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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아름다움을 빚는 손

우현증과의 뷰티 토크

고현정 고소영 임수정… 톱스타들이 인정한 ‘피부 마술사’

글·김유림 기자 사진·조영철 기자, 우현증 제공

2011. 07. 15

미모는 분명 여자의 무기다. 많은 여성들이 연예인의 화장법과 피부 관리법에 열광하는 이유도 이 때문.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솜털 세안법’ ‘5분 스피드 메이크업’을 만들어낸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현증에게 청결한 피부를 유지하는 법과 톱스타들의 메이크업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우현증과의 뷰티 토크


밋밋하고 개성 없는 얼굴도 전문가의 손길이 닿으면 두 볼에 꽃이 핀다. 얼굴에 입체감을 불어넣어주는 색의 마술사 메이크업 아티스트야말로 미의 종결자라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쁘다는 톱스타들의 얼굴을 책임지는 사람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다.
지난해 SBS ‘스타킹’에서 ‘솜털 세안’을 소개해 뷰티 블로거들 사이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현증(38). 고현정·고소영·임수정·김선아 등이 그의 주 고객이다. 연예계에서는 “우현증” 하면 아기 피부처럼 투명하고 뽀송뽀송한 피부를 연출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가 연예인을 넘어 대중의 마음까지 사로잡을 수 있었던 건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피부 관리법과 메이크업 기술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케이블TV 온스타일 ‘겟잇뷰티’에 고정 출연하고 있으며, 방송에서 소개하는 제품마다 ‘완판’시킬 만큼 뷰티업계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고려미 저려미(고가 저가)’ 편에서는 수입 화장품에 버금가는 저가 화장품을 소개했는데, 그날 방송에 나온 모든 아이템이 완판되는 걸 보고 저도 깜짝 놀랐어요. 많은 여성들이 화장품에 관심은 많지만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제품의 효능을 알지는 못하거든요. 제가 확신을 가지고 제품 하나하나를 꼬집어 설명한 것이 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아요.”
이 밖에도 ‘5분 스피드 메이크업’ ‘4·4·8권법(스틱 타입 하이라이터와 컨실러펜, 파운데이션을 숫자만큼 발라 빠르게 피부 화장을 끝내는 기술)’을 선보여 아침마다 화장할 시간이 없다고 호소하는 여성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후 수많은 블로거들이 우현증의 메이크업 노하우를 확산시켰다.

자기관리 가장 철저한 연예인은 고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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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동안 고소영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우현증은 지난해 고소영·장동건 결혼식 때도 두 사람의 메이크업을 맡았다.



