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여성 인재 양성에 힘쓴 ‘딸 바보’
201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에서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의 손을 잡고 부스를 돌아보고 있는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이날 “우리 딸들 광고 좀 해야겠다”고 말하며 딸들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이건희 회장이 1997년 출간한 자서전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동아일보사)에 담긴 말이다. 평생을 인재 양성에 힘쓴 이건희 회장은 인재를 선발할 때 성별, 학벌, 학력을 따지지 않았다. 특히 1987년 삼성그룹 회장 취임 초기부터 여성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했으며 사내 남녀차별 관행을 없애는 데 힘썼다. 삼성은 1992년 여성 전문직제를 도입하고 1993년에는 업계 최초로 대졸자 여성 공채를 시작하면서 여성 전문 인력 5백 명을 선발했다.
될 성 부른 인재를 발견하면 과감하게 지원했다. 삼성전자 최초의 고졸 여성 임원 출신으로 올해 국회에 입성한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대표적이다. IMF 위기 당시 한국 여성 골퍼로는 처음으로 US여자오픈을 제패, 국민들에게 희망을 선사한 박세리 선수도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삼성그룹의 파격적인 후원을 받았다. 10월 26일 이건희 회장 빈소를 찾은 양 의원은 “보잘 것 없고 배움이 짧은 저에게 ‘거지근성으로 살지 말고 주인으로 살라’고 말씀하셨다”고 회고했다.
여성 인재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은 두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딸 사랑’과 관련해선 2010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 2010’에 두 딸들의 손을 잡고 나타난 이 회장이 “이번에 우리 딸들 광고 좀 하겠다”며 애정을 드러낸 일화가 유명하다. 이 회장은 2011년 8월 두 딸을 비롯한 여성 임원들과 가진 오찬 자리에서 “여성 임원은 사장까지 되어야 한다. 사장이 되면 본인의 뜻과 역량을 다 펼칠 수 있다”고 격려한 적도 있다.
2. 친가족 기업 문화, 워킹맘 일하기 좋은 회사로
부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과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0유스올림픽을 참관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주요 행사마다 홍라희 여사를 비롯한 가족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같은 이건희 회장의 친가족적 성향은 삼성그룹의 기업 문화에도 잘 녹아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3년 실시한 7·4제다. 오전 7시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해 자기 계발을 하거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라는 의도였다. 이건희 회장은 7·4제가 어느 정도 자리 잡자 2009년 자율출근제(오전 6시부터 오후 1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8시간을 근무하는 제도), 2011년 재택·원격근무제, 2012년 자율출퇴근제(오전 6시부터 오후 6시 사이 원하는 시간에 출근해 1일 4시간 이상, 주 40시간을 근무하는 제도) 등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친가족 기업 문화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여성친화적 기업 문화로 이어졌다. 2012년 여성 직원에 한해 육아휴직이 가능한 자녀 연령을 만12세 이하로 상향 조정하고(현재는 남자 직원도 동일), 2013년에는 민간 기업 최초로 자녀를 갖는 데 어려움을 겪는 여성 직원을 위해 최대 1년간 휴직이 가능한 ‘난임휴직제’를 도입했다. 이건희 회장은 기혼 여성이 편히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업무 능률도 오른다고 믿었다. 워킹맘들에게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는 보육 사업을 직접 챙긴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1987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오찬을 하던 중 호텔 뒤쪽 낙후된 집들을 보고 그곳에 어린이집을 지어야겠다고 결심한 이 회장은 1989년 사재를 출연해 삼성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어린이집 교실에 들어갈 가구 하나까지도 꼼꼼히 체크한 이 회장은 1호 어린이집이 개관했을 때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삼성복지재단은 1990년대 초반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대한민국의 양극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 저소득 밀집 지역에 어린이집을 지어 지방단체에 기증했으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해진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보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공식적으로 삼성어린이집을 설립, 운영하고 있다.
3.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혁신적인 가전제품
1993년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꾸라”는, 이른 바 ‘신경영 선언’을 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
이 회장은 2011년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을 찾아 선진국의 제품과 삼성 제품의 기술력 차이를 살피며 ‘신경영 선언’의 성과를 점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1993년 이미 “얇은 TV가 벽에 붙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본 이건희 회장은 디자인도 놓치지 않았다. 2005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디자인경영 전략회의에서 “삼성의 디자인은 아직 1.5류”라며 “짧은 순간 고객의 마음을 붙잡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고 디자인 혁신을 주문했다. 일명 ‘밀라노 선언’이다. 그 이듬해 출시한 ‘보르도 TV’는 스피커를 외관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고 와인잔을 연상하게 만드는 프리미엄 디자인으로 2006년에만 3백만대가 판매되며 글로벌 TV 시장에서 1위를 꿰찼다.
4. 제품 포장지에 담긴 친환경 DNA
2020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 선정된 비스포크 냉장고(왼쪽). 2020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 선정된 그랑데 AI 세탁기.
포장재에 업사이클링 개념을 적용해 재미있게 조립할 수 있도록 만든 더 세리프 TV 에코 패키지.
부친의 뜻을 이어 이재용 부회장도 친환경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비영리 시민단체인 ‘녹색구매네트워크’가 주관하는 ‘2020 대한민국 올해의 녹색상품’에서 최다 수상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선정된 제품은 갤럭시 S20 시리즈, 갤럭시 북 플렉스, 라이프스타일TV 49형 더 세리프, 그랑데 세탁기 AI, 그랑데 건조기 AI, 비스포크 냉장고, 비스포크 식기세척기 등 총 12개 제품이다. 특히 TV의 포장지를 가구처럼 조립해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한 에코 패키지는 소비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사진 동아DB 삼성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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