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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COOKING INTERVIEW

고추장 명인 설동순 매운 맛을 보여 주다

처서에 메주 띄워 동짓달에 담근 순창 고추장

기획·한여진 기자 사진·현일수 기자

2011. 06. 17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매운 음식을 먹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기운이 난다. 전북 순창의 전통 고추장 장인 설동순씨를 만나 고추장 이야기와 고추장 요리 만드는 법을 배워보았다.

고추장 명인 설동순 매운 맛을 보여 주다


고춧가루에 찹쌀이나 보리, 멥쌀, 밀가루 등을 섞어 발효시킨 고추장은 단백질, 지방, 비타민 B와 C, 카로틴 등이 함유돼 된장 못지않게 몸에 좋은 영양분이 풍부하다. 특히 전북 순창 고추장은 조선시대 궁중에 진상했을 만큼 맛있기로 유명하다. 순창에서 나고 자라 순창 고추장마을에서 30년 동안 고추장을 담그고 있는 설동순씨(60)는 순창의 태양초 고추와 섬진강 상류의 오염되지 않은 지하 암반수, 그리고 메주 효모균 번식에 좋은 기후가 순창 고추장 맛의 비결이라고 한다.
“순창 고추장 맛의 특징은 단맛에 있어요. 다른 지역은 음력 10월에 메주를 쑤지만 순창에서는 단맛을 내는 곰팡이가 잘 번식하는 8월 처서 전후에 고추장 메주를 띄워 동지섣달에 고추장을 담그기 때문이에요. 여름에 고추장용 메주를 만들고 겨울에 고추장을 담그면 유산균 번식 속도가 느려져 신맛이 나지 않고 알싸하면서 단맛이 나요.”
고추장의 깊은 맛을 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메주는 겉은 건조하고 색은 노르스름하며 눌러보았을 때 약간 말랑한 것이 좋다. 반으로 쪼갰을 때 안이 검붉고 겉에는 흰색과 노란색 곰팡이가 나야 고추장을 담갔을 때 깊은 맛이 난다.
여름에 만든 메주로 동짓달에 고추장을 담근다. 잘 말린 태양초를 손질해 곱게 빻고, 찹쌀을 불려 밥을 짓고, 엿기름을 만드는 등 어느 것 하나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일이 없다.
“고추장은 찹쌀이나 멥쌀의 단맛과 메주콩의 구수한 맛, 고춧가루의 매운맛, 소금의 짠맛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가 맛을 결정해요. 네 가지 중 하나의 비율만 어긋나도 고추장 맛이 확 달라져, 고추장 담글 때는 항상 마음가짐을 정갈하게 하고 다른 일은 잠시 잊은 채 고추장에만 집중하죠.”
공들여 담근 고추장은 옹기 항아리에 80% 정도 담아 발효 숙성시킨다. 고추장은 햇볕을 많이 쬘수록 맛이 깊어지므로 입구가 넓은 항아리에 고추장을 넣고 흰색 보자기를 씌워둔다. 고추장이 발효될 때 곰팡이가 생길 수 있으므로 새로 담근 고추장이 어느 정도 마르면 굵은소금을 두껍게 올리고 수시로 상태를 점검한다.
이렇게 고추장을 만들려면 6개월 이상 시간과 정성이 들어가지만 국물 요리, 조림, 무침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어 고추장을 만들어두면 1년 365일 식탁이 풍성하다. 고추장에 풍부한 캡사이신 성분은 항산화·항염증뿐 아니라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므로 꾸준히 먹으면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옥스퍼드 과학기술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매운 음식을 먹으면 인체 신진대사율이 25% 정도 증가해 매운 음식을 먹지 않은 사람에 비해 3시간 동안 열량을 45kcal 정도 더 소비한다고 한다. 고추장을 먹을수록 살은 쏙 빠지고 건강해지는 것.
마당에 줄지어 선 3백여 개 항아리 뚜껑을 여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설씨. 입안이 얼얼해질 정도로 매콤하면서 달콤한 홍어회무침, 새콤달콤 초고추장과 산뜻한 두릅이 입안을 즐겁게 하는 두릅초회,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일품인 매실장아찌 등 더위에 잃은 입맛을 확 살려주는 매콤한 고추장 요리를 선보이면서 “기운 펄펄 나는 고추장 요리를 먹고 활기찬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는 건강 메시지를 전했다.