메이크업과 더불어 그가 강조하는 것은 세안. 화장의 기본은 피부이고, 피부 가꾸기 1단계가 바로 세안이라는 것이다. 그가 ‘스타킹’에서 ‘솜털 세안법’을 소개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솜털 세안법은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솜털 하나하나를 비벼서 씻는 게 핵심인데, 방송에서 그는 ‘피부는 타고나는 것’이라는 기존 생각을 뒤집고 많은 여성들에게 긍정적인 충격을 안겨줬다.
“그 방송이 나간 뒤 ‘잘 씻기만 해도 내 피부가 좋아질 수 있을까’ 하고 많은 여성들이 동요한 것 같아요(웃음). 실제로 피부는 타고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관리가 더 중요해요. 아기 다루듯 섬세하고 조심스럽게 다루면 아기 피부처럼 좋아지고, 거칠게 다루면 아무리 좋은 피부도 금방 상하죠. 연예인들이 나이를 먹어도 20대 피부를 유지하는 건 그만큼 열심히 관리하기 때문이에요. 어떤 것도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잖아요(웃음).”
오랜 세월 연예인 메이크업을 담당해온 우현증은 자기관리가 가장 뛰어난 연예인으로 고소영을 꼽았다. 그는 고소영을 자신의 “롤 모델”이라고 말하며 “귀찮다는 이유로 스킨케어며 헤어 관리에 소홀한 연예인도 많은데, 고소영씨는 결혼 전에는 물론 임신했을 때도 철저하게 관리를 받고 집에서도 수시로 얼굴 팩을 하는 등 열심히 가꿨다. 그래서인지 임신 중에도 얼굴이 조금도 붓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의 인연은 8년째 이어지고 있다. 우현증이 피부 메이크업을 잘한다는 소문을 듣고 고소영이 직접 그를 찾아왔다고 한다. 첫 번째는 CF 촬영 메이크업이었는데 이날 고소영은 그에게 “베이스가 얇고 피부 톤을 잘 맞춘다”며 만족스러움을 표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모든 메이크업을 그에게 맡기고 있다. 지난해 ‘장동건·고소영 커플’ 결혼식 때도 우현증이 신부 화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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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이 사귀는 건 저도 몰랐어요. 언론에 결혼 발표를 하기 하루 전, 언니(고소영)와 차를 마시다가 처음 소식을 들었어요. 정말 놀랐지만 상대가 누구인지는 묻지 않았어요. 이쪽 일을 하다 보면 연예인들과 자연스럽게 친분이 쌓이기 마련인데, 그렇다고 해서 제가 먼저 그분들의 사생활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는 않아요. 그게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결혼식 날짜는 알아야 해서 ‘다른 건 다 얘기 안 해도 좋으니 날짜만 확실히 알려달라’고 했죠(웃음).”
얼마 전 드라마 ‘싸인’과 함께 화제가 됐던 김아중의 ‘푸딩 메이크업’도 우현증의 손에서 탄생한 것이다. ‘푸딩 피부’는 쫀득쫀득해서 만져보고 싶을 만큼 탄력 있는 피부를 말하는데, 극중 김아중의 털털한 캐릭터에 맞춰 메이크업을 거의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한편 피부는 최대한 맑고 투명하게 만드는 게 포인트였다.
임수정의 ‘물광 피부’도 마찬가지. 사진으로만 봐도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촉촉한 피부를 지녔기에 과하게 덧바르지 않는, 최소한의 메이크업이 비결이라고 한다. 메이크업이 끝난 후에는 수정도 거의 하지 않는다고. 우현증은 “솔직히 연예인들은 화장을 안 한 민낯도 정말 예쁘다. 메이크업할 때도 건강한 피부를 최대한 살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선물하는 신부 화장
중앙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그는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가세가 기울자 대학 4학년 때 화가의 꿈을 접고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마침 사촌오빠가 같은 일을 하고 있어 진로를 정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처음 메이크업을 가르쳐준 사람도 사촌오빠. 이후 그는 정샘물아카데미를 수료하고 프리랜서로 활동을 시작했다. 당시 그의 목표는 서울 청담동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름을 떨치는 것이었다고 한다.
“무슨 깡이었는지 숍에 소속되지 않고 혼자 활동하기로 결심했어요. 여동생이 작곡가인데 동생한테 기획사 주소들을 받아서 그쪽에 제 프로필을 보냈어요. 마침 한 군데서 연락이 와 그곳에서 만난 첫 고객이 탤런트 김민씨예요. 이렇다 할 경력이 없는데도 당시 저한테 모든 걸 맡겼어요. 방송, CF, 해외 촬영까지 모두요. 그렇게 4년 정도 활동한 뒤 제니하우스 오픈멤버로 들어갔어요. 그때 추상미씨를 시작으로 많은 연예인과 인연을 맺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정작 그를 사로잡은 건 연예인이 아닌 신부였다고 한다. 한 해 천 명 넘는 신부를 맞느라 1년에 쉬는 날이 열흘도 안 됐지만, 신부 얼굴에 아름다운 변화가 일어날 때마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성취감을 느꼈다. 연예인이야 늘 하는 메이크업이지만 일반인은 일생에 한 번 하는 것인 만큼 그는 신부 화장에 더욱 정성을 기울였다.
“한번은 한쪽 눈 주위로 크게 검은 점이 있는 신부를 만났어요. 늘 앞머리로 한쪽 눈을 가리고 다닌 탓에 남자친구도 지금껏 그 눈을 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드디어 결혼식 당일, 검은색 점을 완벽하게 커버해드렸더니 그 모습을 보고 신랑이 감동에 겨워 많이 우셨어요. 물론 단 하루지만 어쩌면 일생을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선물해드렸다는 생각에 저도 참 뿌듯했어요.”
검은 점을 완벽하게 커버하는 게 가능하냐고 묻자 그는 “당연히 가능하다”며 비법을 공개했다. 먼저 노란색 베이스로 검은색을 최대한 누르고 반대쪽 피부는 본연의 색을 살려 화사한 핑크빛을 감돌게 한 뒤 두 면의 경계가 맞물리도록 핑크빛 섀도를 섞어 톤을 맞춘다는 것.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하게 합이 맞아야만 가능한 일이다. 그는 “서양화를 전공한 것이 톤을 맞추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캔버스에 미스트를 뿌려 적당한 결을 잡는 것처럼 얼굴도 마찬가지예요. 이론과 실전을 모두 알아야 적당한 색과 질감을 연출해낼 수 있죠.”

