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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유쾌한 인생

개그맨 못지않은 예능감으로 인기! 우연단·강승민 부부

“현장에서 지켜본 ‘1박2일’ 인기 비결, 전국 누비다가 겪은 아찔한 에피소드…”

글·구희언 기자 사진·문형일 기자, KBS 제공

2011. 07. 15

‘1박2일’ 팀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밥차’가 있다. 출연진이 목숨처럼 여기는 밥을 책임지는 우연단씨. 그는 ‘1박2일’ 울릉도 특집에서 놀라운 혀의 감각으로 ‘우 셰프’라는 별칭을 얻었다. 남편 강승민씨와 밥차를 타고 영화와 방송 촬영 현장을 누빈 지도 벌써 6년째. ‘1박2일’ 팀과 3년째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이들 부부에게 촬영 뒷얘기를 들었다.

개그맨 못지않은 예능감으로 인기! 우연단·강승민 부부


“우린 평범한 사람들이라 할 얘기가 없는데….”
의외의 거절. 쉬울 줄 알았던 섭외는 난항을 겪었다. KBS ‘해피선데이-1박2일’ 밥차 아주머니 우연단씨(62)의 남편 강승민씨(65)는 “연예인도 아닌데…”라며 조심스러워했다. 수 차례 설득 끝에 우씨 부부를 경기도 안양 자택에서 만났다.
전라남도 강진이 고향인 두 사람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서 20년 넘게 채소 장사를 하며 생계를 꾸렸다. 채소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 고민하던 어느 날 영화계에서 일하던 우씨의 친정 동생이 “밥차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다. 벌써 6년 전 일이다.
이후 영화 ‘괴물’ ‘흡혈형사 나도열’ ‘모던보이’ 등의 촬영장과 빅뱅, 카라의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을 돌며 스태프들에게 모락모락 김이 나는 엄마의 손맛을 보여줬다.
‘1박2일’과의 인연은 3년 전 과거 영화 촬영장에서 이들 부부의 손맛을 본 스태프가 추천하면서 시작됐다. 이들 부부는 2주에 한 번 촬영 현장에 ‘출동’해 스태프의 식사를 책임진다.
일이 고되지 않으냐는 물음에 남편 강씨는 “가서 구경도 하고 돈도 버니까 일하면서 힘들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밥차는 한 번 출동할 때마다 1백인 분의 음식을 마련한다. 이들 부부는 다른 직원 없이 오직 둘이서 식재료 구매부터 뒤처리까지 다 한다. 현재 영화나 방송 촬영 현장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밥차 업체는 전국에 20여 대 정도 된다고. 이들 부부가 다른 밥차와 차별화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밥차 끌고 떠나는 부부 동반 여행
“다른 밥차는 만들어진 재료를 데우는 식인데 우리는 ‘오늘 점심이다’ 하면 4시간 전에 현장에 도착해서 음식을 준비해요. 미리 만들어 놓으면 음식 맛이 떨어지니까.” (강씨)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보다 밥하는 게 서툴러요(웃음). 그러니까 일찍부터 하는 거지.” (우씨)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들 부부는 강진 마량교회에서 처음 만나 사랑을 꽃피웠다. 강씨는 교회에서 성가대를 지도하기도 했다. 밥을 싣고 달리는 밥차 이름은 ‘필그림(Pilgrim)’. 우씨는 “영어로 순례자라는 뜻인데 밥을 하면서 순례길 간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몇 년째 밥차를 하다 보면 없던 요리 실력도 생기지 않았을까. 특별히 잘하는 요리를 묻자 우씨는 “내가 뭘 잘하는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음식을 해 놓으면 사람들이 맛있다고 하니까 그냥 하는 거죠. 잘 하는 게 뭐가 있을까. 보쌈? 사람들이 제가 만든 보쌈 먹고 나서 꼭 나더러 보쌈집 내라고 하더라고.”
“나는 감자 썰고 양파나 다듬죠. 원래 밥차 시작하기 전에는 부엌에 들어가 본 적이 없어요. 밥차에서도 주로 음식보다 설거지를 하지.” (강씨)
“전형적인 한국의 가부장적인 남편이라니까.” (우씨)
‘1박2일’이 산 넘고 물 건너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닐 때 이들 부부의 밥차도 함께했다. 강원도 산골짜기부터 온갖 섬까지 안 가본 곳이 없다고. 우씨는 “우리나라에 정말 좋은 곳이 많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보석을 손에 쥐고도 모르는 것 같아요. 강원도에 갔을 때 본 귀네미 마을이 참 희한하더라고요. 고랭지 배추를 심은 곳이에요. 차가 못 올라갈 만큼 경사가 심해서 포크레인을 타고 올라가는 곳인데 그런 곳에 배추를 심어 놓은 게 너무 신기했어요. 섬들도 좋은 곳이 많죠. 인천에서 그리 멀지 않은 대이작도도 좋고요. 다 ‘1박2일’ 덕분에 가봤죠.”
이들 부부의 가장 큰 고민은 ‘반찬’이다. 한 번에 7~8개 반찬을 중복되지 않게 만들려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다.
“‘1박2일’처럼 하루 갔다가 다음날 오는 촬영은 큰 고민이 없어요. 그런데 영화 촬영 현장에 투입되면 두세 달은 아침 점심 저녁을 다 만들어야 하는데. 세끼를 먹는다고 치면 김치랑 김 말고 국도 그렇고 다른 반찬을 해야 하잖아요. 오늘 제육볶음을 해서 내놨으면 그 메뉴는 일주일 후에나 다시 할 수 있죠. 한식 메뉴라 해도 현장에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아요. 사람들은 소불고기, 제육볶음, 닭볶음탕 이런 걸 좋아해요. 메뉴 짜는 일이 제일 골치 아파요.”

