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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수입 1억! 유튜브 ‘신사임당’ 운영자 주언규

글 정혜연 기자

2020. 09. 01

월급쟁이라면 한 번쯤 멋지게 사표를 내고 퇴사하는 꿈을 꿔봤을 것이다. 여기 그 꿈을 이루고도 한참을 더 나아간 사업가이자 유튜버가 있다.

매달 1천만원씩 벌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개인차가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렇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93만 팔로어를 보유한 유튜브 재테크 채널 ‘신사임당’의 운영자 주언규(35) 씨가 걸어온 길만 봐도 그렇다. 

대학 졸업 후 그는 2011년 한국경제TV 증권팀 PD로 입사, 월급 명세서에 1백60만원이 찍히는 것으로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어느 날 우연히 한참 선배의 월급을 알게 됐고, 앞이 캄캄해졌다. 주 씨는 스스로 월 1천만원을 벌어보자 결심하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부업을 시작했다. 여러 사업 아이템 중에 전망이 있다고 판단한 ‘스튜디오 렌털’ 사업에 뛰어들어 우여곡절 끝에 오픈 1년 만에 월 매출 1천만원을 찍었다. 그즈음 이직했던 SBS미디어넷에서 직장생활과 사업을 병행하다가 2016년 사표를 내고 나와 지금껏 개인 사업자의 길을 걷고 있다. 

월 매출 1천만원에 만족하고 거기서 그쳤다면 인터뷰를 요청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주 씨는 멈추지 않고 렌털 스튜디오를 3개 지점까지 확장하며 사업 규모를 키웠다. 인테리어 소품을 판매하는 온라인 스마트 스토어도 열었다. 초창기에는 적자를 봤지만 시행착오를 딛고 온라인 마케팅을 벌인 결과 월 매출 1천만원까지 벌어들이게 됐다.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면서 아파트에도 투자해 임대사업자로 월세 수익도 얻게 됐다. 

2018년 유튜브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날로 높아지던 때, 주언규 씨 역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다. PD로 일했던 경험을 살려 다양한 영상을 제작해 업로드했는데 처음에는 반응이 시원치 않았으나 크게 기대하지 않고 올린 사업 노하우, 재테크 관련 인터뷰 영상 등이 호응을 얻으면서 채널 ‘신사임당’은 급성장했다. 

현재 그가 영상을 업로드하면 하루 만에 3만~4만 조회 수를 기록하는 것은 기본이다. 50만 조회 수를 넘긴 영상도 수십여 개에 달한다. 유튜브 채널에 사람들이 몰리면 광고 수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지사. 지난해 채널 ‘신사임당’의 광고 수익은 월 5천만원을 찍었다. 주 씨는 손이 많이 가는 스튜디오 렌털 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유튜버의 길을 걷고 있다. 몇 개월 전에는 차곡차곡 모은 돈으로 36억원짜리 빌딩을 매입해 건물주가 되었다. 회사를 나온 지 불과 5년 만에 이룬 결과다. 



그의 사연에 관심을 갖는 이가 늘어나자 7월 말 유재석이 진행하는 tvN ‘유퀴즈 온 더 블럭’(이하 ‘유퀴즈’)에 출연하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회사원 시절 1백60만원의 월급을 받다가 최근 월 최고 매출 1억8천만원을 기록했다는 스토리가 화제가 돼 SNS를 뜨겁게 달궜다. 7월 말에 출간한 저서 ‘킵 고잉(KEEP GOING)’ 역시 경제경영 분야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오를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더 바랄 게 없는 삶을 살게 된 주언규 씨를 만나 성공의 비결이 무엇인지 얘기 들었다.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의 다양한 재테크 관련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의 다양한 재테크 관련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다.

사업가, 임대사업자, 유튜버 등 직함이 여러 가지인데 본인 소개를 한다면요. 

지금은 ‘유튜버’이고 돈 되는 건 이것저것 다 하는 사람입니다(웃음). 사람들에게 제일 많이 알려진 건 사업가보다 ‘유튜버’인 것 같아요. 

tvN ‘유퀴즈’에는 어떻게 출연하게 된 건지, 출연 이후 달라진 건 없는지 궁금해요. 

인스타그램 DM으로 담당 작가님이 한번 만나자고 연락이 왔어요. 모두가 출연하는 건 아니고 사전 인터뷰 후 출연이 결정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또 언제 유재석이라는 대한민국 최고 방송인과 방송을 하겠어요. 그래서 그때 ‘수익을 다 공개해야겠다’ 생각했죠(웃음). 방송 출연 이후 특별히 달라진 건 없어요. 팔로어 수가 늘었다는 정도? 그 전까지 85만 정도였는데 7월 말 방송 출연 이후 주당 1만 명씩 늘어서 지금은 93만쯤 돼요. 그냥 평소처럼 지내고 있어요. 

신간 ‘킵 고잉’에 대한 반응도 좋은데, 어떻게 출간하게 됐나요. 