요리의 감초, 고추장 만들기
검붉은 빛을 띠고 은은한 향기가 나며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나는 것이 좋은 고추장. 고추와 물, 소금, 찹쌀 등 식재료뿐 아니라 메주의 효모균 번식에 좋은 기후 조건 등을 고루 갖추고 있어야 맛있는 고추장이 만들어진다. 요리 맛은 장맛이란 말처럼 특별한 양념을 하지 않고 고추장만 넣어도 맛있는 고추장 요리 만드는 법.

★ 설동순표 고추장 요리 맛있게 하는 비법
01 찌개 얼큰한 맛 낼 때 찌개나 탕에 얼큰한 맛을 더하고 싶을 때 고추장을 넣으면 국물이 걸쭉해지면서 매콤하고 깊은 맛이 난다. 고춧가루를 조금 넣고 고추장을 풀어 넣는데, 양념 재료를 한데 섞어 넣으면 국물 맛이 한층 깔끔하다.
02 고추장 텁텁한 맛 없앨 땐 참기름! 찌개에 고추장을 그냥 넣으면 텁텁한 맛이 나 국물이 개운하지 않다. 그럴 때는 고추장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약간 넣고 살짝 볶아 사용한다. 구수한 맛을 살리고 싶을 때는 멸칫가루나 표고버섯가루를 넣어 볶는다.
03 고추장 조림장을 미리 끓인다 고추장으로 감자나 두부, 호박 등 조림 요리를 하다 보면 양념을 태우거나 재료가 덜 익기도 한다. 조림장을 미리 끓여서 맛을 낸 뒤 국물을 자작하게 넣어 조리면 양념이 타지 않고 재료도 잘 익는다.
04 볶음고추장 활용하기 반찬으로 먹으면 맛있는 볶음고추장. 볶음 요리는 물론 찌개 등에 넣어 두루 활용할 수 있다. 냄비에 참기름 1큰술을 두르고 다진 쇠고기 100g과 청주와 저민 마늘 1큰술씩을 넣어 볶는다. 고추장 ½컵과 다진 생강 1작은술, 설탕 1큰술, 물 4큰술을 넣고 끓이다가 통깨를 넣으면 볶음고추장 완성!
05 고추장으로 구이양념 매콤하게~ 더덕이나 생선 등 구이 요리에 고추장을 더해 매콤하게 요리하면 별미다. 고추장 4큰술에 설탕·깨소금·다진 파 2큰술씩, 참기름·다진 마늘 1큰술씩, 다진 생강 약간을 넣고 버무리면 매운 구이양념이 된다.

설동순표 순창 전통 고추장



고추장 명인 설동순 매운 맛을 보여 주다


준비재료
메줏가루(콩 6kg, 멥쌀 4kg) 400g, 찹쌀 1kg, 엿기름 300g, 물 5.6ℓ, 간장 50g씩, 소금 500g, 고춧가루 1.5kg
만들기
1 콩은 6시간 정도 물에 불려 쌀과 함께 곱게 간 뒤 찜통에 30분 정도 찐다. 도넛 모양으로 만들어 짚으로 싸서 그늘진 곳에 걸어 메주를 띄운다. 한 달 뒤 메주를 3~4일 정도 건조해 곱게 갈아 메줏가루를 만든다.
2 찹쌀은 하루 동안 물에 불려 물 3.6ℓ를 붓고 밥을 질척하게 짓는다.
3 엿기름을 물2ℓ와 섞은 뒤 고운 체나 면 보자기에 밭아 한소끔 끓인다.
4 밥에 메줏가루를 넣고 섞은 뒤 간장을 넣어 고루 섞는다.
5 ③에 소금을 넣어 녹을 때까지 섞다가 고춧가루를 넣고 잘 치대며 섞는다.
6 ④에 ⑤를 넣고 저은 후 항아리에 넣어 발효숙성시킨다.

홍어고추장무침
“코끝을 톡 쏘는 알싸한 맛이 일품인 홍어는 회를 떠서 고추장에 무치거나 초고추장에 찍어 먹으면 별미예요. 무침을 할 때는 홍어회에 미나리를 넣고 새콤달콤하게 양념해 버무리는데, 미나리를 너무 많이 넣으면 홍어의 톡 쏘는 칼칼한 맛이 줄어들므로 홍어 한 마리에 미나리 1단 정도 비율로 넣으세요.”

