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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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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알못 남자 에디터들의 인생 컬러 찾기

글 이현준 문영훈 기자

2020. 07. 23

요즘은 남자들도 이미지 메이킹과 스타일링을 위해 퍼스널 컬러 진단과 컨설팅을 즐겨 받는다는 사실, 알고 있나요? ‘웜톤’ ‘쿨톤’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한 색알못 남자 에디터 2명이 직접 전문가에게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아봤습니다.

“현준 씨, 영훈 씨 ‘퍼스널 컬러’ 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어요? 한번 체험해보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색을 찾아보면 좋을 것 같아요.” 

수습 기자 둘에게 어려운 미션이 떨어졌다. 컬러라고는 중학교 미술시간에 배운 색의 3원색과 빛의 3원색이 전부인, 아니 그것조차 가물가물한 ‘색알못’ 기자에겐 퍼스널 컬러라는 말조차 생소했다. 

퍼스널 컬러란 피부색, 머리카락 색, 눈동자 색 등 자신이 가진 고유의 색과 어울리는 색을 일컫는데, “수지는 봄 웜톤, 김혜수는 겨울 쿨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겨울 쿨톤, 문재인 대통령은 봄 웜톤”이라는 말이 돌 만큼 퍼스널 컬러 찾기가 유행했다. 2시간 정도 소요되는 컨설팅을 받으면 자신에게 딱 맞는 퍼스널 컬러와 더불어 어울리는 메이크업부터 패션, 헤어, 향수까지 알 수 있다니…. 기대감을 안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퍼스널 컬러 진단 전문 업체 ‘컬러플레이스’를 찾았다. 


사무실에 들어서자 1백 종류가 넘어 보이는 컬러 팔레트와 알록달록한 퍼스널 컬러 진단 천, 가죽, 향수 등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주로 여자 친구와 같이 오는 분들이 많아요. 친구들끼리 오는 경우도 있고요. 비율로 따지면 오시는 전체 고객들 중 남자분은 20% 정도?” 



이세령 컬러플레이스 대표에 따르면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자신을 위한 투자와 소비가 늘고 그만큼 미용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기 때문에, 퍼스널 컬러 상담을 받으러 오는 남성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 사회생활에서 입는 옷은 정장으로, 대개 검정색과 남색 계통이다. 여성의 옷차림에 비해 색이 단조로워 퍼스널 컬러 진단이 필요할까 싶지만 넥타이, 시계 등으로 포인트 컬러를 표현하는 방법도 있기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었다.

나는 송중기인가, 정우성인가

퍼스널 컬러 진단은 간단한 이론 설명, 개인에 맞는 색깔을 찾는 과정, 메이크업 & 패션 제안 순서로 이어진다.

퍼스널 컬러 진단은 간단한 이론 설명, 개인에 맞는 색깔을 찾는 과정, 메이크업 & 패션 제안 순서로 이어진다.

이론 학습이 시작됐다. “웜톤, 쿨톤 이런 말 들어보셨죠?” 퍼스널 컬러 진단에서는 이 세상의 색깔을 우선 웜톤과 쿨톤으로 나눈다. 쉽게 말하면 웜톤은 ‘노르스름함’이 들어가 있는 색깔, 쿨톤은 그렇지 않은 색깔이다. 노르스름함과 노란색은 조금 다른 느낌인데, 같은 녹색이라도 형광이 도는 녹색을 쿨톤이라고 한다면, 자연의 기운이 느껴지는 녹색은 웜톤이다. 웜톤은 다시 봄과 가을, 쿨톤은 여름과 겨울로 나뉜다. 

이 대표는 사계절에 해당하는 컬러를 설명하며 그에 상응하는 형용사들을 제시했다. 봄의 경우 따뜻한, 밝은, 상냥한, 귀여운, 해맑은, 순수한, 소년미가 있는, 사랑스러운 등과 같다. 여기에 해당하는 남자 연예인의 이름도 나열했다. 헨리, 강다니엘, 피오. 그들을 떠올리니 봄이 생각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대표는 물었다. “본인에게 해당하는 단어가 있나요?” 만일 그렇다고 하더라도 답하기는 어려웠다. 

“여름 쿨톤은 시원한, 깨끗한, 맑은, 청순한…. 여름 쿨톤이 어울리는 연예인은 임시완, 정해인….” 설명을 들을수록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 대표는 “사람들은 자신이 어떤 이미지인지 생각해보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물어보면 대부분 당황한다”고 했는데, 정말 당황했다. 가을 웜톤에 해당하는 대표 연예인은 원빈, 공유, 겨울 쿨톤은 정우성과 차승원이다. 두 기자는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방인이 됐다. 좌절하는 기자들에게 이 대표는 “연예인은 대표적인 예시일 뿐이에요. 자신에게 맞는 계절, 이미지는 분명히 있답니다”라는 말로 희망을 줬다.

