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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기사

아이와 함께 보는 명화 ①

늙은 왕

늙은 왕의 지치고 메마른 영혼 그린

2008. 05. 09

늙은 왕

루오, 늙은 왕, 1954, 캔버스에 유채, 69×54cm, 도쿄 브리지스톤 미술관


옛날이야기나 동화를 읽으면 ‘나도 한번 왕이 돼봤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왕은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니 누구도 왕에게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예, 예” 하며 움직입니다. 용맹한 장수도, 힘센 군인도 모두 왕의 명령을 충성스럽게 따릅니다.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고 입고 가질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을까요?
왕은 보통 그 나라에서 가장 큰 부자이기도 하지요. 이런 왕들은 매우 행복하고 즐겁게 살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사책을 들여다보면 왕들이 그렇게 행복하게 살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신하와 백성은 겉으로는 왕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 같아도, 속으로는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반란이나 음모를 꾸미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궁중에서 신하나 부하 장수의 손에 죽은 왕들이 적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왕과 왕자, 왕과 왕비 사이에도 서로 죽고 죽이는 경우까지 있지요.
그러다보니 왕의 자리에 오른 사람은 신하와 주위 사람을 의심하고 경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잠을 자도 편하게 자지 못하고, 음식을 먹어도 불안해하며 먹지요. 의심이 많아진 왕은 매우 난폭한 폭군이 돼 신하와 백성들을 괴롭히기도 합니다. 견디다 못한 백성들이 들고 일어나 왕을 쓰러뜨리면 나라는 혼란 상태에 빠지지요. 왕의 자리가 결코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조르주 루오의 ‘늙은 왕’은 그런 의심과 갈등의 세월을 오래 견뎌온 왕을 그린 그림입니다. 왕의 표정은 어둡기 짝이 없는데다가 늙고 지쳐 보입니다. 그의 명령을 누구도 거역하지는 않겠지만 아무도 그를 진정으로 사랑해주지 않는 것 같군요. 어쩌면 자식들도 그를 무서워하기만 하지, 이해하거나 사랑하려 들지 않는지 모릅니다. 늙은 왕은 그렇게 영혼이 미라처럼 메말라버렸습니다.

한 가지 더~ 루오는 화가가 되기 전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서 일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교회의 창 같은 곳을 장식하는 색유리를 말하는데, 납으로 두꺼운 선을 만들어 그림의 윤곽을 잡고 그 사이에 색유리를 끼워 넣는 기법을 씁니다. 이 영향을 받은 루오의 그림에서는 두꺼운 선과 색유리 같은 채색이 돋보입니다.

조르주 루오(1871~1958) 루오는 파리에서 가구공의 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집안이 어려워 어린 나이에 스테인드글라스 공방에 다니며 일을 했지만, 야간 미술학교를 다닌 후 명문 에콜데보자르를 나왔습니다. 좌절이나 불안, 고독 같은 인간 내면의 깊은 정서를 두터운 선과 어두운 채색으로 잘 표현했으며, 종교적인 주제에 심취해 훌륭한 종교화를 많이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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