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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여배우의 시크릿

불혹 고현정 지금이 그의 화양연화다

“여배우의 아름다움 너무 믿지 마세요”

글·김민지 기자 사진·박해윤 기자 중앙m&b 제공

2011. 06. 15

지난 2005년, 10년의 공백기를 깨고 다시 카메라 앞에 선 고현정. 데뷔 시절과 다름없는 그의 모습에서 그를 끊임없이 따라다닌 수식어는 ‘변치 않는 미모’였다. ‘비행기 안에서 수분크림 몇 통을 쓰더라’ 등 카더라 뷰티 통신을 일축하고 드디어 그가 입을 열었다. 누구나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걸 전제한 채로.

불혹 고현정 지금이 그의 화양연화다


고현정(40)이 이토록 수줍어하는 건 처음이었다. 안절부절못하며 배시시 웃기만 했다. 마치 아끼던 물건을 꺼내놓는 것처럼 양손에 꽉 잡은 책 한 권을 가슴팍으로 내밀 때 그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제 책이 나왔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좋은데 왜 이렇게 부끄러운지 모르겠어요.”
좋으면서도 부끄럽다는 그의 모습은 발끝을 응시하며 수줍게 웃고 있는 그의 책 표지 모습과 닮았다. 그는 물끄러미 책을 바라보다가 한마디 덧붙였다.
“이 책을 보면 아시겠지만 참 저 같아요. 저를 닮았어요.”
‘피부미인’이라 불리는 그가 처음으로 펴낸 ‘고현정의 결’. 그의 뷰티 노하우가 처음 공개됐다. 연예계 복귀 이후부터 ‘밤마다 소금으로 얼굴을 갈아엎는다더라’ ‘하루에 열 번 넘게 얼굴을 씻는다더라’ 등 그를 둘러싼 뷰티 루머가 무성했던 만큼 얼마나 대단한 비밀이 담겼을지 누구나 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책 한 장 한 장을 넘기다 보면 그런 바람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뷰티다큐’라는 콘셉트 아래 그의 6개월간의 일상을 보여주지만 결국 특별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고현정과 마주하기 때문이다.
“인터뷰하면 ‘비행기에서 진짜 크림 3통 쓰냐’고 물어보고,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런데 일일이 말씀드리기도 그렇고, 그냥 이게 관심이려니 하고 살았죠. 그러던 어느 날 홍상수 감독님이랑 오뎅바에 갔다가 여대생들과 아주머니들을 만났어요. 그런데 그분들이 절 보시더니 대뜸 ‘진짜 쌀뜨물로 세수하냐’고 묻는 거예요(웃음). 그래서 일단 ‘쌀뜨물은 안 한다’고 답변해드리고, 생각했어요.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나에 대해 잘 알겠지만 나를 모르는 분들은 궁금하고 헷갈릴 수 있겠다’고 말이죠. 그래서 책이라면 저에 대해 ‘진솔하게 알려드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고 기왕 하는 거 ‘제 삶을 그대로 보여주자’고 결심했어요.”
책의 주제는 분명 뷰티 노하우 공개다. 그러나 책을 읽다 보면 고현정의 꾸미지 않고 심플한 라이프스타일이 한눈에 보인다. 대한민국 대표 여배우의 삶이 이렇게 평범하고 무던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철저한 생활 습관을 토대로 그만의 아름다움을 가꿔나가는 비밀들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뭘 얘기할까 고민하다 결, 색, 빛, 선, 격, 향 이 6가지 단어가 떠올랐어요. 여자라면 잃지 말아야 할 단어라고 생각했죠. 그중에서도 ‘결’이란 단어가 먼저 얘기됐고, 좋아하는 단어라서 책 제목으로 정했어요. 마음결, 피부결, 숨결처럼 예쁜 말도 되고요(웃음).”
그는 자신이 정한 6가지 아름다움의 조각들이 빛나기 위해선 이것만큼은 꼭 얘기해야 한다며 당부의 말을 전했다. “여배우의 얼굴을 너무 믿지 말라”는 것이었다.
“방송에 나오는 여배우들 정말 예쁘죠. 물론 원래 빛나고 아름다운 사람도 있겠지만 사실 저희 같은 여배우는 수많은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서 그렇게 나오고, 또 거기서 고르고 골라 가장 예쁜 모습이 나오는 거예요. 그래서 ‘누가 여기서 이렇게 나왔는데 예쁘더라’ 같은 말들은 자신 본연의 아름다움과 비교할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 말을 마치자마자 그가 책 표지를 과감히 빼서 펼쳤다. 보통의 책 표지와 달랐다. 꼬깃꼬깃 접혔던 면들이 펼쳐지자 하나의 장면이 드러났다. 그를 둘러싸고 메인 표지 사진을 찍는 스태프들의 모습이 와이드 샷으로 촬영된 것이었다.
“특별히 이렇게 표지를 만든 건 이 한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이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어요. 뒷장에는 각각 메인 사진들이 짧은 단상과 함께 배치돼 있는데 혹시나 어떤 사진이 다시 보고 싶어질 때 쉽게 찾아보라고 만들어봤죠. 무엇보다 가장 맘에 드는 건 책 가운데 틈으로 보이는 이 빨간 실이에요. 누드 제본이라고 하는데 이거, 좀 저 같지 않아요? 보일 듯 보이지 않으면서 보일 때는 확실히 보이는…. 수작업이라 비싸 보통 출판사에서 잘 안 해준다는데 제가 엄청 해달라고 졸랐어요(웃음).”

