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마당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오민형 씨 가족의 모습.
내 집을 짓는다는 것
2층까지 뚫린 높은 천고의 거실에는 조형적인 디자인의 조명을 두기보다는 천장에 라인으로 포인트를 주고 매입등으로 마무리했다.
일주일에 몇 번씩 집과 친정을 오가는 아내가 안쓰럽던 차에 셋째를 갖게 되었고, 부부가 일하는 낮 시간에 아이들을 맡기는 김지현 씨의 친정 근처로 이사를 결정했다.
처음엔 아파트를 알아봤지만 적당한 집이 없었고, 생각보다 시세가 비싸 차라리 집을 짓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릴 때 주택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오민형 씨는 직접 지은 집에서 사는 로망이 있었지만, 주택 생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김지현 씨는 처음부터 좋아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오민형 씨가 점찍어둔 동네와 집을 지을 부지를 보여주자 마음이 조금씩 움직였다. 지금 다섯 가족이 사는 전북 익산시 부송동은 예쁜 전원주택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다. 아이들과 함께 지내기에 주변 환경도 좋은 편이고, 도로가 잘 뚫려 있어 번화가와의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길게 고민하지 않고 인테리어 시공사를 알아보았다. 많은 업체들이 있었지만 오민형 씨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공간이 가진 힘’을 먼저 알아주는 ‘공간기록’에 확신을 가졌고, 2019년 6월 4백20평이 넘는 부지에 80평대의 주택을 짓는 8개월 간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주택이지만 아파트 못지않게 편리한 공간을 원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이 창의성을 키우며 마음껏 놀 수 있는 공간,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 아이들이 성장한 후에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공간까지 미리 준비하고 싶었어요.” 부부의 이야기를 들은 공간기록 팀은 집의 모든 공간이 서로 열려 있어 어디에서나 소통이 가능하면서, 프라이버시를 지키고 싶을 땐 독립이 가능한 공간을 모티프로 설계를 시작했다.
공용 공간과 사적 공간의 순환
주방과 거실 사이에는 중앙이 뚫린 가벽을 두었다. 이 가벽은 공간을 분리해주면서도 답답해 보이지 않는 효과를 준다.
2층 가족 공간의 평상 밑 부분은 전부 수납공간이다. 평상 위로는 선반을 만들어 가족사진을 진열했다.
안방은 모두의 공간으로 완성됐다. 다섯 명 다 같이 잠드는 가족을 위해, 대형 패밀리 침대가 들어갈 수 있는 크기로 만들었다. 복도에서 바라본 안방의 한 벽면에는 낮은 창을 두어 자연스러운 시선 속에서 계절을 느끼게 했다. 거실과 안방을 잇는 매개 공간으로는 복도를 두었다. 복도 중간에 서재를 만들었는데, 슬라이딩 도어를 열면 모두의 공간으로, 닫으면 프라이버시가 존중되는 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다. 서재 바로 맞은편에는 마당이 시원하게 보이는 윈도시트가 마련되어 있다. 아내가 인테리어 관점에서 제안한 의견으로, 설계 시점에서부터 이를 고려해 골조를 만든 것이다. “건축 설계 단계부터 스페이스로그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와 협업하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어서 건축 설계가 확정되기 전부터 함께 고려해야만 적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요소를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었죠.”
아이들이 커가면서 달라지는 집
2층 아이들 방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에는 바쁜 아침 시간에 세 딸이 싸우지 않도록 거울을 세 개 두고, 세면대도 두 개 두었다(왼쪽). 2층에는 아이들의 방이 나란히 붙어 있다. 방 하나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만들었고, 가운데 방과 나머지 방은 연결시켜두었다. 이 역시 아이들이 성장했을 때 독립된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가운데 문을 설치했다.
드레스룸에는 방과 마주하는 복도와 2층 거실과 만나는 복도, 양쪽에 슬라이딩 도어를 설치했다. 평소에는 모든 슬라이딩 도어를 열어 공간이 연결되는 순환 구조로 사용하다가, 옷을 갈아입을 때는 문을 닫아 독립된 공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2층 거실에는 낮은 평상을 만들어 가족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용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또 다른 편에는 넓은 창이 있는 홈 바와 천장에 레일 조명을 설치해 다양하게 활용 가능하게 했다. 홈 바 아래에는 미니 냉장고와 정수기를 위한 배관을 설치해 아이들이 1층으로 내려가지 않아도 간단한 간식과 음료를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3층의 다락방 공간은 조용히 휴식할 수 있게 완성했다. 그러면서도 한쪽은 유리벽으로 만들어 2층 복도를 내려다 볼 수 있게 했고, 한쪽 난간은 벽을 막지 않아 1층의 거실과 소통이 가능하게 했다.
“처음 집을 짓기로 결정했을 때, 적어도 아이들이 독립할 때까지는 가족의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기를 바랐어요. 지금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는 집이 되었으면 해요. 공간마다 추억이 쌓이면서요.” 바라던 부분을 완벽하게 갖춘 새로운 집에서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다채롭고 따뜻하게 만들어가려고 한다.
설계 공간기록 시공 홈스토리하우스 인테리어 스페이스로그 사진제공 공간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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