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두 번째 대관식
김연아(24)는 한 마리 나비 그 자체였다. 인간이 빚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이라는 데 이견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격이 다른 점프와 스핀, 서정적인 연기로 김연아는 차가운 얼음판을 찬란한 은반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연아의 두 번째 올림픽 제패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2월 21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을 받아 총점 144.19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74.92점을 더해 총점 219.11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는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차지했다. 소트니코바의 연기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무결점의 완벽한 경기를 한 김연아와는 달리 눈에 띄는 실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메달의 색깔이 뒤바뀐 건 러시아의 ‘홈 텃세’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석연찮은 판정에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외신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프랑스의 유명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는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러시아 역사상 첫 번째 여자 피겨 금메달은 심판이 만들었다.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조 피겨 여제인 독일의 카나리나 비트 역시 편파 판정을 받은 김연아의 은메달에 분노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독일 방송에 출연해 “이해할 수 없다. ISU(국제빙상연맹)가 이 사태를 토론 없이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오히려 의연하고 대범한 모습으로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은메달 확정 후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오늘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점수는 심판들의 몫이다. 내가 언급한다고 바뀔 수 없다. 이번 대회는 출전하는 데 의미가 있었고, 실수 없이 연기한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시상식에서도 김연아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자신을 격려하는 관중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고통과 환희로 빛났던 순간들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근육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 속에서 뭔가가 말을 걸어온다. ‘이 정도면 됐어’ ‘다음에 하자’ ‘충분해’하는 속삭임이 들린다. 이런 유혹에 문득 포기해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 포기하면 안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순간을 넘겨야 다른 문이 열린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김연아는 지난 2010년 출간한 자전 에세이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고독하고 험난한 훈련의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김연아 오른발의 신체 나이는 무려 40대. 혹독한 연습의 결과다. 피겨스케이팅의 점프에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착지할 때 자기 체중의 2배가 넘는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넉달 앞둔 상황에서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훈련 중 오른쪽 발등에 심한 통증을 느껴 검사를 받은 결과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언제나 그랬듯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부상 부위에 통증을 가하는 점프 훈련은 중단했지만 그 외 다른 훈련은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평소와 같은 훈련 양을 유지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경기 중 잠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쇼트프로그램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웜업(warm-up)하면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연습 때 점프를 제대로 뛰지 못했고, 게임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점프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고 털어놓은 것. 하지만 그는 경기가 시작되자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김연아가 순간 이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건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동안 훈련하며 쏟은 땀방울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천재적인 재능은 물론 지독한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겨 퀸’ 김연아가 자신의 신체적인 약점을 어떤 노력으로 이겨내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됐는지를 상세히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기사에 따르면 김연아의 신체적 약점은 5.5피트(165cm)의 큰 키. 긴 팔다리가 연기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기는 하지만 작은 체구의 선수들에 비해 스핀, 점프 등에 드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 피겨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가 놀라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건 탄탄한 하체 덕분이라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WSJ는 “김연아의 가녀린 어깨와 체형에 속지 말라. 하체는 스프린터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는 놀랍도록 파워풀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끊임없는 훈련이다. 김연아는 박스를 수없이 오르내리고 사다리나 계단을 빠르게 뛰어 올라가는 등의 근육 긴축 훈련을 했다. 이런 훈련 덕분에 그는 빙판 위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완벽하게 회전할 수 있었다.
사실 김연아가 올림픽을 다시 한 번 장악하고 못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가 아름다운 건 결정적인 한 순간, 고작 몇 초밖에 안 되는 순간을 위해 차가운 빙판 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면서 회전과 점프를 연습했던, 그 수많은 인내의 시간들 때문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두 프로그램은 마지막을 맞이하는 김연아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더욱 의미 깊다. 먼저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는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는 여배우가 자신을 대신할 어릿광대를 보내달라고 이야기하는 노래다. ‘내가 떠난 후에도 피겨스케이팅을 지켜보고 사랑해 달라’는 김연아의 자기 고백과도 같다. 프리스케이팅 배경 곡으로 사용된 ‘Adios Nonino’는 아르헨티나 탱고 거장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장애인이었던 자신에게 탱고에 대한 열정을 전해준 아버지에게 바친 곡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안타깝고 애절하지만 보내야 하는 이를 향한 이별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7세 때 처음 은반과 만난 김연아는 17년이란 시간 동안 오로지 한 길을 걸었다. 피겨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의 ‘교과서’가 되기까지 그는 한순간도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만 16세였던 2006년 시니어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김연아는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시니어 첫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2009년 ISU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명실상부한 월드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역대 최고점(쇼트 78.50점, 프리 150.06점, 총점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선수로서 더 이상 도전할 것이 없던 상황. 좀처럼 은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던 김연아는 결국 2012년 7월 기자회견을 통해 소치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김연아는 “나 스스로, 또 국민들의 높은 기대치에 따른 부담이 있다. 하지만 기대치를 낮추고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피겨를 목표로 삼는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선수생활을 포기한다면 훗날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아 다시 한 번 피겨를 즐기겠다”며 복귀 배경을 밝혔다.