고현정의 시크릿Ⅰ 3백65일 삶 자체가 피부 관리실

불혹 고현정 지금이 그의 화양연화다

고현정은 4월 말 열린 출간기념회에서 “자신에게 맞는 생활 뷰티습관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래도 명색이 고현정인데 아무리 소탈하고 평범한 뷰티 팁이라도 특별하리라는 기대를 쉽게 접기 힘들다. 그러나 그는 이미 책 한구석에 그의 생각을 분명히 밝혔다. 이 책에서 간단명료하거나 쉽게, 편하게 뭔가를 얻을 기대는 애초부터 접어두라는 것. 아마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좋다는 건지 나쁘다는 건지, 아리송한 이야기만 잔뜩 해댈 거라는 그의 본심을 마구 털어놓은 듯하다.
“사실 망언이라고 하겠지만, 전 뾰루지도 잘 안 나고, 피부 때문에 크게 골치 아픈 적도 없었어요. 어떻게 보면 이번 생애 운 좋게 제 자그마한 생활 습관들이 피부로 보상받은 것 같단 생각이 들죠. 그래도 피부를 잘 가꾸기 위해 자신의 피부 타입을 정확하게 꿰는 안목을 갖추는 건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피부 상태가 어떤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이나 지식을 반복해서 익혀봐야 별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만이 생각하는 피부 관리의 첫걸음이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생활 속 뷰티 습관들이 다른 사람들의 기준이 될 수 없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제가 세안하는 걸 그대로 보여줬더니 한 15분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거랑 뭔가 다르긴 다르다고 하면서 정말 꼼꼼하다고 얘기하는데 전 늘 익숙한 거라서 사람들의 반응이 더 놀랍더라고요. 그렇다고 저처럼 꼭 15분씩 세수하라는 건 아니고요, 제가 이렇게 하는 모습이 뷰티 관리에 참고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하죠.”
세안 하나도 이렇게 공들이는 그이기에 그의 생활 습관 하나하나가 지금의 고현정을 만든 초석이 됐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런 그가 피부를 위해 당장 했으면 하는 또 다른 생각이 이어졌다.
“저도 피부과를 다녀요. 중요한 촬영을 앞두고 갑자기 피부 상태가 안 좋아졌을 땐 병원에 가죠. 하지만 이럴 때뿐만 아니라 제 피부 타입에 대해 정확히 알기 위해 피부과를 찾아요. 그래서 전 단골로 다닐 피부과를 정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매번 새로운 피부과에 가면 낯선 분위기에 눌려 그들이 원하는 시술 얘기만 잔뜩 듣고 오게 될 때가 많거든요.”
더불어 피부를 위해 그가 강조하는 것은 ‘청결’이다. 그는 수시로 집 안 곳곳을 살피며 묵은 때는 없는지, 먼지가 쌓인 곳은 없는지 옷과 신발, 침대와 소파 밑 등 샅샅이 확인한다. 피부에는 “히터 바람보다 무서운 게 먼지와 세균”이란 말도 잊지 않는다.



고현정의 시크릿Ⅱ엉뚱발랄함에서 나오는 건강한 피부
고현정만큼 잘 웃는 배우도 없을 것 같다. 느리지만 조곤조곤 말하는 그의 말투에선 장난기도 묻어난다. 웃으면서 행복 호르몬을 분비시키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게 피부 보약이라는 게 그의 지론. 그래서 그만의 뾰루지 달래기 팁을 듣다 보면 웃음부터 난다.
“원래 뾰루지가 잘 안 나는 편이지만 어쩌다 얘도 나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거울에 비친 뾰루지를 보면서 ‘그래, 너도 오죽 답답했으면 이렇게 나왔겠니. 마음껏 발산하다 너의 세상을 살다 가렴’하고 되뇌죠(웃음). 이상하게 보실 수도 있지만 일단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뾰루지가 잘 들어가더라고요.”
피부 걱정은 이제 더 이상 여성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군 제대를 한 조인성처럼 남자들의 까칠한 피부를 관리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하자 고현정은 잠깐 멈칫하다가 피식 웃는다. 그러면서 “자꾸 이런 물음에 답하면 소속사 식구들이 바짝바짝 말라간다”고 뜸 들이다 말했다.
“젊은 남자들이여, 원 없이 사랑하라. 그럼 피부 걱정 안 해도 돼요. 사랑하면 행복해지고 행복해지면 웃음이 나잖아요. 이렇게 마음껏 사랑했는데도 피부가 걱정된다면…. 누나 책에 연락처 있으니까 연락해도 됩니다(웃음).”

