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는 가수 올림픽, 그에 걸맞은 사운드 만들어야”_ 음악감독 정지찬
5월1일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재정비된 후 첫 방영분에서 7명의 가수와 함께 새롭게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그룹 ‘원모어찬스’의 가수로 알려진 정지찬(39)이었다. 그는 가수들이 리허설을 할 때 팔짱을 끼고 진지한 모습으로 노래를 듣다가도 가수들이 어떤 부분에 대해 요구하면 세션이나 음향기기 담당자들과 즉각 상의했다. 무대 멀리 객석까지 뛰어가 가수들의 노래 상황을 점검하는 그의 모습에서 ‘음악감독’다운 포스가 묻어났다.
“음악감독으로 프로그램을 맡은 건 ‘나가수’가 처음이에요.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은 많아야 서너 팀의 무대로 채워지는데 ‘나가수’의 경우 일곱 팀의 무대가 짧은 시간 안에 순발력 있게 진행돼야 하잖아요. 무대 스타일이 빠르면서도 다양한 데다 7명 가수의 곡들이 각각 빛나면서도 하나의 쇼처럼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 조율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무대라고 생각했죠.”
‘나가수’ 시즌2의 연출을 맡게 된 신정수 PD와 출연 가수들은 이 일을 할 사람으로 정지찬을 0순위로 꼽았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다 워낙 ‘나가수’가 화제를 뿌리는 프로그램이기에 부담도 컸지만 그는 고민 끝에 맡기로 했다. 그 자신이 가수로 무대에 섰을 때 느꼈던 고민이나 불편한 점들을 꼭 한번 해소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엄마’ 같은 음악감독”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음악감독은 무대 위에서 가수들이 편안하게 노래 부를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해요. 음향이나 편곡 조율, 무대 배치까지 가수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다 보면 그게 최상의 피드백이 돼서 모두가 감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져요.”
음악감독으로 ‘나가수’에 들어오기 전부터 ‘정지찬’ 이름 석 자는 ‘나가수’에 자주 등장했다. 편곡자로서 실력을 발휘해왔던 것. 가수 이소라가 부른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역시 이소라가 불러 최근 화제가 된 보아의 ‘NO.1’ 모두 그의 솜씨다.
“음악감독을 하는 동안에는 되도록 편곡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야 공정성을 지킬 수 있잖아요. 이소라씨가 ‘NO.1’을 록 버전으로 부르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봤는데 사실 처음에 훨씬 더 어둡고 무거웠어요. 그날 녹화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바뀌다가 어쿠스틱 버전으로 가게 돼서 제가 직접 기타까지 쳤죠(웃음).”
정지찬은 1996년 유재하가요제 대상 출신으로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기타와 건반 등 멀티 악기 연주에 능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1997년 그룹 ‘자화상’으로 데뷔한 이래 이승환, 이소라, 이문세 등 내로라하는 톱 가수들의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악 프로그램 ‘정지찬의 with you’ 진행을 맡고 있으며, ‘이소라의 두번째 프러포즈’에서도 음악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저도 가수고, 많은 가수들을 봤지만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정말 다른 무대보다 더 긴장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런 떨림은 좋은 거라고 봐요. 이렇게 긴장하고 마음 졸이는 상황에서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거든요. 간절하기 때문에 최고의 무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나가수’의 경연 상황을 ‘올림픽대회’에 비유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오직 금메달을 따기 위해 참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점검하며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깨닫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며 “‘나가수’의 7명 가수들도 상대방의 무대를 보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20년 동안 노래만 부른 베테랑들이 서는 올림픽 무대이기에 저도 그에 맞는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단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려면 화분 크기부터 키워야 하잖아요. 최상의 사운드와 환상적인 조화로 ‘나가수’ 무대만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게요.”
“청중평가단, 가수들 실력 귀신같이 알아요”_ 최고의 세션맨들 강수호·서영도·안준영·조재범·정수완
“처음에 저희가 다 모여 있으니까 가수들이 들어오면서 그랬어요. ‘아니, 이분들을 어떻게 다 모으셨대요?’(웃음).”