이제 김연아의 드라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아쉬움보다 성취감이 큰 순간이다. 김연아 역시 소치 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점수는요 100점 만점에 120점이요(웃음). 점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쇼트와 프리, 둘 다 큰 실수 없이 마무리했어요. 고생한 것을 보상받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다 끝나 행복해요.”
이제 그는 빙판 위에서 내려와 선수가 아닌 평범한 20대로 돌아간다. 더 이상 훈련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컨디션 유지를 위해 소소한 것까지 신경 쓰고 절제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대표 선수 인생은 막을 내렸지만 온 국민의 마음속에는 영원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남아있을 것이다. 그가 대한민국 선수라는 것이 고맙고 또 고맙다. 단언컨대 우리는 김연아가 있어 행복했다.
김연아(24)는 한 마리 나비 그 자체였다. 인간이 빚어내는 가장 아름다운 몸짓이라는 데 이견을 가진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격이 다른 점프와 스핀, 서정적인 연기로 김연아는 차가운 얼음판을 찬란한 은반으로 바꿔놓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김연아의 두 번째 올림픽 제패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2월 21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여자 싱글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에서 김연아는 기술점수(TES) 69.69점과 예술점수(PCS) 74.50점을 받아 총점 144.19점을 기록했다. 전날 쇼트프로그램 점수 74.92점을 더해 총점 219.11점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1위는 러시아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가 차지했다. 소트니코바의 연기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무결점의 완벽한 경기를 한 김연아와는 달리 눈에 띄는 실수가 있었다. 그럼에도 메달의 색깔이 뒤바뀐 건 러시아의 ‘홈 텃세’ 때문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석연찮은 판정에 국내 팬들은 물론이고 외신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프랑스의 유명 스포츠 일간지 ‘레퀴프’는 “스캔들”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고 “러시아 역사상 첫 번째 여자 피겨 금메달은 심판이 만들었다. 소트니코바는 금메달을 받을 자격이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원조 피겨 여제인 독일의 카나리나 비트 역시 편파 판정을 받은 김연아의 은메달에 분노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독일 방송에 출연해 “이해할 수 없다. ISU(국제빙상연맹)가 이 사태를 토론 없이 지나가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김연아는 오히려 의연하고 대범한 모습으로 팬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은메달 확정 후 공식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오늘 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외신 기자의 질문에 “점수는 심판들의 몫이다. 내가 언급한다고 바뀔 수 없다. 이번 대회는 출전하는 데 의미가 있었고, 실수 없이 연기한 것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시상식에서도 김연아는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자신을 격려하는 관중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고통과 환희로 빛났던 순간들
“훈련을 하다 보면 늘 한계가 온다. 근육이 터져 버릴 것 같은 순간, 숨이 턱까지 차오르는 순간,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순간, 이런 순간이 오면 가슴 속에서 뭔가가 말을 걸어온다. ‘이 정도면 됐어’ ‘다음에 하자’ ‘충분해’하는 속삭임이 들린다. 이런 유혹에 문득 포기해 버리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이때 포기하면 안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순간을 넘겨야 다른 문이 열린다. 그래야 내가 원하는 세상으로 갈 수 있다.”
김연아는 지난 2010년 출간한 자전 에세이 ‘김연아의 7분 드라마’에서 고독하고 험난한 훈련의 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실제로 김연아 오른발의 신체 나이는 무려 40대. 혹독한 연습의 결과다. 피겨스케이팅의 점프에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착지할 때 자기 체중의 2배가 넘는 충격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김연아는 소치 올림픽을 넉달 앞둔 상황에서 부상이라는 악재를 만나기도 했다. 훈련 중 오른쪽 발등에 심한 통증을 느껴 검사를 받은 결과 중족골(발등과 발바닥을 이루는 뼈) 미세 손상 진단을 받았다. 그럼에도 김연아는 언제나 그랬듯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부상 부위에 통증을 가하는 점프 훈련은 중단했지만 그 외 다른 훈련은 통증을 유발하지 않는 선에서 평소와 같은 훈련 양을 유지했다.
