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무지고 정갈한 살림솜씨를 자랑하는 한복 디자이너 이효재(51). 그의 집에서는 새 물건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집 안에 있는 대부분의 가구, 소품, 그릇 등을 그때그때 리폼해 사용하고 있는 것.
“요즘 사람들은 헌 물건이 지닌 가치를 모르는 것 같아요. 물건을 재활용하기보다는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요. 물건을 자꾸 새로 사들이면 오히려 집이 복잡해져요. 집 안을 찬찬히 둘러보며 낡은 물건에 어떻게 옷을 입혀야 할지 답을 찾아보세요.”
그는 지난해 이사할 때도 리모델링 공사를 하지 않았다. 공사를 하면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소음과 먼지가 일어 오히려 더 번잡스러워지기 때문. 대신 손으로 나물을 무치듯 집 안 곳곳을 조몰락조몰락 손보며 새 기운을 불어넣었다.
“물건을 재활용할 때 중요한 건 ‘촌스럽거나 구질 맞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저는 보자기, 한지, 무명 천 등 자연 소재를 이용하고 여기에 아이디어를 더해 집안 곳곳을 단장했어요. 재활용했던 물건은 유행 스타일에 맞춰 조금씩 변화를 주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 더욱 매력적이지요.”
그는 재활용한 물건이 빛을 발하려면 집 안 정리정돈이 잘 돼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저분한 집에 재활용 물건을 놓으면 고물상처럼 어수선해 보인다고.
살림솜씨 못지않게 뛰어난 글솜씨를 자랑하는 그는 좋은 글귀가 떠오르면 꼭 메모를 한다. 이때도 종종 사용하고 남은 이면지를 활용한다. 이면지에 차곡차곡 정리한 글들을 엮어 에세이 ‘효재처럼 살아요’(문학동네)도 출간할 계획이다.
효재에게 배우는 재활용 아이디어
Idea 1 - 장식품으로 손색없는 음료수병 음료수를 먹고 난 빈 병은 소스병이나 양념통으로 재활용한다. 라벨을 떼어낸 뒤 손뜨개한 커버를 씌우면 끝! 뜨개질 솜씨가 없다면 자투리 천을 잘라 감싸도 좋다. 거실 테이블에 조르르 놓으면 데코용으로 손색없다.
Idea 2 - 광목과 돌, 잎사귀로 단장한 욕실 낡은 욕실은 광목으로 변기 커버와 화장지 커버를 만들어 씌웠다. 오래된 항아리는 광목으로 만든 뚜껑을 씌워 휴지통으로 사용한다. 변기 물탱크 뚜껑을 뒤집은 뒤 돌과 푸른 잎사귀를 세팅해 싱그러운 분위기를 더했다. 욕실 타일 벽에는 촌스러운 꽃그림이 새겨져 있는데, 한지를 덧씌워 감쪽같이 감췄다.
Idea 3 - 보석보다 화려한 헌 책 책 모으는 취미가 있는 그는 방 하나를 책방으로 꾸몄다. 책방에는 오랫동안 사용한 책장과 책만 놓고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았다. 다양한 컬러와 디자인의 책은 보석보다 더 큰 화려함을 지니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빛이 난다고 생각하기 때문. 낡은 책장의 튀어나온 나사에는 비누를 꽂아 방향제로 활용한다.
Idea 4 - 한지 붙여 꾸민 찻잔 정리 공간 거실 한쪽 코너의 창문에는 한지를 붙이고, 그 아래에는 꽃으로 장식한 항아리를 놓아 단아한 분위기를 냈다. 창문을 열면 나오는 작은 공간에는 찻잔을 정리해뒀다.
Idea 5 - 광목으로 만든 콘센트 가리개 & 요강 휴지통 보기 싫은 벽면 콘센트는 광목에 스티치해 만든 냄비받침을 붙여 감췄다. 꽃 모양 자수의 광목을 벽 위쪽에 붙여 감각 넘치는 공간으로 완성! 집을 방문하는 아이들이 신기해하는 요강은 휴지통으로 사용한다.
Idea 6 - 현관에 포인트 주는 대나무 걸이 현관에는 적당한 길이로 자른 대나무를 놓아 열쇠나 구두주걱 등을 거는 용도로 활용한다. 별다른 장식을 하지 않아도 대나무에서 고풍스러움이 느껴진다.
Idea 7 - 새것처럼 리폼한 인형 인형을 좋아하는 그는 집 안 곳곳에 손때 묻은 인형을 놓아 장식한다. 인형마다 이름이 있는데, 주방 그릇장 옆에 놓은 인형은 ‘모습이 용 됐다’ 해서 용이다. 별다른 옷도 없던 민둥머리 인형에 옷, 가방, 모자, 신발을 만들어 입혔더니 예쁘게 변했다. 아이들은 장난감에 금세 싫증을 내므로 이렇듯 리폼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라고 추천했다.
효재처럼 먹는법
그의 식생활은 간단하다. 음식은 재료 고유의 맛이 살아나도록 간은 되도록이면 하지 않는다. 간으로 범벅된 음식에 길들여지면 건강에도 안 좋고, 혀끝도 무뎌지기 때문. 마당 한쪽에 텃밭을 만들어놓고 옥수수, 고추 등 각종 채소를 재배해 먹는다.
상을 차릴 때는 밥통, 반찬통, 국통을 놓고 그 옆에 개인용 접시와 커틀러리를 준비해 뷔페식으로 덜어 먹는다. 이렇게 하면 위생적으로 먹을 수 있고 색다른 기분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모양과 색이 다른 젓가락으로 세팅하는 등 아이디어를 더하면 음식을 먹을 때 한층 더 분위기가 즐거워진다.
효재의 보자기 특강
보자기는 물건을 싸서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네모지게 만든 작은 천을 말한다. 손수건·스카프·가제 수건 등 모든 천이 보자기가 되므로, 버리지 말고 차곡차곡 쌓아뒀다가 다양하게 재활용한다.
유리병 포장
1 70×70cm 크기의 보자기를 준비한 뒤 중앙에 유리병을 놓는다.
2 보자기 대각선 양쪽에서 병 어깨까지 보자기를 잡아당겨 한 번 묶는다. 묶은 부위를 다시 한 번 묶어 단단하게 고정한다.
3 묶은 끝부분을 두 번 묶어 손잡이 고리를 만든다.
4 보자기 양쪽 날개를 잡고 엇바꿔 돌린다.
5 앞쪽에서 보자기 끝을 묶는다.
곽티슈 커버
1 50×50cm 크기의 보자기를 준비한 뒤 보자기 중앙에 곽티슈를 놓고 양끝을 잡아서 모은다.
2 잡은 양끝을 고무줄로 묶어 고정한다.
3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양끝을 잡아 모은 뒤 고무줄로 묶는다.
4 고무줄로 묶은 끝을 조금씩 모아서 고무줄로 다시 한 번 묶고 모양을 만든다.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묶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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