‘나가수’에서 연주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세션계의 드림팀이라 불린다. 드럼 강수호(50), 베이스 서영도(43), 건반 안준영(44), 퍼커션 조재범(36), 기타 정수완(28) 등 소수 인원이지만 이들과 음악 작업을 해보지 않은 가수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만큼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가히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세션맨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 연주는 녹화 시간도 길고 힘들어서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연주자들이 없다. 또 ‘나가수’는 가수들이 탈락을 놓고 경합하는 프로그램인 탓에 세션들은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 ‘나가수’란 프로그램이 생긴다고 할 때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기냐는 거죠. 과연 ‘이게 방송이 될까’ 고민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이상하게도 ‘최고의 쇼’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박정현, 김범수, 이소라처럼 국내 최고의 가수들이 나온다는데 왠지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던 거죠(웃음).”
밴드 마스터를 맡고 있는 서영도씨의 말이다. 그는 “다행히 그 예감이 적중했다”며 “요즘 이렇게 주목받는 걸 보면서 연주자들도 ‘나가수’에 충성하게 됐다. 게시판의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면서 우리 연주의 피드백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나가수’는 단순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다. 매번 새로운 미션으로 최고의 연주에 도전하게 하는 즐거운 떨림이다. 밴드에서 가장 오래된 경력을 갖고 있는 강수호씨도 기자에게 손가락 마디마다 반창고가 붙은 손을 보여주며 “‘나가수’ 덕분에 계속 연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번 미션에 따라 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에요. 엄청 집중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거기다 리허설이나 당일 녹화 직전까지도 계속 곡이 바뀌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요.”
7명 가수들이 경쟁하는 만큼 각각의 미션곡은 모두 최고 수준으로 편곡된다. 그중에서도 5월8일 1차 경합 때 임재범이 부른 ‘빈잔’은 편곡이 파격적이었다. 강씨는 “처음 ‘빈잔’의 악보를 받았을 때 코드고 뭐고 너무 충격적이라 ‘과연 이게 잘될까’ 걱정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대에 오르면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어떤 식으로 화면에 비칠까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역시 가수가 끌고 가는 힘이 있더라고요. 대단했죠.”
이들은 “‘나가수’가 단순히 가수들의 순위 매기기를 넘어 ‘노래’라는 소재 하나로 모든 이들을 끌어들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아직 TV 앞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공연문화에 관심 갖게 만든 긍정적인 시도라고 본다. 그러나 강씨는 “음악이라는 게 꼭 ‘나가수’의 실력 있는 가수들만이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며 “‘나가수’를 통해 그동안 가려졌던 가창력이 좋은 가수들도 인정받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아이돌 음악과도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방송에서 ‘나가수’다, ‘세시봉’이다 하면서 이쪽 음악만 인정하고, 아이돌 음악은 음악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최근 2AM 공연에 참여하면서 느꼈지만 아이돌 친구들 정말 열심히 해요. 또 세시봉 형님들은 살 떨리게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색다른 매력이 있고요. 가수마다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음악들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가수’ 시즌2가 시작되면서 음악감독으로 정지찬이 영입되자 세션맨들도 이를 크게 반겼다. 누군가 나서 가수와 스태프, 연주자 사이에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간다면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겠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연주자들도 익히 아는 정지찬이기에 그가 들어온 뒤 “더 좋은 공연 환경이 마련됐다”고 했다.
세션맨들은 가수들의 꾸밈 없는 목소리에 찬사를 보냈다. 모델들이 사진 찍고 포토샵으로 몸매를 교정하는 것처럼 가수들의 삑사리 난 목소리나 잘못된 음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나가수’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나가수’에 최선을 다하는 가수들의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했다.
‘나가수’가 회를 거듭할수록 세션맨들의 눈엔 가수들의 무대 스타일이 보인다. 강씨는 “박정현과 김범수는 그중 가장 무대를 즐기는 가수들이고, 임재범과 이소라는 자기와의 싸움을 벌이는 가수들”이라고 말했다.