김연아는 올림픽 경기 중 잠시 상당한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고백했다. 쇼트프로그램 경기 후 인터뷰에서 그는 “웜업(warm-up)하면서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연습 때 점프를 제대로 뛰지 못했고, 게임에 들어가기 전까지도 점프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고 털어놓은 것. 하지만 그는 경기가 시작되자 완벽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흔들림 없는 연기를 선보였다. 김연아가 순간 이 두려움을 이겨 낼 수 있었던 건 자신에 대한 믿음, 그리고 그동안 훈련하며 쏟은 땀방울의 위력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김연아는 천재적인 재능은 물론 지독한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얼마 전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피겨 퀸’ 김연아가 자신의 신체적인 약점을 어떤 노력으로 이겨내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가 됐는지를 상세히 보도해 눈길을 끌었다. 기사에 따르면 김연아의 신체적 약점은 5.5피트(165cm)의 큰 키. 긴 팔다리가 연기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주기는 하지만 작은 체구의 선수들에 비해 스핀, 점프 등에 드는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 피겨에서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신체조건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가 놀라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는 건 탄탄한 하체 덕분이라는 게 이 매체의 분석이다. WSJ는 “김연아의 가녀린 어깨와 체형에 속지 말라. 하체는 스프린터다. 특히 엉덩이와 허벅지는 놀랍도록 파워풀하다”고 설명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끊임없는 훈련이다. 김연아는 박스를 수없이 오르내리고 사다리나 계단을 빠르게 뛰어 올라가는 등의 근육 긴축 훈련을 했다. 이런 훈련 덕분에 그는 빙판 위에서 스프링처럼 튀어 올라 완벽하게 회전할 수 있었다.
사실 김연아가 올림픽을 다시 한 번 장악하고 못하고는 중요한 게 아니다. 그가 아름다운 건 결정적인 한 순간, 고작 몇 초밖에 안 되는 순간을 위해 차가운 빙판 위에서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면서 회전과 점프를 연습했던, 그 수많은 인내의 시간들 때문이다.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두 프로그램은 마지막을 맞이하는 김연아의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더욱 의미 깊다. 먼저 쇼트프로그램 ‘어릿광대를 보내주오’는 이제 더 이상 무대에 설 수 없는 여배우가 자신을 대신할 어릿광대를 보내달라고 이야기하는 노래다. ‘내가 떠난 후에도 피겨스케이팅을 지켜보고 사랑해 달라’는 김연아의 자기 고백과도 같다. 프리스케이팅 배경 곡으로 사용된 ‘Adios Nonino’는 아르헨티나 탱고 거장 아스트로 피아졸라가 장애인이었던 자신에게 탱고에 대한 열정을 전해준 아버지에게 바친 곡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안타깝고 애절하지만 보내야 하는 이를 향한 이별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7세 때 처음 은반과 만난 김연아는 17년이란 시간 동안 오로지 한 길을 걸었다. 피겨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의 ‘교과서’가 되기까지 그는 한순간도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만 16세였던 2006년 시니어 국제무대 데뷔전을 치른 김연아는 그랑프리 6차 대회에서 시니어 첫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2009년 ISU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명실상부한 월드 챔피언으로 등극했고,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는 역대 최고점(쇼트 78.50점, 프리 150.06점, 총점 228.56점)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그랜드슬램을 이뤘다. 선수로서 더 이상 도전할 것이 없던 상황. 좀처럼 은퇴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던 김연아는 결국 2012년 7월 기자회견을 통해 소치 올림픽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김연아는 “나 스스로, 또 국민들의 높은 기대치에 따른 부담이 있다. 하지만 기대치를 낮추고 오직 나 자신만을 위해 피겨를 목표로 삼는다면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고에 대한 부담 때문에 선수생활을 포기한다면 훗날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아 다시 한 번 피겨를 즐기겠다”며 복귀 배경을 밝혔다.
이제 김연아의 드라마는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비록 금메달은 놓쳤지만 아쉬움보다 성취감이 큰 순간이다. 김연아 역시 소치 현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제 점수는요 100점 만점에 120점이요(웃음). 점수는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쇼트와 프리, 둘 다 큰 실수 없이 마무리했어요. 고생한 것을 보상받았다고 생각해요. 모든 게 다 끝나 행복해요.”
이제 그는 빙판 위에서 내려와 선수가 아닌 평범한 20대로 돌아간다. 더 이상 훈련에 매달리지 않아도 되고 컨디션 유지를 위해 소소한 것까지 신경 쓰고 절제하지 않아도 된다. 국가대표 선수 인생은 막을 내렸지만 온 국민의 마음속에는 영원한 ‘피겨 여왕’ 김연아가 남아있을 것이다. 그가 대한민국 선수라는 것이 고맙고 또 고맙다. 단언컨대 우리는 김연아가 있어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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