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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 story

오디션에 부모를 소환한 이유 ‘캡틴’ 최정남 PD

글 이진수 기자

입력 2021.02.27 10:00:02

지난 12년간 오디션 프로그램을 주로 연출해온 Mnet 최정남 PD가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과 부모에게 건네는 현실적인 조언.
K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같은 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이 많다. 한 해 1백만 명에 달하는 청소년들이 연예인 연습생이 되기 위해 지원한다는 비공식적인 통계도 있다.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아이가 어릴 때부터 스펙을 관리하고 사교육을 시키는 것처럼, 자녀를 스타로 키우기 위해 부모가 발 벗고 나서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1월 말 종영한 Mnet ‘캡틴’은 가수 지망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아 ‘K팝 입시의 현실판’으로 불렸다. ‘캡틴’은 가수의 꿈을 키우는 아이와 부모가 함께 오디션에 참가해 심사 위원들에게 가능성을 직접 묻고 평가를 받는 독특한 포맷의 프로그램이었다. ‘캡틴’ 속 부모들은 아이가 미국에 랩 유학을 가겠다는데 꼭 필요한지, 플랫 음정을 교정할 방법이 있는지 등 K팝 스타로 키우기 위한 구체적인 궁금증을 질문하고 이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노력했다. 

‘캡틴’을 이끈 최정남(37) PD는 오디션 프로그램 전문 연출자로 방송가에서 유명한 인물이다. 어린 친구들이 ‘데뷔’의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면 큰 희열감이 느껴져 오디션 프로그램을 주로 만들어왔다고. 국내에 오디션 열풍을 선도했던 ‘슈퍼스타K1’(2009)의 조연출로 시작해 전국 각 지역의 댄스 천재들이 출연했던 서바이벌 프로그램 ‘댄싱9’(2013)을 거쳐 가수 청하와 소녀시대 효연 등 K팝 스타들이 나와 춤의 최강자 자리를 놓고 겨루는 ‘힛 더 스테이지’(2016)를 연출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 잔뼈가 굵은 그도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K팝 세계의 치열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고 한다.


파이널 경연에서 1위한 송수우, 2위 김한별, 3위 유지니(왼쪽부터) .

파이널 경연에서 1위한 송수우, 2위 김한별, 3위 유지니(왼쪽부터) .

‘캡틴’은 ‘부모 소환’ 오디션이라는 점이 신선했어요. 

처음 구상은 ‘10대 가수’라는 이름으로 노래 잘하는 10대 친구들을 뽑는 거였어요. 여기에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코드를 넣고 싶어 고민하다가 오디션 현장에 있는 요소들을 생각해봤죠. 그러다 아이가 무대에 오를 때 부모님들이 주변에서 기도하시는 모습을 떠올리게 됐고, 그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프로그램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출연하면 자연히 세대를 아우를 수 있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프로그램 시작과 동시에 오디션계 ‘스카이 캐슬’, 엄마와 아이가 함께 댄스 스쿨을 다니며 경연을 준비하는 미국 예능 프로그램 ‘댄스맘’의 한국 버전이라는 등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어요. 

‘스카이 캐슬’이나 ‘댄스맘’ 모두 이미 알고 있고 보기도 한 작품들이었어요. 기존 프로그램을 참고하기보다는 부모가 ‘내 자녀의 K팝 재능이 얼마나 되냐’를 심사 위원에게 물어보는 방식으로 1단계를 시작하면 어떨까 싶었어요. 오디션 과정에서 부모의 질문이 성장의 핵심이 되고, 아이의 모습은 노래할 때 충분히 보일 수 있으니까요.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은 물론 자녀를 스타로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 역시 많아졌어요. 

방송에 모든 유형이 다 담기진 않았지만 실제 오디션을 지원했던 케이스를 보면 정말 다양했어요. 재력으로 지원해주시는 분들도 계시고, 정말 많은 정보를 갖고 계신 분도 계셨어요. 매주 ‘SBS 인기가요’나 ‘엠카운트다운’ 등 가요 프로그램을 챙겨 보는 건 기본이고 레슨 선생님에 대한 정보도 잘 알고 있더라고요. 이런 부모님들 덕분에 저희가 도움을 받기도 했어요. 부모님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레슨 선생님들을 미팅한 경우도 있어요. “이번이 마지막 기회고, 탈락하면 그냥 공부해라” 하며 실력을 판단해보려고 1단계에 오신 분도 계셨죠. 아이가 가수가 되는 걸 반대하다가 오디션 과정을 지켜보고 허락하게 된 부모님도 계세요. 



