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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끝없는 변신

이사강, 인도에서 길을 찾다

글·정혜연 기자 사진·이기욱 기자

2011. 01. 18

아직은 ‘배용준의 전 여친’으로 유명한 이사강. 그가 최근 인도 여행서를 펴내며 작가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게 됐다. 영화감독이라는 최종적인 꿈을 이루기 위해 다채로운 삶을 사는 그의 남다른 도전기.

이사강, 인도에서  길을  찾다

이사강이 인도를 여행하는 내내 썼다는 붉은 스카프를 꺼내 둘렀다. 분신과 같은 물건으로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고 한다.



CF 감독·뮤직비디오 감독·케이블TV 진행자·패션에디터·칼럼니스트·모델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영화감독 이사강(31)이 이번에는 ‘작가’라는 타이틀을 하나 더 얻었다. 최근 여행서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를 펴낸 것. 출판기념회에서 만난 그는 책을 낸 계기에 대해 “열정적인 삶을 사는 이 시대 젊은이들과 영감을 나누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인도로 떠났어요. 그동안 쉬지 않고 여러 가지 활동을 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누군가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지친 상태에 이르렀죠. 스스로를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침 인도에 갈 기회가 우연히 생겼어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짐을 챙겼죠.”
그가 여행지를 인도로 선택한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다. 10년 전 영국 런던에서 함께 영화를 공부하던 인도 친구들이 볼리우드에서 영화감독으로 자리를 잡아 이들을 만나기 위한 목적도 있었고, 자신의 단편영화 작업을 하기 위해서였기도 하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오래전부터 인도를 동경했기 때문”이라고.
“서울·도쿄 등 많은 대도시들이 매력적이긴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그런 도시에는 익숙해져 있잖아요. 어딜 가나 겹치는 일상적인 것들에서 벗어나 생소한 도시로 가면 그동안 발견하지 못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곳이어야 했고 많은 친구들로부터 익히 경험담을 들어 줄곧 동경하고 있던 인도가 떠올랐어요. 스스로에게 특별한 경험을 주고 싶었는데 그런 면에서 확실히 수확이 있었죠.”
심신이 지친 상태에서 환경이 열악한 인도로 여행을 떠나기가 쉽지 않았을 터. 하지만 이사강은 오히려 즐거웠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성숙해져야지 하는 마음이었는데 막상 가보니까 마음이 편해지는 게 오히려 즐겁더라고요. 좋은 환경에서 여행한 건 전혀 아니었어요. 여관방에서 비좁게 자기도 하고 며칠 동안 씻지도 못한 채 돌아다니기도 했죠. 그런데 마음을 열고 생각하니 고생으로 여겨지지 않았고 모든 면에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에 한동안 향수병을 앓았을 정도예요(웃음).”
이사강은 중앙대학교 연극학과를 다니다 런던에 유학 중인 친언니를 만나러 갔다가 영화에 빠져 감독이 되기로 결심, 런던필름스쿨에서 영화학을 전공했다. 졸업작품은 졸업생 대표작으로 뽑힐 정도로 재능을 인정받았고 2002년 만든 단편영화 ‘스푸트니크’는 2년 뒤 쇼트필름페스티벌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그는 한국으로 돌아와 하동균·2AM·유승찬 등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했다.

“헤어진 후에도 누군가의 여친으로 주목받는 것,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

이사강, 인도에서  길을  찾다


지금껏 여러 가지 작품 활동을 했지만 이사강은 여전히 ‘배용준 전 연인’이란 호칭으로 불린다. 꽤 시간이 흘렀지만 달라지지 않는 시선에 대해 부담감을 느낄 법도 한데 그는 이에 대해 담담하게 대답을 내놓았다.
“많은 분들이 부담스럽지 않느냐고 물으시는데 그보다는 조금 죄송해요. 본의 아니게 제 이름과 함께 항상 그분의 이름이 오르니까요. 아직까지 제가 일로써 성공하지 못해서 그런 이유도 있겠죠. 그 호칭은 앞으로도 제가 풀어야 할 일종의 숙제라고 생각해요.”
책 ‘인도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를 읽다 보면 연인 J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J와의 헤어짐을 앞두고 그가 힘겨워하는 듯한 인상의 글들이 종종 등장하는데 배용준과의 일화를 두고 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받기 충분해 보였다. 이사강은 이 같은 질문에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제가 굉장히 감성적인 사람이라서 은유적인 표현을 즐겨 써요. J는 제 작품을 의인화한 것이지 그분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에요. 독자들도 읽다 보면 자신이 사랑했던 누군가를 상상할 수 있을 정도로 그저 일반적인 연인의 이별에 관한 일화를 조금 드러낸 것일 뿐이죠.”
누군가의 연인으로 주목을 받기는 했지만 헤어진 이후에도 그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해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라고 표현했다. 대중의 관심이 그를 계속 자극하고 발전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그는 기본적인 성향 자체가 틀에 구애받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자신을 둘러싼 이야기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한다.
단편영화 작업을 해오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이사강’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대표적인 작품은 없다. 그렇다면 언제쯤 그의 장편영화를 볼 수 있을까.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죠. 진행자·작가 등 다양한 일을 하고 있지만 제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영상 연출이에요. 그 일을 하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준비를 하는 과정이 조금 길어졌어요. 현재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고 2011년에는 장편영화로 관객과 만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아요.”
이사강은 현재 정수현 작가의 베스트셀러 소설 ‘블링블링’의 영화화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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