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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OPLE

봉주르 프랑스

프랑스 공영 채널 TV5몽드 대표 마리 크리스틴 사라고스 눈에 비친 한국

글·김명희 기자 사진·지호영 기자

2011. 01. 18

세계 3대 글로벌 방송 네트워크 중 하나인 프랑스 TV5몽드 마리 크리스틴 사라고스 대표가 지난 11월 말 한국을 찾았다. 자사 방송의 한국어 자막 서비스를 기념하기 위해서였다. 한국과 프랑스 문화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게 될 사라고스 대표를 만났다.

프랑스 공영 채널 TV5몽드 대표 마리 크리스틴 사라고스 눈에 비친 한국


“한국 여성들이 예쁘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보니 그 이상이더군요. 패션도 마찬가지였어요. 차를 타고 이화여대 앞을 지나는데 예쁜 옷을 파는 가게들이 많더군요. 약속만 아니었다면 차에서 내려 당장 구입했을 거예요. 지금도 쇼윈도에 걸려 있던 예쁜 원피스들이 눈앞에 아른거려요(웃음).”
다른 이의 말이었다면 무심히 흘려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패션과 문화의 나라 프랑스인으로, 전 세계를 누비며 여러 문화를 이어주는 이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한국인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 찬 그는 마리 크리스틴 사라고스(47) TV5 MONDE(이하 TV5) 대표다. TV5는 MTV·CNN과 함께 세계 3대 방송 네트워크로 꼽히는 프랑스 공영 채널.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국가(프랑스, 캐나다, 스위스, 벨기에 등)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다국적 공영 방송으로 1백98개 국에서 2억1천만 이상 가구가 시청하고 있다. 영화, 국제 뉴스, 스포츠, 다큐멘터리, 만화,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장르의 프로그램을 24시간 프랑스어로 방영하는데 한국에서는 2010년 2월부터 인터넷TV(IPTV)를 통해 시청할 수 있으며 2010년 11월부터는 한국어 자막 방송도 시작됐다.
TV5는 또한 우리나라의 우수 방송 컨텐츠를 세계에 소개하는 관문이기도 하다. 영화 ‘말아톤’ 다큐멘터리 ‘공룡의 땅’ 등이 이 방송사를 통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한국어 자막 서비스 시작 시점에 맞춰 한국을 찾은 사라고스 대표는 “한국은 놀라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한 프랑스어권 시청자들의 관심이 커 한국을 소재로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전 세계 시청자의 눈길을 끌 수 있으리라 판단했다”고 한국 진출 이유를 밝혔다.
“유럽에서는 지금 한국 열풍이 굉장해요. 한국어를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많아서 각 대학의 한국어 강의는 조기에 신청이 마감될 정도죠. 저희가 한국어 자막 방송을 시작하게 된 것 자체가 한국에 대한 높아진 관심을 반영하는 것입니다.”
1997년 부사장으로 TV5에 합류해 2008년부터 TV5의 대표를 맡고 있는 사라고스 대표는 자사 방송의 특징을 “서구 문화를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각 나라의 문화와 전통을 존중하는 점”을 꼽았다. 지난해 12월 한국 젊은이들의 라이프스타일 등 역동적인 서울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세계의 도시, 서울’을 제작, 전 세계에 방영한 것도, 동아일보사가 준비 중인 종합편성채널과 함께 한국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다큐멘터리 및 교양 프로그램을 공동 제작하기로 한 것도 모두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방송과 아울러 프랑스어 교육 병행, 한국과 프랑스가 훨씬 더 가까워지기를 기대

프랑스 공영 채널 TV5몽드 대표 마리 크리스틴 사라고스 눈에 비친 한국


한국 방문이 처음이라는 그는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한국 사람을 꼽았다.
“한국인들은 유머가 풍부하고 정감이 넘치는 것 같아요. 업무상 만난 분들과도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인간 대 인간으로 진심이 통하는 게 느껴져요. 장거리 비행이 고되지 않느냐고 걱정해주시고, 식사를 할 때도 이것저것 맛있는 거 먹어보라고 챙겨주시고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상대에 대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알제리에서 태어나 프랑스 남부에서 자랐는데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이에요. 그곳 분들도 솔직하고 따뜻하거든요(웃음). 아, 그리고 점심에 먹은 굴비가 정말 맛있었어요. 음식과 패션도 매력적이에요. 이대 앞에서 본 옷 가운데 가장 입어보고 싶은 옷도 사실은 한복이었습니다. 한국 여배우들이 이대 앞 쇼윈도에 전시된 것 같은 기품 있는 한복을 입고 칸 영화제 레드카펫에 선다면 정말 아름다울 거예요.”
사라고스 대표는 알제리에서 태어나 영화제로 유명한 칸에서 자랐으며 칸 영화제가 열리는 뤼미에르극장 계단을 바라보며 영상 매체에 대한 꿈을 키웠다고 한다. 파리 고등정치학교, 프랑스 국립행정학교 등 엘리트 코스를 거친 그는 이탈리아 출신인 어머니의 영향으로 이탈리아어와 영어에 능통한데 이 덕분에 로마 주재 프랑스 대사관에서 사회생활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후 방송통신부, 국제 프랑스 라디오, 외무부 국외 영상 업무 등을 거쳐 TV5와 인연을 맺은 그는 서로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을 하나로 엮는 가장 큰 공감대로 언어를 꼽는다.
“언어는 생각의 통로입니다. 여러 언어를 구사한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생각을 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요. 다른 나라의 언어로 생각을 하다 보면 다른 나라 사람들의 사고도 이해할 수 있게 될 거고요. 어떻게 보면 언어는 세계 평화의 가장 중요한 수단일 수도 있어요(웃음).”
TV5가 인터넷을 통해 프랑스어 교육 채널(www.apprendre.tv)을 운영하는 것도 이러한 믿음 때문이다. 이 사이트에서는‘Premire classe’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성인은 물론 아이들도 프랑스어를 기초부터 배울 수 있으며 TV5에서 방송됐던 내용을 한국어 자막과 함께 다시 공부할 수 있다. 사라고스 대표는 “TV5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프랑스어를 공부한다면 1년 만에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2011년 부산국제영화제에 맞춰 다시 한국을 찾을 계획이에요. 부산영화제는 프랑스 사람들이 꼭 한번 와 보고 싶어하는 영화 축제거든요. 그때는 한국과 프랑스의 거리가 한층 더 가까워져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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