방송에 출연한 참가자들의 선발 기준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요. 

당장 3개월 후 데뷔가 가능할지 여부였어요. 지원자가 3천5백 명 정도 됐고, 이 부분을 고려해서 방송에 출연할 61팀이 추려졌죠. 보컬이나 퍼포먼스 영역에 따로 비중을 두진 않았어요. 지원자들이 10대이다 보니 심사 위원들은 스타성과 가능성을 같이 보시더라고요. 실력적인 면에서 완숙할 수가 없잖아요. 그래도 요즘 학생들이 오디션을 워낙 자주 보니까 잘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한여진 씨가 가수 이승철에게 연예계 궁금증에 대해 상담받는 모습.

한여진 씨가 가수 이승철에게 연예계 궁금증에 대해 상담받는 모습.

심사 위원이었던 이승철 씨가 “부모는 아이의 탈락 여부보다 아이의 재능과 미래에 대한 판단을 듣고 싶어 한다”고 말한 부분이 인상 깊었어요. 사전 미팅에서 부모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요. 

아이의 일이다 보니 자신들이 도와줄 수 없는 부분에 절망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특히 아이돌을 준비하는 친구들은 안무 연습을 오래 하기 때문에 육체적인 고통이 크잖아요. 소속사가 있는 아이들 부모님 역시 데뷔를 위한 경쟁이 이렇게까지 치열한지 프로그램을 통해 아셨다고 해요. “운동선수보다 더 심한 운동량으로 준비하고 있구나”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정보전에 치열한 경쟁까지, 대학 입시와 다를 게 없네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실제 입시 시기와 맞물린 친구들이 있었어요. 그중 TOP 7에 들었던 형신이는 입시를 포기했어요. 또 ‘캡틴’을 입시만큼 중요하게 생각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저희도 프로그램을 정말 잘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연예인 지망생 자녀를 둔 부모들이 말하는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이던가요. 

“이 부분을 어떻게 하면 고칠 수 있을까요?”라고 물으며 아이가 가진 부족함을 정확히 알고 해결책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너무 잘하지만 뜰 수 있을까?” 걱정하시고, 연예인 말고 다른 길을 찾길 바라는 부모님들도 있었고요. 스타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아이가 잘됐으면 하는 마음은 부모라면 다 같을 듯해요. 아이들은 부모님에게 성과를 내서 잘 보여주고 싶어 했고, 부모님들은 언제까지 묵묵히 바라봐야 하나 걱정하곤 하셨고요. 반짝 스타를 넘어 ‘롱런’에 대해 고민하는 분도 계셨고요. 


 Top 7에 든 조아영과 엄마 한여진 씨가 쓴 부모노트.

Top 7에 든 조아영과 엄마 한여진 씨가 쓴 부모노트.

가장 기억에 남는 출연자는요. 

TOP 7에 들었던 조아영의 어머니가 기억에 남아요. 매 순간 눈과 귀를 열고 열성적으로 지켜보셨어요. 트레이너들이 아영이 팀에 왔을 때뿐 아니라 다른 팀에 갔을 때도 어떻게 피드백을 받는지 디테일하게 보시더라고요. “선생님이 이렇게 하는 건 안 된다고 지적했어”라고 이야기를 해주니 아영이에게 큰 도움이 됐을 것 같아요. 덕분인지 아영이는 탈락 위기 스티커를 한 번도 안 받았어요. 1단계에서는 부모들끼리 정보도 공유하고 사담도 나누셨는데, 그룹 미션을 진행하면서 경쟁 구도가 되다 보니 약간 살벌한 느낌이 나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의 연습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는 부모님들도 많았어요. 

방송에서 아영이 어머니뿐 아니라 다른 부모님들 모두 아이들이 연습할 때마다 노트에 필기하고 있더라고요. 

‘부모노트’를 별도로 제공해드린 거예요. 후배 PD의 아이디어였지요. 부모님 미팅을 하면 종이에 디테일하게 적고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시는 경우가 있어요. 후배가 여기서 착안해 프로그램 구성에 부모일지, 부모노트를 적용해 매 단계별로 심사 위원이나 트레이너의 이야기, 연습 과정에 대해 정리하게끔 하면 어떻겠냐고 아이디어를 냈어요. 

부모노트에는 주로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나요. 