개그맨 못지않은 예능감으로 인기! 우연단·강승민 부부


부부가 늘 함께 다니다 보면 다툼은 없을까. 질문을 던지자마자 둘은 이구동성 “자주 다툰다”고 했다.
“우리가 평소에 다툴 일이 없는데 무심코 한 얘기 때문에 자주 싸워요. (이 사람이) 성질이 급해서 매번 이렇게 말하지. ‘엊그저께 그 반찬을 했는데 또 한다고!’ ‘오늘 소불고기 했는데 그것만 반찬으로 할 거냐고!’ 이런 식으로.” (강씨)
“맞아요. 아 우습다. 제가 다혈질이에요.” (우씨)



숨겨둔 예능감 보여준 우씨, 거리에서 사인 요청도
3월 방송된 ‘1박2일’ 울릉도 특집에서 ‘1박2일’ 멤버들은 저녁 복불복 게임으로 한치 요리 경연대회를 열었다. 이날 멤버들은 한치를 재료삼아 자유롭게 음식을 만들었는데 나영석 PD는 우연단씨에게 음식평가를 맡겼다.
우씨는 멤버들이 만든 요리를 맛보고 직설적인 평가를 하면서 숨겨둔 ‘예능감’을 과시했다. 이날 방송으로 ‘우 셰프’라는 별명도 얻었다. 자신의 요리 철학에 대해서도 말했다.
“살아보니까 어릴 때도 엄마가 필요했고 커서도 필요하고 나는 지금 늙어서도 친정엄마가 그리워요. 요리는 먹어도 또 먹어도 먹고 싶잖아요. 그래서 요리는 친정엄마라고 생각해요.”
‘우 셰프’라는 별명이 마음에 드느냐고 묻자 우씨는 “모르겠다. 마음에 들고 안 들고가 어딨겠냐”며 소녀처럼 웃었다. 방송에 노출되면서 이들 부부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강씨는 아내인 우씨가 “밖에 나갔다 하면 사진을 몇 장씩 찍힌다”고 했다.
“일하러 가면 바빠 죽겠는데 다가와서 ‘아주머니 사인해주세요’하고, 사인 없다고 하면 사진 찍자고 하고. 아무튼 나갔다 하면 요즘에는 사람들이 다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니까 사진을 몇 장씩 찍고 와요.” (강씨)
“밥할 때 예쁘게 하고 밥하겠어요? 모자 쓰고 땀 흘리면서 밥하는데 사진 찍는다고 하니까 민망해.” (우씨)
최근 ‘1박2일’에서 유명 여배우들이 총출동해 화제가 된 여배우 특집 이야기를 꺼냈다. 촬영 현장에서 식사 시간에 까다롭거나 혹은 먹성 좋은 여배우는 없었는지 궁금했다.
“거기 오면 입맛이 까다로울 수가 없어요. 굶고 뛰고 그만큼 움직이니까요. 여배우들은 다 예쁘더라고요. 나는 (김)하늘이를 원래 좋아했는데 실제로 보니까 정말 예뻤어요. 밥 가지러 왔을 때 가까이에서 봤지. 그때도 식사를 제대로 하려고 가져간 게 아니라 어쩌다가 겨우 한 접시 받아간 거지.” (우씨)