불혹 고현정 지금이 그의 화양연화다


고현정의 시크릿Ⅲ 고마워요, 모든 게 다…

불혹 고현정 지금이 그의 화양연화다


고현정의 책 첫 장에는 이 책의 사용설명서가 담겨 있다. 주인공은 고현정이지만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뷰티 기자와 그의 촬영을 담당한 사진작가의 특징도 실려 있다.
“만날 삼천포로 빠지는 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준 옥지윤 작가와 저를 찍어준 양우성씨에게 고맙단 얘길 하고 싶어요. 특히 양우성씨는 저랑 인연이 오래됐어요. 제 아이들 사진도 찍어주고, 저를 사적으로 가장 많이 아는 친구란 생각이 들어서 같이 하게 됐어요. 친하다는 이유로 구박도 많이 했는데, 오빠나 삼촌처럼 절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그가 ‘아이들’이란 단어를 인터뷰 중 꺼낸 건 오랜만의 일이었다. 고현정은 전 남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과의 사이에 두 아이가 있다. 아이들 양육권은 정 부회장에게 있다. 그는 책에서 자신의 별자리인 ‘물고기자리’를 언급하며 모성에 대한 절절한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물고기자리의 모양이 “부모와 자식 사이에 연결된 끝 같다”며 “부모와 자식은 탯줄을 벗더라도, 눈앞에서 볼 수 없더라도, 이미 영원한 끈으로 연결돼 있다. 그러나 서로 원하는 곳으로 헤엄쳐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비추는 것 같아 내가 이 별자리였다는데 어떤 위로를 받기도 했다”고 적었다.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이 표현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아이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짧게 답했다. 더불어 최근 재혼한 정 부회장에 대해서도 역시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사랑에 한 번 실패했지만 고현정은 “언젠가 다시 사랑하지 않겠냐”면서 그의 사랑관에 대한 이야기도 책에 적었다. 그는 “세상은 사랑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깨닫고,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사랑을 믿고, 받은 사랑에 감사하고, 철드는 만큼 사랑하려고 한다”며 “고현정으로 사는 한 계속 사랑하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책에는 여자로서의 삶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가 써내려간 의외의 이야기도 나온다. 산부인과에 맞춘 재밌는 4행시까지 소개하며 “여자라면 누구나 정기적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곳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알리는 것. 피부 하나로 여자 인생 전반에 관한 이야기로 전하는 게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분들이 제 삶에 큰 오해를 하고 계셨을 거예요. 집에 몇십억짜리 기계가 있어서 거기 들어갔다 나오면 어떻게 된다는 등 별의별 얘기가 많았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제 삶에 대해 알릴 수 있어서 좋아요. 하지만 제가 아름다움이나 피부만을 위해서 산다고 오해하진 말았으면 해요. 아마 제 삶을 솔직하게 내놓은 글들을 읽다 보면 ‘고현정답다’는 게 무엇인지 알아서 잘 판단해주시리라 믿어요.”

고현정 같은 뽀얀 피부 갖고 싶다면… 꼼꼼 세안법

1 우선 이를 닦든 세안을 하든 기본은 손을 씻는 일. 얼굴 닦기 전 손과 발부터 정성껏 비누칠해서 깨끗이 씻어내세요. 그러고 나서 양치질을 3분간 합니다.
2 세안할 때는 비누칠 전에 따뜻한 물로 얼굴을 닦아주세요. 이마 끝 선에서부터 귀, 턱 등의 순서로 천천히 꼭꼭 눌러가면서요.
3 피부 온도가 좀 올라갔다 싶으면 이제 이목구비를 닦습니다. 눈가와 코, 양 볼, 미간, 인중을 빠짐없이 5분 정도 물로 씻어냅니다. 이때 절대 잊지 말아야 할 곳은 귀와 콧구멍 그리고 목이에요. 따끈한 물 세안으로 피부 온도가 올라가면 모공이 자연스럽게 열려요.
4 이제 세안제를 손에 덜어 제일 먼저 코를 씻어요. 폐 건강이 몸 건강의 기본이듯 코를 씻는 것이 세안의 키포인트랍니다.
5 눈썹을 털 사이사이를 닦아낸다는 기분으로 닦고 턱과 인중, 눈가, 미간에서 콧대로 내려오는 곳까지 얼굴의 모든 굴곡을 느끼면서 공들여 세안을 합니다.
6 세안제가 다 없어졌다 싶으면 다시 차가운 물로 마무리 세안을 합니다. 이때도 귀 뒤까지 잊지 않고 씻어내야 해요.


자료제공·고현정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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