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역에 따라 배우가 달리 보인다. 요즘 드라마 ‘싸인’에서 신참 법의관 고다경 역을 맡은 김아중(29) 얘기다. 사건 수사를 위해 열정과 패기를 무기삼아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그의 모습에 “고다경이 아니라 ‘go 다경’ 같다”는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이 쏟아지고 있다.
김아중은 2004년 CF 모델로 데뷔해 2006년 영화 ‘미녀는 괴로워’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 드라마 ‘그저 바라만 보다가’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지만 ‘미녀는 괴로워’의 한나를 뛰어넘을 캐릭터를 만나지 못했다. 그런 그에게 드라마 ‘싸인’의 고다경은 특별한 인연임이 분명하다.
“고다경은 검시관이었다가 법의학자의 길로 뛰어든 인물이에요. 감정적이고 다소 저돌적이고, 또 실수투성이기도 하지만 그런 모습들조차 사랑스러워 보여요. 시간이 흐를수록 폭풍 성장하는 다경, 아니 아중이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그가 지난해 12월31일 트위터(@AJoongKim)에 올린 글이다. 고다경이란 캐릭터에 대한 그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1월5일부터 시작된 드라마 ‘싸인’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을 무대로 죽음의 원인을 밝히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워커홀릭’에 까칠하기만 한 천재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 밑에서 일하게 된 고다경은 의욕만 앞서 좌충우돌하는 천덕꾸러기로 나온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아내는 등 남다른 감각을 발휘해 이른바 ‘촉이 좋다’며 드라마 팬들 사이에선 ‘촉다경’으로 불리고 있다.
이런 고다경의 캐릭터에 푹 빠진 팬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패러디 포스터를 올려 화제를 모았다. 사건 현장에 처음 투입된 신출내기 법의관이다보니 고참 선배 윤지훈에게 ‘꺼져’라는 소리를 들으며 면박 받는 장면이 많다. 이 장면에 착안해 팬들이 영화 ‘나는 전설이다’를 패러디한 ‘나는 꺼져이다’ 등 고다경을 표현한 재미있는 패러디물을 여럿 만들었다.
2월9일 경기도 일산 SBS 제작센터에서 만난 김아중은 “고다경을 아껴주시는 팬들의 사랑을 고스란히 느끼고 있다”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촉다경’이란 별명이 진짜 마음에 들어요. 시청자들이 드라마 ‘싸인’을 보고 고다경 캐릭터에 꼭 맞게 지어주셨단 생각이 들거든요. 영화 포스터에 고다경 캐릭터를 넣어 만든 패러디물도 잘 봤어요. 고다경이란 캐릭터를 좋아해주시는 팬들 덕분에 연기에 자신감도 얻었어요.”
김아중이 드라마 ‘싸인’에서 맡은 고다경 캐릭터는 시청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고 있다. 열혈 팬들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아저씨’ 등의 포스터를 고다경 캐릭터에 맞게 패러디했다.
‘촉다경’과 포스터 패러디에 자신감 얻어
사실 김아중에게 ‘여자 법의관’ 고다경이란 인물은 도전이었다. 흔한 직업군의 캐릭터가 아닐 뿐더러 윤지훈과 국과수 원장 이명한(전광렬) 등 진지한 인물들 사이에서 긴장을 풀고 숨통을 터줘야 하는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 ‘싸인’ 제작보고회서 말했듯이 김아중은 고다경이란 역할에 대해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에 비해 밝고 씩씩한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고다경이 미국 드라마 ‘CSI’를 보면서 법의관이란 꿈을 꿨듯이 저도 그 드라마를 즐겨 보면서 이런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거든요. 드라마 캐스팅이 됐을 때 마침 중국에서 영화를 찍고 있어 박신양 선배님처럼 부검 현장을 많이 돌아다니진 못했지만 국회 도서관 사이트에 들어가서 부검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살펴봤어요. 미리 부검 사진들을 찾아보고 나중에 부검 참관을 하니까 그리 놀랍지는 않더라고요. 제가 좀 강심장인가 봐요(웃음).”
김아중이 고다경이란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참관한 부검이나 사건·사고 현장이 놀랍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9월 고려대 언론대학원에서 발표한 ‘감성 욕구와 인지 욕구가 감정의 강도 및 영화에 대한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스릴러 영화를 중심으로’란 긴 제목의 석사학위 논문과도 관련이 있는 듯했다. 그는 스릴러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심리 변화에 따라 영화를 향한 감정의 강도와 만족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하기 위해 일일이 설문조사를 했다. 무서운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그였지만 논문을 준비하기 위해 60~70편의 스릴러 영화를 봤다고 한다. 이렇듯 논문을 준비하면서 무수한 스릴러 영화를 접했던 김아중은 고다경이란 캐릭터를 처음부터 만날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한창 드라마 촬영으로 정신없이 바쁜 때라 대학원 졸업식 참석은 불투명하지만 2월 말 석사학위를 취득한다.
“처음 ‘싸인’이 시작될 때 미국 드라마 ‘CSI’와 어떻게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보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CSI’가 수사 과정을 자세히 설명해준다면 ‘싸인’은 사건과 관련된 인물을 중심으로 사건이 어떻게 풀려나가는지에 집중한다고 생각해요. 시청률이 잘 나오는 드라마를 만들겠다는 마음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보여준 적이 없는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인다는 자부심으로 마지막 회까지 한 컷 한 컷 열정을 다해 촬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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