“여배우들이 촬영할 때 시간이 남아서 복불복 입수하는 장면을 보러 갔거든요. 그런데 김수미씨가 물에 입수한다고 들어가더라고. 처음에는 그런가 보다 했는데 갑자기 난리가 났어요. 진행팀 부르고 사람들이 난리야. 왜 그런가 봤더니 김수미씨가 기절을 해버린 거야. 감독이랑 작가랑 막 119에 전화를 하려던 참이었는데 깨어났더라고. 거기 있던 사람들 전체를 완벽하게 속인 거지. 그래서 ‘야 역시 배우는 배우다’ 생각했어요.” (강씨)
“작가들 울고 난리였다니까.” (우씨)
‘1박2일’ 스태프 사이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반찬은 순대볶음이라고 했다. ‘1박2일’ 멤버들은 어떤 반찬을 잘 먹는지 물었다.
“연기자들은 밥을 잘 안 주니까 뭘 좋아하는지 몰라요.(웃음) 만날 밥을 안 주니까 밥이야 다들 잘 먹지. 카메라가 따라다녀서 몰래 음식을 주고 싶어도 줄 수가 없어요. 다들 쫄쫄 굶어.” (우씨)
“그렇게 배가 고프니까 게임을 해도 이기려고 악착같이 하죠. 현장에서 보면 ‘아, 이래서 프로그램이 잘될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생각한다니까요. 감독한테 밥 좀 먹자고 해도 절대 안 줘요. 물도 못 마시게 할 때는 정말 물 한 모금 못 마시더라고. 감독 말로는 연기자들이 배가 부르면 리액션이 안 나온다고 하던데.” (강씨)
이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입 짧은 사람’은 ‘1박2일’팀 사전에 없는 것 같다.
“온종일 굶기니까 반찬 투정을 할 수가 없어요.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에서는 배우들이 세 끼를 다 밥차에서 먹다 보니 ‘이건 맛이 없다, 다른 반찬을 해 달라’ 할 수도 있지만 ‘1박2일’은 그럴 수가 없죠.” (우씨)

개그맨 못지않은 예능감으로 인기! 우연단·강승민 부부


“멤버들은 스태프가 오전에 받는 도시락도 못 받으니까요.” (강씨)
“아무튼 그 팀은 늘 배가 고파요. 나영석 PD 그 양반도 TV 나올 때 보면 꼴이 말이 아니잖아요. 잠도 못 자고 프로그램 때문에 고민하고 그래요. 작가랑 감독들도 하루 종일 굶고 멤버들이랑 같이 다녀요. 정말 꼴이 아니야. 이틀 동안 그곳에 가서 저녁밥, 아침밥을 하는데 우리가 한 밥을 한 끼도 못 먹고 가는 사람도 있어요. 너무 고생해요.” (우씨)
“시청자가 볼 때는 그냥 드라마 찍듯이 찍는 거 같잖아요. 그런데 방송에 나가는 그대로예요. 우리가 아침밥 하려고 새벽 서너 시쯤 일어나서 보면 다들 잔디에 누워서 텐트 치고 자고 있어. 출연자가 밖에서 자고 있을 때는 옆에 경호원이 있지. 그 사람들도 고생이라니까.” (강씨)

