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을 위한 집
어린 시절 경기도 가평 한적한 시골 마을에 있던 부모님의 주말 주택을 자주 방문해 즐거운 시간을 보낸 추억이 있는 박정미 씨. 그 시간이 얼마나 좋았던지 나이가 들면 꼭 이 동네에 근사한 전원주택을 짓겠다고 다짐했다. 지난해 초 부모님이 서울 아파트를 정리하고 주말주택으로 쓰던 집으로 아예 이사를 하면서 정미 씨는 고민에 빠졌다.‘꼭 나이가 더 들고 은퇴 후에야 서울을 벗어날 수 있는 걸까?’ 회사원인 정미 씨는 직장이 서울이라 걱정이 되긴 했지만, 부모님이 계신 가평군 설악면에서 직장까지 자동차로 40여 분 정도 거리이기 때문에 출퇴근이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또 서울에서 아파트를 구할 정도의 가격이면, 가평에 충분히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더 이상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제가 책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소장하고 있는 2천여 권의 책을 보관할 서재가 필요했고, 서재에는 밀어서 여는 돌출된 퇴창을 두길 바랐어요. 오래전부터 도심이 아닌 곳에 나만의 집을 짓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꿈꿔왔기 때문에 원하는 부분도 확실한 편이었죠.” 미팅을 많이 했지만 정미 씨가 원하는 부분들은 실현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적당한 시공사를 찾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건축박람회에서 공간기록을 만났고, 2019년 12월 설계, 2020년 3월 공사와 인테리어 작업이 착착 진행됐다. 총 시공 기간은 6개월, 드디어 정미 씨만을 위한 2층 전원주택이 완성됐다. 한눈에 보기에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이 집은 1층 약 102㎡(31평), 2층 약 79㎡(24평) 규모다.
스카이블루 색상의 소파는 거실의 포인트. 창을 통해 따스하게 내리쬐는 햇살과 어우러져 아늑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2천여 권의 책을 보관하는 작은 도서관 같은 서재. 책 속에 파묻힌 것 같은 고요한 분위기다.
영국의 고풍스러움과 빈티지함을 담아내다
2층 안방 건너편에는 이 집의 메인 공간인 작은 도서관 같은 서재가 마련되어 있다.
팔각 형태로 구성한 2층 서재의 돌출 창과 안방의 외부 난간은 영국 주택 특유의 이국적인 느낌을 잘 보여주는 포인트로 설계 시점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이러한 특징이 녹아든 외관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했던 것 중 하나는 자재 선정이었다. 아무리 빈티지한 느낌을 살린다고 해도 소재 자체가 새것이기 때문에 영국의 오래된 집을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날수록 특유의 빈티지스러운 멋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터. 정미 씨는 앞으로 세월의 흔적이 묻은 외관 모습이 더 기대된다고 말한다.
책과 고양이, 그리고 집사
집의 또 다른 주인, 반려묘를 위한 인테리어도 집안 곳곳에 녹여냈다.
안방에는 무늬목으로 마감한 평상을 제작해 침대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반려묘를 위한 요소도 곳곳에 반영됐다. 2층 안방 문에는 원형으로 된 고양이 전용 통로를 제작했고, 안방 평상 서랍에도 고양이 문을 따로 내어 반려묘가 침실로 사용하게 했다. 1층 계단 아래는 반려묘가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아치 형태의 작은 개구부를 만들어두었다.
온수와 냉수로 구분된 골드 컬러의 수전을 둔 2층 화장실에서도 이국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
(좌)공간에 안락함을 선사하는 안방의 평상. 평상 밑 서랍장에 뚫린 반려묘 전용 출입구 디테일이 재미있다. (우)합리적인 동선과 깔끔한 디자인에 중점을 둔 주방은 정미 씨가 좋아하는 스카이블루 색상의 비스포크 냉장고만 두어 심플함을 강조했다.
정미 씨의 또 다른 취미인 가드닝을 위한 공간은 아직 준비 중이다. “마지막으로 정원과 온실이 마련되면, 바라던 꿈의 집이 완성되겠죠? 한껏 기대 중이에요(웃음).”
설계 공간기록 시공 홈스토리하우스
사진제공 공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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