2년 전에 제 유튜브를 보고 한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어요. 이미 써둔 원고도 있고 해서 계약을 하고 넘겼는데 2년 동안 출간이 안 됐어요.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고 연락이 와서 기존 계약은 취소하려는데 그제야 출간 작업에 들어가더라고요. 편집본을 들고 왔는데, 3백 페이지가 넘는 완전 다른 책이 되어 돌아와 당황스러웠어요. 손을 너무 많이 본 거죠. “죄송한데 팔리지 않는 책이 될지라도 원래 쓴 대로 해달라”고 요청했고, 그렇게 나온 책이 이거예요. 돈을 벌기로 결심한 뒤 킵 고잉해온 지난날을 솔직하게 담았어요. 

스스로를 게임 중독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20대에는 목적 없는 삶을 살았어요. 대학 시절 꿈은 무엇이었나요. 

다큐멘터리 PD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누가 “넌 꿈이 뭐야”라고 물으면 할 말 없으니까 지어낸 핑곗거리였죠. 실제로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은 안 했으니까요. 그때는 꿈이 없었어요. 

경제 방송국에 입사한 건 뜻이 있어서였나요. 

아뇨. 제가 졸업할 당시 종편이 생기면서 각 경제 방송국마다 PD 인력이 대거 그곳으로 빠져나갔어요. 빈자리가 많이 나자 방송국마다 신입을 계속 채용했죠. 운 좋게 들어가서 직장생활을 5년 정도 했어요. 

PD라는 직업을 선망하는 사람도 많은데 막상 해보니 어땠나요. 

어려웠어요. 일이 어렵다기보다 수입이 적어서 어려웠어요. 책에 월급 명세서를 공개하기도 했는데 당시 실수령액이 1백60만원 정도였거든요. 돈을 더 줬더라면 아마 지금까지 다녔을지도 몰라요. 사실 혼자 살 때는 부족한 줄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니 부족하더라고요. 

입사 후 5년 동안 모은 4천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성공하기까지 험난한 과정을 겪었던데. 

창업에 대해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지인과 얘기하던 중 각자 4천만 원씩 내서 렌털 스튜디오 사업을 하자는 데 뜻이 모아졌어요. 특별히 사업 능력이 없어도 상관없고, 공간만 대여하면 되니까 해볼 만하겠더라고요. 또 기존 렌털 스튜디오 홈페이지에서 예약 캘린더를 봤더니 다 마감돼 있어서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오픈 첫달에 4백만원 적자를 냈고, 이후로 6개월 동안 계속 적자가 났어요. 대면 영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 MD 및 모델 에이전시를 발로 뛰어다니며 만나려 했던 게 패착이었죠. 그때 동업자와 관계가 틀어졌고, 빚을 내 동업자에게 투자금을 돌려주고 혼자 사업을 떠안았어요. 그러다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에 스튜디오 사진을 찍어 올리면서 매출이 조금씩 살아났어요. 온라인 키워드 광고도 시작하니 매출이 빠르게 늘었고요. 오픈 1년 뒤 월 매출 1천만원을 찍었을 때 회사를 나왔고, 1년마다 지점을 늘리며 사업을 확장했어요. 

많은 직장인이 상상만 하는 ‘퇴사’를 이뤘을 때 기분이 어땠을지도 궁금해요. 

정말 기분 좋았어요. 퇴사하고 처음 느낀 게 ‘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도 세상이 존재하는구나’였어요. 퇴사 후 강변북로와 공덕 오거리에 안 막히는 시간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죠(웃음). 그 전까지 제 인생은 밀리는 출근 시간, 번잡한 점심때, 계속되는 회의와 일, 피곤한 퇴근 이후… 이게 다였어요. 이제는 시간을 제가 원하는 대로 쓸 수 있으니까 행복하죠. 

그래도 사업자니까 마냥 좋기만 할 순 없었을 것 같은데요. 

물론 공포감 같은 것도 느꼈어요.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것 같았거든요.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목적지가 없다는 게 무섭더라고요. 어느 날 갑자기 자고 일어났을 때 할 일이 없어질 수도 있잖아요. 또 누가 지시를 해야 일하는, 직원으로서의 습성도 남아 있어서 불안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생각한 게 일요일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다음 일주일 동안 해야 할 일을 계획하고,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그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식으로 스스로 고용주와 직원이 되는 삶을 택했어요. 회사 다닐 때는 나태했는데 오히려 퇴사하고 근면해졌어요(웃음). 

첫 사업에 전 재산을 쏟아부은 뒤 ‘부의 서행 차선’을 달리기로 결정했다고. 

돈뿐 아니라 제 모든 걸 올인해서 일했죠. 그때는 굉장히 우울했어요. 와이프한테 죽고 싶다고도 했어요. 그때는 시야가 좁았던 것 같아요. 오로지 부의 추월 차선을 달려 성공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거죠. 첫 사업 이후 시야가 넓어졌고, 내가 열심히 한다고 무조건 성공하는 건 아니란 걸 깨달았어요. 사업이 운도 따라야 하는 일이라면 베팅 금액을 한 번에 다 쓰는 게 아니라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하면 여유를 가지고 장기적으로 사업할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런 마음으로 시작한 게 두 번째 온라인 쇼핑몰 사업이었죠. 

