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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

구가인 기자의 톡톡 에세이

봄바람

사진제공·안나수이

2006. 03. 16

여심이 봄을 더 느끼는 이유에 대해 한방에서는 양기가 충만한 봄은 음기가 강한 여성과 궁합이 맞다고 풀이한다. 또 여성이 호르몬 작용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통설도 있다. … 이처럼 여자의 봄바람, 주체 못하는 춘정(春情)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봄바람

봄은 색(色)의 계절이다. 3월 초, 겨우내 휑하던 회색빛 담벼락 옆에 샛노란 개나리가 피면, 이에 질세라 새하얀 목련이, 진분홍 진달래가 꽃망울을 터뜨린다. 봄꽃 뿐인가. 여기저기서 두껍고 칙칙한 코트를 하나 둘씩 벗고 하늘하늘한 블라우스, 파스텔 톤 니트, 짧은 스커트를 입은 여인네들이 나온다. 화장도 다양한 색으로 한결 화려해진다.
봄은 또, 다른 의미에서 색이 만발한 계절이다. 춘화, 춘담, 춘기 등… 성과 관련된 단어에 유독 춘(春)자가 자주 들어간 걸 보면 사계절 중에서 특히 봄에 사랑을 갈구하는 이들이 많은 듯하다.
그중에서도 여심(女心)은 유독 봄이 되면 울렁거린다고 한다. 한 병원이 20~30대 남녀 3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여성의 84%가 “봄이 되면 신체적 변화를 느낀다”고 답해 65%에 그친 남성보다 더 높았다.
이렇듯 여심이 봄을 더 느끼는 이유에 대해 한방에서는 양기가 충만한 봄은 음기가 강한 여성과 궁합이 맞다고 풀이한다. 또 여성이 호르몬 작용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통설도 있다. 계절에 따라 호르몬 분비량이 달라지는데 수면을 유발시켜 생식활동을 멈추게 하는 멜라토닌이 대표적이다. 일조량과 분비량이 반비례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으로 인해 겨우내 생식활동을 중단한 채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봄이 돼 멜라토닌 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들면서 다시 생식활동을 하게 된다는 것. 이는 사람도 마찬가지인데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호르몬 변화에 민감한 탓에 봄을 더 탄다고 한다. 이처럼 여자의 봄바람, 주체 못하는 춘정(春情)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봄이라는 단어가 주는 따뜻한 느낌과 달리 봄에 부는 바람, 봄바람은 의외로 매섭다. 대체로 온화하고 맑은 게 봄철 날씨지만, 어느 날 갑자기 꽃샘추위가 닥치기도 한다. 이처럼 봄철의 기후는 잦은 기압계의 변화로 변동이 심한 편이다.

변동이 심한 것은 봄바람난 여자 마음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봄이 되면 아가씨 가슴도, 아줌마 가슴도 들뜨거나 가라앉거나 혹은 두 감정이 갈피를 못 잡고 오락가락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연애를 시작하고, 어떤 이는 짧은 스커트를 꺼내 입고, 또 어떤 이는 백화점 혹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냅다 사재기(?)를 시작한다.
누구나 봄을 타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행복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화창한 봄에 가슴은 달뜨고, 주변은 화려한데 자신의 모습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경우 스트레스가 가중될 수도 있다. 정도가 심하면 ‘계절성 기분 장애’를 의심해봐야 하지만 일반적으로 신 음식을 섭취하고, 매운 음식을 피한다면 한결 나아질 수 있다. 신 음식은 감정을 다스리는 기관인 간의 기운을 보충한다고 하니 신 김치나 상큼 새콤한 봄나물같이 신맛이 나는 음식이 제격일 듯싶다. 또 가볍게 몸을 움직이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좋다. 웅크리고 우울해 하고 있지만 말고 혼자서라도 한껏 치장하고 우아하게 나들이를 떠나도 좋을 일이다.
다만 나들이 떠나기 30분 전, 자외선 차단제를 꼭 챙기자. 안타깝게도 봄볕은 피부의 적이다. 여름철 자외선과 달리 무방비 상태로 맞이하는 봄철 자외선은 기미와 주근깨를 짙게 만든다. 또 외출에서 돌아오면 세안에도 신경 쓰자. 봄은 유난히 건조한데다 황사, 꽃가루, 먼지와 같은 피부의 적들이 널려 있다. 때문에 봄철이면 유난히 얼굴, 손 등이 건조하거나 가려워서 피부과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기분 전환을 위해 나들이 갔다가 새까매지거나 울긋불긋해진 얼굴 만들어 더 우울해질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봄바람은 겨우내 마음에 품어온 어떤 바람(希)을 이루고 싶어하는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 바람을 풀 생각에 가슴이 달뜨고, 그 바람이 풀리지 못해 더 우울한 건지도. 봄은 사계 중 그 길이가 유난히 짧다고 한다. 금방 지나갈 봄이다. 뒤늦게 아쉬워하지 말고 한번쯤 봄바람나도 좋을 일이다. 불어라, 봄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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