김현호·안소나 부부. 그 꿈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거실 옆에 위치한 딸 하이의 방. 조명과 커튼, 소가구의 변화만으로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바뀐다.

거실 옆에 위치한 딸 하이의 방. 조명과 커튼, 소가구의 변화만으로도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으로 바뀐다.

김현호 씨는 가구 디자이너다. 그가 운영하는 모듈형 가구 전문 브랜드 ABMT의 블랙 모듈 장식장으로 모던하게 꾸민 공간.

김현호 씨는 가구 디자이너다. 그가 운영하는 모듈형 가구 전문 브랜드 ABMT의 블랙 모듈 장식장으로 모던하게 꾸민 공간.

안소나 씨가 애정하는 거실 공간. 별도로 부착한 격자 프레임 덕분에 이곳에 앉아 밖을 보면 유럽 여행을 온 것과 같은 기분이 난다고.

안소나 씨가 애정하는 거실 공간. 별도로 부착한 격자 프레임 덕분에 이곳에 앉아 밖을 보면 유럽 여행을 온 것과 같은 기분이 난다고.

박공지붕 덕에 생긴 다락은 부부 침실로 활용한다.

박공지붕 덕에 생긴 다락은 부부 침실로 활용한다.

마음에 들지 않던 벽면은 욕실용 페인트로 칠해 해결했다. 샤워 부스를 떼어내고 이동식 욕조와 레트로 감성의 샤워커튼, 식물 등을 놓았더니 유럽 욕실 느낌이 난다.

마음에 들지 않던 벽면은 욕실용 페인트로 칠해 해결했다. 샤워 부스를 떼어내고 이동식 욕조와 레트로 감성의 샤워커튼, 식물 등을 놓았더니 유럽 욕실 느낌이 난다.

#레트로감성인테리어 #전원생활 #타운하우스

기획 최은초롱 기자
사진제공 @hi_sso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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