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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천의 얼굴

프랑스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

“임권택, 김기덕,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한국 감독들과 일해 보고 싶어”

글·이지혜 사진·문형일 기자

2011. 07. 19

프랑스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미리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며 사는 철없는 엄마 바부. 열심히 일하고 빨리 결혼해서 안정된 삶을 살고 싶어 하는 딸 에스메랄다. 모녀간에 갈등이 생기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급기야 딸은 엄마가 창피하다며 결혼식에 오지 말라고 부탁하는데…. 영화 ‘코파카바나’에서 이자벨 위페르는 주책 엄마 바부 역을 맡아 한없이 사랑스럽고 자유로운 영혼의 여인을 연기해 “바부는 위페르를 위한 배역”이라는 격찬을 받았다.
5월26일 프랑스의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58)가 한국에 왔다. 이번 방문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최근 개봉된 영화 ‘코파카바나’와 한미사진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이자벨 위페르-위대한 그녀 전’의 홍보를 위해서다. 위페르는 1998년 부산국제영화제 참석 차 한국을 방문한 적은 있지만 서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특히 영화 ‘코파카바나’에는 위페르의 친딸 롤리타 샤마(28)가 딸로 출연해 화제였다. 위페르는 딸과 함께 연기한 소감에 대해 “배역을 소화하기 위해 모녀간 연기도 필요했지만 친딸과 호흡을 맞추었기 때문에 더없이 행복했고, 실제 모녀의 모습이 많이 표현된 것 같다”며 “영화 속에서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하는데 친딸과의 연기라서인지 더 진지했고,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영화 속 캐릭터와 자신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바부는 현실보다는 미래를 꿈꾸는데 배우라는 직업도 영화나 광고 속에서 매번 다른 캐릭터를 표현해야 하기에 현실을 초월하는 상상력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바부와 내가 닮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영화 ‘8명의 여인들’ ‘피아니스트’ 등에 출연했던 이자벨 위페르는 세계 3대 영화제인 베를린·베니스·칸 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했으며, 특히 칸 영화제에서 영화 ‘비올레트 노지에르’(1978) ‘피아니스트’(2001)로 여우주연상을 2회나 수상한 세계적인 연기파 배우다. 칸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2회 수상한 여배우는 위페르 외에 영국의 헬렌 미렌과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미국의 바바라 허쉬 정도. 위페르는 데뷔 후 열연한 영화 16편 모두가 칸 영화제 본선에 올랐다. 그만큼 연기력뿐만 아니라 작품을 고르는 안목도 남다르다.

윤정희 전도연 김옥빈 연기 인상적

프랑스 국민 여배우 이자벨 위페르


한국 영화를 좋아한다는 위페르는 프랑스에서도 한국 영화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전했다. 특별히 좋아하는 한국 영화감독에 대한 묻자 임권택, 김기덕, 이창동, 홍상수, 박찬욱 등의 이름을 대며 한국 영화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2009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을 맡았는데 당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평가하는 동안 한국 영화의 감동과 깊이, 색깔에 큰 감명을 받았어요. 꼭 한국 감독들과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위페르는 평소 작품을 택할 때 가장 고려하는 것이 감독이라고 한다. 그만큼 그가 한국 영화와 감독에 대해 상당히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이번 한국 방문 계획 중 하나가 한국 영화감독들을 만나는 것이라며 큰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국 여배우 가운데 누구를 기억하느냐고 묻자 위페르는 “‘시’의 윤정희, ‘밀양’의 전도연, ‘박쥐’의 김옥빈의 연기가 특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위페르는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등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에게 사랑받는 모델이었다. 사진전 ‘이자벨 위페르-위대한 그녀 전’은 그의 영화 인생에 바치는 일종의 오마주로, 전 세계 작가 70여 명이 참여해 1969년부터 지금까지 위페르의 모습을 담아낸 초상사진과 영상작품 1백10여 점을 공개했다.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사진전이 열리는 것에 대해 그는 어떻게 생각할까. 위페르는 자신이 모델이긴 했지만 결국 같은 모델을 다르게 표현한 사진작가들이 이번 전시의 주인공이라 말했다.
“이번 전시회에서 저는 백지였어요. 각각의 사진작가들이 요구하는 것에 따라 수천 가지 모습이 탄생하거든요. 영화 홍보나 패션 잡지 등 다양한 목적을 위해 사진의 모델이 된 적은 많지만 이처럼 전시 모델이 되는 것도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배우로서의 모습과 평범한 한 개인으로서의 모습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8월13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이자벨 위페르라는 배우의 삶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기에 의미가 깊다.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의 천경우 작가가 프랑스를 방문해 그의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위페르는 “사진이든 영화든 카메라 앞에 설 때는 매번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기에, 이번 전시회는 작가의 스타일에 맞춰 변하는 모습이 여배우로 살아온 20여 년의 삶과 닮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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