렌털 스튜디오 사업이 잘됐는데 과감하게 접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렌털 스튜디오 1호점에서 월 1천만원의 매출이 나왔는데, 3개의 스튜디오에서 발생하는 전체 매출이 1천8백만~2천만원 정도였어요. 단순 계산을 하자면 3천만원의 매출이 나와야 하잖아요? 그만큼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였죠. 또 그때 유튜브 광고 수익으로만 4천만원 정도 들어와 선택과 집중을 한 거예요. 

팔로어 1백만 명을 눈앞에 두고 있어요. 정글 같은 유튜브 생태계에서 1백만 유튜버가 되기란 쉽지 않을 텐데,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 비결은 무엇인가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거요. 2년 전에 채널을 시작했을 때 저처럼 팔로어가 5만 정도 되는 유튜버가 많았어요. 10만을 목표로 다들 열심히 하더라고요.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그때 같이 시작했던 유튜버들은 다 접었더라고요. 저는 잘되면 계속하거든요(웃음). 

원래 PD였으니까 편집과 연출에 능한 점도 성공 비결 아닐까요. 

그런 이점을 살려서 열었던 채널은 다 망했어요. 초반에 4~5개 채널을 운영했거든요. ‘사진 잘 찍는 법’에 대한 채널을 열어 포토그래퍼를 섭외해 영상을 올렸지만 반응이 없었어요. 중학교 동창 3명과 게임 토크 채널도 공들여 운영했는데 그 역시 조용히 묻혔어요. 축구 게임 중계 채널도 열었는데 연이어 실패했어요. 전부 고품질 영상이었지만 지속적으로 만들기 힘들었고, 자신을 갈아 넣다 보니 재미가 없더라고요. 마지막에 그냥 부담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오픈한 채널이 ‘신사임당’이었고 오히려 결과가 좋게 나왔어요. 


금융 전문가, 부동산 전문가, 소상공인 등 다양한 인물의 인터뷰 영상이 인기를 얻고 있어요. 섭외 기준도 궁금해요. 

어떤 주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가 첫 번째 섭외 조건이에요. 인물의 인기는 그다음 문제고요. 예를 들어 카페 창업을 했다가 접은 사장님은, 유명하지 않아도 그 주제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섭외한 거예요. 아무리 유명한 CEO라도 하나 마나 한 소리 하면 조회 수는 안 나와요. 오히려 유명한 분들이 제 채널에 나오고 싶어하는데, 제가 거절한 경우도 많아요. 

출연진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사람은 누구인가요. 

베스트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예요. 존 리 대표가 출연한 영상 2개는 각 1백79만, 1백48만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어요. 콘텐츠와 인기, 두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인물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거라고 봐요. 한 번 더 나와주셨으면 좋겠네요(웃음). 또 ‘윤견딤’이라는 닉네임의 주부도 생각나요. 서울 명동에서 장사를 하다가 사기당해서 가게를 말아먹었는데 남편은 웹툰 작가의 꿈을 이루겠다고 나서 자신이 생계를 책임지고 계신 분이었죠. 좌절하지 않고 육아 설명회 다니며 물티슈 모으고, 당근마켓 무료나눔 뜨면 다 가져와서 생활하는 걸 얘기해주셨죠. “나는 견디는 데 자신 있다”고 하는데 정말 멋있게 보였어요.
 
각계각층의 인물과 대담하면서 인생관도 많이 달라졌겠어요. 

그럼요. 예전에는 모든 문제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사람마다 다르고, 어떤 사안에 대해 느끼는 바도 다르다는 걸 깨달았어요. 지금은 다방면으로 열린 생각을 하게 됐어요. 다양한 사람을 만나 대담하는 게 많은 도움이 돼요. 

책에 요즘을 “단군 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고 표현했더군요. 많은 분들에게 희망이 될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람 대하는 걸 잘 못하는 사람이에요. 조직에 적응하기도 어려웠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키보드로도 소통할 수 있는 시대잖아요. 또 오프라인 시장에선 대기업과 경쟁해야 하지만 온라인에선 모든 판매자가 동일 선상에서 출발해요. LG생활건강이나 저나 아마존에 가서 물건 팔면 다를 게 없어요. 페이스북, 유튜브 역시 과거와는 전혀 다른 판이에요. 전화 한 통으로 다 되는 시대는 지나갔어요.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도 기를 펴고 붙어볼 수 있는 시대예요. 

현재는 월 1억원의 고정 수익을 얻고 있어요. 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나요. 

제 유튜브 채널은 내일이라도 망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하는 거예요. 많은 유명 유튜버가 스스로 끝을 내기도 하고, 하루아침에 끝내지기도 하죠. 저는 서서히 끝내지는 쪽을 선택했어요. 제가 예측할 수 없는 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그 과정까지도 다 찍어서 올리려고요. 그리고 또 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요. 넥스트 유튜브 세상에서 성공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고민하며 준비 중인데 잘되길 바라야죠.

사진 홍중식 기자 사진제공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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