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모란동백, 느리지만 특별한 맛집
식당은 끼니를 해결하고 그에 대한 대가로 돈을 지불하는 곳이다. 그중에서 뛰어난 맛으로 입소문 난 곳을 맛집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전체 취업자 중 20.9%에 해당하는 5백65만 명이 자영업자다.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식당을 운영한다. 진입하기 쉽다는 이유다. 특히 치킨집은 길을 가다 보면 무수하게 발견할 수 있을 만큼 많다. 이렇듯 과도한 경쟁 탓에 유행이라면 모두가 같은 콘셉트와 레시피를 베끼고, 돈 주고 맛집 타이틀을 사는 등 기형적인 행태도 벌어진다. 이런 자극적인 상황에서 벗어나 인문학적인 접근으로 운영하는 맛집이 있다. 행복모란동백이 바로 그곳이다.사람과의 관계를 빚어가는 식당
이름부터 특이하다. 이곳의 주인 양상금 씨는 ‘부와 아름다움이 결국 행복의 조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부를 상징하는 ‘모란’과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동백’을 모두 붙여 ‘행복모란동백(이하 행모동)’으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테이블이 7~8개 있는 작은 식당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가장 먼저 ‘사람, 그 관계를 시작하다’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바로 행모동의 운영 이유와 음식 맛의 열쇠가 숨겨져 있다. 더디 가더라도 사람의 가치를, 관계의 소중함을 소홀히 여기지 않겠다는 양상금 씨 스스로의 다짐이기도 하다. ‘사람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사람들의 관계를 통해 빚어가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주인의 인문학 정신은 메뉴를 선정하는 것부터 요리를 하는 모든 과정에 고스란히 담긴다. 특히 수제 치킨과 간장새우라는 이색적인 조합이 눈길을 끄는데, 이 또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요리를 내고자 하는 주인의 마음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이곳에서는 특급호텔 셰프들도, 중국인 유학생들도, 맛집 마니아들도 모두 테이블 위에 수제 치킨과 간장새우를 올려놓고 격의 없이 술잔을 기울이며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느릿한 행복을 튀기고, 인문 정신을 푹 묵힌다
(왼쪽부터)작은 공간이지만 이 안에서 맛과 멋이 가득 피어난다. 사람의 가치를, 관계의 소중함을 소홀히 여기지 않겠다는 주인의 손길에서 맛있는 요리가 탄생한다. 주방과 홀을 분주히 오가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는 행복모란동백의 주인 양상금 씨.
고수 본연의 맛과 향을 담아낸 깔끔한 맛의 고수샐러드(왼쪽). 간장새우는 이중 진공 포장한 뒤 캐리어에 쏙 들어가는 아이스박스에 밀봉 포장해 출국할 때 가지고 가려는 이들의 문의와 주문이 많다.
기획 여성동아 사진 김도균 디자인 이지은 문의 행복모란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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