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우스 12만5천원 시눈. 스커트, 벨트, 스타킹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카디건 14만9천원 대중소. 부츠 50만원대 토가풀라. 행잉된 재킷 29만9천원 스튜디오톰보이.
화보 촬영을 약속한 날, 조금은 설렜다. 오늘의 카메라 앞 그의 캐릭터는 어떤 모습일까. 방송인 김민아와 돌아이 유튜버 김민아. 메울 수 없을 것만 같은 간극의 비밀을 풀기 위해 그를 만났다.
크롭 톱 25만원 마이클마이클코어스. 데님 팬츠 15만9천원 스튜디오톰보이. 선글라스 21만8천원 키블리.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니커즈 5만원대 반스.
평일엔 새벽 5시에 출근해 뉴스가 끝나는 아침 9시까지 기상캐스터 업무를 봐요. 월요일에는 Q 채널 모바일 퀴즈 프로그램 ‘큐피트’와 jtbc ‘골프 매거진’ 녹화, 화요일에는 ‘왜냐맨’과 ‘워크맨’ ‘주가 빛나는 밤에’ 등 유튜브 채널 고정 프로그램 녹화를 해요.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는 게임 리그 ‘롤 챔피언스 코리아(LCK) 스프링’ 분석 데스크와 선수 인터뷰가 늦은 밤까지 이어지고요. 그 사이사이 짬이 날 때면 오늘처럼 화보를 찍거나 인터뷰도 하고, 단발성으로 들어오는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식이에요.
‘일 끝나고 일하는’ 게 일상이라 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진짜 저질 체력인데, 이상하게 일할 때는 없던 에너지도 생기나 봐요. 일중독이 이렇게 무서운 거였나요? 매일 밤늦게 혹은 새벽까지 일해야 하니 잠잘 시간이 정말 부족해서 운동은 꿈도 못 꿔요. 잠깐이라도 틈이 나면 차라리 잠을 자려 애써요. 그 외엔 주로 한약과 영양제의 도움으로 연명하고 있어요. 가끔 제가 살아 있는 게 신기하더라고요(웃음).
일을 조금 줄여보는 건 어떨까요.
많은 분들이 비슷하게 조언하세요. 그런데 전 아직 어느 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요. 때때로 너무 욕심을 부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어쨌건 아직까진 저 자신과 싸우는 중입니다. ‘너의 열정과 능력, 체력이 어디까지인가 보자!’ 하고요.
플라워 패턴 트렌치코트 가격미정 마이클마이클코어스. 니트 14만9천원 베티르. 이어링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통학 시간이 긴 게 가장 크게 작용했죠. 게다가 학교가 높은 곳에 있어서 매일 아침 등산하는 것처럼 올라야 하는 것도 힘들었고요. 또 다른 이유는, 당시에 외고나 과학고 같은 특목고를 다니는 학생들이 자퇴를 하고 수능 성적만으로 비례내신점수를 받아서 대학을 가는 게 잠시 유행했어요. 그게 저처럼 일반고를 다니는 학생들에게도 혹할 만한 상황이었고요. 부모님께 딱 1년만 열심히 해서 다른 친구들보다 1년 먼저 대학을 가겠다 말씀드렸어요. 빠른 1991년생인 김민아가 08학번인 이유입니다. 자꾸 나이 속였냐는 댓글이 많이 보여서, 이런 기회에 해명하고 싶네요(웃음).
혼자 공부하기 쉽진 않았을 텐데 교대에 진학했더라고요.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개학날 자퇴했는데, 처음엔 혼자 도서관에서 EBS 교육방송을 보며 독학으로 공부했어요. 그러다 그해 말부터 재수 학원에 다녔죠. 진도가 턱없이 늦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따라가기도 벅찼어요. 그래도 ‘1년 안에 끝내자’는 생각으로 죽어라 했던 것 같아요. 다행히 원하는 학교에 갈 정도의 성적이 나와 수험생 생활을 짧게 끝낼 수 있었어요.
만약 교사가 됐다면 어땠을까요.
교대에 진학한 건 좋은 선택이지만, 아이들에게 좋은 선생님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사명감 같은 게 부족하지 않았을까요. 대학 원서를 쓸 때까지만 해도 하고 싶은 일이나 갖고 싶은 직업이 없었어요. 교직에 계신 부모님을 보며 교사도 괜찮겠다 싶어 진학했던 거예요.
일하는 모습을 보면 책임감과 사명감이 엄청난 것 같아요.
사실 전 무척 게으른 사람이라, 아마 정규직으로 일했다면 어떻게든 업무를 줄이려 애썼을 것 같아요. 잠도 무척 많고요. 그런데 프리랜서라는 직업 자체가 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그 불안감이 저를 바삐 움직이게 하더라고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고 난 뒤 다음 날 새벽 출근하는 저를 보며 ‘좀 멋진데?’ 으쓱하기도 해요.
티셔츠, 레이어드한 슬리브리스, 네크리스, 글로브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골드 이어링 가격미정 골든듀.
2016년 1월, 처음 jtbc에서 기상캐스터 일을 시작했을 때 아침 뉴스 앵커가 장성규 아나운서였어요. 그래서 친해졌고 이런저런 방송을 함께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죠. ‘워크맨’뿐만 아니라 지금 출연하는 프로그램 중에서 성규 선배가 저를 추천해 인연이 닿은 것들이 꽤 있어요. 늘 감사하고 제 인생의 은인이라고 생각해요.
유튜브 방송 이후 “똘기 있다. 4차원이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방송과 실제 모습은 비슷한가요.
공통점은 어느 쪽이든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라는 거고, 차이점은 현실 세계에선 눈치도 보고 예의도 차리면서 사회생활을 한다는 거죠. 아무리 그래도 제가 아무한테나 막 욕하고 그러지는 않아요. 하하.
얌전하게 출연하는 뉴스에 대해 ‘일반인 코스프레한다’는 댓글을 봤어요.
재밌어요. ‘누나 역겹다’는 댓글을 볼 때면 뿌듯함도 느끼죠. ‘역겨울 정도로 내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구나’ 하는 생각에 앞으로 더 열심히, 매 순간 다르게 다가가려고 다짐합니다.
롱 스웨트 셔츠 20만원대 리빌드바이니들스by에이트디비젼. 스커트 18만5천원, 허리에 묶은 스웨트 셔츠 16만9천원 모두 마이로맨시크. 삭스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니커즈 가격미정 컨버스X언더커버.
제가 성격이 좀 극단적이에요. 미친 짓을 할 때는 한없이 미쳐 있고 진지할 때는 지나칠 정도로 무거운 생각들도 해요. 부모님은 “그러다 시집은 가겠니” 걱정하시지만요. 뭐 짝은 알아서 나타나겠죠.
팬들에게 하고픈 말은요.
보잘것없는 저를 좋아하고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이 순간들이 저에게 다신 없을 시절일 것 같아요. 이거 하나는 확실히 약속드릴게요. 제가 어디에, 어떤 상황에 있건 열심히 살겠습니다. 그저 감사합니다.
사진 김연제 디자인 김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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