“임재범씨와 ‘너를 위해’ 녹음도 해봤지만 ‘나가수’에 출연해서 그 노래를 부를 때 심하게 떨더라고요. 공연도 몇 번 같이 했지만 그렇게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그러다 몇 번 더 하면서 점점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서 노래를 하더군요.”
세션맨들은 리허설과 본 공연을 마치면 바로 녹화에서 빠진다. 그날 컨디션이 좋거나 실력 발휘를 잘한 가수들이 간혹 눈에 띄긴 하지만 등수는 관심 밖이다. “그래도 청중평가단의 결과를 보면서 깜짝 놀라요. 가수들의 실력을 귀신같이 알아내더라고요. 저희들은 ‘나가수’ 덕분에 음악 하는 게 더 재밌어졌어요. 어차피 저희는 주인공이 아니니까, 연주하는 모습이 안 나와도 상관없어요. 다만 ‘나가수’로 모두가 음악을 즐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5월1일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가 재정비된 후 첫 방영분에서 7명의 가수와 함께 새롭게 보이는 얼굴이 있었다. 그룹 ‘원모어찬스’의 가수로 알려진 정지찬(39)이었다. 그는 가수들이 리허설을 할 때 팔짱을 끼고 진지한 모습으로 노래를 듣다가도 가수들이 어떤 부분에 대해 요구하면 세션이나 음향기기 담당자들과 즉각 상의했다. 무대 멀리 객석까지 뛰어가 가수들의 노래 상황을 점검하는 그의 모습에서 ‘음악감독’다운 포스가 묻어났다.
“음악감독으로 프로그램을 맡은 건 ‘나가수’가 처음이에요. 대부분의 음악 프로그램은 많아야 서너 팀의 무대로 채워지는데 ‘나가수’의 경우 일곱 팀의 무대가 짧은 시간 안에 순발력 있게 진행돼야 하잖아요. 무대 스타일이 빠르면서도 다양한 데다 7명 가수의 곡들이 각각 빛나면서도 하나의 쇼처럼 어우러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 조율해주는 사람이 필요한 무대라고 생각했죠.”
‘나가수’ 시즌2의 연출을 맡게 된 신정수 PD와 출연 가수들은 이 일을 할 사람으로 정지찬을 0순위로 꼽았다. 처음 해보는 일인데다 워낙 ‘나가수’가 화제를 뿌리는 프로그램이기에 부담도 컸지만 그는 고민 끝에 맡기로 했다. 그 자신이 가수로 무대에 섰을 때 느꼈던 고민이나 불편한 점들을 꼭 한번 해소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엄마’ 같은 음악감독”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음악감독은 무대 위에서 가수들이 편안하게 노래 부를 수 있도록 이끌어줘야 해요. 음향이나 편곡 조율, 무대 배치까지 가수를 둘러싼 모든 환경에 대해 함께 고민하다 보면 그게 최상의 피드백이 돼서 모두가 감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만들어져요.”
음악감독으로 ‘나가수’에 들어오기 전부터 ‘정지찬’ 이름 석 자는 ‘나가수’에 자주 등장했다. 편곡자로서 실력을 발휘해왔던 것. 가수 이소라가 부른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 역시 이소라가 불러 최근 화제가 된 보아의 ‘NO.1’ 모두 그의 솜씨다.
“음악감독을 하는 동안에는 되도록 편곡을 하지 않으려고 해요. 그래야 공정성을 지킬 수 있잖아요. 이소라씨가 ‘NO.1’을 록 버전으로 부르고 싶다고 해서 만들어봤는데 사실 처음에 훨씬 더 어둡고 무거웠어요. 그날 녹화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바뀌다가 어쿠스틱 버전으로 가게 돼서 제가 직접 기타까지 쳤죠(웃음).”