고추장 명인 설동순 매운 맛을 보여 주다


준비재료
홍어 1마리, 미나리 1단, 채썬 파·다진 마늘 2큰술씩, 통깨·설탕 3큰술씩, 고추장 5큰술, 식초·매실엑기스·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1 홍어 목뼈 부분에 칼집을 내 껍질을 벗긴 다음 내장을 제거하고 씻어 건진다. 물기를 닦은 후 굵직하게 채썰어 식초를 넣고 버무려 1시간 정도 재운다.
2 미나리는 소금 넣은 끓는 물에 데친 뒤 5cm 길이로 자른다.
3 볼에 홍어, 미나리, 채썬 파, 다진 마늘, 통깨, 고추장, 설탕을 넣고 버무리다가 매실엑기스와 참기름을 넣고 다시 버무린다.

고추장 명인 설동순 매운 맛을 보여 주다


더덕고추장장아찌
“고추장장아찌는 재료를 소금에 절였다가 건져서 고추장에 숙성시키는 과정을 세 번 이상 반복해야 제 맛이 나요. 고추장 양도 만만치 않고 장아찌 하나를 먹기 위해 긴 시간이 필요하지만 여름철 입맛 살리기에 이만한 반찬이 없어요. 더덕장아찌는 쌉싸래하면서 달콤한 게 씹을 때마다 색다른 맛이 나요. 더덕은 몸통이 적당히 굵고 반듯한 것이 맛과 향이 풍부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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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더덕·고추장 1kg씩, 소금 100g
만들기
1 더덕이 잠길 만큼의 물에 소금을 풀고 껍질 벗긴 더덕을 담가 하루 정도 절인다.
2 더덕을 손으로 꼭 짜서 물기를 뺀 뒤 고추장에 버무려 항아리에 꼭 눌러 담는다.
3 한 달 정도 지나 더덕에 고추장이 충분히 흡수됐다 싶으면 새로운 고추장으로 갈아준다. 이 과정을 6번 정도 반복한다.

매실고추장장아찌
“덜 익은 청매실로 담근 매실고추장장아찌예요. 중간 크기의 단단한 청매실을 골라 고추장에 재우면 새콤달콤매콤한 맛이 입맛을 확 살려주는 매실고추장장아찌가 완성돼요. 매실을 고추장에 넣을 때는 매실이 고추장 위로 올라오지 않도록 돌멩이를 올려야 해요. 베 보자기나 망 주머니에 싸서 넣어두면 고추장을 새로 바꿀 때 편리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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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재료
청매실·고추장 1kg씩, 소금 100g
만들기
1 청매실이 잠길 만큼의 물에 소금을 녹인 뒤 청매실을 넣고 하룻밤 절인다.
2 절인 청매실은 껍질을 벗겨 씻은 뒤 건져서 물기를 뺀다.
3 볼에 청매실과 고추장을 넣어 버무린 뒤 항아리에 꼭 눌러 담는다.
4 한 달 정도 지나 청매실에 고추장이 충분히 흡수돼 고추장이 하얗게 변하면 고추장을 새로 간다. 이 과정을 6~7회 정도 반복한다.

두릅회
“산뜻한 향이 입안을 즐겁게 하는 두릅은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초고추장에 찍어 먹어요. 두릅을 삶을 때는 줄기부터 넣어야 잎과 줄기가 일정하게 익어 식감이 좋아요. 초고추장은 고추장에 식초를 넣어 새콤한 맛을 맞춘 뒤 마늘, 생강, 설탕, 사이다를 섞어 맛을 내죠.”

고추장 명인 설동순 매운 맛을 보여 주다


준비재료
두릅 적당량, 소금 약간, 초고추장양념(고추장·설탕 3큰술씩, 식초 1½큰술, 다진 마늘·사이다 1큰술씩, 통깨 1작은술)
만들기
1 두릅은 소금을 넣은 끓는 물에 줄기부터 넣어 데친다.
2 분량의 재료를 섞어 초고추장을 만들어 데친 두릅에 곁들인다.






취나물무침
“산에서 딴 취나물을 간장에 무친 뒤 고추장과 함께 밥에 넣어 비벼 먹으면 맛있어요. 자연산 취나물은 쓴맛이 강하므로 연한 것을 골라 끓는 물에 소금을 넣고 데쳐 찬물에 재빨리 담가서 식혀 사용하고요.”

고추장 명인 설동순 매운 맛을 보여 주다


준비재료
취나물·고추장·밥 적당량씩, 다진 마늘 2큰술, 소금·간장·통깨·참기름 약간씩
만들기
1 취나물은 소금 넣은 끓는 물에 삶아 찬물에 식힌다.
2 취나물에 다진 마늘과 간장, 통깨, 참기름를 넣고 버무린 뒤 밥에 넣고 고추장을 곁들인다.





참고도서·매운맛 행복밥상(이룸나무)
요리·설동순(063-653-3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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