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켰던 커플 매칭 프로그램 ‘짝’은 출연자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결국 폐지됐다.
‘엄마 아빠 미안해! 살고 싶지 않다’는 내용이 적힌 유서 외에 불에 타 내용을 알아 볼 수 없는 메모지 한 장도 발견됐으며 현재까진 타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측이 “현재까지는 방송국에 도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부분이 있을지는 몰라도 위법이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밝힌 가운데, 고인의 장례식은 사건 발생 열흘 뒤에 치러졌다. 하루아침에 딸을 잃은 A씨의 부모는 “멀쩡했던 딸이 방송 출연 중 왜 힘들어했고 죽음까지 선택했는지를 밝히고 싶다”고 원통해 했다.
그의 돌연한 죽음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가 방송 출연으로 인해 느꼈을 심리적 부담감마저 부정할 수는 없다. 프로그램 특성상 인간 본연의 감정인 사랑을 만인 앞에 공개해야 하고, 선택받지 못할 경우 느끼는 수치심과 비참함도 고스란히 노출된다. 이는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짝’에 대해 우려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SBS 측은 사건 직후 ‘짝’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사건으로 일반인의 방송 출연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오디션 프로그램을 비롯해 일반인이 참가하는 프로그램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방송의 생리를 잘 알지 못하는 일반인 출연자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 없이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문에 극단적인 상황을 불러올 수 있는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고 출연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한 제대로 검증 절차를 밟지 않고 무분별하게 일반인을 방송에 출연시키는 풍토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 실제로 방송 출연 이후 신상이 털리거나 부적절한 언행이 문제가 돼 물의를 빚은 이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슈퍼스타K5’에서 ‘말더듬이’ 지원자로 감동을 선사했던 박모씨를 들 수 있다. 방송에서 그는 말더듬으로 사회생활이 힘들다는 절절한 사연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으나 방송 출연 이후 사기 및 횡령 혐의로 피소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당시 제작진은 “사기 혐의 등에 대해 전혀 몰랐으며,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사안인 만큼 확인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샤크라’ 출신 이은은 시아버지와 관련한 의혹으로 방송에서 중도하차했다.
논란 일 땐 땜질 처방, 출연자와 제작진 모두 신중해야
‘텐트 인 더 시티’
김그림
자신의 촬영분이 어떻게 편집돼 방영될 지 예측할 수 없는 일반인 출연자들은 제작진의 일명 ‘악마의 편집’으로 네티즌들에게 맹공격을 당하는 2차 피해를 겪는다. Mnet ‘슈퍼스타K’는 매 시즌마다 편집 논란에 휩싸인다. 대표적인 예로 시즌2에 출연했던 김그림을 들 수 있는데 당시 그는 자신이 원하는 파트를 부르기 위해 함께 짝을 이룬 파트너와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이 방송된 후 생방송 무대인 Top12에는 포함됐지만 시청자 투표에서 최하위에 머물며 탈락했다. 김그림 이후에도 신지수, 이지혜, 최태영, 예리밴드 등이 방송 편집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은, 편집으로 인한 논란이 또 다른 이슈를 생산한다는 점이다. 이는 시청률 상승 내지 프로그램 인지도 상승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이와 관련해 이문원 씨는 “‘신상털기’ ‘마녀사냥 ’등은 우리나라에서 특히 심한 독특한 문화다. 누군가에게는 삶의 희망을, 또 누군가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절망을 안겨주기도 하는 게 방송인만큼, 일반인 출연자의 신중한 선택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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