정지찬은 1996년 유재하가요제 대상 출신으로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기타와 건반 등 멀티 악기 연주에 능한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다. 1997년 그룹 ‘자화상’으로 데뷔한 이래 이승환, 이소라, 이문세 등 내로라하는 톱 가수들의 음반 제작에 참여했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음악 프로그램 ‘정지찬의 with you’ 진행을 맡고 있으며, ‘이소라의 두번째 프러포즈’에서도 음악감독으로 활약 중이다.
“저도 가수고, 많은 가수들을 봤지만 ‘나가수’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정말 다른 무대보다 더 긴장을 많이 하더라고요. 이런 떨림은 좋은 거라고 봐요. 이렇게 긴장하고 마음 졸이는 상황에서 고도의 집중력이 발휘되거든요. 간절하기 때문에 최고의 무대가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는 ‘나가수’의 경연 상황을 ‘올림픽대회’에 비유했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오직 금메달을 따기 위해 참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점검하며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 수 있는지 깨닫는 것이 진짜 목적”이라며 “‘나가수’의 7명 가수들도 상대방의 무대를 보며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10~20년 동안 노래만 부른 베테랑들이 서는 올림픽 무대이기에 저도 그에 맞는 무대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일단 식물이 무럭무럭 자라려면 화분 크기부터 키워야 하잖아요. 최상의 사운드와 환상적인 조화로 ‘나가수’ 무대만의 또 다른 매력을 보여드릴게요.”
“청중평가단, 가수들 실력 귀신같이 알아요”_ 최고의 세션맨들 강수호·서영도·안준영·조재범·정수완
“처음에 저희가 다 모여 있으니까 가수들이 들어오면서 그랬어요. ‘아니, 이분들을 어떻게 다 모으셨대요?’(웃음).”
‘나가수’에서 연주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은 세션계의 드림팀이라 불린다. 드럼 강수호(50), 베이스 서영도(43), 건반 안준영(44), 퍼커션 조재범(36), 기타 정수완(28) 등 소수 인원이지만 이들과 음악 작업을 해보지 않은 가수들이 거의 없을 정도다. 그만큼 빼어난 실력을 자랑하기 때문에 가히 대한민국 국가대표급 세션맨들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들을 한자리에 모으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짐작할 수 있다. 특히 방송 프로그램 연주는 녹화 시간도 길고 힘들어서 선뜻 하겠다고 나서는 연주자들이 없다. 또 ‘나가수’는 가수들이 탈락을 놓고 경합하는 프로그램인 탓에 세션들은 약간의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처음에 ‘나가수’란 프로그램이 생긴다고 할 때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가수들에게 순위를 매기냐는 거죠. 과연 ‘이게 방송이 될까’ 고민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선 이상하게도 ‘최고의 쇼’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있었어요. 박정현, 김범수, 이소라처럼 국내 최고의 가수들이 나온다는데 왠지 잘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던 거죠(웃음).”
밴드 마스터를 맡고 있는 서영도씨의 말이다. 그는 “다행히 그 예감이 적중했다”며 “요즘 이렇게 주목받는 걸 보면서 연주자들도 ‘나가수’에 충성하게 됐다. 게시판의 시청자 반응을 살펴보면서 우리 연주의 피드백도 더 열심히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이들에게 ‘나가수’는 단순한 음악 프로그램이 아니다. 매번 새로운 미션으로 최고의 연주에 도전하게 하는 즐거운 떨림이다. 밴드에서 가장 오래된 경력을 갖고 있는 강수호씨도 기자에게 손가락 마디마다 반창고가 붙은 손을 보여주며 “‘나가수’ 덕분에 계속 연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매번 미션에 따라 변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운 작업이에요. 엄청 집중하는 가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희도 틀리지 않고 완벽하게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거기다 리허설이나 당일 녹화 직전까지도 계속 곡이 바뀌기 때문에 긴장감을 늦출 수 없어요.”