부모님들마다 다 달랐어요. ‘몇 월 며칠 몇 시에 연습을 시작했다’ ‘어제 밤새도록 어떤 연습을 했다’는 식으로 일기처럼 쓰거나, 팩트만 간결하게 정리하는 등 천차만별이었죠. 몸에 힘이 들어가는 부분, 어제와 오늘 다른 점까지 세세하게 정리하는 경우도 있었고요. 노트를 보면 부모님들이 어느 정도까지 아이를 생각하는지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아영이 어머니는 처음 드린 노트 한 권을 다 적으셨어요.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모의 지원을 꼽자면. 

우선 자녀를 믿어주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또 어떤 지원이 좋고 나쁜지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부모님의 관심이 확실히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어요. PD인 저도 몰랐던 기획사 정보를 꿰고 있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이 정도 노력은 있어야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어요. 

부모 소환 오디션인데, 역설적으로도 우승자인 송수우 양은 부모님이 반대해서 혼자 오디션에 참가했어요. 

수우가 국악을 하다 전향해서 초반에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본인이 방송에 비치는 걸 부담스러워했던 부분도 있고요. 사전 미팅 때부터 제작진과 계속 소통은 해주셨어요. 수우가 단계를 올라가면서 응원의 메시지와 영상 편지도 보내주셨고요. 수우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부모님 마음을 움직인 출연자가 돼서 저에게도 의미가 있죠.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부모님 응원을 받으면서 할 수 있게 된 점이 뿌듯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수우 양의 행보도 궁금하네요. 

저희 측에서 싱글 앨범 제작에 필요한 제반 사항을 지원할 거예요. 앨범 제작 활동이 끝나면 소속사 전속 계약은 수우가 결정하게 될 것 같아요. 수우가 가고 싶어 하는 소속사, 수우의 음악성에 맞는 소속사 계약은 데뷔 후 체결하게 될 것 같아요. 수우는 방송 시작하자마자 여기저기서 관심이 많았어요. 국악을 하면서 무대에 선 덕분인지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올가을 안에는 데뷔 앨범을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간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연출했는데, 오디션을 잘 보는 팁이 있다면. 

오디션에 많이 참가해보길 바라요. 실제로 어떤 출연자는 미팅 현장에서 “합격 전화가 와서 어땠나요”라고 물으니 “탈락해도 좋아요. 오디션의 감정을 계속 갖고 있으려고 미팅에 참석했어요”라고 답하더라고요. 그 친구처럼 오디션을 준비한다는 마음을 계속 상기하며 경험을 쌓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실력과 자세를 만드는 것도 좋은 듯해요. 또 오디션 현장에서는 평소 연습했던 것을 최대한 다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저는 출연자와 미팅할 때 연습으로 다져진, 당당함을 탑재한 친구들한테 눈길이 가더라고요. 트레이너 선생님 말씀을 들어보면 부족한 부분을 숨기는 것도 스킬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본인 장점이 부각되면서 단점은 숨길 수 있도록 준비해보세요. 

연예인 지망생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필요한 조언을 해주신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꾸준히 문을 두드리면 어디서든 열리게 되더라고요. 물론 보는 눈은 비슷하다고, 처음부터 눈에 띄는 친구들도 있어요. 계속해서 잘되는 친구들을 보면 성실함과 노력이라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재능이 있건 없건 간에 노력하면 언젠가 빛을 발하는 것 같아요. 아이돌 데뷔를 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데뷔한다고 끝이 아닌 거죠. 이제 시작이잖아요. 그 과정을 견뎌내는 시간이 각자에게 너무 힘들겠지만 열심히 만들어온 그 시간이 결국 증명을 하는 것 같아요. 

부모님들과 함께했던 프로그램이라 의미가 있었을 듯해요. 프로그램 종영 후 반응은 어땠나요. 

1월 21일 마지막 회 우승자가 나온 뒤 부모님들이 고생했다며 제작진을 격려해주셨어요. 아이들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고 좋아하셨고요. 저뿐 아니라 제작진들 역시 아이의 꿈을 밀어주는 다양한 스타일의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을 알게 됐고요. ‘부모와 자식이 물과 기름처럼 안 섞이지는 않는구나’라는 사실을 프로그램을 통해 깨달았죠. 부모님들이 좋아하셨던 프로그램으로 기억이 날 것 같아요. 

최정남표 또 다른 프로그램도 기대되네요. 

‘캡틴’을 통해 ‘부모는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생업까지 포기하고 아이를 위해 뒷바라지하는 부모님도 계셨는데, 존경스럽고 대단해 보이더라고요. 다음 프로그램은 일단 휴가를 다녀와서 고민해보려고요. 오디션이든 인간극장 형태든, 사람의 성향이나 감정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고민해보고 싶어요.

사진 조영철 기자
사진제공 Mnet



여성동아 2021년 3월 6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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