촬영장 도착하면 물맛부터 확인하는 프로
아들 뻘인 멤버들이 굶어가며 촬영하는 모습을 보면 그저 안쓰럽다고 했다. ‘출연자들에게 진짜로 밥을 안 주는가’와 ‘실제로 야외취침을 하는가’는 이들 부부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이들 부부의 대답은 둘 다 ‘그럼요’였다. ‘1박2일’이 장수하며 인기를 끌 수 있는 비결이 뭐냐고 묻자 우연단씨는 “아까 그거(굶는 거)요, 그거”라고 했다.
“진짜 출연자, 스태프 할 것 없이 몸 바쳐서 하는 게 시청자 눈에도 보이잖아요. 그렇게 굶고 고생하는데, 연예인뿐만 아니라 감독, 작가 다 몸 바쳐서 만드는데 인기가 없을 수가 없죠.”
손자가 TV에 나오는 할머니를 알아보는지 묻자 우씨는 “네 살배기 손자가 날 보고 ‘1박2일 할머니’라고 부른다”고 했다. 밥차와 함께한 6년의 세월 동안 요리에 실패한 적은 없을까. 그는 영화 ‘대한민국 1%’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아찔했던 순간을 털어놓았다.
“그곳이 바닷가라 식수로 쓸 물이 마땅히 없더라고. 주변을 수소문해 어떤 집에서 식수를 얻었어요. 물이 좋다고 하기에 콩국수를 그 물에 풀어놨는데 알고 보니 완전히 바닷물이었던 거예요. 나야 국수 삶고 씻느라고 정신없이 일만 했는데 콩국수를 먹던 사람들이 다 못 먹겠다고 그릇을 내놓더라고요. 그래서 맛을 봤는데 바닷물도 아니고 생선 비린내도 아닌 뭐라 말할 수 없는 비린 맛이었어요. 진짜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더라고. 그때는 1백 명이 다른 식당으로 이동해서 거기에서 밥을 시켜 먹었어요.”
촬영 현장에서 밥한 지 이틀째 되는 날이었다. 이들 부부는 미안한 마음에 일을 그만두고 돌아가려고 짐을 싸고 있었다. 스태프가 부부에게 물이 문제였으니 다시 해보자며 기회를 줬다. 영화 촬영 기간에 성공적으로 음식을 제공한 뒤에야 부부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강승민씨는 “그때 물 때문에 밥차를 접는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제 우리는 어디 가면 물맛부터 먼저 봐요. 욕지도에서 영화 촬영이 있었는데 그곳 사람들은 빗물을 받아 쓰거든요. 그 물로 국을 끓였는데 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국맛은 별로였죠. 물이 참 중요해요.”
전국으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우씨는 경북 포항으로 밥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가 날 뻔 했다고 한다.
“포항으로 가는 중이었는데 차가 이상하더라고요. ‘이상하다’ 생각하면서 휴게소까지 차를 끌고가서 보니 뒷바퀴가 아예 찢어져버린 상태였죠. 고무는 없고 원통만 돌고 있더라고. 사고 없이 휴게소까지 온 게 신기했어요. 진짜 아슬아슬했죠.”
이들 부부는 채소 장사를 하면서 번 돈으로 세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그 덕에 아들들은 모두 4년제 대학을 나와 번듯한 직장에 다니며 결혼해서 손자도 4명이나 된다. 제일 어린 손자는 태어난 지 두 달 됐다. 삼형제는 밥차를 끄는 부모를 어떻게 생각할까. 강씨는 “아들들도 좋게 생각한다”며 자랑스러워했다.
“우리가 집에만 있으면 아들들이 용돈 줘야 할 텐데, 오히려 우리가 음식 해서 가져다주고, 지방에 내려가서 특산품 있으면 사다 주고 하니까 좋죠. 남해에서 멍게나 해삼 사다가 갖다 주면 안 좋다는 사람이 누가 있겠어.” (강씨)
부부는 앞으로도 건강만 받쳐주고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계속 밥차를 타고 현장에 갈 거라고 했다.
“우리 일은 우리가 하고 싶다고 하는 게 아니에요. 누가 불러줘야 가는 거지. 일이 많을 땐 일주일에 두세 번도 밥차를 몰고, 아닐 땐 쉬고 그래요.” (강씨)
“할 수만 있으면 계속 밥차 일을 하고 싶죠. 우리가 몸만 건강하고 사람들이 ‘저 할머니한테 밥을 먹어야 쓰겠다’ 그러면 갈 수 있지. 이 일 참 재밌어요. 여기저기 움직이는 게 재밌죠. 무엇보다 사람들이 내가 한 밥을 먹고 기운 내고 좋다고 해주면 보람을 느끼죠.” (우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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