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교육에서 논술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다독보다 정독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많은 책을 읽으며 내용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는 한 권을 읽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표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이에 따라 각광받고 있는 독후활동이 독서신문 만들기다. 책을 읽은 뒤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신문을 만드는 것으로, 독서신문을 만들면 책에 대한 이해력과 집중력이 높아지고 사고력·창의력·표현력도 골고루 향상된다고 한다.
독서교육 홈페이지 ‘강백향의 책 읽어주는 선생님(www.mymei.pe.kr)’ 을 운영하는 수원 화서초등학교 강백향 교사(42)는 “일반 신문에 다양한 소식이 실리는 것처럼 독서신문에도 무궁무진한 내용이 들어갈 수 있다”며 “독서신문 만들기의 매력은 아이의 능력이나 생각의 크기에 따라 무한대의 변용과 확장이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독서신문의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최근 일선 학교에서는 독서신문 만들기를 수행평가 과제로 내거나, 관련 대회를 열어 시상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해 강 교사는 “자신만의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독후 활동이라는 독서신문 만들기의 기본 원칙에 충실한 신문이 좋은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독서신문의 첫 단계는 주제 정하기. 좋은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근 가장 재미있게 읽었거나 강렬한 인상을 받은 책을 주제로 정해야 한다. 평소 책을 많이 읽는 아이라면 자연탐험, 동물의 생태 같은 좀 더 포괄적인 주제를 정한 뒤 관련 분야의 책을 여러 권 모아 신문을 꾸밀 수도 있다. 한 작가의 작품이나 한 출판사에서 나온 작품을 묶어 공통된 주제로 삼는 것도 시도해볼 만하다.
다음은 기사를 작성하는 단계. 신문에 실을 기사와 들어갈 위치, 분량 등을 정한다. 독서신문에 가장 흔하게 등장하는 기사 가운데 하나는 작가나 등장인물과의 가상 인터뷰. 이 외에도 책 속의 좋은 문장 소개, 책 내용을 설명하는 만화 그리기, 시대상을 연상케 하는 광고 만들기 등 다양한 코너를 생각할 수 있다. 강 교사는 “신문의 주제와 형식, 기사 종류 등을 정하고 나면 정작 신문을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며 “아이 스스로 주어진 지면을 어떻게 꾸밀지 생각하면서 책의 내용을 끊임없이 분석하고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창의력과 상상력이 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 내용 충실히 이해한 뒤 상상력과 개성 발휘해야
마지막 단계는 단정한 글씨로 내용을 채워넣고 관련 사진·그림 등을 적절히 배치해 신문이 돋보이도록 마무리하는 것이다.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편집이 산만하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강 교사는 독서신문의 평가 기준으로 ‘아이디어가 독창적인가’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는가’ ‘성실하게 내용을 채웠는가’ ‘생활에서 얻은 창의성을 발휘했는가’ ‘눈에 잘 들어오는 디자인인가’ 등을 꼽았다. 독서신문은 독후감과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맞춤법이나 문장력보다는 전체를 구성하는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고 한다.
“독서신문을 잘 만들려면 종합적인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에게는 다소 어려울 수 있어요. 하지만 5학년 이상이 되면 주제 선정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과정을 혼자 해낼 수 있습니다. 아이를 돕고 싶은 마음에 부모가 지나치게 개입하면 오히려 창의력과 상상력을 방해하는 결과만 낳을 수 있죠. 처음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는 듯 보여도 아이가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찾아낼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강 교사는 “수업시간에는 보통 3시간 정도를 준 뒤 독서신문을 만들게 하는데, 처음 1시간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앉아 있기만 하던 아이들이 끝날 때가 되면 대부분 자신만의 신문을 완성해 제출한다”며 “여백을 앞에 두고 무엇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생각하고 고민하는 그 과정이 진정한 독후 활동”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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