우현증과의 뷰티 토크


그는 또 의뢰인이 요구하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촬영 콘셉트에 맞춰 시안 작업을 했다.
“보통은 메이크업을 의뢰하는 쪽에서 시안을 보내주고 이렇게 해달라고 요청하는데, 오히려 제게 새로운 스타일을 찾아달라고 문의하는 분들이 더러 계셨어요. 그러면 잡지나 여러 자료를 보면서 촬영 콘셉트에 맞는 이미지를 찾아내죠. 따로 시간 내서 해야 하는 일이어서 귀찮을 때도 있었지만 결국 다 제 재산이 되더라고요. 후배들한테도 수고스럽다 생각하지 말고 공부가 된다는 생각으로 틈틈이 자료를 찾아보라고 해요.”
그가 후배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또 하나는 제품 테스트다. 메이크업실로 들어오는 신제품들은 전부 그가 직접 테스트한다. 경우에 따라 후배들에게 베스트와 워스트를 선정해오라고 주문하기도 하는데, 제대로 골라오지 못했을 때는 어떤 부분을 잘못 생각했는지 지적하며 제품에 대해 철저히 알려준다. 우현증은 “모든 사람이 음식을 만들 수 있지만 요리사가 만든 음식은 돈을 주고 먹어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맛이 있어야 하듯이 메이크업도 모든 여자들이 화장을 하지만 전문가의 손길은 분명 달라야 하고, 정확해야 한다”며 메이크업 아티스트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깐깐한 한국 여성 눈높이에 맞추려 연구 또 연구
“우리나라 여성들의 눈높이에 맞추려면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세계적으로 우리나라 여자들처럼 동안 피부에 뷰티 노하우를 술술 꿰고 있는 경우도 없어요. 외국 화장품 업체들도 가장 까다로운 시장으로 한국을 꼽죠. 예전에는 새로운 상품이 출시되면 일본을 거쳐 그다음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요즘은 우리나라가 먼저예요. 그만큼 한국 여성들의 미에 대한 관심과 안목이 높아졌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또 유튜브 같은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도 외국인들이 만들어 올려놓은 ‘한국 여성의 동안 화장법’이 유행이라잖아요(웃음).”
15년 동안 메이크업 하나만을 바라보고 숨 가쁘게 달려온 그는 이제는 조금이나마 여유를 찾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고 한다. 지난해 동생이 크게 아픈 일을 겪은 뒤 가족에 대한 소중함도 새삼 깨달았다. 일을 시작하면서 가족 모임에 한 번도 참석하지 못했다는 그는 “평일은 물론이고 주말에도 신부 화장을 하느라 새벽같이 나가 밤늦게 집에 들어오는 날이 많았다. ‘집안의 스타’로 군림하느라 가족들에게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며 웃었다.
하지만 당장 일 욕심을 줄이기는 힘들 것 같다. 7월 중 서울 논현동에 ‘우현증 메르시’ 뷰티숍을 열 계획이다. 이제야 비로소 자신의 숍을 갖게 됐다는 사실에 그는 다소 상기돼 보였다. “‘메르시’는 불어로 ‘감사합니다’란 뜻이에요. 지금까지 많이 성원하고 격려해주신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던 차에 딱 맞는 단어가 떠올랐어요. 이번에도 새로 숍을 연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전화로 언제 문을 여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과거 동업할 때와 달리 청담동도 아니고 공간도 작지만 고객 모두가 편안한 분위기에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고 가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조만간 우현증이 직접 쓴 책도 나온다. 세안을 주제로 한 뷰티책인데, 세면대 옆에 두고 수시로 찾아볼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기술을 소개해놓았다고 한다. 그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청결한 여성들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직 솔로인 그에게 마지막으로 결혼 계획을 물었다.
“그동안 일만 하느라 남자 만날 시간이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년 마흔을 넘기 전에 꼭 결혼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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