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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Culture People

버본스트리트 소준영 대표

음식에 뉴올리언스 문화를 담다~

글·김명희 기자 사진·조영철, 현일수 기자

2011. 05. 06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에 미국 뉴올리언스의 독특한 음식과 문화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 등장했다. 한국에 ‘크레올’이라는 새로운 음식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뮤지컬 감독 출신의 소준영씨를 만났다.

버본스트리트 소준영 대표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초입 뒷골목에 붉은색 벽돌로 된 작은 건물이 보인다. 주차장을 끼고 좁은 골목길을 들어서자 목련꽃 흐드러진 테라스를 무대 삼아 마임 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예대 교수를 거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총감독을 맡았던 소준영씨가 운영하는 ‘버본스트리트’라는 이름의 레스토랑이다.
예술가가 운영하는 식당이니만큼 뭐가 달라도 다르다고 생각하고 테이블에 앉는 순간, 독특한 메뉴에 또 한 번 놀라게 된다. 버본스트리트는 우리나라에서는 드물게 크레올(Creole)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크레올은 1700년대 캐나다를 거쳐 미국 남부 뉴올리언스에 정착한 프랑스인과 그들이 만들어낸 독창적인 음식의 통칭이다. 밀가루·생선·고기 등을 이용한 파스타와 스테이크·수프 등으로, 일반 서양요리와 비슷하지만 당시 주방에서 일했던 흑인 노예들이 오크라, 카레 등 다양한 향신료와 허브를 요리에 접목하면서 훨씬 더 풍미가 강해진 것이 특징. 레시피가 있긴 하지만 흑백 문화가 어우러져 자유로운 뉴올리언스 분위기처럼 요리사의 즉흥적인 아이디어와 애드리브를 통해 발전해온 음식이기도 하다. 미국인들 사이에서는 맛있는 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미국 사람들은 ‘크레올 요리’ 하면 그 역사는 잘 몰라도, ‘맛있는 요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요. 서양요리에서는 잘 쓰지 않는 마늘과 고추를 사용하는데 그 덕분에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잘 맞고요.”
그럼에도 아직까지 우리에게 크레올 요리가 낯선 까닭은 식재료 중 일부를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소 대표는 정통 크레올 레시피를 따르지만 일부 식재료 대신 청양고추를 이용하거나 허브를 직접 키워 요리에 사용하면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한다.

자유로운 뉴올리언스 분위기를 닮은 음식

버본스트리트 소준영 대표

크레올 요리 전문 레스토랑 버본스트리트에서는 매주 1회 마임 공연도 감상할 수 있다.



소준영씨는 미국 텍사스에서 공부하던 시절 크레올 요리와 인연을 맺었다. 노스텍사스 주립대 대학원에서 작곡을 공부하면서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 실제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크레올 요리를 배우기도 했다. 흔히 재즈는 흑인들이 만들어낸 문화라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크레올이 재즈의 태동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 소씨의 설명이다.
“재즈에 본격적으로 드라이브를 건 것은 ‘the free people of color’라는 집단입니다. 크레올 아버지와 흑인 노예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인 이들 중 일부가 프랑스에서 음악 공부를 하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재즈의 이론적 기반을 만들어냈죠. 이들이 주로 활동했던 무대가 뉴올리언스 프렌치쿼터 중심가였던 버본스트리트입니다.”
소씨가 음식 사업에 뛰어든 사연도 재밌다. 2007년 배우와 스태프 1백여 명을 이끌고 전국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을 다니다 보니 ‘밥차’에 지출한 돈이 억대가 넘더라는 것. 식당을 직접 운영하면 밥값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아 음식 사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레스토랑 사업 구상은 다소 엉뚱한 데서 출발했지만,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이왕이면 가장 자신 있는 크레올 음식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한다.
음식도 문화의 일부라고 믿는 소준영씨는 요리를 하는 자신이 행복하듯, 식당을 찾는 사람들도 이 음식을 통해 행복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래서 레스토랑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으면 어쿠스틱 재즈 트리오 공연도 열 계획이라고 한다. 버본스트리트의 마임 공연은 매주 금요일 오후 7시3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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