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완소그대 : 남편
“다음주에 두바이에서 신랑이 와요. 그날만 기다리고 있어요.”
지난해 10월 재미교포 음악분수엔지니어 김진오씨와 결혼한 서영은(34). 결혼 후 남편이 근무하는 두바이로 건너가 3개월여 신혼생활을 보낸 그는 7집 앨범 발표와 홍보를 위해 지난 1월 말 홀로 귀국했다고 한다. 견우와 직녀처럼 떨어져 지내며 화상채팅으로만 만나던 두 사람은 남편의 여름휴가를 계기로 4개월 만에 상봉하는 셈이다.
“떨어져 있을 땐 서로의 방에 늘 컴퓨터를 켜놓고 화상채팅을 해요. 하지만 그래도 가까이서 만질 수는 없으니까 그립죠. 채팅하는 중에 대화의 반은 ‘야옹’거려요. 서로 애처로운 마음에 뱉는 의성어인데, 모니터 보면서 야옹~야옹~ 그러죠(웃음).”
한국에서 가수로 활동해야 하기 때문에 일년 중 함께 있는 시간은 다 합쳐 네 달밖에 안 된다고 한다. 그런 만큼 두바이에 머물던 석 달은 그에게 귀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사는 게 장점은 있어요. 서울에서 함께 살면 제 일 하느라 바빠 내조를 못 해줄 텐데, 적어도 제가 두바이에 있을 때만큼은 충분히 챙겨줄 수 있으니까요.”
두 살 연하 남편과는 9년 전 재즈싱어와 색소폰 연주자로 처음 만났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당시 마르고 샤프했던 남편은 결혼 후 그가 만들어준 요리 덕인지 마치 “바다사자처럼 투실투실”해졌다고.
“사실 결혼하기 전까진 할 수 있는 요리가 없었어요. 그래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엄마가 전라도 분인데다 먹는 걸 좋아해서 그런지, 인터넷에 올라온 요리법대로 하니까 그다지 어렵지 않더라고요. 웬만한 음식은 만들게 됐어요.”
한국에 오기 전, 홀로 남을 남편의 끼니 걱정에 냉동실 가득 매끼 음식을 만들어 팩으로 포장해 넣어놓고 왔다는 서영은은 결혼 이후 가장 좋은 점으로 또 하나의 가족이 생긴 것을 꼽았다.
“결혼해서 가족이 두 배가 됐는데, 그로써 얻게 되는 힘은 열 배가 넘어요. 사실 결혼 전 저는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두려워했거든요. 그런데 저희 시부모님은 정말 잘해주세요. 시부모님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계셔서 저는 ‘베가스 엄마·아빠’라고 부르고 저희 시부모님은 저를 ‘서울 딸내미’라고 부르시는데, 메일을 주고받거나 통화를 할 때 ‘우리의 가장 큰 바람은 네가 성공하는 거’라고 말씀해주세요. 정말 딸처럼 생각해주시는 것 같아서 감사하죠.”
서영은은 양가의 부모가 모두 아이를 원해 2세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 중이라고 한다. 다만 남편이 두바이에 머무는 동안 아이를 갖진 못할 것 같다고.
“이미 늦었다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듣기 때문에 아이를 빨리 낳아야 할 것 같긴 한데 일단 두바이는 피하려고 해요.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미국인(그의 남편은 미국 시민권자다), 아이는 두바이생이면 너무 복잡하잖아요. 아직 모르겠어요.”
두 번째 완소그대 : 팬
작은 눈에 턱선조차 없는데/평범한 내 모습이 뭘 그리 좋을까/한 번쯤은 물어보고 싶지만/ 환상에서 깰까봐/난 모른 척 네 맘 받아줄 거야//완전 소중한 그대여/상상도 못한 행운이야/넌 나를 보며 웃고 있어/세상을 가진 것 같아 (서영은 ‘완소그대’ 중)
“‘가사 중엔 남편을 생각하고 쓴 게 많지만 사실 타이틀곡인 ‘완소그대’는 팬을 위해 쓴 거였어요. 요즘 노래하는 사람들 정말 예쁘잖아요. 반면 저는 어리지도 않고, 외모도 별로인데 제 팬들 중엔 가끔 예쁘다고 하는 분들이 계세요(웃음). ‘왜 그래 제정신이야’ 그러면서 웃지만, 뭔가 내 노래가 나를 예쁘게 보이게 만드나 보다 생각해요. 그렇게 봐주는 거 자체가 참 고마운 거에요.”
그는 이번 7집 앨범의 작사·작곡에도 참여했다. 수록곡들의 가사는 모두 자신이 직접 썼고 ‘Nighty Night’는 “남편과 화상채팅을 끝낸 후 서러워 우는 도중 나온 노래”로 그의 첫 번째 자작곡이다. ‘Happily Ever After’라는 앨범 제목처럼 많은 곡에서 행복한 기운이 배어나온다.
“한때는 어두운 노래, 좀 어려운 노래가 최고라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그런 노래들이 제가 가진 뭔가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드라마 ‘눈사람’ OST ‘혼자가 아닌 나’를 부르라고 제의받았을 때 시큰둥했어요. 만화 주제가 같아서 별로다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하찮게 생각하고 했던 일이었는데 그 곡 듣고 많은 사람이 힘을 얻었다고 하는 거예요. 가족과 떨어져 군대 가 있는 친구들, 자살하고 싶을 만큼 힘들었다는 분 등 정말 여러 사람이 위로를 받았다고 하셨죠. 충격이었어요.”
얼마 전 그는 뇌종양에 걸린 열한 살 딸이 ‘혼자가 아닌 나’를 좋아한다면서 사인 CD를 요청하는 소녀 아버지의 부탁을 받고 문병을 갔다고 한다.
“그 소녀가 제게 ‘혼자가 아닌 나’를 불러주더군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혼자가 아닌 나’는 저 개인적으로도 많은 의미가 있는 곡이에요. 제가 노래를 부르는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했으니까요. 앞으로도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 있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요.”
94년 가톨릭대 생물학과 재학시절 우연히 들른 재즈클럽에서 무대에 섰다가 그곳 사장의 제안으로 가수의 길에 접어들게 된 서영은. 특별한 스타가 아니라 가까이서 이웃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며 “더불어 사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는 그는 6월15~17일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의 만남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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