7명 가수들이 경쟁하는 만큼 각각의 미션곡은 모두 최고 수준으로 편곡된다. 그중에서도 5월8일 1차 경합 때 임재범이 부른 ‘빈잔’은 편곡이 파격적이었다. 강씨는 “처음 ‘빈잔’의 악보를 받았을 때 코드고 뭐고 너무 충격적이라 ‘과연 이게 잘될까’ 걱정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무대에 오르면서도 반신반의했어요. 어떤 식으로 화면에 비칠까 걱정도 됐고요. 그런데 역시 가수가 끌고 가는 힘이 있더라고요. 대단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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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의 세션맨들 중 밴드 마스터인 서영도씨(왼쪽)와 강수호씨(오른쪽)는 “‘나가수’를 통해 다양한 음악을 즐기는 문화가 마련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나가수’ 세션팀은 ‘이소라의 두 번째 프로포즈’에서도 함께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나가수’가 단순히 가수들의 순위 매기기를 넘어 ‘노래’라는 소재 하나로 모든 이들을 끌어들였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했다. 아직 TV 앞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음악을 즐기고 공연문화에 관심 갖게 만든 긍정적인 시도라고 본다. 그러나 강씨는 “음악이라는 게 꼭 ‘나가수’의 실력 있는 가수들만이 이끌어가는 것은 아니다”며 “‘나가수’를 통해 그동안 가려졌던 가창력이 좋은 가수들도 인정받고,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아이돌 음악과도 공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즘 방송에서 ‘나가수’다, ‘세시봉’이다 하면서 이쪽 음악만 인정하고, 아이돌 음악은 음악이 아닌 것처럼 말하는 건 잘못됐다고 봐요. 최근 2AM 공연에 참여하면서 느꼈지만 아이돌 친구들 정말 열심히 해요. 또 세시봉 형님들은 살 떨리게 노래를 잘하는 건 아니지만 마음을 움직이는 색다른 매력이 있고요. 가수마다 표현하는 방식에 대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한 음악들이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가수’ 시즌2가 시작되면서 음악감독으로 정지찬이 영입되자 세션맨들도 이를 크게 반겼다. 누군가 나서 가수와 스태프, 연주자 사이에 유기적인 관계를 만들어간다면 더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일 수 있겠다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연주자들도 익히 아는 정지찬이기에 그가 들어온 뒤 “더 좋은 공연 환경이 마련됐다”고 했다.
세션맨들은 가수들의 꾸밈 없는 목소리에 찬사를 보냈다. 모델들이 사진 찍고 포토샵으로 몸매를 교정하는 것처럼 가수들의 삑사리 난 목소리나 잘못된 음을 고쳐주는 프로그램이 있지만 ‘나가수’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나가수’에 최선을 다하는 가수들의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했다.
‘나가수’가 회를 거듭할수록 세션맨들의 눈엔 가수들의 무대 스타일이 보인다. 강씨는 “박정현과 김범수는 그중 가장 무대를 즐기는 가수들이고, 임재범과 이소라는 자기와의 싸움을 벌이는 가수들”이라고 말했다.
“임재범씨와 ‘너를 위해’ 녹음도 해봤지만 ‘나가수’에 출연해서 그 노래를 부를 때 심하게 떨더라고요. 공연도 몇 번 같이 했지만 그렇게 긴장하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그러다 몇 번 더 하면서 점점 하고 싶은 대로 즐기면서 노래를 하더군요.”
세션맨들은 리허설과 본 공연을 마치면 바로 녹화에서 빠진다. 그날 컨디션이 좋거나 실력 발휘를 잘한 가수들이 간혹 눈에 띄긴 하지만 등수는 관심 밖이다. “그래도 청중평가단의 결과를 보면서 깜짝 놀라요. 가수들의 실력을 귀신같이 알아내더라고요. 저희들은 ‘나가수’ 덕분에 음악 하는 게 더 재밌어졌어요. 어차피 저희는 주인공이 아니니까, 연주하는 모습이 안 나와도 상관없어요. 다만 ‘나가수’로 모두가 음악을 즐기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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