수백 가지 색 중 나만의 컬러 찾기

이론 학습 후 실전이 시작됐다. 거울 앞에서 얼굴 밑에 천을 번갈아 대며 자신에게 어울리는 컬러를 찾는 일이다. 이를 통해 웜톤 & 쿨톤 여부를 판단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얼굴 밑에 베이지색 천과 흰색 천을 대서 비교하는 것. 웜톤이라면 베이지 톤을 댔을 때, 쿨톤이라면 흰색 천을 댔을 때 얼굴이 살아난다. “쿨톤을 쓰면 다크서클이 내려오는 거 보이시죠?” 이 대표의 ‘팩트 폭격’이 가해졌다. 

톤을 파악한 다음 순서는 자신이 속한 계절의 색을 골라내는 것이다. 각 계절 색에 해당하는 천들은 하나의 고리에 엮여 있다. 이 대표는 같은 색(으로 보이는) 여러 천을 이리저리 대며 기자의 계절을 판단했다. “기자님은 봄보다는 가을이네요. 가을 웜톤이에요.” 명도와 채도가 조금 다르긴 하지만 체험하는 기자들의 눈엔 그저 파란색은 파란색이요 노란색은 노란색으로 보였는데, 같은 색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가을에 속하는 색들은 같은 계열일 뿐 딥(deep), 다크(dark), 라이트 그레이(light grayish), 소프트(soft), 덜(dull), 그레이(grayish) 6종류가 있고, 이는 각각 엄연히 다른 색으로 분류됐다. “이것은 딥 레드, 이번 것은 덜 그레이, 이건 소프트 블루…. 기자님은 딥이 잘 어울리는데요?” 설명만 듣고는 무슨 차이가 있는지 알기 어려웠다. 고3 수험 시절로 돌아간 느낌. 이해가 되지 않으면 암기를 해버렸던 그때와 같았다. 

하지만 점차 눈이 뜨이기 시작한 걸까. 수십 번을 보다 보니 덧대는 색에 따라 얼굴에서 풍기는 이미지가 달라진다는 것을 어렴풋이 체감할 수 있었다. 여러 번 시도 끝에 찾은 컬러는 ‘가을 웜톤’. 그 중에서도 딥 컬러가 어울린다는 결과를 받았다. 선명한 붉은색과 파란색을 대자 얼굴이 좀 더 생기 있게 보였고 흐린 회색, 연두색, 흰색 등을 대자 확실히 나이 들고 피로해 보였다. 기나긴 과정 끝에 드디어 건져 올린 수확이었다. 같이 체험한 기자는 딥 컬러에 비해 약간 물이 빠진 부드러운 느낌인 가을 웜톤에 덜 컬러가 잘 맞는다는 진단을 받았다. 

퍼스널 컬러가 정해지면 이에 따라 메이크업, 옷, 액세서리 등에 대한 컨설팅을 진행한다. 파운데이션, 아이섀도, 립스틱도 퍼스널 컬러에 따라 추천 컬러가 달라진다. “체리처럼 밝은 색 립 컬러보다는 주황 톤이 도는 립 컬러가 잘 어울려요. 슈트는 블랙보다는 브라운이나 네이비처럼 부드러운 컬러를 선택하세요.” 얼굴에 스킨 & 로션 말고는 발라본 기억이 없는 뷰알못 두 기자는 그중 가을 웜톤에 맞는 립 컬러와 옷 컬러에 대한 컨설팅만 받았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은 다른 법. 가을 웜톤 딥 컬러를 추천받은 기자는 여름 쿨톤 색의 셔츠를 입고 있었다(스스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퍼스널 컬러에 해당하는 옷만 입을 수는 없어요. 이럴 때는 퍼스널 컬러에 맞는 넥타이, 시계 등 소품으로 포인트를 주면 충분히 보완할 수 있어요”라고 조언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액세서리도 퍼스널 컬러에 큰 영향을 준다. 가을 웜톤인 사람에게는 메탈보다 가죽 소재 시곗줄이 잘 어울린다. 만약 메탈 시계를 착용하고 싶다면? 골드 디테일이 들어간 시계를 착용하는 것으로 대신하면 된다. 어울리는 향수도 퍼스널 컬러에 따라 달라진다. 가을 웜톤에 어울리는 향수는 우디 계열 향수. 이 대표는 “남자라고 해서 시원한 향이 무조건 어울리는 것은 아니에요”라고 덧붙였다. 

“한번 정해진 퍼스널 컬러는 잘 바뀌지 않아요. 태닝을 한 것처럼 피부색이 드라마틱하게 변하지 않는 이상 바뀌기 힘들죠. 그래서 한 번만 진단을 받아도 모든 상황에 쭉 적용할 수 있어요.” 결혼이나 면접 등 중요한 순간을 앞뒀다면? 색깔에 대해 1도 모르는 색알못이어도 좌절할 필요 없다. 색에 대해선 ‘일자무식’인 두 기자도 인생 컬러를 찾았으니까.

사진 김도균
도움말&장소 컬러플레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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