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상화를 그려주는 작가들도 있다. 정해진 비용은 없고 원하는 만큼 지불하면 된다.(희망시장)<br>2 직접 만든 팬시용품을 판매하는 여학생 작가.<br>3 아이스크림 바 같은 막대에 기린 모양을 그려 만든 책갈피 1천원.
‘홍대문화’ ‘홍대 앞’ 등에서 지칭되는 ‘홍대’는 단순히 ‘홍익대학교’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는 듯하다. 미술학원과 각종 클럽을 비롯해 ‘예술하는’ 사람들이 많은 지역이기 때문일까. ‘홍대’라는 단어 속엔 어딘지 독특하고 자유로운 분위기가 스며들어 있다.
‘홍대 앞 놀이터’는 이런 분위기를 만끽하며 홍대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중, 잠시 머물다 가기 좋은 곳이다. 정식 명칭이 ‘홍익어린이공원’인 이 놀이터에서는 어린이보다 담배 피우며 한가로이 휴식을 취하는 청춘들과 먹이를 찾는 비둘기를 더 자주 접할 수 있다. 그러나 한적한 이곳도 주말이 되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예술장터가 열리기 때문.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이곳 놀이터에서 열리는 예술 벼룩시장(토요일-프리마켓, 일요일-희망시장, 12~2월 동절기 제외). 언뜻 보면 보통의 벼룩시장과 다름없어 보이는 이곳은 안으로 가까이 다가갈수록 뭔가, ‘다르다’.
멀리 놀이터 밖에서 보면, 액세서리 노점이 많이 늘어서 있는 공원으로 보이다가 좀 더 다가가면 음악소리도 들리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게 행사가 열리는 것도 같다. 그래서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면, 수십 명의 사람들이 놀이터 곳곳에 1~2평 남짓한 자신의 자리를 만들고 물건을 파는 게 영락없는 장터의 모습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이곳에 있는 물건들은 기성품이 아닌, 세상에 단 하나뿐인 ‘작품’이라는 사실이다.
작은 것, 하찮은 것이 예술이 되는 곳
4 놀이터 한켠에선 직접 창작한 곡을 공연하는 일련의 팀들을 만날 수 있다.(프리마켓)<br>5,6 담배에 예쁜 그림을 그려주는 시민작가. 3개비에 3천원.
옷이나 모자와 가방, 유리공예, 도자, 북아트 등 그 종류는 수없이 많지만 모든 물건은 공통적으로 기계가 아닌 사람의 손을 거쳐 온 것들이라고 한다. 이곳 시장을 ‘예술’벼룩시장이라고 부르는 것도, 참가자들을 ‘시민작가’ 혹은 ‘작가’라고 부르는 것도 모두 이런 이유다.
이곳에서는 독특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볼펜 속 스프링을 이어 만든 목걸이를 파는가 하면, 고양이나 원숭이처럼 귀가 달려 있는 손뜨개 모자를 팔기도 하고, 담배 한 개비 한 개비에 자신만의 캐릭터를 그려넣어 파는 이들도 있다.
참여하는 사람들도 다양하다. 예순이 넘은 어르신부터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 나온 교수와 제자, 전문공예가, 전업주부, 직장인과 고등학생, 심지어 자신이 그린 엽서나 카드를 팔러 나오는 초등학생까지 참여 ‘작가’들의 나이대와 직업군은 종잡을 수 없다. 자신의 작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사람도 있지만, 판매보다는 제작에 몰두하느라 분주한 사람, 달랑 티셔츠 두 장을 펼쳐놓고 성경책을 읽는 사람, 심지어 물건은 내팽개치고 주변 사람들과 수다 떠는 데 정신이 팔린 사람 등 세일즈 방법조차 제각각이니, 각양각색이라는 말이 이처럼 잘 어울리는 곳이 또 있을까.
부대행사(?)도 볼거리. 벼룩시장의 이벤트는 시시때때로 달라진다. 토요일에는 팁 박스를 앞에다 놓고 거리공연을 벌이는 인디밴드가 있는가 하면, 일요일에는 초상화를 그려주는 젊은 화가들도 있다. 정해진 가격은 없고, 원한다면 도화지가 아닌 다른 곳(풍선, 티셔츠 등)에도 그려준다고 한다. 심지어는 모델이 꼭 사람일 필요도 없다.(이들은 때로, 애완견의 초상화를 그려주기도 한다고.) 이 밖에도 여러 가지 주제의 워크숍이 열리고, 드문드문 작가들의 작품 전시회도 열린다. 딱히 정해진 질서와 규칙이 없는 가운데 옹기종기 모인 사람들이 자기 방식대로 재미난 ‘예술’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홍대 앞 놀이터’에서 펼치는 소박한 예술에는 재미와 정겨움이 있다. 작은 것, 하찮은 것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작품이 되고 예술이 된다. 주말 오후, 집안에 머무르기엔 햇살이 아깝다면 홍대 앞 놀이터로 놀러가자. 찬찬히 놀이터 구석구석을 훑다보면, 무료한 일상을 유쾌하게 만들어줄 반짝이는 ‘작품’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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